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원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
안녕하세요. 권혁빈입니다.
 
논평이 철회된 순간부터 가급적 침묵을 지켜왔습니다. 하지만 상임대표의 입장이 나온 상황이니만큼, 제 입장을 정리해서 당원 여러분에게 밝히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7월 28일자 상무위 결과에서 알 수 있듯, 문화예술위원회의 집행위 구성원 전부는 당으로부터 "임의의 직책"임을 확인 받았습니다. 즉, 더이상 저는 문화예술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자격으로 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상임대표께서 직간접적으로 논평을 작성한 저의 책임을 언급하신만큼 그 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된 당 대표는 당원들에게 당권을 위임 받은 존재이니까요. 그 결정이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당원 여러분께서도 위계가 존재하는 이상, "원만한 합의"란 존재하지 않음을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논란이 생기는 와중에 저희는 단 한 번도 의논과 합의의 대상으로 여겨진 적 없으며, 논란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없던 절차들이 생겨나는 모습도 눈으로 보았습니다. 후자의 경우, 이미 한 번 겪은 바 있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결정사항을 이행하고 남아있는 일들을 인계하려는 노력을 결정에 불복하려는 제스쳐로 이해 받은 것인지 "착각하지 말라"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결정사항에 대한 설명은 아무도 해주지 않았고, 저희 입장을 물어보지도 않았는데도 말이죠. 그밖에도 논란을 겪는 동안 하고 싶은 말들은 많았지만, 언젠가 다른 자리에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문화예술위원회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작년 8월의 일입니다. 저를 비롯한 소수의 당원들이 모여 '문예위 준비모임'으로 출발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당원들이 힘을 더해주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문화예술위원회를 만든 사실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우리 당에서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부문위원회를 만든 것은 이례적인 경우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활동들을 통해 문화예술인들에게 정의당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왔다는 점도 자부심을 느낍니다. 문화예술 관련 정부기관, 노동조합, 단체들, 그리고 개별 예술가들이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를 찾아 현안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대상이 되었었습니다. 그것이 제가 문화예술위원회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일이었던 만큼, 저는 제가 맡았던 역할에 대한 애착이 컸습니다. 더이상 이 당에서 일을 할 수 없게 되어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습니다.
 
문화예술위원회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하반기에 진행될 사업들 역시 원점으로 되돌아갔습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상황에서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않냐고 물을 수 있겠으나, 어느 하나 가벼운 것이 없으니 너무나 아쉽습니다. 제 역할을 잃어버린 상황 속에서 연대하기로 약속했던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습니다. 미처 만나지 못한 문화예술인 당원들을 만나며 인사를 나누고, 지역과 분야별 모임을 만들어나가는 일들도 이루지 못했으니 문화예술위원회 소속 당원 가족들에게도 너무나 미안한 마음입니다. 지난 논란 속에서 걱정을 많이 해주신 만큼 뒤늦게라도 한번 인사드리겠습니다.
 
심적으로도 많이 지친 상황이고, 활동을 한다고 미뤄둔 본업도 있으니만큼 한동안 당과는 거리를 두려고 합니다. 물론 저 역시 예술인이니만큼, 문화예술위원회 가족들과는 어떤 형태로든 계속 만날 것입니다. 그때 좀더 편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언젠가 한 선배 당원과 술을 마시며, "이 당에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 때 저는 "정의당이 문화부문에서 다른 정당들 보다 높은 위치에 서서,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는 당으로 만들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그 때 그분이 주신 격려의 말 한 마디는 현실적인 측면, 그리고 심리적인 측면에서 활동에 피로를 느끼고 있던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감사하고, 죄송스럽습니다. 딱 한 번 뵙고 술 한 잔했을 뿐이지만, 이 글을 쓰는 중에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처음으로 당 활동가로서 목표를 처음으로 구체화했던 순간이었기 때문에 잊기 어려운 순간이었습니다. 이제 그 목표를 한동안 접어두어야 합니다. 다시 펼칠 수 있는 순간이 올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미련이 남지만 너무나 무력하기 때문에 이만 물러나야합니다.
 
감사합니다.
딱 이말인듯? 결국 사과는 없고 입장발표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