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의 최근 행보에 대한 대부분의 비난이 개발팀을 향하는데, 사업팀이 진짜 적폐일 수 있단 생각이 든다.

어제 모든 직업 만랩찍은 기념으로 중복보유한 블엘,늑인을 종변이나 해볼까 했다.

서비스탭에 들어가 설명을 읽어보곤 갸우뚱....그냥 결제 안 했다. 

1.이름 변경         (이름 전환)                     -1만원
2.캐릭터 설정 변경 (이름, 성별 전환)              - 2만원
3.종족 변경         (이름, 성별, 종족 전환)       - 2.4만원
4.진영 변경         (이름, 성별, 종족, 진영 전환) - 3.5만원

블리자드는 '이름, 성별 전환'을 일괄 포함시키는 소위 '끼워팔기' BM을 만들었다.  (북미도 10,15,25,30 $) 

'끼워팔기'가 항상 나쁜건 아닌데, 누가 이 서비스를 구매할 지 고려한다면 정말 우둔한 전략이다. 

종변을 구매하는 '타겟'은 매우 '구체적인 욕구'를 지닌 고객이다. (사사게 스타가 신분세탁하는 용도 제외)

종족 변경은 와우저 중에서도 '형상변환', 혹은 'PVP,PVE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종특'을 위해 추가로 비용을 지불하는-소수의 '까다로운' 고객이다. 

이런 상대에게 불필요한 가능성이 높은 '이름, 성별' 까지 강매하는건 타겟의 심리를 파악하지 못한 반증이다. 

다시 말해, '난 종변만 필요하지만.....이름, 성별 전환도 포함돼 있네! 계산해보니 몇 천원 할인이네!'라며 지갑을 덜컥 열 바보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쓰지도 않을 '이름, 성별 변경'까지 억지로 구매하는 '손해보는' 기분에 결제를 꺼리는 유저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건 소비자 서베이 할 필요도 없다. 인간은 '개이득' 찬스로 얻는 만족감보다, '상대적인 손해'로 드는 불쾌함이 더 크다. 이는 마게팅의 기본 중의 기본이며, 경영학에선 거의 불변의 진리다. 비슷한 예로, 뷔페식당에서 '음식 남기면 벌금 1천원 전략'보단, 애초에 식비를 1천원 더 받고 '음식 안 남기면 1천원 할인 전략'을 쓰는게 더 높은 매출을 기록한다. 

정상적인 과금은 이름 변경1만원, 성별 '만' 변경 1만원, 종족'만' 변경 1만원, 진영'만' 변경 2만원이다. 여기에 성별, 이름, 종족, 진영까지 싹~다 바꾸고 싶은 유저를 위한 지금의 할인팩키지를 유지하는게 (장담하건데)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한다.  '종족만 변경은 1만원'은 언뜻봐도 상당히 매력적이고 솔깃한 상품아닌가? 

비싸다고 징징하는게 아니다. 이미 연말에 종변은 할인한다. 그리고 정확히 그게 문제다. '하던데로 연말에 세일이나 하자'는 그 게으름 때문에 지금의 블리자드가 개판된 거다. 

이건 비방디 액티비전 VS 블리자드의 대립이 아니다. 사업팀이 정상적인 직장인이라면 '동맹종족이 8개나 출시됐으니 종족과 관련된 과금이나 서비스를 다시 설계해볼까?'라며 업무 추진을 해야한다. 뭐 대단한 걸 요구하는게 아니라, 그냥 제발 자기 맡은 일만 좀 하라고.......숫자만 보는게 사업팀의 일인데, 제발 숫자를 똑바로 보라는 거다.  

과금정책 꼬라지를 보니 유물력이 떠오른다. 유물력을 이용해 컨텐츠 소모속도 늦추서 월정액 결제를 유도하는 전략은 개발자들의 로직이 아니며, 사업팀에서나 생각할 수있는 그야말로 소탐대실의 전형이다. 

p.s. 같은 연장선상에서....블코의 틀래식 마케팅도 한심하다. 유투버들이 플레이하는 실황 보여주기, 인벤 틀래식 링크 배틀넷 앱에 띄우기, 틀래식 만랩 찍으면 화심 마우스 패드 배송해주기는.....중딩도 30분이면 할 수 있는 단순한 수준의 아이디어들이다. 그냥 게으름. 
틀래식 유저랑 격아 유저가 양분되지 않게, 서로 유입돼 전체 풀을 키우려고 뭐라도 하는게 (설령 실패하더라도) 정상적인 직장인의 접근 방식 아닌가? 예를 들어 틀래식에서 60랩 찍으면 격아 부스팅을 주거나, 격아에 만랩있는 유저는 틀래식 백골마를 줘야 월정액 결제가 더 유도되는거 아닌가? 본섭에 만랩없는 계정들에 공짜 부스팅 뿌린다고, 그 '불특정 다수'의 몇 퍼센트가 복귀하나? 꾸준히 결제한 로열 커스터머들만 기분 나쁘지. 인간은 '개이득' 찬스로 얻는 만족감보다, '상대적인 손해'로 드는 불쾌함이 더 크다고.... 마케팅의 기본이라고. 지갑을 열 의지가 매우 분명한 타겟들이 눈 앞에 빤히있는데...그들을 집중공략해도 모자랄 판에. 사업팀은 마케팅의 기본인 타겟팅과 포지셔닝 개념을 알고는 있는건지, 도대체 어디서 일을 배운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