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게임 음악을 굉장히 자주 듣는 편입니다. 거의 항상 게임 OST를 찾아다니곤 하고, 사운드 클라우드로 듣고 다니죠. 게다가 해외 게임에서 유명한 OST가 많지만, 이제는 국내의 음악도 어디 가서 부럽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퀄리티로 등장하는 것이 요즈음이라 국산 게임 OST도 많이 찾아다닙니다. 그만큼 '상향 평준화'가 이뤄졌다고 해도 될 정도죠.

하지만 아쉬운 것이, 일본이나 해외 차트에 보면 게임 음악이 순위를 차지하는 때도 제법 많은데 국내는 그런 일이 거의 없지요. 애초에 게임 음악이 정식 음원으로 발매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이기도 한데, 아무튼 국내 유저들은 OST를 찾아보려면 아주 힘이 듭니다. 게임 클라이언트에 있는 음악을 찾는 것도 손이 가는데다가 음질도 썩 좋지는 않죠.

이런 유저들에게 희소식이 있으니, 바로 '넥슨 사운드팀'의 네코드라는 존재입니다. 네코드는 넥슨의 게임 음악 전문 브랜드로서, 게임 음악들을 알리고 대중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활동을 한다고 합니다. 넥슨 사운드팀은 네코드를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부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이미 네코드의 론칭과 함께 메이플스토리의 'Masteria through Time'과 '인연의 붉은실'을 OST 앨범으로 발매하기도 했어요. 이후에는 NDC와 네코제에서 직접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고요.

긍정적인 시도입니다. 사실 게임 음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겪는 불편함은 음원이 '발매'가 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였거든요. 넥슨 사운드팀에서 이를 해결해준다는 기쁘기는 한데, 이들은 어떻게 해서 이런 활동을 결심하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앞으로의 넥슨 사운드팀의 과제와 방향성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습니다. 기자이길 떠나서 저도 음악을 좋아하는 한 명의 게이머였으니까요.

인벤에서는 넥슨 사운드팀의 김달우 팀장과 '은토' 박혜수님을 만나 넥슨 사운드팀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김달우 팀장은 이전부터 엔도어즈의 '영웅의 군단'의 사운드를 담당하면서 '레테' 등 많은 곡을 작곡한 것으로 유명하죠? '은토' 박혜수 A&R은 이전부터 인디가수로도 활동했고, 넥슨 사운드팀에 합류한 이후 보컬로서 NDC와 네코제에서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답니다.

▲넥슨 사운드팀의 '은토' 박혜수 A&R(좌), 김달우 팀장(우)


Q. 먼저 넥슨 사운드팀에 대해서 소개를 부탁합니다.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달우
=먼저 하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넥슨 사운드팀과 '네코드'가 등호 관계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넥슨 사운드팀이 '네코드'를 관리하는 팀이 맞긴 하지만, 네코드는 좀 더 큰 차원이에요. 넥슨의 사운드를 알리는 채널이라는 개념이랄까요? 그리고 넥슨 사운드팀은 좀 더 사운드 관련 콘텐츠 제작에 중심이 맞춰져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네코드는 '레이블'이고, 넥슨 사운드팀은 '기획사'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현재 넥슨 사운드팀은 총 열한 명으로 구성되어 있고요, 팀은 음악 유닛, 사운드 디자인 유닛, 스튜디오 엔지니어링 이렇게 3개로 나뉘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기본적으로 사운드팀은 '아스테리아(ASTERIA)'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고. 맡는 역할은 먼저 네코드에서 자주 접하는 음악 프로듀싱이 있습니다.

공연이라던가 음원 제작, 보컬도 있고 은토님은 작사까지 겸임하고 있어요. 가창 연주와 음악적인 것들, 그리고 효과음까지요. 저희끼리는 사운드 디자인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폴리 아트라고 하는, 뭔가를 두들겨서 효과음을 만드는 기법도 있는데, 이런 것도 저희가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팀을 결성하면서 영화 쪽에서 사운드를 담당하시던 분들도 저희 쪽으로 많이 오시게 됐죠. 이 외에도 각종 녹음이라던가, 상호 어레인지도 해보고 있고 대본을 보고 어떤 성우가 좋을지 컨설팅을 하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 넥슨 게임들의 사운드 관련 업무를 도와주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Q. 두 분은 넥슨 사운드팀으로 어떻게 합류하시게 됐나요?

김달우
=음, 저는 원래 엔도어즈에 있었습니다. 작년 11월 즈음에 넥슨에서 사운드팀을 개편한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이정헌 부사장님이 자리를 추천해줘서 옮기게 됐어요. 당시에 엔도어즈에서 앞으로의 방향을 고민하고 있던 차이기도 했고요. 딱히 심경의 변화나 그런 큰 계기가 있지는 않았어요. 현재는 사운드팀의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은토(박혜수)
=저는 원래 외부에서 김달우 팀장님과 음악 활동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이번에 입사 권유를 받아서 같이 일을 하게 됐죠. 현재는 사운드팀 음악 유닛에서 A&R과 보컬을 맡고 있어요. 인디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고요.



Q. 넥슨 사운드팀의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작업에 어려운 점이 있나요?

김달우
=저희가 작년 11월에 개편을 하고 나서, 음원 제작 쪽으로 방향성을 잡아가는데 고민이 생겼었어요. '사람 숨결이 들어간 음악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하고 있었죠. MIDI는 한계가 있거든요. 좋은 퀄리티의 음악이 나오긴 하지만, 현장에서 여러 사람들이 합을 맞춰 음악을 느끼면서 녹음하는 건 달라요.

그 차원에서 제일 먼저 뽑아야겠다고 생각한 사람이 보컬과 기타였어요. 기타는 현악이라서 건반하고 느낌이 많이 달라요. 사람의 연주와 기계의 연주가 차이가 다르다고 할까요? 그래서 기타리스트를 데려와서 거의 모든 곡에 기타 녹음을 진행했어요.

두 번째는 가사가 없는 허밍이라도 노래를 부를지언정, 사람의 목소리가 들어간 곡을 만들려고 보컬 은토님을 영입한 거예요. 지금은 메이플부터 시작해서 많은 곡들이 보컬 곡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시도를 아직 낯설어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언제쯤 자연스럽게 정착이 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은토
=드라마를 볼 때 남녀 배우와 서로 싸우거나 연기를 할 때 보컬 OST가 자연스럽게 깔리는데 그걸 방해라고 보는 건 별로 없었거든요. 하지만 유독 게임은 그게 방해되거나 낯설어하는 느낌이 강하죠. 장르나 게임마다 조금씩 다르긴 할 수도 있죠. 게임도 그런 느낌이 거의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인식을 바꿔나가는 게 조금 힘든 상황이에요.

김달우
=음…그리고 뭐 하나 더 꼽자면, 저희가 전사를 지원하는 팀이 돼서 맡고 있는 프로젝트의 수가 어마어마합니다. 하나하나 깊이 있게 지원을 하고 싶은데 시간이 부족하거든요. 하나하나 최선을 다하고 있긴 하지만, 인원을 더 늘려야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Q. 넥슨 사운드팀 밴드는 어떻게 결정하시게 됐나요? 그리고 공연을 하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은토
=온라인에서만 듣던 음악을 오프라인으로 꺼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유저들의 니즈도 많았던 것 같고요. 제가 넥슨 사운드팀에 들어와서 맡은 역할 자체도 '퍼포머'였거든요. 노래도 하고, 공연도 맡아서 진행하는 역할도 수행하게 되죠. 그래서 이번 NDC를 시작으로 네코제까지 공연을 진행하게 됐어요.

김달우
=게임 음악들이 요즘은 '상향평준화'라고 할 만큼 수준이 올라갔어요. 오케스트라 녹음을 할 수도 있고, 마케팅 쪽으로도 살짝 고민해보면 유명 뮤지션도 섭외해볼 수 있죠. 이렇게 많은 것들이 상향화된 상황에서 우리가 선도할 수 있는 건 뭘까 했습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공연이더라고요. 은토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공연 쪽으로는 경력도 있고, 경험도 많아요.

하지만 요즘에는 게임 음악을 찾고 싶어서 어디서 들어야 할지 모르죠. 음원 사이트에 등록된 것도 소수일 뿐이니까요. 그래서 차라리 우리가 대중들에게 찾아가자. 유저들에게 찾아가서 공연을 하기 시작하면, 음악을 하는 의미가 남달라지지 않을까 싶어서 공연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아직은 시작 단계이긴 하지만 앞으로도 기회가 닿으면 계속 공연을 해보려고 합니다.


▲ 넥슨사운드팀은 NDC에서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Q. NDC나 네코제에 참여하는 형식 말고, 넥슨 사운드팀이 주관해서 직접 콘서트를 개최할 계획도 있나요?

은토
=의향은 많죠. 유저들이 원해야 해요. 어떻게 보면 궁극적인 목표라고도 할 수 있어요. 모객 걱정 없이 유저분들을 많이 모을 수 있을 정도로 인지도를 쌓아야 하겠죠. 지금 당장 하기에는 시작한 지 얼마 안되서…

김달우
=실제로 가요 쪽이나 음반 업계를 들여다봐도, 콘서트가 기획사 차원에서 바로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어요. 보통은 니즈가 먼저 들어오거든요. 어느 정도 니즈가 쌓이면 이제 우리가 콘서트를 해도 될 것 같다. 그런 흐름으로 가는 게 보통입니다. 아마 저희들도 그런 순으로 가게 되지 않을까요?

은토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어요. 유저분들이 계속해서 콘서트 열어주세요라는 요청을 넥슨 쪽으로 주시고, 충분히 니즈가 쌓이면 콘서트를 열 수 있을 것 같아요.

김달우
=아직은 두 번밖에 노출이 안된 터라, 최대한 공연을 많이 하고 싶은데 어떤 공연이 좋을까 하는 고민도 있긴 합니다.

은토
=공연을 하면서도 새로운 세계를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이번 네코제 공연에서 중간에 연주곡으로 '마비노기'의 '어릴적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 전설'을 연주했었는데, 팬분들이 반응하는 정도가 정말 남 달았어요. 그동안 음악을 해 오면서 한 번도 접하지 못 했던 반응이었죠. 엄청났거든요.


Q. 은토님은 보컬 겸 A&R도 담당하고 계시는데, 보컬은 공연을 하면서 보통 사회자의 역할도 맡게 되잖아요? 부담도 많으실 것 같아요.

은토
=사실 노래도 부담되긴 하는데, 보컬한테는 진행도 요구하니까 처음에는 어려웠어요. 보컬은 입담이 좋아야 하는데, 관객들과 놀면서 관객들의 기분이 상하게 하면 안 되고요. 아직도 어렵긴 한데, 편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네코제는 방문하시는 분들이 '팬심'을 깔고 들어오시니까, 저에 대한 것보다도 좋아하는 노래의 멜로디만 나와도 호응이 나오니까 한결 마음이 편했어요. 메이플스토리와 마비노기 쪽이 정말 팬층이 강한 것 같아요.


Q. 공연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달우
=음, 게임 음악이 어려운 게 MIDI 기반이라서 연주가 불가능한 음이 많아요. 기타만 해도 손가락 여섯 개를 잡는 음이 나온다거나 하거든요. 그래서 그걸 라이브용으로 편곡해서 진행하게 됩니다. 메이플스토리의 음악은 쉬운 편이었어요. 보컬 곡도 많아서 공연용으로 적합한 곡도 많았고요.

은토
=보컬곡도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아르피엘 같은 경우는 아이돌 그룹이 부르는, 멤버 넷이 부르는 걸 혼자서 부르게 되니까 숨이 차더라고요. 여러 목소리가 겹쳐서 들려야 하는 부분에 혼자 나오니까 어색하기도 하고. 혼자서 화음도 내야 하는데 그건 안되니까....



Q. 게임 OST, 혹은 음원들을 '음반'으로 발매할 계획은 없나요? 앞서 말하신 것처럼 음원사이트에도 등록되어 있지 않아 찾아듣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김달우
=네. 그게 넥슨 사운드팀의 첫 번째 설립 목표였어요. 넥슨은 근 20년 동안 많은 음악을 만들어왔는데, 그 음악이 공중분해되어 있었거든요. 워낙에 오래돼서 저작자 정보를 확인하고 있는 음악도 있고, 여러 루트에서 음원들을 수급하려고도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오래전 음원의 경우는 원본 사운드를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죠.

어떻게 보면 게임 안에서 음악도 하나의 작품인데, 아티스트들의 이름이 기록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당시에 음악을 누가 썼는지라도 기록해뒀다면 지금 이렇게 찾고 있지는 않겠죠. 네코드에서 하려고 하는 음악들은 모든 아티스트들의 이름을 기록하려고 해요. 네코드를 소개하려고 할 때도 그랬었죠.

음악이 남지 않는다, 이건 결국 '발매'를 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사운드팀이 개편된 이후로는 계속 발매를 권유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메이플스토리'의 마스테리아, 그리고 '데미안' 곡이 나왔던 것도 저희 업무의 연장선상이에요. 앞으로도 발매할 곡들이 꽤 있고, 조만간 또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네코드는 '중간'입니다. 넥슨과, 저작자들과, 유저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합니다. 그만큼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해요. 아카이브의 역할이랄까…박물관처럼 음원을 소장하고 누구든지 음원 원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역할을 맡고 싶어요. 그게 잘 된다면 힘들게 아티스트 분들을 모시지 않아도 저희를 찾아오시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질 수 있겠죠. 그런 '매개체'의 역할을 맡고 싶습니다. 가요 쪽에서는 A&R이라고, 그런 직업이 따로 있어요. 저희 팀에서는 은토님이 그 역할을 맡고 계시죠.


▲국내 음원포털에도 등록된 메이플스토리 OST '데미안' - 마지막 혈전
그러고보니 데미안도 하드모드 스우와 함께 아직 잡히지 않은 보스입니다.

Q. 요즘은 스트리밍이 음질이 많이 좋아지긴 했어도 여전히 게임에서 추출하거나 공식 홈페이지에서 공개된 음원들을 보면 음질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네코드에서 제공하는 음원은 좋은 음질을 기대해봐도 될까요?

김달우
=네. 애초에 그것도 발매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에요. 그동안 제작 공정률이 아쉽긴 했었죠. 업계에 대한 아쉬움이랄까.... 음원 제작 공정들을 많이 스킵하고 진행하시곤 합니다. 자꾸 가요랑 비교하는 것 같아 좀 그렇긴한데…가요쪽은 정말 제대로 프로세스를 잡아서 진행하거든요.

저희도 그걸 따라가고 있어요. 24/96 음원이라고, 고음질 포맷이 있는데 그걸로 모든 음원들을 만들어두고 있습니다. 그런 서비스를 지원하는 채널은 아직 많이 없거든요. 아이튠즈가 국내에서는 거의 유일한 편인데…아이튠즈도 해외랑 비교하면 좀 아쉬운 부분이 많죠.

아무튼 이런 음질에 대한 이슈는 발매를 제대로 진행하면서 해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듣고 계시는 게임 음악들은 대부분 추출 음원이라, 게임 내에서는 용량 이슈가 있어서 손실 압축을 많이들 쓰시니까요. 하지만 음원을 발매하게 되면 용량 이슈가 없으니까, 원래 게임에서 들으시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음질로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도 UCC를 제작하시는 분들이 저음질로 부르실 때 속상했어요. 아, 좀 더 멋진 음질로 음악이 들어가면 더 멋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었을 텐데 하고요. 하지만 제가 만든 게 아니라서 원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있다고 해도 저희가 개인적으로는 드릴 수 없으니.

게임 음악들이 좀 더 생활 안으로 파고들었으면 해요. 음악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상황과 맞물려있는데다가 개인적인 게 크거든요. 결국 이런 것들이 발매와 연결되는 문제이긴 합니다. 길거리, 라디오 등등 차 안에서 들을 수 있는 것 자체가 플랫폼 확장이라고 생각해요.

음원 발매가 수익이 목적이 아니라, 여기에 발매를 함으로써 많은 채널을 통해 사람들이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는 거거든요. 블로그의 배경음이라던가, 라디오, 방송 PD들이 보고 드라마나 광고에도 넣을 수 있겠죠. 많이 알려지고, 개인화되는 작품이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게임이 디지털콘텐츠이다 보니까 시간이 지나면 어디로 사라지는지 모를 때가 많이 있더라고요. 그게 음악이든, 게임이든 똑같아요. 결국 문화의 하나잖아요? 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기록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있어요.

은토
=저도 게임하는 유저분들 외에도 대중 분들이 듣기 좋은 음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게임 음악에 대한 기대치가 낮으니까. 앞에 말 다 빼고 그냥 '좋다'. 그런 이야기만 듣고 싶어요. 게임 음악치곤 좋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가사를 꼭 집어넣으려고 하는 거고요.

지금도 캐릭터나 설정에 맞춰서 작사를 하고 있긴 하지만, 뭔가 너무 특정적인 단어를 넣지는 않으려고 해요. 그냥 듣기에도 개인적 경험으로 상상할 수 있는 가사로요. 예를 들어 '사랑의 메르세데스'하면 메이플 스토리 유저분들은 단박에 알겠지만 아닌 분들은 잘 모르잖아요. 하지만 '사랑의 당신'하고 이야기를 하면 모르는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죠.



Q. 요즘에는 '우타이테'라고 해서, 인터넷으로 가수 활동을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분들과 함께 작업해보실 의향은 없나요?

은토
=인터넷 가수, 우타이테든 기성 가수든 해외의 가수든 누구든지 같이 해보고 싶어요. 제가 A&R을 역할을 하다 보니, 보컬분들의 자료를 많이 찾아보고는 있습니다. 굳이 가수가 아니더라도 UCC 같은 형태로 자신을 PR 하시는 일반인들도 있거든요. 그중에서 목소리 좋은 분들을 찾아 나서곤 있어요.

김달우
=지금은 넥슨 사운드팀에서 보컬을 맡고 계신 게 은토님뿐이니까, 저도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은토님 혼자 다 하시다가는 금방 번아웃 되실 수도 있거든요. 물론 가창을 주로 하되, 보컬은 보컬이 잘 이해하니까 고민해봐주는 역할을 같이 하고 있어요.

어떤 노래가 있다고 하더라도, 노래하는 사람은 많아도 곡에 어울리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그런 건 보컬이 잘 알고 있죠. 그래서 '보컬로이드'가 굉장한 거라고 생각해요. 곡을 대신해서 불러준다는 게 쉽지가 않거든요. 그런 사람을 찾는 것도 일이고요. 저도 구입하긴 했는데 아직 잘 사용하진 못하고 있어요.


Q. 최근 떠오르는 이슈가 VR인데요, VR은 기존과는 달리 사운드가 체감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해 R&D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는데, VR과 사운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김달우
=음, 이야기가 약간 길어질 수 있을 것 같은데…영상 발전은 엄청 빨라요. 저희도 SD와 HD의 화질 차이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고, 카메라를 구입하실 때도 화소 수를 보시는 분들이 많죠. 하지만 음악은 좀 발전이 느린 편이에요. CV 음질을 아직도 최고로 치고 있는데, 벌써 2-30년 된 음질이거든요.

실제로 작업을 할 때도 고음질로 소스를 작업해요. 하지만 이걸 재생할 수 있는 환경이 아직 대중화되지는 않은 것 같아요. VR은 사운드가 체감에 주는 영향이 많으니까, 사운드 발전이 VR 덕분에 좀 더 급진적으로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어요. VR은 일반 환경에서 하나의 차원이 더 생긴 거잖아요? 2차원 화면에서 3차원으로요. 그러면 사운드도 이제 좌우, 원형으로 들을 수 있던 것에서 하나 더 깊이 들어가게 되는 거거든요. 사운드에도 뎁스가 생기기 시작하는 거죠.

사운드를 하고 계신 분들에게 VR은 많은 도전거리가 될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기술적인 발전도 아주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봅니다. 단순히 소리가 어디에서 들리냐는 차원이 아니라, 촉각까지 건드릴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다만 어떤 형태로 뻗어나갈지는 저도 감히 예상을 못하고 있어요. 저도 그런 기회를 만나면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해봐야겠다, 제대로 공부해서 확실히 알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하나의 대상을 가지고 느끼는 점이 다르죠. 여행을 가도 단순히 사진, 기념품으로만 남는 게 아니죠. 여행을 갔던 사람만이 알고 있는 분위기, 바람이라던가 날씨, 그리고 풍경 등등 모든 게 조화를 이뤄서 복합적으로 기억에 남죠. 그런데 게임은 유독 시각과 청각만 건드려야 하잖아요? 그래서 아마 VR이 오감 중에서 하나 더 건드려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사운드도 그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넥슨 사운드팀의 포부를 한 마디 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은토
=음, 저희가 하는 일이 흑역사가 되지 않았으면 해요. 좋은 선례가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게임 음악이 이렇게 나오고, 다른 곳에서도 저희처럼 노래하거나 노래를 만들어서 발매하시는 분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고요. 저희의 역할과 입지가 자연스러웠으면 좋겠어요.

김달우
=저는 커다란 포부까지는 없는 것 같아요. 지금의 페이스를 잘 유지하고, 우리 팀이 잘 하고 있는 근원적인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좋은 음악을 만들고 사운드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게임을 해도 소리를 끄지 않고 하는 세상이 왔으면 해요. 그 외에는 어떻게 더 좋은 음악을 만들지 스스로 고민하고 연구하는 게 숙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