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하다 알게 된 사람들이 좀 있다. 현실적으로 알거나 만난 사람은 없고, 게임상에서 안 사람들이다. 나는 거의 뉴비 수준(대격변부터 시작)인데도 기억나는 사람이 좀 있다. 그들을 생각하다 보면 마치 옛생각을 하듯이 야릇한 감상에 젖어든다. 혼자 생각하다가 빙긋 웃고 있으면 지나 가는 마누라가 저 사람이 미쳤나 하면서 물어본다. 

"뭐 좋은 일 있어요? 있으면 같이 웃읍시다." 

난 사람을 알게 되는 것을 좋아한다. 성격도 다 다르고 원하는 것도 다 다르면서도 또 다들 비슷하다. 사람이 오묘하면서도 단순하고, 그런 것을 보게 되는 것을 좋아한다. 

어떤 도적이 있었다. 판다 때 유명 길드에 들어갔는데, 평전을 한다길래 끼어들었더니 이 도적이 대뜸 말을 걸어 왔다. 

"님 이름이 희한한데 무슨 뜻이에요?"

이름 뜻을 알려 주었더니 다른 대화를 하고 있던 길드원들한테 "저 분 이름이 그런 뜻이래. 아 그래서 그렇구나"하면서 요란하게 공지를 해 준다. '활발한 사람이구나' 이렇게 생각했다. 

이 도적이 활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건 누구나 알고 있었다. 길드에 누가 접하든 제일 먼저 인사를 거는 사람이 이 도적이고, 자신이 접속하게 되면 먼저 길드에 인사를 올린다. '한 꺼풀 벗은 사람이네' 이렇게 생각했다. 

이 도적이 나이가 제법 많다는 건 금세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도 깍듯이 공대를 했지만 당시 길마가 이 도적을 '아버지'라고 불렀다.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나이가 있으면서도 제법 했다. 투기장 점수는 잘 모르지만 평전으로 2천점 정도는 쉽게 넘는 실력이었다. 시험 삼아 추켜주어 봤다. 대단히 좋아한다. 

"저도 도적 한번 해 봤으면 좋겠는데 너무 어려워요. 뭔 스킬이 이렇게 복잡한지." 

아니나 다를까 앞마당으로 나오란다. 또 속으로 웃음이 나온다. 그의 교수가 시작되었다. 일명 크로스라는 기술이다. 그게 중요하다는 것을 계속 강조하면서 대단히 친절하게 알려준다. 성의도 느껴지고 자부심도 느껴지고 재미있기도 해서 열심히 해야지 생각했다. 

하지만 도적은 좀 어려웠다. 그만 두었다. 이 도적이 너털웃음을 웃는다. 그래서 친해졌다. 

이 도적이랑은 가끔 사적인 대화를 하게 되었다. 내가 그에 대해서 더 많이 아는 게 좀 미안하기는 한데, 그도 나에 대해서 웬만큼 알기 때문에 죄스러운 마음까지는 아니다. 아마 그가 와우세계에서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일 것이다. 

인생에도 부침이 있듯이 와우에도 부침이 있었다. 나는 와우를 접기로 했다. 친구 목록에 몇 명 없었지만 다 지우기로 했다. 이 도적을 목록에서 지워야 하나 한참 고민했다. 결국에는 지웠다. 

나중에 다시 복귀했을 때 다시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민감한 나는 그에게서 서운함을 느꼈다. 정말 미안했다. 하지만 그 말은 하지 않았다. '인연이 되면 또 보겠지.'

그는 와우를 접었다. 한참 된 모양이다. 나는 몇 번을 접었다가 다시 시작한다. 오늘 문득 그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