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에서 가끔 막공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꾸준하게 막공을 짜고 있기에 여러가지 일들을 겪고, 어제는 정말 멘탈이 나락까지 떨어지다가 가까스로 추스려서 당부의 글을 써 봅니다.
장문이니 이런 글 싫어하시는 분들은 뒤로 나가주시면 감사합니다.

1. 오실 때 적정스펙/마부/특성은 신경 써 주세요
낙스가 나오고 안퀴는 하위 레이드가 되었지만, 엄연히 현존하는 2번째로 어려운 상위 던전입니다.
저는 최대한 많은 분들이 최대한의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저 또한 스펙을 맞췄음에도 불구하고 경력자만 뽑는 풍토에 레이드를 못 갔던 기억이 있어 막공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안퀴는 줄구룹 졸업, 검둥 갓 파밍을 시작하신 최저 스펙이신 분들도 다 받아갑니다.
그런데 아무리 최저 스펙까지 받는다지만 마부를 1도 안해 오시는 건 정말 너무하다고 생각합니다. 마부는 같이 레이드를 뛰시는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길드에 계신 분들이 부캐로 참여하신다던가 와린이 길드원께서 가신다고 하시면 제일 먼저 템검사 후 마부 요구를 드립니다. 머리/다리까지 풀 마부를말이죠.
하지만 막공으로 오시는 분들까지 그렇게 디테일하게 체크할 수는 없는데 뭔가 조금 이상해서 살펴보기를 하면 십중팔구 템/마부/특성 등이 처참한 수준입니다.
살펴보기까지 안가도 EXRT라는 공대장 애드온을 쓰면 신상 하나~하나~, 도핑 하나~하나 다 나옵니다.
다들 성인이시고 그 중에는 꽤나 나이가 있으신 분들도 있기에 저는 그 분들을 바로 저격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일찍 결혼 하셨으면 제 아버지 뻘인 분도 계실겁니다!)
즐거우시려고 게임하는건데 지적 당하면 얼마나 기분이 상하시겠어요. 그렇기에 '부족하신 분들은 말씀은 안드리겠지만 본인이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음번에는 꼭 적정 라인 지켜주세요~'라고 말하고만 마무리 합니다.
그리고 그분들 와린이 아닌거 다 알아요... 진짜 와린이들은 귓말에서부터 티가 납니다. 귓 하실 때 '제가 이러저러해서 레이드가 처음인데 유튜브는 보고 왔어요 ㅠ ㅠ'이렇게 귓이 와요. 특성도 완벽, 템이나 마부도 거의 완벽하게 오십니다. 가끔 진짜 모르는 초보와린이들이 아예 마부를 안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만은 그건 제가 짚어드리면서 오늘은 이대로 가시고 다음번에는 마부 잘 해서 또 같이 가자고 권유드립니다. 그러면 담번에 오실 때 완벽하게 셋팅해 오시고 그걸 보는 저는 너무 뿌듯하죠.
그런데 문제가 되는건 위에 서술한 고인물들의 부캐죠. 이 분들은 알 거 다 아시는 분들이, 진짜 작정하시고 쌀먹골셔배럭을 만들어서 참여하십니다.
이런 분들이 한두분이면 모를까 이제 끝물이 된 지금, 한 공대에 열 분 이상이면 진짜 답이 없습니다. 이 정도면 프로와우저 할애비가 와도 손절할거에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적정수준 템파밍/마부/특성은 맞춰주시고, 좀 모자란다 싶으면 꼭 싼 도핑 하나라도 먹고 성의있게 참여 해 주세요.(딜낮으면 인간적으로라도 상신비, 거비+무기오일숫돌은 발라줘여...)

2.공략을 모르면 말씀하세요.
전 공략 모른다고 결코 면박 안줍니다. 저도 와린이에서 시작했는데 올챙이적 시절 기억 못하고 '그것두몰라요?' 라고 면박 주면 사람이 아니죠.
단, 모르시면 제발 말씀을 하세요.
이제 하위레이드인 안퀴는 브리핑을 길게 하면 시간만 길어지기 때문에 탱힐지정, 징찍기, 점사,메즈 등 간단한 오더만 하고 바로 갑니다.
하지만 와린이가 있으면 조금 시간이 들어도 브리핑을 좀더 디테일하게 하려고 노력해요. 근데 제가 처음오신분 계시면 귓말 달라고 요청 할 때는 입 꾹 다물고 계시다가 나중에 전멸 사고 치시고 '몰랐어여 ㅠ'이러시면 어떡합니까.
이것도 마찬가지로 진짜 와린이들은 무서워서 재깍재깍 귓말을 주는 반면, 부캐들로 오셔서 조작이나 부캐 클래스의 역할을 잘 알지 못하고 사고 치시는 게 대부분입니다.
자신의 역할을 모른다? 말씀만 하시면 공장이 뭐 하셔야 될지 정해 드릴거에요.
아무도 귓말이 없으니 다들 공략 확고로 오셨겠지~ 라고 생각하고 출발했다가 일제사격으로 쫄애드 왕창, 쌍둥이 안면어글, 노딜컷 풀딜, 중간 쫄 안잡음, 녹광테러 등.
안퀴 첫주차인줄 알았습니다. 5페이즈 초기도 아니고 냥님들에게 일제압수 오더는 좀 아니잖아요ㅜ

3.공장 말 좀 들어주세요
제 말투가 유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다들 이제 고인물 되셨다고 그런건지는 몰라도 요즘 공장말은 BGM취급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따로 행동하시는 건 좋은데 꼭 그렇게 행동하시다가 쫄 애드 왕창 내시고 전멸하고 그런 난리가 없습니다.
뒤로 오라면 뒤로 오시고, 앞으로 가자면 앞으로 가시면 됩니다. 공장이 경매만 하고 공대를 짜는데만 필요한 거 아닙니다.
어제 안퀴에서 부득이하게 저 없이 쫄구간을 진행해야 될 일이 있었는데 전멸하시더군요. 제가 쩌는 공장은 아니지만 이런 공장이라도 공장 말이 생각보다는(?) 도움이 됩니다. 그러니까 말 좀 따라주세요.

이렇게 쓰고 보니 후련하네요.

불성이 이어질지, 아니면 클래식이 끝일지, 아니면 리셋을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되든 저는 아직은 접을 생각이 없고, 제가 여기까지 게임을 즐겨오며 초보시절 부족한 저를 이끌어주신 많은 막공장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늘 가지고 있기에 저도 받은만큼 많은 막공을 짜서 베풀고 싶습니다.

하지만 상기 사례처럼 호이를 둘리로...가 아니라 호의를 베푸는 사람을 호구 취급하시면 저 뿐만 아닌 다른 막공장님들도 그렇고 반복되는 헬팟에 지치고, 막공 손절 선언을 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손해보는 건 막공을 다니시고 싶은 유저분들, 그리고 소수의 와린이들입니다.

막공장 그거 별거 아닌거 갖고 유세부리네,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저희가 소모하는 정신적/시간적/물질적 자원을 고려하면 이 정도는 요구할수 있지 않을까요? :D 돈을 달라는것도 아닌데 ㅠ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