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한 남자가 살았습니다.



탄탄한 육체와 강인한 정신, 세상 만물을 꿰뚫어 보는 혜안



워낙 고뇌와 번민이 많았던 탓일까요. 태어나서 한번도 미용실에 가보지 않았지만 가운데는 휑합니다.



그러나 그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의 이름은 '데르수 우잘라'

어린시절 내내 시베리아 평원의 야생에서 홀로 자라온 그는 비범한 기운을 풍깁니다.
성인이 된 이후에 마을에 내려온 그는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고 유일한 문명의 취미를 즐기며 살아갑니다.
아니 취미라기 보단, 취했다는게 맞겠지요.


그 것은 바로 예.술.

 
항상 등짝에 자신이 그린 나무캔버스를 메고 다니는 '데르수'는 자신도 언젠가 전시를 열어보고 싶다는 꿈이 있어요.



거기엔 가슴 뛰는 무언가를 그려내고 싶다는 욕망이 혼재되어 있었죠.
정물화는 아름답긴 하지만 그의 마음을 적시진 못했어요.



고즈넉한 풍경화는 풍광의 아름다운 향취를 느낄 수 있었지만 무언가 활기는 모자란 듯 했어요.



캔버스의 프레임을 변형한 정말 기발하면서도 기본기에 충실한 작품을 봐도 마찬가지.



그런데 이 그림은 보자마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간 보지 못했던 대범한 색감과 살아있는 듯한 활기!

높은 채도의 옐로우에서 나오는 따뜻함과 마치 빛나는 듯한 광채 !



'데르수'에게 크나큰 감명을 준 작품. 그는 지금껏 자신이 직접 그리던 그림을 제외하고 
작품을 보며 감동하고 감명받기는 처음이라서 그런지 가슴 속 뜨겁게 차오르는 무언가를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졌습니다. 그림 속 해바라기가 뛰쳐나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겁니다 !



잠시 혼란을 느낀 '데르수'는 바람을 쐬러 밖으로 뛰쳐 나옵니다.



그렇게 도착한 남아메리카 부근 어느 고대도시



자연과 문명의 거대함에 데르수는 또 한번 감명을 받게 됩니다.



아! 그림 속 작은 세상의 바깥은 장엄하고도 위대하구나!
데르수는 그렇게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납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동쪽의 어느 궁전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데르수는 다시금 놀랐습니다.



이걸 대체 누가 만들었을까?



이 거대한 문명을 창조한 예술가들은 어디에 있을까? 



데르수는 그들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찾아다니기 시작했어요.



아무리 떠돌아 다녀도 누가 만든건지 데르수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답니다.



찬란하게 건설된 문명의 거대한 건축물과 도시 속, 데르수는 어린시절 자연에서 느꼈던 공허함을 느낍니다.



도대체 나는 어디서 부터 왔으며, 누가 창조하였는가 ?

나를 둘러싼, 아니 내가 그 안에서 숨 쉬는 이 모든 위대한 것들의 시초는 무엇인가?

모든 진실과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데르수는 복잡한 물음 속에 광활한 어느 사막에서 덩그러니 서 있습니다.

들숨과 날숨의 촉감을 콧가에서 느끼며, 그저 그렇게 그 곳에 서 있습니다.

그래도 나를 처음 본 사람들이 부르던 그 이름 '데르수 우잘라'라는 이름만은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이름으로 인하여 존재하고 인식될 나의 역사, 기록될 흔적.

예술이란 소멸하는 육체의 유한을 무한의 기록으로 탈바꿈 시켜주는 나만의 작은 고치가 아닐까

그는 생각합니다.






룩의 테마:
동양의 선인

왼손엔 어떤 물이던, 음식이던 받아먹는 용도의 술잔
오른손엔 평소 자신이 가장 아끼는 그림을 그린 나무판자

인류애를 담은 사랑의 벨트
가운데는 자유로움 양 허벅지엔 튼실함을 부여한 판금 핫팬츠
맑은 하늘을 천으로 물들여 염색 시킨듯 한 영롱한 부츠.

탄탄한 육체미 자체가 옷이라 걸치지 않은 상체.
한번도 자르지 않아 길지만 어딘가 머리카락이 없는 모순적인 머리.
가운데가 텅 비고 주변에 찰랑이는 머릿결은 마치 하늘에 있는 어떤 존재를 위한
작은 신호마냥 텅빈 정수리는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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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의 마지막까지 낭만공대를 돌며 세트를 수집하다가

갑작스레 모든 욕심과 허례허식이 덧없게 느껴져 미니멀리즘하게 룩을 꾸며보았습니다.

작명한 '데르수 우잘라'는 1975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동명의 영화를 모티브로 오마주하였습니다.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덧입혔지만, 가장 간단하면서도 눈에 띄는 독특한 프레임을 연출하고 싶었습니다.

다소 엽기적으로 느끼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보면 볼수록 느껴지는 매력과 귀여움이 은은하게 느껴집니다.

사랑의 벨트로 모두가 하나 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