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유니티를 처음 제대로 접한 건 2016년의 일이었다. 이전에도 게임 엔진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써보면서 수박 겉핥기로나마 안다고 조금 허세부릴 정도가 됐던 건 당시 게임 개발자 국비 지원 교육을 받고 나서였으니까. 아무 것도 모를 시절 실습만 따라하기 급급했던 유니티를 기자가 되고 나서 접할 기회가 많아졌고, 그 연으로 어쩌다보니 유니티로 게임 만들기를 기획으로 도전했던 적도 있다.

물론 나 자신의 부족한 기획력에 벼락치기로 익힌 것도 그나마 많이 까먹은 상황이라 도무지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없는 뱀머리에 지렁이꼬리 작품, 아니 작품이라 하기 부끄러운 결과물이 나왔긴 하다. 그렇지만 직접 만들어가면서 자료를 찾고 씨름하는 과정에서 유니티의 변화 그리고 유니티 코리아의 변화를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도저히 내가 하기 어렵다 싶었던 것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기능들이 뒷받침되고, 그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붙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변화는 유니티 그리고 유니티 코리아의 모두가 이끈 것이겠지만, 유니티 코리아라는 배를 지휘하는 대표의 역할도 있었을 터. 오랜만에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유나이트 2022로 본사 그리고 여러 지사의 임원들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와중에, 김인숙 유니티 코리아 대표와 잠시 7년간 업계의 변화에 맞춰온 유니티 코리아의 진화 그리고 변치 않는 ‘근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 김인숙 유니티 코리아 대표



■ 유니티 코리아에 오고 7년, 유니티 본사가 한국 시장을 주목하기까지

“11월 12일으로 딱 7년이 되는데, 오래 다녔다는 생각도 들고. 7년 전 11월 13일에 17명으로 시작해서, 올해 말이면 200명이 될 것 같다.”

처음 유니티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김인숙 대표는 5년 정도 지났을 때에야 체감이 됐다 회고했다. 올해 11월 12일로 딱 7년을 맞이한다는 말과 함께 오래 다녔다, 라는 감상도 있었다.

가장 크게 변한 것 중 하나로 인력이 충원되고 회사 규모가 커진 걸 꼽은 김인숙 대표지만, 그로 인해 파생된 변화는 매출 추이가 아니라고 답했다. 통상 10배 이상 인력이 늘면 매출이 그만큼 늘어났으리라 기대하지만, 매출은 10배까지는 증가하지 않았다. 물론 이전에 비하면 매출은 확실히 늘긴 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본사에서도 한국 시장의 잠재력과 장점을 확실히 인지하게 하는 연결고리가 됐다는 점이었다.

“존 리치텔로 CEO는 한국 시장이 2~3년 빠르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본사에서도 한국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시장의 목소리를 더 빨리 듣고, 개발사가 원하는 걸 빨리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 역시도 게임 엔진 그리고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그 니즈가 제품에 반영되어야 발전하는 것이지 않나. 지난 7년을 돌이켜보면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그런 시장의 목소리 그리고 흐름을 본사에 전하고 그걸 또 한국 업계에 전하는 연결고리를 잘 구축할 수 있던 것이 큰 변화인 것 같다.”

▲ 유니티 본사에서도 현장에서 따로 한국 매체를 위한 시간을 챙겨줄 정도로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 연결고리는 게임업계로만 이어진 것이 아니었다. 유니티를 광고하고 사업적으로 연결하는 지점 역할을 했던 유니티 코리아는 점차 그 분야를 넓혀갔다. 게임 개발자를 기술지원은 물론이고 엔진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모든 크리에이터 및 다른 업계를 위한 솔루션까지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최근 유니티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 중에는 메타버스가 있다. 이와 관련해 게임업계뿐만 아니라 현대 이노베이션 센터와 본사 차원의 업무 협약까지 진행하는 등,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 본사에서도 한국 지역에서 메타버스 산업이 상당히 빠르게 진척되는 점에 놀라고 있다고 말한 김인숙 대표는 그 발전의 토대로 실시간 3D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점을 꼽았다. 그런 시점이 오기까지 토대를 갖춰나가는 힘든 과정에서 오래 버틸 수 있을까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결국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7년간 지켜보니, 그간 다른 산업계에서는 리얼타임 3D라는 개념이 낯설었다. 게임 엔진하면 게임만 만드는, 그런 것만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그 실시간으로 3D를 만든 것을 활용하는 기술이 다른 업계에서도 쓰일 수 있다는 것이 최근 몇 년간 조명되다가, 메타버스로 본격적으로 받아들여진 느낌이다.

메타버스가 게임은 아니지만, 게임 개발자야말로 가장 그 핵심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 아닌가 싶다. 업계 사람에겐 많은 기회를 줄 것이고, 당장은 아니더라도 게임업계 지형을 바꿀 것이라 보고 있다. 게임업계 사람에겐 정말 많은 기회를 주지 않을까.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에 게임업계 지형을 바꿀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유니티가 활약할 수 있는 좋은 시기이지 않을까.”





■ 유니티 코리아와 업계의 변화, 그리고 변하지 않은 가치


국내의 다른 업계까지 유니티의 존재를 알리고 다양한 업계와 연결고리를 만들어냈다는 설명을 듣는 동안, 그 기본인 ‘게임 엔진’ 그리고 게임 업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7년간 지켜본 업계의 변화 중, 가장 큰 변환점과 그로 인한 변화를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가장 큰 변화로는 중국 시장이 닫힌 것, 그리고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이 꼽혔다. 비록 엔진은 다르지만, 업계 전체의 흐름이라는 큰 틀로 이를 받아들이며 대응하고자 한 것이었다.

실제로 유니티 코리아에도 중국 시장이 닫힌 뒤, 개발자들의 전략이 바뀐 것을 체감하고 있었다. 국내 시장, 그리고 다음에 중국 시장 이후에 글로벌을 보던 개발자들이 국내 그리고 글로벌로 동시다발적으로 노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2년은 더 빠르다고 유니티 본사에서 인정한 한국 시장이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지역으로 꼽았다. 그런 상황에서 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도록 돕는 것이 유니티 코리아의 일 중 하나였다.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을 큰 변화로 꼽은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해외 개발자를 영입했지만 해외 개발사를 인수하거나 투자하지 않고 국내에서 개발한 게임이 전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이에 자극 받아 개발사 규모에 상관 없이 글로벌로 도전하는 일이 늘었고, 유니티 코리아는 그렇게 글로벌로 나가고자 하는 개발자들을 다방면으로 지원하면서 그 변화를 체감했다.

개인적으로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유니티 코리아의 변화가 바로 언급이 되지 않아 의아하기도 했다. 처음 유니티를 접했을 때 영어로 된 문서를 번역하면서, 그리고 파편화된 자료를 찾아가면서 끙끙거렸던 기억이 소록소록 났기 때문이다.

▲ 영어 매뉴얼 보며 전전긍긍하던 때가 엊그제 같지만

▲ 이젠 에반젤리스트들이 직접 업데이트 및 변경점을 짚어주고

▲ 실습까지 하면서 같이 짚어주는 틀이 마련됐다

지금은 유나이트 2022 및 주요 강연 자료를 한국어로 번역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에반젤리스트들이 직접 나서서 유니티 기능 설명 및 업데이트 해설은 물론이고 게임 개발 강좌까지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나 자신이 그 설명을 여러 차례 보면서 어쨌거나 누더기로나마 완성했던 산증인이었다. 돌이켜보면 그 옛날에 수업을 듣고 난 뒤 영어 자료를 참고해서는 도저히 할 수 없었던 게임 개발 과정을 능력이 부족한 와중에도 어찌저찌 완성할 수 있던 것은, 한국 개발자를 위해 여러 가지로 마련해온 유니티 코리아의 노력의 흔적들이 있었지 않았나 싶었다.

“유니티의 철학은 게임 개발의 보편화, 더 나아가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가 우선이라는 점이다. 슬로건은 게임 개발의 보편화에서 크리에이터가 많을수록 세상이 더 좋게 바뀐다고 믿는다고 바뀌긴 했지만. 근본은 그렇다. 돈은 벌 수도 있고 못 벌 수도 있고, 효율이 안 나올 수도 있다. 회사인 만큼 수익을 아예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해야 할 미션을 이행하면 수익은 자연히 따라오리라 생각한다.”

크리에이터를 지원한다는 미션을 한국에서 수행하기 위해 유니티 코리아는 유니티 스퀘어라는 별도의 채널을 개설했다. 본사에서는 이를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기존에 유니티 3D라는 잘 갖춰진 채널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인숙 대표가 처음 왔을 때 한국 개발자들은 에디터나 기술 관련 문서가 정보를 찾기 힘들고, 대부분 영어에 한국어로 된 부분이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알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하고 있었다. 그걸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를 느낀 김인숙 대표는 광고나 사업쪽에 치중해있던 유니티 코리아에 기술 지원팀과 에반젤리스트들을 모으고, 한국 개발자들을 위해 근본부터 다져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기술 및 API 문서는 한국어로 꾸준히 번역하되, 한국 개발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더 가까이 처리하기 위해 채널을 따로 운영한 것이다. 또한 한국 개발자들을 알리고 지원해주기 위해 인디 클리닉을 하고 인터뷰까지 게재하고 MWU 어워드 등도 이어왔다.

▲ 기존 유니티 3D 페이지가 커뮤니티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유니티 스퀘어를 따로 개설했다

흔히 말하는 ‘효율’이 뒤따르는 작업은 아니었다. 그러나 개발자 그리고 크리에이터를 우선한다는 철학에 입각해서 진행한 일이었고, 본사에서도 이를 인정했다. 이를 기반으로 본사의 여러 정책이나 이벤트, 유니티 엔진 업데이트를 한국어로 번역해서 알리는 한편, 개발자들의 여러 가지 불만사항을 듣고 기술지원을 하거나 피드백하는 등 활동이 이어졌다. 그 활동의 결과는 단순히 고객 불만 접수 처리 정도가 아니었다. 유니티 엔진 자체의 발전 방향에도 영향을 끼쳤다.

"유나이트 2022 키노트에서 언급된 에디터 커스터마이제이션이 유니티 코리아에서부터 시작됐다. 유니티를 처음 접하게 된 개발자들을 기술 지원하면서 피드백을 받을 때, 에디터가 어떤 것부터 눌러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더라. 그리고 왜 불편하게 이러냐, 버튼 몇 개 누르면 되게 하는 그런 건 안 되냐는 고객사의 지적도 많았다.

그래서 UI를 바꾸고 그러는 작업을 했는데, 그게 툴킷으로 들어간 게 이번 에디터 커스터마이제이션이라고 보면 되겠다. 한국 개발자들이 요구 수준이 굉장히 높다. 그 눈높이대로 만들면 1년 뒤에 글로벌에서 원하는 피쳐가 되어있는 경우가 많았다. 유니티 코리아는 그런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는 커넥션의 고리가 되고자 한 것이고, 더 나아가 전문가가 아닌 초보자 그리고 크리에이터들이 메타버스의 시대를 맞이해 기본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라 하겠다.”


▲ 키노트에 언급된 에디터 커스터마이제이션은 UI, 에디터에 대한 한국 개발자의 피드백을 토대로 만들졌다



■ 10배 이상 확장된 유니티 코리아, 그러나 비전은 변심하지 않는다


규모가 확장되고 궤도에 오르기까지 노력이 어느 정도 결실을 맺으면, 그 다음 단계의 목표가 언급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김인숙 대표는 유니티 코리아의 임무는 언제와 같다고 강조했다. "크리에이터에 집중하는 것"은 본사의 지침일 뿐만 아니라, 유니티라는 공동체의 아이덴티티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를 이어나가고, 확장하기 위한 비전은 이전과 똑같지는 않았다. '메타버스'는 그러한 맥락에서 언급됐다. 이전과 달리 현실뿐만 아니라 가상, 3D 세계를 자유로이 오가는 환경에서 모두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만들며 향유하는, 그런 소양을 가졌으면 하는 것이 유니티의 궁극적인 이상향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소양을 키우기 위해 유니티 코리아는 유니티 관련 교육에 힘을 집중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그 비전을 온전히 공유하고 레퍼런스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었다. 17명, 30명 이럴 때는 모아서 바로 이야기가 됐지만, 200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한 자리에 모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이어지면서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더 불거졌다.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하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발생한 문제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이런 문제는 성장통일 거다. 그 상황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구성원들이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리크루팅 사이트를 보면 유니티 코리아가 평균보다 점수가 상당히 높고, 특히 컬쳐, 업무 환경 부문에서 점수가 특히 높다. 그런 걸 꾸준히 이끌어서 크리에이티브한 환경을 마련하면 자연히 크리에이터들에게도 좋은 영향력이 가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철학은 인력 채용에서도 반영됐다. 김인숙 대표는 가장 싫어하는 말로 "유니티화됐다"라는 점을 꼽았다. 유니티 코리아 안에는 게임 개발자를 비롯해 대기업 출신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는데, 그 사람들이 어느 한 방향으로 모이기보다는 서로 개성이 빛을 발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창의성이 빛을 발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열정이 없거나 예의가 없고 태도가 나쁜 건 예외로 두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최대한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그 사례 중 하나가 유튜버 골드메탈을 에반젤리스트로 발탁한 건이었다. 일각에서는 그간의 유니티 에반젤리스트와 골드메탈의 스타일이 다르다는 이유로 의문을 표했지만, 김인숙 대표는 그것이 유니티에 어울리는 이유라 해석했다. 뿐만 아니라 서포트 부문에는 전신마비를 이겨낸 사람도 역경을 이겨낸 경험자로 해석해 채용하는 등, '다르다'는 것에 대해 유연한 사고를 보였다.

"골드메탈을 에반젤리스트로 채용했을 때, 일부는 그간 우리 에반젤리스트들과 스타일이 다르지 않나 의문을 표하더라.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다르니까 어울리고, 다르니까 다른 비전을 보여줄 수 있지 않나 싶었다. 실제로 우리 에반젤리스트 세 명 다 모두 개성이 제각각 다른 사람들이기도 하고, 그들이 보여주는 창의성의 비전도 다 다르다.

또 서포트 부문에 전신마비를 겪었다가 이를 극복한 분이 최근에 채용이 됐는데, 그렇게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이 있으니 타의 모범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였다. '다르다'는 것이 꺼려지거나 하면, 창의적인 것이 나올 수 없지 않나. 이마저도 모두가 다 같은 생각은 아닐 거다. 그렇지만 다수가 행복하게, 그 자신만의 창의적인 열정과 비전을 추구하고 성취하는 환경을 마련하고 싶다. 80%만이라도 그렇게 하면 성공일 거고, 지금은 그런 거 같아 다행이다. 이를 쭉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유니티화'가 아닌, 각자의 개성이 빛이 발하는 환경을 원했다



■ 크리에이터를 향한 유니티 구성원들의 진심, 이를 온전히 전하고자 하는 김인숙 대표


이미 지난 인터뷰를 통해서 하드한 게이머라는 사실이 드러나긴 했지만, 직접 현장에서 이를 물어볼 기회가 없던 만큼 문득 호기심이 동했다. 유니티 엔진이라는 양대 산맥의 거목 중 하나로 있는 사람이면, 과연 게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묻게 되는 건 게이머로서 할 수밖에 없는 질문이 아니었을까. 이를 예상하고 있었던 듯, 김인숙 대표는 이전 인터뷰를 언급했다. 그리고 최근의 근황을 덧붙였다.

"지금은 게임을 하드하게 하긴 어렵다. 기껏해야 두 종류하고, 가끔 인기 있는 게임이 어떤지 또 로블록스 같은 경우에는 그 에디터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궁금해서 보는 정도다. 그 외에 아이들과 동물의 숲이나 젤다 같은 건 같이 하고, 시간을 제한하기 위한 스위치 지킴이 설정 관련 앱도 설치를 해놨다. 옛날에는 회사에서 하고 갔는데, 지금은 이전처럼 코어하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조금 속상하긴 하다.

게임 회사를 10년 넘게 다니고 옛날부터 했으니,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내가 무엇이든 내 식대로 소화하면 된다는 주의여서 유연하게 대응하신 것도 있고. 자신의 의지, 스스로 결정하는 의지를 존중하는 것을 아마 그때부터 이미 배웠던 것 같다. 물론 아이들이 나이가 너무 어릴 때는 자제력이 부족하니까, 하루 종일 하게 둘 수는 없다. 그래서 제약은 두지만, 할 것을 다 하고 나서는 풀어준다. 그것이 최선인지는 모르겠지만, 나 자신이 그래왔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지 않을까 싶다."


게이머로서 게임하는 시간이 없어져서 속상하다거나, 옛날처럼 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게임을 존중하면서 육아의 밸런스까지 고민하는 등, 여러 이야기를 들으면서 실제 게임을 좋아하는 지인들 그리고 동료들이 겪고 있는 고민과 비슷해 개인적으로 공감이 갔다. 실제로 최근 육아를 하고 있는 동생도 비슷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어떻게 대처할지 시뮬레이션하고는 했으니까. 단순히 게임 몇 개를 나열해서 열변을 토하지 않고 잔잔하게 게이머들의 흔한 근황과 고민을 이어간 김인숙 대표지만, 그 이면에는 유니티 코리아를 궤도로 끌어올리는 동안 직원들과 함께 동고동락해왔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 과정이 쉽지 않고, 본인도 오래 있을 수 있을까 의아했다는 그 시절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을까. 어떤 비전이 있었기에 해낼 수 있었을까. 그 마지막 질문에 대한 김인숙 대표의 대답은 단 한 마디였다.

"덕업일치."

그 한 마디를 남기고, 예상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쏟아낸 탓에 김인숙 대표는 급히 다음 일정을 소화하고자 발걸음을 옮겼다. 마침 유나이트 2022의 일정이 종료되고, 일종의 뒤풀이인 해피아워 이벤트가 이어졌다. 보통은 기사 마감이 바쁘다는 이유로 겉핥기로 훑고 간 행사였지만, 공교롭게 시간이 딱 맞아떨아져서 유나이트를 보기 위해 찾아온 개발자와 유니티 직원 구분 없이 왁자지껄 떠드는 그 현장에 합류하게 됐다.

마침 가방에 주렁주렁 매달린 게임 굿즈에 관심을 가진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먹고 마시는 그곳에서 서로 추구하는 방향이나 업무, 사용하는 언어는 달라도 게임과 콘텐츠 제작에 대한 애정은 진하게 느껴졌다. 존 리치텔로 CEO나 다른 임원진들도 다른 일정이 있기 전까지 대화의 향연에 함께하는 그 현장에서, 매출이나 전략 같은 비즈니스적인 단어는 거의 들리지 않았으니까. 새로운 기술이 가져다 줄 비전, 재미라는 단어가 그 자리를 대체한 그곳에서 김인숙 대표가 말한 유니티의 슬로건, 그리고 이를 한국 개발자에게도 전하기 위한 유니티 코리아의 지난 몇 년 간의 노력이 스쳐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