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낚시꾼]

[밸런스 파괴자]

[전사 너프의 주범]

[진삼국무쌍의 제왕]

극과극을 달리는 이 수식어들은 재미있게도 모두 한 유저를 지칭하는 말이다.

오리지널 시절 한편의 영상으로 모든 클래스에게 악몽을 선사했던 그 유저는 확장팩 두번의 시절이 지난 지금까지도 애증의 대상으로 많은 전사유저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전사에게는 너프의 악몽을, 타 클래스에게는 대장군 전사의 악몽을)

오리지널 유저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전사계의 대부, 타우렌 대장군 Pat.

그리고 Pat 하면 항상 떠오르는 그의 라이벌과도 같은 존재가 있다.

호드의 Pat에 맞서 등장한 얼라이언스의 자존심, 인간 남캐의 전설, 최고사령관 Maydie.

이 둘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해서 비슷한 구성의 영상으로, 비슷한 정도의 인기를 구가한, 마치 데칼코마니의 양면처럼 닮은 유저들이다.

최고의 전사 네임드라는 호칭은 Laintime에게 붙여졌지만, 그와 같은 오리지널 시절을 보낸 전사들로서 이들은 Laintime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최고의 영역을 구축한 네임드 중의 네임드들이다.

그리고 아마 Laintime보다 이들의 영상을 보고 전사를 키웠다고 하는 유저가 훨씬 많을 것이다.

전사 영상의 돌풍은 사실상 그들의 영상에서부터 시작되었으니까.

원래는 Pat 2편을 리뷰하려고 했으나 너무나도 유사한 점이 많은 유저들이기에 특별히 두개의 영상을 동시에 리뷰하려고 한다.

오리지널 시절 압도적인 썰자 플레이로 보는 이들 모두를 경악시켰던 위대한 두 전사.

Pat과 Maydie.

오늘은 그들의 영상에 대해 알아보자.






- 대장군과 최고사령관 -

1.4패치로 명예시스템이 처음 도입되고 PvP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던 그 당시,

많은 유저들의 처음 목표는 당연히 최상위 계급 14Rank의 대장군과 최고사령관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와우 컨텐츠 역사상 최악의 폐인짓을 해야만 달성 가능했던 최고계급의 장벽 앞에 많은 유저들이 GG치고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계급을 찾아갔다.

그러나 몇몇 하드코어 유저들에게 이것만큼 매력적인 떡밥이 또 어디 있었을까.

대장군을 찍기 위해 회사에 휴직계를 내고 학교를 휴학했다는 사람이 진짜 있을 정도로

그들은 명예계급을 올리기 위해 정말 미친듯이, 아니 진짜 미친 상태로 싸우고 또 싸웠다.



▲ 심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대장군의 길



흔히 명게 유저들은 통합전장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데,

어느 쪽이 최고계급을 달성하기 더 어려웠는가라는 부분에서는 의견이 갈리지만 최고계급의 명성면에서는 전자쪽이 좀 더 인정받는 분위기다.

통합전장 이전 명게들이 전통 전장과 필드PvP까지 거치며 성장한 리얼 파이터들이라면

통합전장 이후 명게들은 오로지 전장, 특히 룰방으로 명점 노가다를 하며 달성한 유저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통합전장 이후 필드PvP의 쇠퇴가 가속화되었기 때문에 사실 어쩔수 없는 일이긴 했지만)

특히 전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명점 얻기가 쉬워지고 경쟁자들이 급속도로 늘어나자,

상위권 유저들 사이에서는 암암리에 순위 몰아주기가 성행했기 때문에 통합전장 이후 대장군, 최고사령관 유저는 그저 전장백수, 반쪽짜리 최고계급의 이미지만 박혀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통합전장 이전 명게들은 기본 대기시간 한시간, 축서버임에도 피크타임 때 열리는 방이 3~4개를 넘지않는 열악한 전장환경 속에서 계급을 올려야 했다.

(그래서 알방의 경우 방이 한번 열리면 기본 몇시간, 심할 경우 몇날몇일을 하곤 했다.)

당시 명게들은 필드에서 명점을 얻기위해 더욱 노력해야 했으므로 상대진영 유저들이 출몰하는 주요지역을 돌아다니며 필드쟁을 유발시키곤 했다.

그리고 이런 필드PvP의 비중이 통합전장 이전 명게가 높게 평가되는 이유다.

대장군, 최고사령관의 호칭이 무조건 그 유저의 실력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래도 단순히 노가다식으로 전장만 뺑뺑 돈 유저보다 필드전을 겪어보면서 성장한 유저 쪽이 실력이나 경험면에서 더 낫지 않겠느냐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

또한 같은 전장이라도 단순 명점공장으로 전락한 룰방 전장이 아닌, 체력방 같은 치열한 전장을 겪어본 유저가 전장경험면에서 더 우위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 오늘의 주인공 Pat과 Maydie는 어떨까?

이 둘은 실제로는 매우 친한 게임친구 사이다.

같은 북미 Arthas 서버 출신에 둘 다 양진영에서 내노라하는 전사들이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Maydie는 Arthas 서버 최초로 14rank의 최고사령관을 달성했고 일주일 후 Pat이 서버에서 두번째, 전체 호드유저 중 3번째로 대장군을 달았다.

두명 모두 통합전장 이전에 최고계급을 달성한 유저들이며 그들을 지원하는 전문적인 공대를 구성해 전장과 필드를 휩쓸었다.

특히 Maydie는 만랩유저들이 산재한 검은바위산 입구와 황야의 땅에서 주로 활동했는데, Maydie의 공대가 뜨면 그 지역 유저들은 적이고 아군이고 렙업을 포기하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왕성한 필드쟁 활동을 했다.



▲ 그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해골만이 남을 뿐



반면 Pat은 필드보다 전장쪽에 더 치중하는 편이었는데 특이하게 알방이 아닌 아라시를 위주로 플레이 했다고 한다.

조직적인 플레이로 최대한 빠르게 전장에서 승리하고 새로운 방을 찾아 들어가는 식으로 명점을 올렸다고 하는데,

당시 국내에서는 다른 전장에 있다가도 알방만 뜨면 바로 점프하는 유저들이 태반이었을 정도로 오래 싸울 수 있는 전장을 선호하는 편이었으므로

(그만큼 전장이 안 열렸다는 소리.)

아무래도 북미쪽은 국내에 비해 전장상황이 좋았던 듯 싶다.



- 최강의 장비 -

대장군과 최고사령관의 칭호를 얻기 위한 목적은 당연히 아이템이었을 것이다.

화심레이드가 활발히 진행되고 검은날개 둥지 공략도 제법 진척되 있던 당시에도 대장군, 최고사령관의 장비들은 PvP용으로는 레이드템을 능가하는 그야말로 최강의 아이템.

장비의 차이를 가장 쉽게 확인할수 있는 기본적인 스텟 체력 부분만 봐도 노버프 상태로 Pat은 피통이 5700, Maydie는 5400대에 이른다.

당시 4대 인던을 졸업한 전사의 피통이 4천대 중반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차이가 아닐수 없으며 기타 클래스와 비교할 경우 그 차이는 더욱 커진다.

Pat의 경우 대장군 시리즈가 아닌 다른 방어구 부위조차 오닉시아 처치 퀘스트 보상인 오닉시아 이빨 펜던트, 라그나로스 드랍 맹습의 벨트, 아라시 분지 평판 확고템인 죽음의 경비대 망토 등등

최고급 레이드템과 전장템으로 무장한, 그야말로 상위 1% 안에 들어가는 유저였다.

그 중에서도 그들이 사용한 최고계급만의 무기, 대장군과 최고사령관 무기는 다른 에픽무기들을 압도하는 어마어마한 위력의 초사기템이었다.

당시 대장군, 최고사령관 무기와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레전드리 설퍼라스나 아쉬칸디 정도로, 그 이하 무기들은 데미지면에서 비할바가 아니었다.

특히 당시에는 공속 보정 패치가 되지 않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공속이 3.4~3.5초대로 빠른편이었던 화산심장부, 검은날개 둥지 드랍 무기들은

공속이 3.8초로 가장 느린 무기였던 대장군, 최고사령관 무기와 스킬 데미지면에서 그 차이가 현격했으며

심지어 설퍼라스는 맥뎀 자체는 대장군, 최고사령관 무기보다 월등히 좋았으나 공속과 힘스텟의 차이 때문에 실제로는 데미지가 비슷하게 나왔다.

(설퍼라스는 전사에겐 대장군, 최고사령관 무기보다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았다. 단적인 예로 대장군, 최고사령관 무기를 든 전사 영상은 수도 없이 많지만 설퍼라스를 들고 싸운 전사 영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 모든 유저들이 그리던 꿈의 무기



그러나 정작 Pat과 Maydie의 영상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아이템은 무기도 방어구도 아니다.

그들의 압도적인 파워썰자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아이템은 아이러니하게도 하나의 파템.

바로 장신구 [심판의 손길]이다.



▲ 일명 오버등급 아이템 3형제 중 하나인 심판의 손길



전투력+20, 타격 시 2%의 확률로 1회 추가타 공격이라는 엄청난 옵션을 가지고 있던 이 장신구는

에픽을 가장한 레전드리 [비룡이빨 부적], 파템을 가장한 녹템 [해일의 부적]과 함께 파템을 가장한 에픽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막강한 성능을 발휘했다.

특히 전사 같이 한방한방의 데미지가 강한 클래스에게 그 효율이 엄청났는데, 전사의 도검류 전문화 특성에 심판의 손길 옵션이 더해져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게다가 당시에는 추가타 발동에 내부쿨이 없었기 때문에 확률에 따라 연속 발동이 가능했고, 끔찍하게도 추가타에 의해 또 추가타가 터질 확률도 있었기 때문에

한번 제대로 터지면 판금 이하 클래스들은 원샷원킬 당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 시작하자마자 도검 발동 3연타



그리고 실제로도 둘의 영상을 보면 연속되는 전투씬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도검 추가타가 상당히 자주 터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Pat 2편의 2번째 전투파트 부분에는 1분 남짓한 전투에서 추가타가 6번이나 발동하는 것도 볼수 있는데

Pat이 본인의 영상 1편에서 훨씬 좋은 무기로 평가받던 아케이나이트 도끼를 제쳐두고 흑요석 대검을 들고 싸운 이유도 이러한 추가타 효과를 극대화 시켜 순간 끔살을 노리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 추가타 연속발동에는 판금조차 순간삭제.



그런데 이런 엄청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심판의 손길은 사실 그때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아이템이었다.

그 이유는 심판의 손길이 얻기가 무척 까다로운 아이템 중 하나였기 때문인데,

일단 드랍하는 몹이 검은바위나락의 사령관 앵거포지라는 네임드로 퀘스트가 아닌 일반 아이템 파밍목적의 나락 파티에서는 잘 잡지 않는 네임드였다.

(나중에는 드랍몹이 최종 보스 타우릿산으로 변경되었다.)

인던 진행경로에 있는 네임드도 아니고 굳이 잡지 않고 패스해도 무방했기 때문에 보통 무시되곤 했으며

그리고 설령 잡는다고 해도 드랍율 자체가 극악인지라 일반적인 파티로는 획득하기가 무척 어려운 아이템이었다.

Pat과 Maydie의 영상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많은 유저들이 그들의 장비에 관심을 가지면서 심판의 손길의 존재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는데

이후 모든 밀리클래스들이 나락으로 몰려갔다는 소문이 결코 허황된 것만은 아닐것이다.



- 압도적인 데미지 -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썰자 영상의 기본 조건은 데미지가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확실한 뎀딜 능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일단 썰자 플레이 자체가 성립이 안되며, 미미한 데미지로 백날 힐 받으면서 싸워봐야 루즈한 전장영상만 나올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Pat과 Maydie가 영상에서 보인 뎀딜 능력은 당시로선 그야말로 사기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무시무시 했다.

평타 한방, 죽격 한방에 상대를 빈사 상태로 만드는 그들의 막강한 뎀딜은 같은 전사 유저들조차 어이없어 할 정도였다.



▲ 평타+추가타 크리 두방에 상대를 눕히는 상식파괴의 뎀딜



데미지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를 한가지 소개하자면

Pat의 영상 중에 본편 시리즈가 아닌 Pat - Retaliation 이라는 외전격의 짧은 영상이 하나 있다.

제목 그대로 [보복] 스킬을 활용한 장면을 보여주는 영상인데

이게 촬영된 장소는 오리지널 인던인 스트라솔룸 정문 코스 중 가장 난코스라고 불리는 수행원과 요술사 무리가 있는 곳이다.

이곳은 스트라솔룸 후문의 독수리 오형제, 스칼로맨스의 자폭 구울방, 검은바위 나락의 저글링방, 첨탑 상층의 사령관방과 함께 오리시절 가장 난이도 있는 인던 코스 중 하나로

메즈 없이 광역으로 잡는다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곳이었으며 어그로가 한번 튀면 바로 전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 어려운 코스였다.

그런데 Pat은 이곳을 사제와 술사 두명의 힐지원만 받으며 혼자 쓸어버리는 무시무시한 장면을 연출해 내는데

놀라운 것은 힐러들이 어그로를 무시할 정도로 엄청난 폭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Pat은 한번도 어그로를 놓치지 않고 순수하게 뎀딜만으로 어그로를 유지하는 엽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Pat이 한 무리의 정예몹 네 마리를 쓸어버리는데 걸린 시간은 겨우 13초.

그야말로 경악스런 장면이 아닐수 없었다.



▲ 진정한 메딕 붙은 울트라의 위용



보는 이들이 얼이 빠질 정도로 황당한 데미지를 선보였던 Pat과 Maydie.

과연 둘은 어떻게 그런 데미지를 내는 것이 가능했을까.

이것은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맞물린 결과라고 보면 된다.

일단 썰자 영상이라는 초점에 맞춰 특히 데미지가 높게 나온 부문을 위주로 편집했기 때문에 체감상 일반 유저와의 갭이 크게 느껴지며

둘의 스펙이 영상에 등장하는 상대 유저들보다 높다는 점,

공속 보정 패치 이전 느린 무기의 메리트와 격노 발동 효과가 40%였다는 점,

그 외 공대원들의 서포트와 전장의 광폭화 버프를 비롯한 각종 지원 버프들의 힘이 컸다고 할수 있다.

특히 Pat은 주술사들의 각종 토템 버프, Maydie는 힘축과 왕축 버프가 큰 힘이 되었다.



▲ 임팩트 있었던 Pat의 버프창, 3편에서는 더욱 임팩트 있어진다.



썰자영상이므로 둘 모두 최대한 데미지를 내기 위해 여러가지 수단이 동원된 것은 사실이다.

높은 데미지를 뽑은 상대는 대부분 방어도가 낮은 천, 가죽 클래스이며

심지어 Pat은 특성 버그로 인해 특성 포인트가 52개 상태에서 죽음의 일격과 죽음의 소원을 같이 찍은 상태로 싸운 장면도 있다.



▲ 죽음의 일격과 죽음의 소원 아이콘이 같이 보인다.



그러나 한가지 말해두고 싶은 것은 비록 썰자영상이라지만 그들의 강력함이 오직 이런 특수 상황과 외부 지원, 특수 스킬의 영향 때문만은 절대 아니라 점이다.

실제로 Pat의 경우 전체 7번의 전투씬 중 무모한 희생과 죽음의 소원을 사용한 전투는 고작 두씬뿐이다.

가장 위력적인 버프라고 할수 있는 질풍의 토템 버프를 받고 싸운 시간도 전체 런닝타임 중 아주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Maydie 또한 전투파트 중 절반가량은 무모한 희생을 쓰지 않고 싸웠으며

Maydie 영상에 등장하는 상대들의 장비 수준도 전원이 Maydie 보다 못한게 아니다.

Maydie 영상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두번째 파트 전투씬에 등장하는 상대들은 대부분 레이드템을 갖춰 입고 있으며 장군 주술사를 비롯해 각종 전장템으로 무장한 상대들도 보인다.

최소한 몇몇 유저들의 악평처럼 '죄다 무희빨에 빵빵한 힐지원 받으며 거지템 입는 유저들이나 써는 뻥데미지 영상'은 결코 아니라는 것.

그들이 영상에서 선보인 온갓 효과와 파티원들의 지원이 썰자에 큰 도움이 된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오직 그것만이 Pat과 Maydie 영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둬야 할 것이다.



▲ 물론 장군술사고 라크델라 냥꾼이고 힐 받는 Maydie를 당할 순 없었다.




- 관록있는 썰자 플레이 -

썰자영상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지만 썰자영상의 주인공들에게 컨트롤이란 단어는 아서스와 일리단의 사이만큼이나 멀기만 하다.

다대다 집단전에서 개인의 컨트롤이 빛을 발하기란 무척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썰자영상, 데미지쇼 영상에서 주가 되고 시선을 끄는 것은 당연히 화면에 떠오르는 숫자가 우선시 될 수 밖에 없으므로 실상 보통 수준 이상의 컨트롤을 보여주어도 빛을 보기 힘든게 사실이다.

독보적인 컨트롤을 지녔다고 평가받던 Laintime의 전장과 집단 필드 전투 영상만 봐도 1:1에서 보여주는 그의 압도적인 컨트롤과는 받는 느낌이 확연히 다르니까.

Pat이나 Maydie 영상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은데, 하물며 둘의 컨트롤이 저 Laintime이나 불타는 성전의 Getz만큼 뛰어난 것도 아니다.

Pat을 보고 전사의 꿈을 키웠다고 하는 유저는 많지만 Pat의 컨트롤을 배우고 싶다고 했던 유저는 없으니까.



▲ 전사 컨트롤의 시작과 끝, Laintime



사실 필자는 마우스컨 유저라고 해서 꼭 발컨이라고 치부하지는 않는다.

마우스컨이라고 해도 그게 본인에게 익숙하고 적재적소의 상황에 정확히 구사 할 수만 있다면 키보드로 누르던 마우스로 클릭하던 별 상관 없다는게 필자의 주관인데,

일례로 오리시절 환상적인 표범 플레이로 유명했던 굴단섭의 드루유저 Blackbear의 경우, 단축키 1~5번을 제외한 모든 스킬을 마우스 클릭으로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왠만한 플레이어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대단한 PvP능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Blackbear의 히트 & 런 컨트롤은 지금 봐도 경탄이 나올 정도로 압권이다.



▲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지만 정말 환상적인 마우스컨(?)이었다.



반면 Pat의 마우스컨은 PvP초보자가 봐도 티가 확 날 정도로 미숙하다.

사용 할 스킬을 못 찾아 버벅대는 장면도 있으며, 한타임 늦은 스킬 사용에 뒷걸음 무빙까지.

게다가 모든 타켓을 마우스로 지정하는지라 커서가 스킬창과 타겟을 왔다갔다 하는데 소모되는 시간도 너무 많다.

Maydie는 그나마 Pat보다는 좀 나은 컨트롤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개인의 컨트롤이 월등히 뛰어나가고 말하기에는 역시나 부족하다.

특히 로그크래프트 사건으로도 잘 알려졌다시피 Maydie의 1:1 컨트롤은 심하게 좋지 않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확실히 당시 도적의 강력함을 감안한다고 해도 분명 Maydie의 컨트롤에 아쉬운 부분이 많은 건 사실이다.



▲ 도적의 오버파워를 고발하기 위해 제작된 영상, World of Roguecraft

Maydie는 이 영상에서 첫타자로 등장해 무참히 썰리는 불운을 맛보게 된다.



우리가 흔히 고수와 하수를 나누는 기준으로 삼는 대인전 컨트롤, 즉 1:1에서의 컨트롤만 보면 Pat과 Maydie는 분명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와우의 세계에서 전투란 대인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법.

전략시뮬레이션이 원작인 와우는 항상 대규모 집단전투를 유도해 왔고 전장은 그 중 가장 성공한 컨텐츠 중 하나이다.

그래서 컨트롤의 범위를 전장, 다대다 전투로까지 확대하면 Pat과 Maydie는 최강의 전사 플레이어, 최고의 전장유저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유저로 돌변한다.

"전장에서 전사가 어떻게 플레이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라고 고민하는 초보유저가 있다면 필자는 두말없이 Pat과 Maydie의 영상을 추천할 것이다.

딜러 그리고 몸빵이라는 역활에 충실하면서 또한 그것을 완벽히 소화해 내는 둘의 전장 플레이는 집단전투로 잔뼈가 굵은 대장군, 최고사령관 다운 노련함이 엿보인다.

모든 전투에서 항상 최전방에 서서 돌진하며, 상대의 이목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고, 얻어지는 모든 분노는 데미지로 전환하여 쏟아내는 플레이.

흔히 썰자라고 표현하는 이것은 사실 전사의 가장 기본적인 전장에서의 플레이다.

Pat과 Maydie를 훌륭한 전장 플레이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 단순한 기본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Pat과 Maydie는 어떤 전투라도 타겟 1순위는 무조건 힐러, 그 다음 천가죽 클래스를 집중적을 노린다.

전장에서 가장 성가신 존재인 힐러를 먼저 처리하고 방어도가 약한 클래스를 최우선적으로 잡아내 숫적우위를 점하는 방식은 전장 전투의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또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이런 기본마저 무시되고 있는 난장판 전장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또한 Pat과 Maydie는 전투가 벌어지면 항상 적들의 한가운데로 들어가 싸우는데,

이는 상대의 밀집된 진영을 무너뜨리고 타겟을 자신에게 집중시켜 아군을 보호할 수 있지만 자칫하면 가운데서 집중포화를 받고 순식간에 누울 수도 있는 위험을 동반한 플레이다.

그러나 Pat과 Maydie는 오히려 적들을 자신의 주위로 끌어모아 휩쓸기와 소용돌이로 한번에 쓸어버리는 파워풀한 썰자 컨트롤을 보여주었다.

우월한 스펙과 뛰어난 아군 힐러, 그리고 압도적인 딜링 삼박자가 갖춰줘야만 하는, 그 당시에는 그들만이 가능했던 특별한 플레이였다.




▲ Pat과 Maydie의 주위에 뭉치는 것은 말 그대로 자살행위.



그렇다고 Pat과 Maydie가 단순히 썰자 플레이만을 잘한 유저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썰자를 하면서도 상황에 맞는 유연한 플레이와 전장싸움에 요구되는 소소한 컨트롤을 잘 보여주었다.

특히 Maydie는 단순한 썰자 컨트롤뿐만이 아니라 아군을 커버하는 플레이도 매우 뛰어났는데

영상의 두번째 전투파트 초입부분에서 그런 Maydie의 환상적인 플레이를 감상할 수 있는 장면이 있다.

2:5 상황에서 자신을 서포트하던 성기사가 집중 점사를 받고 도망가는 상황이 되자

Maydie는 상대하던 주술사를 수류탄으로 묶어두고 성기사의 뒤를 쫓는 적들을 날카로운 고함과 봉쇄로 저지하면서 혼자 4명을 쓸어버린다.

아군 보호와 썰자플레이가 완벽히 어우러진 이 장면은 훌륭한 전장 플레이의 교본이라고 평해도 좋을 만큼 멋진 장면이다.



▲ 힐러만이 아군을 서포트하는 것이 아니다.

딜러 또한 아군을 서포트하는 하는 것, 그것이 팀플레이다.



PvP를 많이 겪어본 유저들은 잘 알겠지만 1:1전투와 투기장에서 하는 컨트롤은 전혀 다른 것이며, 전장에서 요구하는 컨트롤은 더더욱 다르다.

그럼에도 전장에 와서 1:1에 열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투에만 너무 집착해 정작 전장의 승리요건을 무시하는 유저도 있다.

Pat과 Maydie의 영상은 최초로 집단 전투에서의 플레이를 강조한 영상이었다.

각자 명예계급 최고점을 찍은 유저들이었고 개인의 힘과 파괴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이 최강이라는 자만에 빠져 있지 않았다.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최고계급을 달성한 것에 항상 고마움을 표했고, 자신들이 강한게 아니라 '힐 받는 전사가 강한 것'이라는 명제를 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무분별한 썰자에만 집착하며 독선적인 플레이를 고집하는 요즘 유저들은

한번쯤 Maydie가 했던 말의 의미를 곱씹어보는게 좋을 것이다.



▲ "최고사령관의 클레이모어도 당신을 무적으로 만들어주지 않는다.

...당신이 혼자라면."




- 편집과 선곡, 그 절묘한 조화 -

오리지널 초창기, 편집 하나 없는 투박한 영상이 주를 이루던 그 시기.

Pat과 Maydie의 영상은 당시로선 최고 수준의 편집이 이루어진 영상이었다.

오프닝과 엔딩파트를 포함한 영상의 전 파트가 BGM과 매치되는 완벽한 편집능력을 보여주었고

시원시원한 썰자 플레이가 최대한 돋보이게 만들어진 뛰어난 영상이었다.

필자가 개인방송을 할 때 가장 많이 신청 받는 영상 중의 하나가 바로 Pat 2편인데,

무려 5년전의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사람들이 그의 영상을 찾는 이유는 처음 공개 당시의 그 엄청난 충격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고전 중의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나오는 영상들을 능가하는 완벽한 편집과 선곡 덕분에 여전히 볼 맛이 나는 영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Pat이 영상에서 사용한 편집기법은 패스트, 슬로우, 스톱, 줌인 정도로 사실 매우 단순한 편이다.

하지만 Pat은 이 기본적인 편집기법만으로도 박력있고 흥미진진한 최고의 썰자영상을 만들어 냈고,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음악에 영상을 맞춘다'라는 PvP영상편집의 기본을 너무나도 잘 이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와우 PvP무비 역사상 최고의 선곡 중 하나로 꼽히는 [Soil - Breaking me down]이 BGM으로 쓰인 첫번째 파트는

음악과 영상이 완벽히 매치되는 역대 최고의 전투씬으로 이것에 비견되는 영상은 Maydie나 Grim - Total annihilation 정도만이 있을 뿐이다.



▲ 노움 법사 두명을 연속 원샷원킬로 보내버리는 이 장면은 정말 최고였다.


영상의 두번째 파트 부분은 별다른 편집이 가미되지 않은 일반적인 전투씬이지만 이 파트에 쓰인 [Freedom Call - Warriors]이 전사들을 위한 주제가라고 불릴 정도로 정말 좋은 곡이기 때문에 오히려 시원시원하고 깔끔한 전투를 느낄수 있다.

이 노래를 아직 못 들어본 전사유저가 있다면 반드시 들어보기 바란다.

그리고 Maydie 영상도 Pat과 비교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뛰어난 편집과 선곡을 갖춘 영상이다.

특히 편집부분에 있어서는 Pat의 영상보다 오히려 더 나은 편이며,

전투파트 부분 역시 Pat의 영상과 1,2등을 다툴만큼 완벽하다고 평가 받는다.

전투 BGM으로 쓰인 [Children Of Bodom - Downfall]과 [Rammstein - Feuer Frei]은 썰자영상을 위한 음악이라고 할 정도로 박력 있는 음악들로,

어느 PvP영상에 입혀놔도 잘 어울리는 신나고 박진감 넘치는 음악이다.

그리고 Maydie는 그것을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드는 뛰어난 편집기술을 활용해 무빙 하나, 평타 한방의 사소한 동작조차 BGM과 매치되는 싱크로율 200%의 영상을 만들어냈다.

이것 역시 '음악에 영상을 맞춘다'라는 기본을 잘 지킨 결과물로써 차후 영상제작에 뜻이 있는 유저라면 Maydie의 영상을 한번 보는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Maydie의 영상은 이런 사소한 장면조차 BGM과 매치된다.



Maydie의 영상은 Pat의 영상과는 달리 화려한 영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Boneshock 시리즈나 몇달 전에 공개된 Moonfury 같이 비주얼적으로 높은 퀄리티를 자랑해서가 아니라,

간단한 편집 기법만으로 영상미 효과를 극대화 시켰던 Pat에 반해 Maydie는 좀더 다양하고 고급스런 편집과 효과를 동원했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게 두번째 전투 파트에 나오는 카메라 시점부분으로,

여기서 보여주는 Maydie의 시점 편집은 단순히 게임영상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함의 극치를 달린다.

캐릭터와 카메라가 따로 움직이면서 카메라가 캐릭터의 뒤를 쫓아가는 형태로 보여주는 시점 편집은 영화 촬영에서나 볼 수 있는 방식으로

움직임이 많은 밀리클래스의 PvP, 썰자영상의 역동성을 최대한 살린 절묘한 편집이었다.

특히 화면이 좌우로 흔들리면서 Maydie의 움직임을 놓칠 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잡아주는 카메라 워크와

적절하게 근접 시점과 원거리 시점을 병행하며 포인트를 잡아주는 시점 편집은 마치 한편의 액션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 현재까지도 Maydie 이후 이 정도의 시점 편집을 보여준 영상은 없다.



- 마치며 -

Otherguy의 Sorrow hill 시리즈를 필두로 제작붐이 일었던 프로모션 동영상들은 처음부터 개인의 컨트롤을 부각시키는데 중점을 두었다.

초창기 전사 영상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Pat과 Maydie의 영상이 등장한 후 단순히 컨트롤만을 지향하는 영상이 아닌 영상 자체로서의 재미, 흥미도를 강조한 PvP영상이 큰 주목을 받게 된다.

그리하여 Pat, Maydie 이후 그 뒤를 이어 공개된 전사들의 영상은 1:1전투보다 집단전투, 썰자가 주가 되며 신나는 음악과 빠른 진행 형식의 영상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Akilleuz나 Intrepid, Illusion 등등 오리시절 훌륭한 썰자영상으로 이름을 날린 많은 전사들이나

역시 훌륭한 썰자영상으로 평가받는 고양술사 Unbreakable과 Xrave, 잔단켄 법사 Joink의 영상들 모두 Pat과 Maydie의 영향을 깊게 받은 것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그 많은 작품 중에서도 Pat과 Maydie의 영상을 능가하는 작품은 결국 나오지 않았지만.)

불타는 성전 말기, 무려 3년만에 세번째 영상을 공개했던 Pat은 그 뒤로 또다시 침묵하고 있다.

리치왕의 분노도 이제 완전히 끝난 현시점에서 당분간 Pat의 영상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

그나마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로그크래프트 사건으로 완전히 게임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던 Maydie가 다시 복귀한다는 사실이다.

얼마전 그의 복귀를 알리는 트레일러 영상의 일부가 공개됐고 빠르면 올해, 혹은 내년쯤 본편 영상이 공개 될 것이라고 한다.

'to be continued'로 끝났던 그의 영상이 근 5년이 지나 드디어 후속작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는 때, 필자는 환호를 질렀다.

썰자영상의 전설.

기나긴 공백을 끝내고 돌아올 그가 얼마나 멋진 모습을 보여줄지 모두 기대해 보자.



▲ Maydie, 그가 다시 돌아온다.

죽음에서 부활한 언데드 전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