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숲은 자연과 강한 유대를 가진 야생의 영혼이 죽은 뒤 환생을 기다리는 장소로 사후 세계라고 느껴지기 보다는 포근한 안식의 숲이라는 기분이 절로 듭니다. 이질적인 풍경과 신비로운 광경에 우주 어딘가 존재하는 다른 행성에 온 것 같기도 하고 마법의 숲같은 몽환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입니다.

천국이나 지옥 그 어떤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몽환숲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만의 독특한 사후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디자이너의 고뇌와 상상력을 아래에서 함께 만나 보시죠.


#1. 몽환숲 성소 외관


매트 오코너 - 선임 콘셉트 아티스트 (Matt OConnor – Senior Concept Artist)

겨울 여왕 궁정의 초기 구상안입니다. 여왕이 가장 신뢰하는 신하들만 출입이 허용된 공간이죠. 이 커다란 마법의 나무 밑동에 창이나 기둥과 같은 건축적인 요소를 추가하여 나무껍질과 가지가 이루는 자연적인 리듬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는 듯한 모습을 원했습니다.


#2. 몽환숲 개발 중 디자인


가브리엘 곤잘레즈 - 환경 아티스트 (Gabriel Gonzalez – Environment Artist)

"몽환숲은 처음부터 천상계인 은하수와 나뭇잎이 천연의 지붕을 이룬 풍경을 결합하여 우주적인 공간으로 상상했습니다.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처럼 거대한 나무가 우뚝 서 있고, 나뭇가지와 잎이 지붕을 엮은 듯 성운을 닮은 마법의 천장이 형성된 풍경이 그려졌습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대표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약간의 움직임을 주면서 자연적인 생명과 윤회를 상징하는 의미를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결국은 거목 한 그루의 가지가 우아한 모양으로 얽혀 신비한 그물 같은 모양을 이루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고, 여기에 에메랄드의 꿈에서 접한 요소를 살짝 가미하게 되었습니다. 이 나무가 몽환숲 주변을 떠도는 령을 끌어들여 몽환숲에서의 스토리텔링에 근본적인 역할을 합니다.


#3. 페어리


애리얼 페인 – 캐릭터 아티스트 (Ariel Fain – Character Artist)

이 지역 캐릭터 중에서 페어리를 가장 먼저 디자인했습니다. 고전적인 판타지 장르에서 묘사하는 요정의 외모를 참고하되 몽환숲이라는 환경 특유의 신비로운 빛을 활용하여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미학적 테마에 맞는 독특하고 기이한 요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페어리를 디자인하면서 나방 이미지를 정말 많이 봤는데요, 날개 모양이나 솜털이 많아 푹신해 보이는 특징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장난스러운 캐릭터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약간 짓궂은 느낌을 주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4. 보르카이


애리얼 페인 – 캐릭터 아티스트 (Ariel Fain – Character Artist)

보르카이는 참 흥미로운 디자인이었습니다. 이미 이와 비슷한 켄타우로스 형태의 캐릭터가 많기 때문에 보르카이를 새 캐릭터로 소개하면서 참신한 외모를 생각해내는 과정이 재미있는 도전으로 느껴졌죠. 디자인 초기 단계부터 몽환숲에 사는 생물체는 대부분 야생이라는 느낌을 살리고자 마음먹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전에 선보인 캐릭터들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요소를 고안하는 것이었고 그래서 좀 더 동물에 가까운 특징을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이 디자인은 아이벡스(야생 염소의 일종)를 많이 참고했는데 아이벡스는 거의 몸길이 전체에 가까울 정도로 길고 멋진 뿔 모양이 특징입니다. 디자인에 커다란 뿔을 더하고 보니 실루엣이 나뉘는 효과와 함께 강한 힘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5. 게걸충


제이 냄 - 캐릭터 아티스트 (Jay Nam – Character Artist)

존재의 목적이 '분해'인 생물체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단순한 작업으로 여겨질지 모르지만, 실제로 작업해보니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했습니다. 몽환숲의 게걸충은 현실적이고 친숙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신비롭고 참신한 외모여야 했습니다. 제가 상상하는 몽환숲의 이미지가 바로 그렇거든요. 그래서 실존하는 여러 종류의 곤충을 참고하여 여러 부위를 조합해 색다르게 느껴지는 무언가를 창조하기로 했습니다. 예를 들어 게걸충의 더듬이는 나방을, 뿔은 사슴벌레를 참고한 것입니다. 몸 색깔은 몽환적인 색을 택해 식습관이나 성장 방식을 추측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몽환숲의 생명체가 이루는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생태계를 탐구하는 과정이 참 즐거웠습니다.


#6. 룬수사슴


나타샤 닐슨 - 캐릭터 아티스트 (Natacha Nielsen - Character Artist)

몽환숲은 정말 근사한 공간입니다. 이곳에 어울리는 생명체를 디자인하고 모형을 제작하는 것도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저희는 언뜻 보면 수사슴처럼 생겼는데 자세히 보면 아제로스에서 지금까지 접한 어떤 생물과도 다른 느낌이 드는 존재를 창조하고자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몸의 털과 꼬리에 나뭇잎을 더했고, 몸 전체를 따라 유기적인 령 모양이 은은하게 빛을 내도록 함으로써 이 생명체가 정말로 숲에 속한 존재라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또한 모양이 각기 다른 사슴뿔 세 종류를 만들어 수사슴의 외모에 충분한 다양성을 부여하고자 했습니다.

룬수사슴의 경우 방어구 두 겹을 얹으면 탈것 역할도 해야 합니다. 몽환숲의 전반적인 디자인과 테마를 반영하는 의미로, 방어구에도 나뭇잎 모양과 유기적인 디자인을 활용했습니다. 여기에 쓰이는 소재는 몽환숲의 다른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과 같아야 했죠. 그래야만 나이트 페이가 플레이어를 위해 탈것의 방어구를 직접 제작한 듯한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약단과 일관된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가죽을 주된 소재로 고수하면서 나무 수액으로 만든 유리, 나뭇잎을 더하고 극소량의 금속을 포인트로 사용했습니다. 이 캐릭터와 탈것 버전을 만드는 작업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여러분도 얼른 어둠땅에서 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7. 나이트 페이 성약단 방어구


최석주 - 캐릭터 아티스트 (Sukjoo Choi – Character Artist)

발샤라, 잿빛 골짜기와 하이잘 등 시원한 숲 느낌의 지역은 이미 많이 만들어봤지만, 몽환숲은 그보다는 좀 더 고차원적인 개념입니다. 이제까지 다뤄본 곳보다 좀 더 비현실적인 공간이죠. 나이트 페이 성약자 방어단 세트를 디자인할 때도 이와 같은 아이디어를 결합하고자 했습니다. 어떤 부분에도 금속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규칙으로 삼았죠. 이제까지 제작한 방어구에 금속이 차지하는 비율을 생각해보면 (천으로 만든 세트조차도)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그래서 령의 힘으로 보강하고 경화한 목재로 뒤덮인 판금 세트를 고안했습니다. 플레이어 여러분에게 독특한 외형의 방어구 세트를 선보일 좋은 기회였고 개인적으로 결과물에 무척 만족합니다.


#8. 령 가지 격자


가브리엘 곤잘레즈 - 환경 아티스트 (Gabriel Gonzalez - Environment Artist)

몽환숲을 대표하는 모양은 나뭇가지 같은 격자무늬였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서 바로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 일단 령이 격자무늬를 이루며 받침대 없이 스스로 서 있는 모양을 생각해냈고요. 어느 정도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성장하면서 우아한 형태를 갖추게 된다는 느낌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몽환숲 주민이 주변의 환경을 변화시키는 신비한 원리를 살짝 전달하고자 한 것이죠. 이 디자인은 아르누보 주얼리나 암흑 수정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9. 나이트 페이 성약단 등 부착물


나타샤 닐슨 - 캐릭터 아티스트 (Natacha Nielsen – Character Artist)

나이트 페이 성약단이 사용할 등 부착 아이템 디자인은 정말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저는 유기적인 디자인을 무척 좋아하는데 지역 전체에 워낙 멋진 캐릭터와 환경적인 요소가 가득해 풍부한 영감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등 부착 아이템의 경우 하나하나가 각기 독특한 특징을 갖는 디자인을 추구했습니다. 날개는 몽환숲 전체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나무와 꽃으로 만든 격자무늬를 많이 참고했고, 날개에서 은은한 빛을 내는 성긴 부분은 나방 날개에서 흔히 보이는 "눈"을 떠올리게 하고자 했습니다.

두 번째 등 부착 아이템은 캐릭터의 등에 그 지역 나방이 올라앉으면 등불이 되는 방식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때때로 양쪽 날개가 열려서 플레이어를 앞에서 본 모습이 마치 등 뒤에 나방 날개가 달린 것 같은 모습으로 변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자루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 지역의 온갖 흥미롭고 낯선 식물을 수집하고 연구하는 약초채집사라면 이런 자루가 하나씩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10. 몽환숲 테마 오디오 - 풍경 음향


데이비드 로빈, 음향 감독 (David Rovin, Sound Supervisor)

자연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친숙한 테마입니다. 다만 몽환숲은 좀 남다른 존재이므로 지금껏 아제로스에서 경험해본 것보다 훨씬 광대하죠. 몽환숲의 음향은 좀 더 신비롭고 기이하면서도 마치 숲속을 걷는 듯한 기분에 뿌리를 둔다는 근본적인 테마는 그대로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사후 세계지만 푸르른 숲인 이곳에서는 령 가뭄의 타격을 눈과 귀로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숲의 생존을 위해 일부 생명이 메말라가도록 희생시켜 망각의 심연으로 사라지게 해야 하는 잔혹한 선택의 길에 놓여 있습니다. 숲이 살아남아야 자연의 정령들이 다시 태어나 야생을 섬길 수 있기 때문이죠. 슬픔에서 자장가로, 상실에서 희망으로 넘어가며 생존과 보전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음향을 디자인했습니다.

이 구역의 마법은 순수하고 청량하며 절제되어 있습니다. 마법이 결핍되면 땅이 마르고 버석버석해지고요. 음향을 만들면서 아스트랄(astral)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아스트랄이라는 단어 안에는 묵상적인 차분함, 고요함 같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으면서도 영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이곳은 드루이드의 땅입니다. 이곳을 다스리는 수장인 겨울 여왕은 태도와 어투에서 이런 특징을 구현합니다.

새 소리, 풍경 소리, 바람 소리 등 유기적인 소리를 소재로 삼았습니다. 이런 소리는 본질적으로 이 구역과 어울리는 조성이고, 령이 없는 곳에서는 이런 소리가 나지 않아 대비를 이룹니다. 령이 없어 죽은 공간에는 흙먼지, 마른 바람, 잔가지, 굵은 가지와 같은 좀 더 땅에 가까운 음색을 채웠습니다. 덕분에 삶과 죽음, 윤회라는 이곳의 이야기를 소리로 전할 수 있었습니다.


#11. 몽환숲 테마 오디오 - 윤회와 망각


글렌 스태퍼드, 수석 작곡가(Glenn Stafford, Principal Composer)

몽환숲에서는 령 가뭄 때문에 자연의 정령이 윤회할 것인지, 망각 속으로 스러져갈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선 상황을 접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윤회와 망각이라는 개념을 음악에 반영했습니다.

윤회는 자장가 같은 느낌으로 표현했습니다. 이 테마를 가장 단순하고 소박한 형태로 나타내면서도, 향후 버전에도 계속 포함할 기본적인 "DNA"는 그대로 살리는 방향을 추구했습니다. 어린아이 같고 순수한 테마이며, 3/4박자로 진행되지만 독특하고 예기치 못한 코드와 변주가 일반적인 자장가와는 사뭇 다릅니다. 단순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동시에 마법과 자연이 가득한 이곳의 근본적인 복잡한 성격과 구조를 살짝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윤회와 망각 사이의 중간지대는 좀 더 발전된 형태로 테마를 최대한 드러내면서 퍼포먼스를 강조하여 표현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여전히 단순한 천연의 아름다움을 강조하지만, 더 큰 배열로 넘어가면 가벼운 측면과 어두운 측면을 오가며 넓은 범위를 아우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템포가 빨라졌다 느려졌다 하는데, 마치 계절이 바뀌면서 자연의 변화가 느껴지는 것처럼 밀고 당기는 느낌을 더했습니다.

망각이라는 테마도 시작은 같은 아이디어에 기반을 두었지만, 윤회보다 훨씬 침울하고 어두운 방식으로 표현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생명과 힘의 원천이 빛이 바랬다는 느낌이죠. 심지어 공기조차 텅 빈 것 같이 말입니다. 시간이 더디게 터벅터벅 걸어가는 것 같고, 가뭄이 이어지는 긴 겨울이 쉬지도 않고 계속 이어집니다. 원래의 오프닝 멜로디는 나중에 생각난 듯이 덧붙여질 뿐으로 빛과 아름다움을 살짝 암시하지만 그조차 머나먼 기억에 불과합니다.


어둠땅 스토리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