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멸의 마수 업데이트로 레벨 제한이 풀리고 신규 사냥터가 등장함에 따라 새로운 아이템도 많이 등장했으며
새로 아이템 재봉인 시스템이 등장했고 강화 한계도 9에서 12로 증가하는 등 아이템 부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런데 업데이트가 이루어지고 20일 가량이 지난 지금,
수많은 유저들이 상위 던전에 도전해 새로운 아이템을 얻기 보다는
아이템 재봉인이나 강화에만 집중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명품을 얻어 보려고 봉인을 반복하다가 파산을 했다거나
12강화에 도전해봤지만 재료만 날리고 9강화도 하지 못하고
빈털털이가 되어 게임을 접는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현재 아이템 재봉인과 강화로 소모되는 게임 내 재화가 상당한 수준이다.




▲ 제한 없이 할 수 있다보니 소모되는 골드의 양이 엄청나다.



50레벨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강화가 안되는 황금 미궁 시리즈 정도만 입어도 만족할 수 있었던 유저들.


그런데 왜 이들은 업데이트 이후 파산 지경이 되어가면서까지 재봉인과 강화에 연연하게 된 것일까?






지름 권하는 사회. 명품과 고강에 집착하게 된 테라



지난 2월 10일, 블루홀의 기자 간담회에서 향후 아이템 강화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강화는 9까지 제한을 유지하면서 보다 다양한 형태의 아이템 옵션을 추가할 것이라는 답변을 받은 바 있다.




▲ 정식 서비스 초기와 현재 방향은 상당 부분 달라진 상태




그러나 여전히 공격 속도 증가와 중형 몬스터 공격 시/후방에서 공격 시 데미지 증가 등
일부 옵션만이 선호되고 전투 시작 시 HP 회복을 비롯해 상당수의 옵션이 용성이 낮아
이러한 옵션이 붙은 장비는 망옵템이라고 불리면서 헐값에 거래되거나 강화를 위한 재료로 사용되곤 했다.



결국 던전에서 힘들게 보스를 잡고 아이템을 획득하더라도 망옵템이라면 득템의 기쁨이 떨어지고,
직업에 따라서는 특정 옵션이 아예 필요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아이템의 가격이 극과 극을 달리게 되자
블루홀에서는 지난 4월 20일 파멸의 마수 업데이트 발표장에서 아이템의 옵션을 바꾸어 사용할 수 있고,
일정 확률로 명품 아이템이 등장하기도 하는 재봉인 시스템을 공개하게 된다.




▲ 파멸의 마수 업데이트에 공개된 각종 아이템 변경점




본래의 취지대로라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옵션이 아닌 좀 더 나은 옵션을
새로운 아이템을 사지 않더라도 재봉인을 통해 얻게 하는 방식이었지만,
문제는 재봉인 과정에서 등장하게 되는 명품 아이템이었다.



파멸의 마수가 본 서버에 업데이트 되면서 재봉인 시스템이 일반 유저들에게 공개되었는데,
업데이트 당시에는 상당히 높은 확률로 명품 아이템이 양산되었다.


그리고 일반 아이템보다 옵션의 수가 많고 추가적인 효과가 붙은 명품 아이템의 우월한 성능은
기존에 일반-고급-희귀-전설의 등급 체계 위에 새롭게 전설 명품이라는 등급이 추가되는 결과를 낳았다.




▲ 명품의 등장은 기존 아이템 체계를 뒤바꿀 정도의 위력이 있었다.




보다 강력한 아이템을 획득하고자 하는 욕구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12강화까지 제한이 풀린 것과 맞물려 업데이트 초반에는 빠른 레벨업을 하기 위해서라거나
중간 단계의 파밍을 생략하기 위해 명품 고강화 아이템의 제작과 거래가 활발하게 벌어졌다.


하지만 특별한 장비나 스펙을 요구하는 던전이 없던 ― 살레론의 공중정원은
하위 장비로도 도전 가능한 수준이었다 ― 57레벨 이하 구간에서는 명품/고강 장비가 아니더라도
사냥이 불가능하지 않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명품/고강 장비는 돈이 많은 유저들이 사용하고,
일반 유저들은 필드 드랍 전설템에 국민 강화(5~6강) 정도로도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 무난한 패턴과 난이도를 가지고 있던 살레론의 공중정원




문제는 파멸의 마수 주요 콘텐츠가 집중된 58레벨 이후 구간이었다.


단순히 필드에서 중형 몬스터를 반복 사냥하던 형태에서 벗어나
복잡한 구조와 높은 난이도를 가진 던전이 배치된 58레벨 이후 구간은 상당히 난이도가 있었다.


컨트롤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지만
몇몇 몬스터의 패턴은 일정 이상의 스펙을 갖추지 않으면
공략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힘들어지는 상황이 생기게 된 것이다.


과거 아카샤의 은신처의 경우도 일반과 상급이 나뉘기 전에는
방어력 1800 미만이면 아카샤의 공격을 버틸 수 없기 때문에
일정 이상 방어력을 무조건 갖춰야 한다는 제한이 존재했지만,
58레벨 이후 던전들은 기본적인 스펙에 특정 직업군이 유불리가 보다 강조되고
컨트롤과 파티의 호흡을 필요로 하는 패턴이 늘어나면서 좀 더 어려워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 몇몇 직업군은 던전에 따라 울고 웃고를 반복하는 상황이다




결국 부족한 실력이나 호흡을 커버해줄 수 있는 것은 아이템 측면인데,
기존이라면 5~6강화 이상만 되면 컨트롤이 조금 떨어져도 어느 보완되던 부분이
현재는 8~9강 이상이 되어야 체감되는 난이도가 비슷해질 정도로 강화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편이다.


더구나 명품 아이템은 강화로 얻게 되는 추가 옵션 자체가
일반 아이템에 비해 더 높은 수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아이템과 많은 강화를 한 명품 아이템의 격차는 더 커지게 되었고,
던전에서 기피되는 몇 몇 직업군은 고강이 된 명품템이 아니면 파티를 끼기 힘든 구조가 되기도 했다.


또, 던전을 돌더라도 아이템을 획득할 기회 자체가 굉장히 낮아
언제 더 나은 장비로 바꿀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 벌어지다보니
일정 이상의 장비를 구입하거나 획득하게 되면 재봉인과 강화에 집착하는 상황이 되었다.




▲ 덕분에 일반템과 명품템의 가치 차이는 천정부지




이러한 경향은 PvE 뿐만 아니라 PvP에서도 벌어졌는데,
높은 성능을 가진 PvP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해서 공공연하게 어뷰징이 벌어지면서
먼저 아이템을 획득한 유저가 재봉인으로 명품을 띄우고, 여기에 강화까지 하고 나면
실력차를 무시하는 수준이라 PvP를 하는 유저 사이에서도 명품을 위한 재봉인과 강화가 성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저들은 봉인 주문서 구입에 수많은 골드를 소모할 뿐만 아니라
명품을 띄우더라도 강화를 해야한다라는 2중의 압박에 시달리게 되었으며,
유저가 몰리는 중형 몬스터 사냥과 던전에서의 골드, 아이템 보상이 대폭적으로 하향된 지금,
게임 내 실제 통화량 자체는 감소했음에도 오토나 작업장을 통해 유입되는 현거래 골드가 유통되어
물가가 유지되거나 오히려 상상하기도 하는 “빈곤 상황에서의 인플레이션” 같은 현상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 돈은 안 벌리는데 작업장 골드 유입으로 물가까지 흔들리는 상황





명품/고강 신드롬. 개선의 여지는 없는가?



그렇다면 지금과 같이 유저들이 재봉인과 강화에 집착하고,
그로 인해 파산하거나 정상적인 게임 플레이가 힘들 정도의 상황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은 없는 것일까?


가장 간단한 방법은 명품과 고강 아이템을 필요로 하는 콘텐츠의 난이도를 대폭 낮춰버리는 것이겠지만,
이 경우 먼저 어려운 콘텐츠를 겪고 노하우를 전하는 하드 유저들에게는 불만 사항이 될 수 있고,
아이템 획득을 통한 캐릭터의 성장이라는 RPG 고유의 재미적인 측면이 사라지기 쉬우며,
또 과도하게 콘텐츠 소모 속도가 빨라진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 너도나도 너무 쉽게 켈사이크를 잡아버리면? 파멸의 마수 업데이트 콘텐츠는 그걸로 끝난 셈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던전과 같은 상위 콘텐츠를 즐기기 위한 기본 조건에서
캐릭터의 장비나 골드가 차지하는 비중을 지금의 수준보다는 낮추고,
라이트 유저들도 하드 유저에 비해 들이는 시간이 많지만
콘텐츠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 주는 것은 어떨까 한다.


대표적인 예로, 미션 퀘스트를 보다 쉽게 만들어주는 소모품인
카이아의 속박 같은 소모품을 등장시키는 방법이 있다.


명품이나 고강을 비싼 돈을 들여 만들거나 구입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면,
장시간을 요하는 퀘스트를 통해 화폐 아이템을 획득하고, 이를 이용해 강력한 소모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예시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 던전 소모 지원품 획득 예시


1. 매 시간당 1회 진행 가능한 퀘스트 추가

2. 해당 퀘스트를 완료하면 보상으로 "벨릭의 징표"를 1개 받음(교환 불가)

3. 벨릭의 징표를 10개 모으면 58레벨 던전에서 사용 가능한 "벨릭의 축복"을 지급 받음(교환 불가)

4. 벨릭의 축복은 58레벨 이상 던전 안에서만 사용 가능하며,
 2시간동안 던전 안에서 파티 전원의 공격력이 15% 증가하고, 받는 피해가 20% 감소
 강화 크리스탈 파괴 확률 반감(사망해도 버프 유지됨)





장비가 좋지 않은 유저도 위와 같은 버프를 통해 상위 단계 콘텐츠를 경험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좋은 장비가 있는 유저라면 이 버프를 받았을 때 보다 쉽고 빠르게 던전을 클리어 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유저 집단에만 편중되는 혜택도 아니며 이러한 버프를 통해서 컨트롤이 부족하다거나,
해당 던전에서 성능이 나빠서 특정직업을 무조건 배제하고 보는 풍조도 다소 개선될 여지가 있다.


직접적인 소모품 지급 외에도 하위 단계에서 일정 이상 실력을 쌓았다면
상위 단계의 난이도를 낮춰주거나 지원 혜택 등이 있는 던전의 에스컬레이터 구조 역시
곧바로 상위 단계에 도전하지 못해도 꾸준한 노력을 통해 장비와 골드 부담을 줄이면서
상위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방법이다.




▲ 하위 던전을 많이 돌면 상위 던전이 쉬워지는 형태의 숙련 시스템도 비슷한 맥락




다음으로 재봉인과 강화 시스템의 개선을 들 수 있다.


현재의 재봉인과 강화 시스템은 그 무작위성과 비용 소모가 높다는 점에서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부분인데,
획일적으로 데미지 증가에만 집중된 현재의 아이템 시스템을 개선해 보다 다양한 옵션을 추가하여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즉, 안 좋은 옵션을 피하기 위해 재봉인을 하고 강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옵션으로 캐릭터 방향을 잡고 나갈 수 있는 다양화된 옵션 추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위는 단순한 예시지만 옵션에 따라 직업 조합의 다양화도 노림직 하다.




현재는 아이템 드랍률 자체도 상당히 낮고 막상 아이템이 드랍되더라도
옵션이 좋지 못하면 실망하거나 재봉인에 들어가는 비용이 오히려 부담이 되는 상황인데
전체적인 아이템 옵션의 유용성 자체가 증가한다면 일단 재봉인을 돌리고 보는 가챠폰,
로또 복권 식의 구조는 자연스럽게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다.




▲ 공홈의 재봉인 시스템 가이드. 본질적으로 안쓰이는 옵션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




이 외에도 게임 내 시세 안정을 위해 오토 캐릭터로 대변되는 작업장 세력에 대한 단속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현재 테라 내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지에 대한 파악,
그리고 유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면서 개선을 시도하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





무엇이 유저에게 필요한 것인지 관찰과 소통이 필요한 때



테라가 유저들에게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벌써 반년여가 되어간다.


그리고 7월 1일부터는 일본 CBT를 시작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기도 하다.




▲ 일본 내 CBT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있는 테라



그러나 “업데이트만 던져 놓고 해외에만 신경을 쓴다”,
“문제가 발생하면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말은 립서비스였나”
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지금,
예전부터 지적된 “득템의 재미”나 "콘텐츠를 즐기기 힘든 시스템 적인 장벽" 등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진행될 해외 서비스에서도 똑같은 불만이 터져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파멸의 마수 업데이트 발표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언급되었던 “개발자와 유저 간의 소통”.


이 말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보다 발 빠른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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