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초면이지만 심심해서 쓰는 일기같은 거니까 편의상 반말로 할게.

요즘 와우에 현자타임이 와서 어쩌면 조만간 접을거 같은데

와우인생 마무리 하기 전에 글이나 몇개 써볼까 해.

하이잘섭에서 제일 핫한 머더 이야기야.

 

 

먼저 난 하얼, 하호, 아호 세군데에 캐릭을 키우고 있어.

그 중 가장 애착이 가는 본캐릭은 하얼이야.

오리-불성때 달라란 섭에서 한참 하다가 접고 판다때 하이잘섭으로 복귀했지.

친구가 하는 말이 하이잘섭이 인구비율 5:5의 축섭이라는거야.

하이잘 섭에서는 대규모 필쟁이 심심하면 일어난다는 말에 확 끌린거지.

돌이켜보면 내 와우인생 중에 제일 재밌었던 건

달라란 섭에서 달터렉을 꾸리던 시절이거든.

(달터렉이 뭔지 아는 사람이라면 아마 기본 30대는 되겠지?)

그런 대규모의 쟁이 너무 재밌었는데 그런 상황이 필드에서 시시때때로 일어난다니

내가 혹하지 않을수가 있겠냐고.

 

 

하얼이 된 이유는 단순해.

그냥 호드는 불성때 했으니까 이번엔 얼라를 해보고 싶었어.

처음으로 스톰윈드 정문을 들어갈 때 느껴지던

그 웅장하고 성스로운 포스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

호드는 실버문 빼면 완전 난민촌밖에 없는데 ㅋㅋㅋ

스톰윈드 주변에서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분위기에 압도되어

난 진성 얼라가 되어갔어.





스톰윈드는 지금 봐도 정말 장관이야

 



 

복귀 시기가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아마 판다 5.2(공포의심장)때였을거야.

힘들게 만렙을 찍고 전역퀘를 하는데

쪼렙이다보니 호드 뒤치기에 엄청 죽었어.

억울하고 분했지만 난 약했으니 어쩔수 없었지...

시체지키기도 수없이 당했는데

그나마 다행인건 당시 하얼은 동지의식 같은게 굳건했던 걸로 기억해.

공개창에 도와달라고 하면 4-5명이 우르르 와줬으니까.

그게 어찌나 고맙던지...



정말 악으로 깡으로 키웠어.

그렇게 며칠동안 열심히 레이드랑 전장 다니면서 키우니까

이제 좀 해볼만 하게 되더라...

어느새 뒤치기를 당하면 기회를 엿보다 혼자 힘으로 보복할 정도는 된거야.

그러던 어느날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규모 필쟁이 일어났지.

아마 네바람의 계곡 필드보스인 운다스타 주변이었던거 같아.





그땐 호드 잡으러 이만큼 모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ㅎㅎ




일퀘하는 중에 저 멀리서 막 뭐가 번쩍번쩍 하길래 호기심에 갔더니

얼라 호드 30명 이상이 막 싸우고 있는거야.

복수의 칼을 갈고 있던 나는 당연히 그냥 지나칠수 없었지.

얼라들 사이에 숨어서 조사 키사 뿅뿅 날리고 죽척하고 ㅎㅎㅎ

킬수도 꽤 많이 올렸던걸로 기억해.




그렇게 첫 필쟁에서 이겼는데

도망가는 호드들과 널려있는 호드 시체들을 보면서 느낀

그때의 쾌감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

그날부터 난 "타도 호드!" 모드로 플레이하게 됐지.

전장에 다니는 것도, 상급(현재 신화)레이드에 도전하는 것도

모두 파밍을 해서 호드를 이기기 위해서였어.



공개창에서 누가 시체지키기를 당하고 있다는 말이 보이면

그때부턴 나 역시 그냥 지나치지 않았어.

나도 쪼렙때 도움을 많이 받은 만큼 고렙이 됐으면 이렇게 갚는게

도리라는 생각이 들었지.

그렇게 쪼렙들 퀘스트하게 호위도 해주고

지나가다 맞고 있는 얼라 보이면 도와주고

내 힘으로 안될것 같으면 파티창에 SOS를 쳐서 사람들을 모으기도 했지.

 

 

근데 그때 하얼들은 굳이 파티창에서 필쟁팟을 모으지 않아도

지나가다 호드가 설치는 모습이 보이면 욱해서 자발적으로 가담하곤 했어.

그렇게 작은 싸움이 큰 싸움이 되고

1:1로 시비 붙었다가 40 vs 40의 패싸움이 되기도 하고

그러고 보면 판다 초기는 참 재밌는 시절이었어.



지금은 대부분 유저들이 일퀘+레이드+쐐기 같은 컨텐츠만

마치 출퇴근 하는 것처럼 플레이하니까

어느 서버에서도 필쟁은 찾아볼 수 없는 옛이야기가 되었지.

정말 아쉬워...



필쟁은 대부분 얼라가 이겼던걸로 기억해.

당시에도 얼라가 호드보다 쪽수가 많았거든.

완전히 5:5라고 듣고 왔는데 그정도는 아니었어.

잘 봐줘야 6:4고 실질적으론 7:3 정도?

그래도 호드쪽에서 간간히 공대규모로 모아서 오곤 했으니

필쟁맛을 보기엔 충분했지.



그러다 그 균형이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는데

아마 판다리아 영원의섬이 개방되고 부터였던거 같아.

날탈이 안되는 지역이다 보니 필쟁이 활발하게 일어날거란 기대를 했는데

실상 개방하고 보니 호드는 맨날 다구리맞아서 퀘스트가 불가능할 지경이라

유저들이 대거 이탈하기 시작한거야.

이정도 인구수로 뭘 어떻게 하겠어?

그렇게 하얼은 아호같은 일반섭이 되어가고 있었지.



그때 급격히 부상하기 시작한게 머더야.

느닷없이 나타나 무차별적으로 하얼을 학살하는가 하면

주변 호드들을 모아서 필쟁팟을 꾸리고 얼라진영을 털기 시작했지.

수적으로도 언제나 호드가 열세였지만 

머더의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으로 극복해 나갔어.

수도사 리교수, 주술사 문프리스티스 같은 사람들은

얼라에게 공공의 적이 되었지.



나도 얼마나 얄미웠는지 몰라.

우리가 쪽수는 많으니까 대부분 결국 이기긴 했는데

머더 사람들은 도저히 죽일수가 없었거든.

뭔 듣도보도 못한 장난감이 그리 많은지

제대로 물었다 싶으면 갑자기 무적을 쓰고 귀환을 타버리거나

저 멀리 날아가버리곤 했어.

목표는 호드가 아니라 머더였는데...

저러니까 난 미쳐버리는 거지...





머더는 놓쳤지만 분풀이로 이렇게 호드 거점을 지키며 죄없는 양민들을 학살하고 했지...

그때 죽은 하호 갓만렙들아 정말 미안해...



어느새 게임의 목적이 '타도 호드!'가 아니라 '타도 머더!'가 되기 시작했지.

공개창에서 '머더 밀어냅시다'가 올라오면 반드시 참가해서 몰아내곤 했어.

아마 하얼에 나같은 사람 많았을 거야.

순식간에 20명 넘는 공대가 구성되곤 했으니까.



퀘스트 하는 중에도 머더가 보이면 기회를 보다가 풀 쿨기 몰아넣어 보고
승산 없다 싶으면 도망가고 ㅋㅋㅋ

도망을 가더라도 얼라들 많은쪽으로 유인해서 잡기도 하고

나도 그렇게 머더를 괴롭히곤 했어.



머더랑 싸우다 보니 나도 슬슬 장난감을 활용하게 되더라.

'금이간부적'이라는 장난감이 대표적이었지.





플레이어를 순간 20초동안 완전 무적으로 만들어주는 사기템인데

위험할 때마다 이걸 쓰고 귀환을 타곤 했어.

대신 3회 사용 가능이라 3번 다 쓰고 나면 리필하러 가야했지.

그렇게 나도 이 아이템으로 머더를 약올리곤 했는데

어느날... 머더들 모여있길래 약올리려고

쿨기 몰아넣자마자 부적쓰고 /메롱 /모욕 이런거 쓰면서 귀환 타고

부적 리필하러 갔는데...

리교수가... 부적 리필하는 곳까지 쫓아온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화살표가 위치한 곳이 부적을 먹는 좌표야

보다시피 얼라 전용 거점 바로 위에있지.




순간 너무 어이가 없더라고...

부적 획득하는 장소는 얼라 호드 나눠져있고 여긴 얼라진영인데 

여기가 어디라고 쫓아와 ㅋㅋㅋㅋㅋ

순간 막 경외심? 존경심? 같은것마저 들었어 ㅋㅋㅋㅋㅋ

그래서 도망가거나 반격할 생각도 못하고

그저 /박수 /존경 이런것만 치면서

그냥 등 대주고 맞아줬지.



가만 생각해보니 호드는 항상 열세인게 뻔하고

퀘스트 진행조차 어려운 지경이었는데

대체 무슨 사명감으로 저렇게까지 얼라한테 맞서는지 궁금해졌어.

그리고 저 꿋꿋함 만은 인정해줄 수밖에 없었지.



그다음날,

머더가 모여있길래 가서 /인사 를 건넸어.

두말할 것도 없이 머더는 인사를 쌩까고 날 죽였지.

그래도 이젠 니네들이 싫지 않다는 뜻을 전하고 싶었어.

죽고 죽고 또 죽었지만

계속 일어나서 머더에게 가서 /인사, /존경 만 하고 그대로 죽었어.

한 10번쯤? 그러고 나니까 이젠 안죽이고 날 가만히 보더라고 ㅎㅎㅎㅎㅎ

그날부터 머더랑 마주치면 뒤치같은건 안하고

같이 /인사 나누고 /춤 추면서 장난쳤지.

물론 필쟁이 벌어지면 가담해서 서로 싸웠어.

어쨌든 나는 얼라고 우리 거점은 지켜야 하니까.



그러던 어느날 내 마음이 얼라에게서 (정확히는 하얼에게서)

완전히 떠나버리는 사건이 발생하게 돼.

추억팔이 하다보니 생각보다 너무 길어졌네.

이건 조만간 다음에 쓸게.



p.s : 아! 지금 내 신분은 머더야.

아호, 하얼에도 길드가 있지만 진짜 마음이 가서 활동하는 길드는 머더 뿐이야.

근데 진짜 머더들하고는 노선이 좀 달라.

이점도 가입할때 분명히 얘기해뒀고.

난 하얼 인구수가 줄어드는걸 원하는건 아니라서 양학이나 뒤치같은건 하지 않지만

퀘스트하다가 뒤치기 많이 당하다보면 폭발해서;;

그땐 밤새도록 양학하기도 해...

그래도 평시에 내 원칙은 '선빵은 치지 않는다'야.

이런 머더도 나밖에 없고.

혹시 질문 같은 거 있으면 남겨줘.

답변할만한게 있으면 다음편 내용으로 다뤄볼게.



그럼 모두 즐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