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데'의 후계를 주장하지만, 본질은 전혀 다른 게임
'백 포 블러드'는 출시 이전부터 굉장한 관심을 받아왔습니다. 장르 자체로 아름다운 '코옵 슈터'에다가 해당 장르계의 전설인 '레프트 4 데드(이하 '레포데')'의 정신적 후계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대대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죠. 게임을 선보임과 동시에, 해당 장르 팬들의 관심을 독차지한 셈입니다.
문제는 개발사인 '터틀락 스튜디오'가 그간 그리 편한 길을 걸어오진 않았다는 겁니다. '레프트4데드'의 원안 아이디어를 생각해내 이를 성공적으로 게임화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업적입니다만, 밸브에서 분사한 이후 야심차게 내놓은 '이볼브'의 결과는 썩 좋지 못했습니다. 그 때도, 그들은 '레포데의 개발진'이 만든 게임임을 줄기차게 우려먹었습니다.
어쨌거나, 이들의 작전은 유효했습니다. '레포데'가 굉장한 게임이긴 하지만, 2021년인 지금에 와서 되돌아보면 곰팡내가 풀풀 나는 고전 게임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그 어떤 게임도 세월은 못 이깁니다. 그럼에도 '레포데'의 추억을 가끔 되새기던 게이머들은 이 '백 포 블러드'를 기대하기 시작했죠.
저도 그 중 한 명입니다. 군 전역 후 놀러오라는 친구의 말에 네 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내려간 부산에서, 잠깐 시간이나 때우자고 갔던 PC방에서 처음 켰던 '레프트 4 데드'를 잊지 못합니다. 수십가지 놀 계획을 짜 두었지만, 이 게임때문에 다 망했거든요. 이틀 내내 게임만 한 후 집에 오는 버스 안에서 '이럴 거면 왜 부산까지 갔을까'라고 생각했던 후회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렇게, '백 포 블러드'가 출시되었습니다. 첫 인상은 이렇게 나이스할 수가 없습니다. 쏟아지는 좀비, 터지는 유혈, 인세의 지옥도가 있다면 이곳일까 싶을 정도로 잘 구현된 분위기의 아포칼립스 세계와 좀비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피범벅이 된 주인공들은 좀비 슈터의 팬들에게 장엄한 감동까지 줍니다. 하지만, 감동 받자고 게임 하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중요한 건 이 게임이 '재미있냐'는 겁니다.
게임명 : 백 포 블러드(Back 4 Blood) | 개발사 : 터틀락 스튜디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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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데'와 '백포블'은 엄연히 다르다.
게임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보자면, '레포데'와 '백포블'은 매우 유사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후속작이나 확장팩으로 봐도 이해가 될 정도로 비슷하게 보이는 부분들이 많죠. 네 명이 한 팀을 이룬다는 것, 그리고 수없이 쏟아지는 좀비(백포블에서는 '리든'으로 칭합니다)를 헤치고 안전 가옥까지 나아가는 형태의 기본 게임 디자인, 구간에 따라 런앤건, 아레나 등 여러 슈터 기믹이 도입되어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레포데와 백포블은 엄연히 다른 게임이며 이 차이점은, 게임의 배경 설정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레포데'의 주인공들은 말 그대로 '생존자'입니다. 좀비 바이러스 창궐 이후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뭉친 4인조가 '우연히' 놓여 있는 다양한 무기들을 손에 넣어 좀비의 머리통을 깨부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죠. 반면, '백포블'의 주인공들은 생존자가 아닌 '청소부'로 지칭됩니다. 이들은 설정 상 감염 매개체인 '벌레'에 면역을 가진 인물들로, 주로 의뢰를 받아 생존자 구출이나 보급품 확보, 경로 돌파 등의 임무에 나섭니다.
이런 설정의 차이는, 게임 내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레포데'의 등장 인물들은 아무런 특수 능력이 없습니다. 미식축구 라인맨을 뛰었던 '코치'나 방송국 보조 PD로 일하던 '로쉘'은 기본적으로 피지컬의 격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게임 내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다들 그냥 살기 위해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는 인간 군상일 뿐이며, 게이머에게는 그저 외모의 차이가 있는 캐릭터일 뿐이죠.
하지만 '백포블'의 등장 인물들은 면역을 지녔으면서도, 임무를 맡아 위험으로 뛰어들 정도의 담력과 전투력을 입증한 이들입니다. 그렇기에, 이들은 전투에 걸맞는 각각의 특성을 지니고 있고, 이를 게임 내에서 유감없이 드러냅니다. 적을 처치할 때마다 활력을 얻는 '홀리'는 근접 무기를 들고 최전선에 서며, 피해 전담에 적합한 '짐'이나 '워커'는 강력한 개체를 전담해 처리하는데 적합합니다. '닥(게임 내에선 '도크'로 번역)'이나 '맘'은 치료와 서포트에 특화되어 있죠.
이렇듯, 각 캐릭터가 가진 '차이점'은 백포블의 핵심 시스템인 '카드 덱' 시스템과 맞물려 시너지를 냅니다. 어떤 카드를 챙겨가냐에 따라 특수 개체를 한 방에 끊어내는 '핵딜러'가 될 수도 있고, 수십마리의 잡좀비를 단신으로 틀어막고도 풀체력을 유지하는 불사신 탱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차별화되는 카드 덱과 캐릭터 특성은 게이머들의 합의와 합쳐져 게임 내에서 '역할'을 정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됩니다.
반면, '레포데'는 모든 캐릭터와 무기가 같은 성능을 지니고 있기에, 게임 내적 요소보다는 개인의 실력이 '차별화'의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세 명의 게이머가 변실금에 걸려도, 엄청난 실력의 1인이 있다면 날아오는 헌터를 밀치고 스모커를 끊어내며 이른바 '멱살캐리'가 가능하며, 일반적으로 좋은 실력의 게이머가 선봉에 서고 비교적 실력이 떨어지는 게이머들은 졸졸 따라가면서 뒷처리를 하게 되죠.
물론 높은 난이도의 게임을 진행하면 자연스럽게 앞 열은 앉아야 하고, 구석진 자리를 잡고, 특수 좀비에 칼같이 핑이 꽂히는 등 협동의 중요성이 대두되지만, 이는 게이머들이 알아서 할 문제지 게임에서 '이렇게 하라'고 하진 않습니다. 레포데는 어디까지나, '쏟아지는 좀비를 뚫고 생존하는 게임'이라는 틀만 제공할 뿐이죠.
'백포블'은 다릅니다. 레포데가 틀만 제공할 뿐 플레이 방법은 한도 내에서 알아서 하라고 방치하는 쪽이라면, '백포블'은 노골적으로 플레이 스타일의 정립을 요구합니다. '도구는 우리가 마련해줄테니, 그 안에서 너만의 플레이 스타일을 만들어봐라'는 식이죠.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레포데'에서 숙련된 산탄총 유저들은 펌프 시간을 스킵하기 위해 밀치기를 활용하며, 멀리 떨어진 대상을 산탄총으로 처리하기 위한 '버니 합'에 통달해 있습니다. 하지만 '백포블'의 산탄총 덱은 극도로 정확도를 높이면 멀리서도 흔들림 없는 조준점으로 '저격'이 가능하고. 재장선 속도를 대폭 확보하면 8발의 탄약을 한 발씩 모두 채우는데 2초가 채 걸리지 않습니다. 근접 거리에서 사살 시 임시 체력 확보나 임시 체력 확보 시 데미지 감소 등의 시너지 카드를 넣어두면 산탄총 하나로도 대부분의 상황에 대처 가능한 딜탱 역할을 맡을 수 있죠.
이쯤 되면, '그럼 게임이 너무 쉬워지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쉽습니다. 조준점이 전혀 흔들리지 않는 중기관총이나, 타격할 때마다 체력이 차오르는 야구배트를 광속으로 휘두르다 보면 협동 게임이라기보단 액션 활극에 가까운 게임을 하는 기분입니다. 어디까지나 '신병' 난이도에서는 말이죠.
▲ 아무리 난사해도 카드의 힘으로 전혀 벌어지지 않는 조준점
'난이도'로 정리되는 백포블의 재미 요소
개인적으로 '백 포 블러드'라는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인상깊게 느낀 부분 중 하나가 '난이도'의 조절이었습니다. 백포블에는 신병, 베테랑, 나이트메어라는 세 개의 난이도가 존재하며, '신병' 난이도는 '레포데'의 보통이나 쉬움 난이도와 비슷한 수준을 자랑합니다. 라운드를 진행할 때마다 덱의 카드를 하나씩 적용하게 되니 점점 쉬워질 것 같지만, 맵 디자인과 목표, 적에게 버프를 주는 오염 카드 등이 등장하기 때문에 후반부에 가면 생각처럼 쉽지는 않죠.
액트 후반부는 꽤 난이도가 있어 신병 난이도에서도 자주 게임이 터지곤 합니다만, 그래도 신병 난이도는 아무런 부담 없이 처음 게임을 시작한 게이머들도 즐겁게 리든의 머리를 깨며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문제는, 바로 다음 난이도인 '베테랑'부터입니다.
백포블의 베테랑 난이도는 신병 난이도에서 충분히 보급 포인트를 모아 적당히 카드를 해금하고, 게임에 대한 이해, 무엇보다 '협동'을 요구합니다. 신병 난이도에선 무적의 탱커였던 근접 특화덱의 '홀리'도 베테랑에서는 혼자 웨이브를 막아서기는 어렵습니다. 멀찍이서 토사물을 쏟아붓는 '렛치'나 속박 작살을 쏘아대는 '호커'가 하나둘 섞이게 되면 답이 없는 수준인데, 베테랑부터는 이런 특수 개체들이 많게는 너댓마리씩 한 번에 쏟아집니다.
▲ 딱히 방심도 안 했는데 순식간에 터지는 게임
신병 난이도에선 없었던 아군 피해가 적용되기에 앉을 경우 아군 피해를 없애 주는 카드를 기용하거나 카드가 없으면 총 한 발 한 발을 주의깊게 쏘아야 하며, 적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탄약이 매우 부족해지기 때문에 팀원 간 탄약 분배와 무기 선정이 중요해집니다. '백포블'에는 총 네 종의 탄약이 존재하며, 모든 탄약을 휴대 가능하기 때문에 뭐든지 다 모아 두었다가 자신이 쓰지 않는 탄약을 분배하는 형태로 균형을 맞춰줘야 하죠.
이쯤에서, 앞서 말한 '역할'의 중요성이 두드러집니다. 백포블의 핵심 시스템인 '카드' 중에는 적용되는 순간 정조준이나 달리기가 불가능해진다거나, 받는 피해가 증가되는 등의 '패널티 카드'가 존재하기 때문에, 한 방향으로 특화되는 덱을 구성하면 '올라운드'는 불가능합니다. 앞에서 웨이브를 받아낼 탱커와 체력 및 자원 수급을 담당할 서포터, 그리고 특수 개체를 끊어낼 주력 딜러들이 베테랑부터 서서히 정립되기 시작하고, 각 역할에 특화된 플레이 감각을 익히게 되죠.
정리하면, '베테랑'은 말 그대로 숙련자들을 위한 난이도입니다. 간혹 자존심 때문에 신병 난이도를 스킵하고 베테랑으로 게임을 시작하는 게이머들이 존재하는데, 백이면 백 초반부에 게임이 터지고 울면서 신병으로 향하게 됩니다. '레포데'는 동물적인 감각과 피지컬로 감당이 됐겠지만, 이 게임은 카드 해금이 없이는 불가능에 가까우니까요. 재미있는 건, 충분히 준비가 된 게이머들은 또 그리 어렵지 않게 베테랑을 클리어해나간다는 겁니다.
여기서 한 단계 오른 '나이트메어'는 말을 삼가겠습니다. 여긴 안전가옥에서 나감과 동시에 게임이 터지기도 하는 난이도이며, 플레이 자체가 도전인 난이도입니다. 완전한 덱을 갖추고, 본인의 역할을 완전히 숙지한 게이머들만이 이 난이도를 돌파하면서 이런 저런 연구를 거듭하고 있죠. 하드코어 협동 게임으로 유명한 'GTFO'와 유사한 감각을 주는 난이도입니다.
왜 이 '난이도'라는 게임의 일부에 이렇게 많은 지면을 할애할까 싶으시겠지만, 다 이유가 있습니다. 백포블은 여러모로 완벽하다고 할 수 없는 게임이지만, 난이도에 상승에 따른 재미 창출은 분명 진짜입니다. '신병'이 좀비 슈터의 쾌감을 보여주는 구간이라면, '베테랑'은 본격적인 협동이 필요한 시점이고, '나이트메어'는 게임에 숙달된 이들이 스스로를 증명하는 장이죠.
▲ 이러다 아군 머리라도 긁으면 바로 게임 터지는 거다
게임 시작과 동시에 베테랑을 플레이해보면, '이런 변태같은 게임을 어떻게 하란 거지?'싶지만 신병을 모두 클리어하고 덱과 실력이 갖춰질 때 쯤이면 베테랑 난이도는 적절히 도전적인 난이도가 되며, 이를 모두 돌파할 때 쯤이면 '나이트메어'도 그럭저럭 플레이가 가능한 수준으로 보이게 됩니다. 카드 해금 속도와 게이머의 게임 숙달 속도, 그리고 게임 난이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갑자기 게임이 쉬워진다거나, 급격하게 어려워지기보단 납득 가능한 선에서 게임이 계속 이어지는 형태가 되죠.
어려워 보이는 목표를 한 단계씩 밟아 나가면서 느끼는 '향상심과 성취감'. 그리고 그 과정에서 특화된 역할을 도맡아 해내는 'RPG의 재미 요소'. 각종 돌발 상황에 반사적으로 대처해내면서 느끼는 '슈터의 쾌감'이 '백 포 블러드'라는 게임의 궁극적인 재미를 만들어내는 조각들이기 때문입니다.
재미는 있는데 친구 셋은 있어야 그 재미가 느껴진다
난이도가 어쩌고, 롤이 어쩌고, 카드 덱 시스템이 블라블라 다 치워두고 그래서 '게임이 재밌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충분히 재미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백 포 블러드는 재밌습니다. 앞을 막는 녀석들의 머리통을 사정없이 휘갈기며 쏟아지는 아드레날린을 느끼는 근본적인 재미도 있지만, 보다 효율적인 클리어를 위해 카드를 구성하는 과정이나 멍청한 실수를 하는 친구를 보는 것 또한 나름의 재미를 줍니다.
하지만, '레포데'가 과거 90점에 가까운 스코어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 '백포블'은 여러 평론에서 평균적으로 70점대 중-후반의 점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에서 느끼는 재미 만큼이나 이런 점수도 플레이를 충분히 한 입장에서 분명 납득이 가는 부분입니다.
하나의 미디어나 유저가 부여한 점수에는 분명 주관적 견해가 섞일 수밖에 없지만, '평균'은 다수의 중론으로 이뤄집니다. 그리고 그 수치에는, 게임의 재미 요소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가 작용하기 마련이죠. '백포블'의 문제는 이겁니다. 게임의 디자인은 좋고, 재미도 흠잡을 데 없지만, 그와 별개로 게이머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가장 많이 지적받는 부분은 볼륨과 가격의 관계입니다. '백 포 블러드'는 스팀 정가 68,800원이라는, 정가 게임 치고도 굉장히 비싼 게임입니다만, 게임의 볼륨은 그 가격에 못 미칩니다. 첫 스테이지부터 엔딩까지 하나의 난이도로 쭉 달리면 5시간 정도면 충분히 끝을 볼 수 있으며, 카드 해금과 고난이도 도전을 위해 반복 플레이를 해야 하긴 하지만, 이 반복 플레이를 게임의 볼륨에 넣는다는 건 양심이 없는 겁니다.
게임의 알파 볼륨이 적다면, 내적으로라도 힘을 준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다양한 무기가 있지만 월등히 많은 것도 아니고, 특수 개체들은 같은 모델링을 돌려쓰기해 구별이 쉽지 않은데다 성의조차 없어 보이고 렛치의 구토 사정거리, 호커의 작살 쿨다운, 톨보이류의 약점 가리기 숄더롤 등은 불합리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게이머들이 생각하는 적절한 가격대가 4만원 중반대인 걸 생각하면, 게이머와 개발사가 잠정적 가격 합의에 실패했다는 걸 뜻하죠. 결국, 현재 많은 게이머들은 '엑스박스 게임패스'를 통해 천 원의 가격에 한 달간 게임을 즐겨보는 형태로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곧, 출시 후 한 달이 지날 11월 중순 즈음엔 유저 풀의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PVP 모드인 '스웜'도 다소 아쉬운 모드입니다. '레포데'의 멀티플레이는 싱글 캠페인을 그대로 옮겨 와 생존자 팀은 캠페인을 그대로 진행하면서 보다 똑똑해진 좀비를 상대하고, 좀비 측은 생존자의 탈출을 방해해 최대한 시간을 지연해야 했습니다. 다음 라운드엔 역할을 바꿔 탈출 시간을 겨루는 형태였죠.
반면, 백포블의 '스웜'모드는 구간 탈출이 아닌 무한 방어가 목표입니다. 어쨌거나 결국은 리든 측이 이기는데, 청소부 팀을 무너뜨리기까지 걸리냐가 핵심이죠. 문제는, 승패의 핵심은 청소부 측일 때의 플레이에 달려 있음에도, 결국은 청소부가 패배하는 결말이 기정 사실이다 보니 이겨도 도무지 이긴 것 같지가 않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리든으로만 플레이한 후 게임을 탈주하는 유저가 속출하고, 이 때문에 정상적으로 스웜 모드를 플레이하긴 참 어려운 상황입니다.
게다가, 장르의 태생적 한계인 '친구가 있어야 재미있다'를 극복하지도 못했습니다. 신병 난이도야 큰 문제 없이 퀵플레이로 난입해 즐길 수 있겠지만, 게임의 진짜 재미를 주는 베테랑 이상 구간부터는 무작위 매칭으로 게임을 하는 건 솔직히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적도 강하지만, 말이 안통하는 상태에서 리든의 스파이짓을 하는 아군의 모습은 인간 혐오를 유발합니다. 사실 적보다 이게 더 매울 때가 많죠. 뭐... 그 아군도 절 보고 비슷하게 생각하긴 했을 겁니다. 입장이란 다양하니까요. 어쨌거나, 소통 없이는 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닙니다. 문제는, 이 소통 없이 할 수 없는 난이도가 게임의 가장 핵심적인 재미를 만들어내는 구간이라는 겁니다.
결국, '백 포 블러드'는 좋은 게임이지만, 그 좋음을 느끼기까지의 길이 너무나 멀고 험난합니다. 버젓이 쓰라고 만들어둔 퀵플레이로 팀웍을 만들기는 로또보다 어렵고, 그 부족한 팀워크라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게임 내 소통 편의기능은 영 좋지 못합니다. 탄 분배가 굉장히 중요한 게임임에도 탄약 관련 퀵메뉴가 전혀 없죠.
분명 재미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 재미까지 접근하려면 말이 통하는 친구 셋이 필요합니다. 그 재밌다는 '잇 테이크 투'도 친구 한 명이 필요해서 외면받는 상황인데, 이 게임은 무려 세 명이 필요합니다. 대저 게임이라 함은 혼자 할 수 있어야 값어치를 한다 볼 수 있습니다만, 이 게임은 죽었다 깨도 혼자서는 게임이 지닌 재미를 전부 느끼는게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이 많은 단점과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할 때의 재미만큼은 진짜입니다. 완성된 파티와 한 단계씩 올라가며 앞으로 나아가는 재미는 분명하고,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게 만드는 힘이죠. 아이러니하게도, 터틀락 스튜디오의 전작인 '이볼브'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버렸습니다. 분명 재미는 있는데, 그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기까지가 참 고난이죠. 개발사가 같으니 비슷할 수야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마지막마저도 이볼브와 비슷하진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