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21년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지난 2020년 연초부터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이 조금 잠잠해지나 싶더니, 최근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더욱 악화되는 추세다. 매년 개화할 시기만 기다리며 조금씩 파이를 키워나가던 VR 업계 역시 코로나19 영향으로 성장세에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언제나 반등의 기회는 찾아오는 법. '언택트 시대'의 도래와 함께 비대면 활동의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VR 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오프라인 사업장 중심으로 흘러가던 국내 VR 시장도 VR·AR 기술을 활용한 메타버스 관련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됐다. 기존의 흐름과 방향성은 다소 달라졌지만, VR 시장 확대와 기술의 발전이라는 큰 목적을 향해 계속 나아갈 수 있게 된 셈이다.

'메타버스' 키워드의 강세와 함께 이러니저러니 큰 변곡점이 되었던 2021년, VR·AR 업계에는 어떤 주요 이슈들이 있었는지, 한 해를 마무리하며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보았다.


1월
끝나지 않고 이어지는 코로나19 여파, 2021년에도


2021년 1월은 2020년 초부터 이어진 코로나의 영향이 가시지 않고, 오히려 갈수록 심화되던 시기다. '2021년이 되면 조금은 나아지겠지'라는 기대에 반하듯 상황은 악화됐고, 시장 규모는 점점 위축되는 모양새였다. 당시 '마인크래프트'의 개발사로 잘 알려진 모장 스튜디오는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게임의 핵심 서비스를 이어가기가 어렵게 됐다며, 미처 정식 출시도 하지 못한 신작 AR 게임 '마인크래프트 어스'의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기도 했다.

물론 당시에도 희망을 품어볼 수 있는 밝은 소식들이 있었다. 2020년 한해를 아우르는 최다 GOTY 집계가 한창이던 중, '하프라이프 알릭스'가 콘솔, PC 플랫폼의 AAA급 게임들 사이에서 보란 듯이 상위권에 자리한 것이 대표적이다. 알릭스만 따로 떼어 유별난 타이틀로 볼 수도 있지만, 항상 자투리 취급에 그치던 VR 게임이 만듦새에 따라 충분히 주류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한편, 애플이 차세대 VR 하드웨어를 '고가의 고성능 MR 장치'로 개발 중이라는 소식도 이때 처음 소개됐다.

# 마인크 어스 섭종, '거리두기에 게임 어려워'
# VR, 자투리 취급은 끝났다
# 애플, 고급형 VR 헤드셋 만든다


2월
오큘러스, 대규모 리콜 감수했다


2월은 페이스북이 때아닌 홍역을 치른 달이다. 실제 사용자들에 의한 피부 트러블 이슈 보고가 이어졌고, 페이스북은 이에 오큘러스 퀘스트2 헤드셋 기존 제조분에 대한 전량 리콜을 결정했다. 트러블을 호소한 것은 전체 사용자 중 0.01%에 불과했지만, 페이스북은 이러한 작은 사용자들의 목소리도 무시하지 않았고, 기업 단위의 움직임을 단행했다. 결과적으로 페이스북은 허들이 될 수 있었던 작은 문제가 곪기 전에 신속하고 올바른 대처를 한 것이 됐다.

# 피부 자극 우려있는 퀘스트2, 리콜 결정
# 99% 벽 깨트린 VR


3월
VR 업계 최초의 '유니콘 기업' 등장


3월은 스팀 플랫폼에서 조금씩 자신의 파이를 키워나가던 '오큘러스 퀘스트2'가 스팀 VR 헤드셋 점유율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된 달이다. 퀘스트2는 2월 한 달간 5.52%라는 공격적인 상승률을 기록하며 스팀 VR 유저들의 '최애 헤드셋'이 됐고, 이때 달성한 1위 기록은 2021년이 끝자락인 현재까지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퀘스트2의 멈출 줄 모르는 약진에 제동을 걸기 위해 나선 HTC 바이브의 움직임도 돋보였다. 당시 HTC는 SNS를 통해 차세대 VR HMD를 암시하는 수수께끼의 이미지를 게재하며 VR 사용자들의 궁금증을 키웠고, 곧이어 사용자의 입 모양을 추적하는 '바이브 페이셜 트래커'와 기존의 트래커보다 더 강화된 성능의 '바이브 트래커 3.0'을 공개했다.

이외에도 3월에 빼놓을 수 없는 이슈는 VR 업계 최초의 '유니콘 기업'이 등장한 일이다. 소셜 VR 플랫폼을 개발하는 VR 게임 스튜디오 'Rec Room'은 이달 기업 평가금액 12억 5천만 달러(한화 약 1조 4천억 원)를 달성하며 VR 업계 최초의 유니콘 기업이 됐다.

# 오큘러스 퀘스트2, 스팀 VR 점유율 '1위'
# 현실을 VR로, HTC 신형 트래커 2종 공개
# VR 최초의 '유니콘 기업' 나왔다

※ 기타 이슈
# 둠가이가 찾은 새로운 대화수단, PS VR
# 업계인에게 물었습니다 "퀘스트2 어때요?"


4월
언택트 시대, 새로운 가능성으로 떠오른 VR·AR 기술


4월은 스페이셜 앱을 활용한 페이스북의 가상 간담회가 진행되는 등, 언택트 시대에 발맞춰 VR·AR 기술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두드러진 시기다. 오프라인 행사 개최가 어려워지자 여러 게임 박람회 행사 주최 측도 온라인 개최 결정 소식을 알리는 등, 코로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안으로 미봉책이 아닌, 체계적인 대안들이 제시되기 시작했다.

한편, 페이스북은 이달 오큘러스 헤드셋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만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오큘러스 게이밍 쇼케이스'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명작으로 꼽히는 캡콤의 서바이벌 호러 게임 '바이오하자드4'가 퀘스트2 플랫폼으로 이식된다는 발표가 처음으로 공개되어 화제를 모았다.

# 페이스북 "이동 대신 텔레포트하는 세상"
# VR로 더 실감나는 '바이오하자드4', 오큘러스 게임쇼


5월
HTC의 약진, 신형 VR 헤드셋 '바이브 포커스3', '바이브 프로2' 공개


5월엔 HTC가 신형 VR 헤드셋인 바이브 포커스3와 바이브 프로2를 동시에 공개했다. 당초 오큘러스의 퀘스트2에 대항하는 저가형 VR 기기가 소개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예상과 달리 두 기기 모두 높은 기기 스펙을 바탕으로 100만 원 이상의 가격이 책정된 하이엔드형 VR 기기였다.

신형 헤드셋 발표 후, HTC는 페이스북이 그랬던 것처럼 VR을 활용한 가상 미디어 간담회를 개최하고, '기업을 위한 완전한 솔루션 제공'이라는 향후 사업 방향성을 명확히 밝혔다.

# HTC, 일체형 VR '바이브 포커스3' 공개
# HTC "기업 위한 완전한 솔루션 제공한다"

※ 기타 이슈
# 한콘진 "5~10년 후 VR/AR 일상화될 것"
# 주커버그, "호라이즌은 소셜 패브릭의 시작"


6월
서울 VR·AR 엑스포 2021, 오프라인 박람회 강행


6월에는 서울 가상증강현실 박람회가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여러 게임 행사들이 줄줄이 온라인 행사로 전시 방향을 전환하는 가운데, 오프라인 행사를 강행한 것은 유독 돋보이는 행보라 할 수 있다. 행사의 주제도 메타버스 시장의 주축인 VR, AR, XR 기술 및 핵심 솔루션을 소개하는 것에 있었지만, 정작 박람회는 여전히 오프라인으로 개최할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지난 2018년부터 매년 개최되어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서울 VR·AR 엑스포는 올해를 기점으로 '메타버스 엑스포'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됐다. 다가오는 2022년 행사는 새 이름은 메타버스 엑스포라는 이름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 서울 VR/AR 엑스포, 16~18일 코엑스서 개최

※ 기타 이슈
# '5초 광고 후 VR 게임 시작'
# 존 카맥, 'VR 게임 리뷰어' 됐다


7월
VR에도 불거진 '광고 이슈', 유저 반발로 철회 결정


모바일 게임들과 달리 여태껏 '광고 청정 지대'로 여겨졌던 VR 콘텐츠 속에 광고가 반영되고, 이러한 사례들이 차츰 문제로 지적되기 시작한 것이 이즈음이다. 오큘러스 퀘스트2의 압도적인 판매량을 등에 업고 마치 VR 시장을 평정한 듯 위세를 떨치던 페이스북이 'VR 헤드셋 내부 광고' 테스트를 개시한 첫 번째 주자였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갑자기 추가된 광고에 유저 반발은 갈수록 거세졌고, 페이스북은 결국 광고 철회 소식을 알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추후 VR 콘텐츠가 더 파이를 키우고 주류가 되기 위해선 '인게임 광고' 이슈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차례가 다가왔을 때 유저 반발을 줄이고, VR 콘텐츠 개발자들까지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현명한 방식을 계속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 "VR 속 광고, 유저 반발 심해 철회"

※ 기타 이슈
# 퀘스트2, 스팀 VR 점유율 31% 넘었다
# SK텔레콤, '이프랜드'로 메타버스 참전
# 스팀 덱, VR에도 혁신 불러올까


8월
계속 발전하는 VR 업계, '리버스 패스스루'와 새로운 핸드 트래킹 방식에 주목


혁신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신기술의 출현 빈도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 VR HMD의 바깥 면을 활용하는 새로운 디스플레이 기술인 '리버스 패스스루' 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기술은 헤드셋을 쓴 순간 외부와 소통이 차단되어버리는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연구라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실제 사용빈도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핸드 트래킹 기술을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사례들도 하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VR 퍼즐 게임 '큐비즘(Cubism)'에 적용된 핸드 트래킹 기술이 대표적인 예다. 시장 주류가 바라보는 방향이 '메타버스'에 쏠려있는 와중에도 VR 기술 자체에서 혁신을 가져오려는 시도 또한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VR 업계가 주목하는 신기술, 리버스 패스스루
# 큐비즘, 새로운 형태의 '핸드 트래킹' 선보여

※ 기타 이슈
# 인도, '버츄얼 인플루언서'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 국내는?
# '세덱 2021' 온라인 개최, 주요 강연들 무료로 공개된다


9월
페이스북과 샤오미 차세대 AR 글래스 공개, 시장 주도권 경쟁의 승자는?


9월은 여러 기업이 동시에 스마트 글래스를 발표하며 차세대 AR 글래스 경쟁에 불이 붙은 달이다. 페이스북은 레이밴과 함께 개발 중인 스마트 글래스 '레이밴 스토리즈'를, 샤오미는 약 51g에 불과한 신형 스마트 글래스를 공개했다. 두 기기 모두 기존의 AR 글래스와 달리, 마치 선글라스나 안경처럼 작고 세련된 디자인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동시에 AR 글래스와 안경을 구분하기가 어려운 수준에까지 이르자 불안감을 표하는 이들의 의견도 동시에 등장했다.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다.

여전히 갑론을박이 진행되는 부분이지만, 패션 용품으로 보일 정도로 작아진 AR 글래스가 차례로 공개되자, VR 기기에도 비슷한 형태의 혁신을 기대해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기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 페이스북 스마트 글래스 299$에... 영상 촬영 달렸다
# 보는 그대로 번역하고도 51g, 샤오미 AR 안경 공개
# 페이스북 스마트 글래스, "개인 정보 침해 우려된다"

※ 기타 이슈
# 넷플릭스, 모바일에 이어 'VR 게임' 서비스 개시
# 천상계와 브실골 차이 좁히는 '시선 추적 기술'


10월
TGS 역사상 최초의 'VR 게임쇼' 개최됐다


세계 3대 게임쇼 중 하나인 도쿄게임쇼는 코로나19 이슈의 영향으로 올해에도 온라인을 통해 개최됐다. 현지 미디어 관계자들을 위해 작은 오프라인 전시 공간이 마련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2020년에 취한 행사 형태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양새였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도 예년과는 큰 차별점이자 발전 포인트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TGS 최초의 'VR 게임쇼'가 동시에 개최됐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도 VR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슈가 있었다. 바로 국정감사에 VR 게임인 '하프라이프 알릭스'가 등장한 것. 더불어민주당의 이상헌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직접 하프라이프 알릭스를 시연하며 국내게임사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꼬집는 발언을 해 주목을 받았다.

# 총 351개사 출전, '도쿄게임쇼 2021 온라인' 30일 개막
# 국감에 등장한 하프라이프 VR

※ 기타 이슈
# 차세대 MR 헤드셋 '매직리프2' 첫 공개
# HTC, 선글라스형 VR 헤드셋 'VIVE 플로우' 공개


11월
VR 시장의 큰손 페이스북, 사명 '메타(Meta)'로 바꾸고 메타버스 정조준


'페이스북'이 연례 개발자 회의인 페이스북 커넥트를 개최하고, 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메타는 회사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페이스북' 서비스는 물론, 인스타그램, 왓츠앱, 오큘러스 등 페이스북에 포함되어 있던 여러 서비스를 총괄하는 공식 사명이 됐다. 사명 변경 이슈는 10월 말에 발표된 내용이지만, 이미 여러 사람의 뇌리에 깊숙히 박혀있던 '페이스북'이라는 이름을 대신하여 본격적으로 메타라는 이름이 널리 활용되기 시작한 11월의 이슈로 포함시켜보았다.

이날 메타는 사명 변경 소식과 함께 오큘러스에서 준비 중인 신형 하이엔드 헤드셋 '프로젝트 캠브리아', 그리고 명작으로 손꼽히는 락스타게임즈의 오픈월드 액션 게임 'GTA 산안드레아스'의 VR 버전 소식을 함께 공개했다.

# 페이스북의 새 이름 '메타', AR/VR 기기로 메타버스 초점 맞출 것
# VR/AR 동시에, 오큘러스 새 헤드셋 '캠브리아' 공개
# 내가 CJ가 된다고? GTA: 산 안드레아스, VR로 나온다

※ 기타 이슈
# 누구나 고품질의 AR 콘텐츠 만든다, '나이언틱 라이트십'
# 퀄컴, AR 개발 플랫폼 '스냅드래곤 스페이스' 발표


12월
TGA, 2021년을 장식한 베스트 VR 게임으로 '바이오하자드4 VR' 선정


12월은 한 해 동안 우수한 성과를 거두거나 혁혁한 공을 세운 이들에게 상을 수여하는 시상식이 열리는 시기다. 지난 10일에는 여러 신작 정보를 함께 공개하며 게임쇼 못지않은 볼거리를 선사한 글로벌 게임 시상식 '더 게임 어워드(The Game Awards, TGA)'가 진행됐다.

명작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여러 게임이 '올해를 대표하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각 부문별 상을 수상했고, VR 부문에서는 '바이오하자드4 VR'이 그 영예를 안게 됐다. TGA는 완벽히 새롭게 다뤄진 이동과 액션 모션, 보다 편리해진 무기 활용으로 VR에 최적화된 게임플레이를 보여주었다며 '바이오하자드4 VR'의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VR로 즐기는 마피아 게임인 '어몽어스 VR'이 최초로 공개되기도 했다. 어몽어스 VR은 PS VR, 오큘러스 퀘스트2, 그리고 스팀 플랫폼을 통해 출시될 예정이다.



# TGA는 시상식? 이게 '진짜 게임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