아직 다 읽은 건 아니지만 굉장히 재밌음 골든 소설답게 심리든 사물이든 묘사도 훌륭하고
소설 구성은 실바나스가 언데드가 되기 전인 전반부랑 언데드가 된 후인 후반부로 나뉘어 있는데
그러다 보니 사실 사건의 60%는 이미 모두가 다 아는 얘기임 
대신 전반부 이야기들은 대부분 새롭게 나온 에피소드들인데 
그 하나하나가 중요한 건 절대 아니지만 실바나스의 캐릭터는 확실히 드러내 줌

물론 새로운 성격 같은 건 아니고 스토리에 관심이 많았다면 당연히 알고 있을 실바나스의 성격을
여러 다른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주는 방식임

전반부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엄마인 리리사 아빠인 베라스
알레리아 베리사 리라스 남매들
절친인 로르테마르 할두런
파티로 유명한 귀족 살데릴
아나스테리안 캘타스 등이 있음
 
실바나스는 천방지축 사고뭉치고 온갖 철없는 행동들로 주위 사람들을 곤란하게 하는 게 초반 에피소드들임

알레리아는 가장 어색한 자매였음. 실바나스와 교류하는 일도 가장 적고 알레리아 본인도 순찰대 사령관 훈련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태임.

어머니인 리리사는 순찰대 사령관이고 모든 국민의 존경을 받는 군인임. 가문의 전통에 따라 첫째인 알레리아가 다음 순찰대 사령관을 맡아야 하는데 알레리아가 그저 혈통빨로 지위를 맡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알레리아를 매우 엄하게 키웠음. 
실력만 보면 실바나스가 더 뛰어나단 걸 알고 있었지만 그저 전통 때문에 알레리아에게 막대한 부담을 주는 셈이 됐고 알레이아는 그런 자신의 운명이 답답해서 리리사와 내내 싸우다가 결국 쿠엘탈라스를 떠나기로 결정함. 알레리아는 자기가 지켜야 할 건 이 작은 나라만이 아니라 그밖의 모든 세계라고 설득하지만 책무를 중시하는 어머니에겐 통하지 않았음.

베리사는 드센 집안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평화를 조성하려는 중재자 캐릭터였음. 실바나스와도 사이가 좋았지만 이 소설에서는 리라스 때문에 베리사가 그렇게 중요한 역할로는 나오지 않음.

실바나스가 가장 좋아하는 가족은 막내 동생인 리라스였고 리라스는 다른 자매들과는 달리 싸움 실력은 형편 없었음. 대신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을 타고났고 그 덕에 캘타스 앞에서 공연까지 할 정도로 온 나라가 기대하는 예술가였음. 

아버지 베라스는 왕실 조언가이자 외교관으로 엄하고 드센 리리사와는 대비되게 실바나스가 사고를 쳐도 잘 달래주고 스스로 잘못을 납득하게끔 하는 아버지였음.


소설이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첫 번째 에피소드는 실바나스의 사고 방식과 성격을 압축해서 보여줌

알레리아는 그 당시 모두가 기대하는 후임 순찰대 사령관으로서 훈련을 받아 왔고, 그 자격을 입증할 첫 번째 시험을 치르게 됨. 그런데 그 시험 내용은 사실 굉장히 위험한 야수를 사냥해 오는 거였고, 알레리아가 궁금해서 몰래 시험장에 들어간 실바나스는 알레리아가 야수를 죽이는데 실패하고 부상당한 걸 알고 놀란 마음에 자기가 야수를 죽여 버렸음.

실바나스 본인은 언니가 죽을까봐 너무나 두렵고 걱정되어서 나선 거였지만 알레리아는 오히려 화를 내고 이 사실을 어머니인 리리사 앞에서 그대로 밝혀 버림. 그냥 잠자코 넘어가면 될 것을 굳이 밝혀서 실바나스까지 리리사에게 혼나게 됨.

그후 풀죽은 실바나스를 베라스가 와서 타이르는데 실바나스가 알레리아를 구하기 위해 한 일이라는 건 다들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나서선 안 된다는 거였음. 리리사는 알레리아가 마땅히 자격 있는 순찰대 사령관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도록 그런 시험을 낸 것이고, 비록 이번에 알레리아가 실패했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그 자격을 증명할 기회를 보이면 되는 거였음. 
하지만 실바나스가 나서 시험 자체를 자기가 끝내버림으로써 알레리아에겐 그런 기회를 주기도 어려워진 거임.

이게 실바나스의 사고 방식을 단적으로 압축한 에피소드임.

실바나스는 부상당한 알레리아와 그런 알레리아를 습격할 수 있는 야수의 힘을 보고 이대로 있으면 알레리아가 죽을 거라고 확신함. 그래서 알레리아를 위해 자기가 나서 위험을 처리했지만, 결국 그로 인해 알레리아의 입지는 애매해져 버림.

미래는 알 수 없는데 실바나스는 자기 판단 하에 섣부르게 행동해 버렸음. 그 행동은 사랑과 선의에서 비롯된 행동이지만 결국 다른 모두에게 있어선 옳지 못한 행동이 되어버림. 

이런 실바나스의 행동이 이후로도 계속 반복된다는 걸 암시하는 것.

이와 비슷한 일이 리라스와도 얽혀서 또 나오게 되는데, 리라스가 살데릴의 연회에서 첫 데뷔를 하는 자리에 다른 가족들은 모두 참가할 수 없는 사정이 생겼지만 실바나스만이 억지로 우겨서 몰래 그 연회를 보러 감. 거기서 순찰대 사령관의 가문 출신이면서 싸움도 못하는 리라스를 비꼬고 욕하는 모습을 보고는 너무 열이 받아서 몰래 마비독 같은 걸 음료수에 타는데, 일이 꼬여서 이걸 주최자인 살데릴도 마셔버리게 됨. 그 때문에 연회장은 난리가 났고 이걸 로르테마르와 캘타스가 나서서 겨우 수습해 줬음. 

 
그런데 사실 커뮤니티를 보면 왜 소설 내용을 인게임에서 풀지 않느냐 하는데 사실 풀기도 힘들고 풀어봤자라고 생각함. 특히 책 후반부의 사건들은 이미 다 아는 내용이고 그걸 실바나스의 속마음으로 보는 것일 뿐이라 인게임에선 더 풀 방법이 없음. 

실바나스의 속마음을 요약해서 보여준 게 1년 전에 공개된 토르가스트 시네마틱이고 그게 곧 이 책을 압축 요약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음.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애초에 실바나스가 무슨 말을 해도 안 믿는 사람도 널려 있었고 토르가스트 시네마틱에서 대놓고 다 설명했고 다른 떡밥도 다 나와 있는데도 이해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음. 그래서 그냥 아예 실바나스의 속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소설 말고는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긴 했을 듯.

결국 소설은 그냥 이미 게임상으로 다 추리할 수 있는 내용에 약간의 조미료를 뿌렸을 뿐임. 책 그 자체로 보면 확실히 재미있기는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