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칼럼은 인벤가족이신 "피곰"님께서 와우인벤에 기고한 글이며, 피곰의 영상추적 3탄에
해당합니다.








Saerdna(이하 세드나)



그의 본명 안드레아스(Andreas)를 거꾸로 발음한 이 아이디는 그저 한번 되뇌이는 것만으로도
묘한 기분이 든다. 마지막 영상을 끝으로 그가 자취를 감춘지도 어느새 3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그를 추억하며 그리는 사람들이 많으며, 자신의 우상으로 존경에 가까운 마음을 보내는 이도 있다.


혹자는 Vurtne, Drakedog, Laintime, Grim 등을 능가하는 와우 역사상 최고의 네임드라고
평하기도 하고, 전 클래스를 통틀어 최강의 컨트롤러였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과장을 털어내고라도 세드나라는 이름의 위명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오리지날을 겪은 유저라면 누구나 알것이다.


오리지날 중반, 한편의 영상으로 법사계의 판도를 뒤엎어버린 주인공.
오늘은 그 세드나의 또다른 면을 볼수 있는 2편에 대해 언급할까 한다.



▲ 폭풍간지 부사령관셋, 세드나 시리즈 중 가장 멋진 오프닝이다.




일단 왜 3편이 아니고 2편을 택했는지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을것이다.
세드나하면 누구나 그의 역작인 3편을 떠올리고 냉화트리를 유행시킨 그 영상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때문에 세드나 3편은 너무 많이 알려졌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보았다.


오리지날을 플레이하지 않은 유저들조차 세드나의 영상을 알고 있을정도이며 수십번이나
반복해서 본 사람들도 있으니 굳이 글로 써가며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다만 나중에 시간이 나면 3편에 대해 써볼 생각이다.)


그에 비해 세드나 2편은 그 내용과 완성도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된 작품이다.
해외에서는 그나마 괘찮은 불태화법 영상으로 평가받았지만, 국내에서는 언급된 적도
거의 없고 제대로 공개된적도 없다.


어째서일까?



▲ 2편에서는 세드나 시리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수류탄 외의 기공아이템도 등장한다.




다들 알다시피 세드나 1,2편은 아더가이류의 불태법사였다.


그 중 1편은 Otherguy 4편 이후 등장한, 거의 불태법사 초기 시절의 영상인데 시기를 생각하면
그럭저럭 괜찮은 영상이지만 사실 엄청 좋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


수류탄 쓰는걸 빼면 세드나 특유의 무빙도, 동물같은 반응속도도 없는, 정말 평범한 불태법사 영상이었다.
그런데 어처구니 없게도 이 세드나 1편은 나온지 무려 넉달이 지나서 국내에 공개된다.


그때 국내에는 세드나보다 한달 먼저 공개된 엘룬서버 프란시스의 영상에 영향을 받아
PvP에 더 효과적인 냉비법사가 크게 유행하고 있었고, 화법영상들도 괜찮은게 제법 알려진 후였다.




▲ 아더가이와 비견될 정도로 유명한 법사 프란시스




유저들의 보는 눈도 높아진 상황에서 평범한 세드나 1편이 좋은 평가를 받을리가 없었다.
결국 세드나 1편은 좋다, 나쁘다를 떠나 거의 무시당하며 잊혀지게 된다.


아마 2편이 저평가되는 이유 중 하나가 1편의 플레이만 보고 2편을 못본 사람들이
2편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것이다.


가끔 세드나 1,2편이 Otherguy 클론영상이여서 비난 받았다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Otherguy 이후 나온 법사영상의 9할이 화비였던 시절,
그중에 Otherguy식의 불태법사가 아닌 사람이 없었다.


그중에도 좋은 평을 들은 영상들이 분명히 있고, 심지어 Otherguy와 템까지
똑같이 맞춘 Sivvis조차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세드나는 비난받았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 이, 이 차이는 대체;;




어쨌든 세드나는 1편 이후 겨우 2주 만에 두번째 영상을 내놓았는데 여기서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등장한다. 세세한 설명은 아래에서 하겠지만 간단히 말하면
3편의 세드나가 불태법사를 플레이하는 수준이었다.


3편에서 보여줬던 그 신기에 가까운 컨트롤은 2편에서 거의 완성단계에 이른 수준이었던 것이다.
충격에 가까운 감동을 받은 필자는 이 영상을 몇번이나 반복해서 감상했고, 런닝타임 장장 36분,
용량 705MB에 달하는 당시 영상들 기준으로 거의 3배에 달하는 대용량 영상이던
원본을 받기 위해 정말 생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오리시절 대용량 영상으로 유명했던 Laintime D, Zalgradis 3편도 세드나 2편에는 못 미친다.


헌데 다른 영상들에 비해 수준이 다를 정도로 대단한 영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편 역시 대박을 치지 못했다. 그저 '잘하는 법사' 이 정도로 기억됐을 뿐
큰 이슈를 불러일으키지는 않았던 것이다.


시기가 좋지 않았다.


Otherguy가 4편 이후 거의 1년 가까이 잠적하는 동안, 포스트 Otherguy를 꿈꾸는
수많은 법사영상들이 물밀듯이 쏟아지며 엄청난 과열양상을 보였다.


게다가 프란시스의 냉법 영상이 국내외에서 대단한 호평을 받으며 새로운 주류를 형성했고,
Atmas가 Arcane Fury 2편을 내놓으며 아케인 법사 논쟁에 다시 불을 지피는 등
상당히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실제로 포스트 Otherguy는 등장하지 않았으며 그만큼 명성을 날린 화법영상도 이 시기에는 나오지 않았다



▲ 원조 아케인법사 Atmas




결국 이런 혼란속에서 세드나 2편은 국내에 공개되지도 못하고 다른 수많은 법사 영상들과 함께 묻히게 된 것이다.
(확언하건데 세드나 3편이 나오기 전까지 국내유저들 중에 세드나를 알고 있던 사람은 정말 극소수였을 것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이제 본 내용으로 들어가보자.

세드나 3편이 큰 인기를 끌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등장했던 상대 플레이어들
대부분이 pvp에 상당한 개념을 갖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설령 본인이 Vurtne+영레형+Neilyo+미내기의 컨트롤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상대한 플레이어가
냉혈+사악질을 하거나, 단축키 4번에 자물쇠따기를 배치하거나, 비습+급가(?)+사악(!?)의
신개념 콤보를 구사하는, 최근 장동건과 열애설이 퍼진 모 연예인 도적이라면
악플이 백만개 달려도 할말이 없는 것이다.


2편에서는 3편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수준높은 상대들이 제법 등장한다.
초반부 죽음의 고개에서 상대한 냉법이 그 중 한명인데, 냉법vs화법의 아주 볼만한 법법전을 선보인다.



▲ 간지얼방! 이 친구 개념이 제법?




이 싸움에서 아주 재미있는 장면이 등장한다.

첫대결때, 양변을 당한 세드나가 상대가 얼음 화살을 시전하는것을 기다렸다
급장+마반으로 차단을 거는데 상대가 번개같이 캐스팅을 취소한다.(근데 마반은 저항 -_-)


그런데 두번째 대결에서 상대 냉법이 이것을 똑같이 흉내내어 구사한것이다.
그리고, 세드나 역시 재빠르게 캐스팅을 취소해버리고 시전마반은 당하지 않는다.
미리 짜고 한것마냥 한번씩 주고받는 둘의 컨트롤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결국 두번의 대결 모두 세드나가 승리하긴 했지만 이 냉법은 정확한 타이밍에 얼방을 쓰거나,
시전마반 당한 상태에서 백스탭으로 캐스팅 캔슬을 노리는 등 pvp에 대단히 능숙한 플레이어였다.


그 외에 노래방에서의 VS 사제전도 꽤 멋진 대결이었다.
오리지날때는 사제는 상성상 법사보다 우위였고, 더욱이 상대가 법사전에 능한 개념유저라면
이기는 것이 정말 힘들던 시절이었다.


보호막만 두르고 마나연소를 연타하는 사제를 상대로 세드나는 끝까지 마반을 아끼면서 딜링에만 집중한다.
그리고 사제의 피가 1/3이 된 시점에서 수류탄->화염구->마반->마나물약->냉정염구 콤보로 마무리한다.



▲ 마나연소를 연발하는 사제는 마법사에게 정말 까다로운 상대였다.




마나연소를 차단하면 힐을 허용하게 되고, 그렇다고 사제가 힐을 할때까지 기다리면
마나가 먼저 바닥나는 일반적인 사제vs법사전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마반을 아낀 세드나의
배짱도 대단하지만 상대의 마반을 기다리면서 끝까지 힐을 자제한 상대 사제 역시 개념유저라고 하겠다.



▲ 집행셋 기사와의 대결, 칼정화의 진수를 보여준 이 기사 역시 대단한 개념유저였다.




세드나의 컨트롤을 논할때 기준이 되는 것은 일반적으로 3편이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2편에서 세드나의 컨트롤과 무빙솜씨도 절대 무시 못할 수준이다.


불평에서 2도적을 상대로 보인 세드나의 무빙을 보면 이전까지 최고의 사이드스텝 무빙을
한다고 평가받던 Otherguy를 이미 몇단계나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직선 형태의 사이드스텝을 위주로 쓰던 Otherguy와 달리 원을 그리며 좌우로 부드럽게
움직이는 세드나의 무빙은 현재 일류 플레이어들이 구사하는 무빙과 똑같은 수준이다.


이 전투에서 세드나는 이속감소기 하나 걸리지 않은 2도적을, 전투시작 후 한대도
맞지 않으면서 두명 전부 잡아낸다. 오로지 무빙과 얼회만으로 거리를 조절하며 싸우는
이 전투는 법사 유저라면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멋진 전투신이다.



▲ 2도적과의 술래잡기




중반부에는 2편 최고의 전투신이라고 해도 좋은 1:4 연속 필드전 나온다.
Nightwish - Riddler를 BGM으로 삼은 이 필드전은 상당히 속도감 있게 진행되면서
세드나 발군의 전투센스와 끈질긴 생존력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특히 무엇 하나를 꼭집어 내세우기가 힘들정도로 무빙, 반응속도, 순간판단력,
체력관리 등등 세드나의 모든 컨트롤이 최고로 집중된 전투신이라고 해도 좋다.



▲ 이 상황에서도 살아 남는다.




말을 타고 달려오는 상대가 내릴 지점을 정확히 예측해 등뒤로 수류탄을 투척하거나,
화작,냉돌,얼회가 전부 쿨인 상황에서 뒤쫒아오는 상대를 도망가는면서도 신폭 연사로 잡아내고,
얼회소멸을 탄 도적을 번개같이 신폭으로 찾아내 순식간에 냉정+양변으로 메즈하는 등
박진감 넘치는 필드전의 진수를 보여준다.



▲ 3편에서는 구경할 수 없는 세드나의 감각적인 신폭




세드나의 능력중 특히 뛰어난 것은 전투상황에서의 순간적인 판단과 센스다.
법사계의 오랜 떡밥인 Vurtne vs 세드나를 비교할 때 흔히 세드나는 기계처럼 싸우고,
Vurtne는 즉흥적으로 싸운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기계처럼 싸운다는 것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정확한 컨트롤을 구사한다는 뜻인데,
실제로는 빠른 타겟팅과 정확한 예측, 매끄럽게 이어지는 전투상황을 보면
오히려 Vurtne가 기계적인 컨트롤에 가깝다.


반면 세드나는 마우스 타겟팅을 주로 쓰기 때문인지 조금 난잡한 면이 없지 않으며,
전투상황에서의 반응도 Vurtne보다 한템포 느리면서 거친 느낌이 강하다.


이것을 두고 예전에 누군가 이렇게 표현했다.
"Vurtne는 자신의 계획으로 상대를 끌어들이는 반면, 세드나는 상대에 맞추어 그때그때 대응한다."


필자는 이게 정말 정확한 표현이라고 본다.
Vurtne는 먼저 전략을 세우고 전투에 돌입해 페이스를 자기쪽으로 끌어오지만,
세드나는 일단 닥돌한 다음 상대의 반응과 상황에 맞춰 싸운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기본적인 전략이 짜인 Vurtne보다 전투중 계획을 세우는 세드나가
한박자 느리게 보이는 것이다. (3편에서도 세드나의 이런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럼에도 세드나의 전투 중 판단력과 센스는 단연 발군이다.
2편 중후반부 붉은마루산맥에서 벌이는 전투가 세드나의 그러한 능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첫 전투에서 드루를 처리하느라 체력과 마나가 모두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어디선가 부활한 드워프 전사가 느닷없이 튀어 나온다.


이때 세드나는 물약, 무메론, 환기, 얼회가 모두 쿨이 돌고 있었다.
급히 변이을 시전하던 세드나는 변이 이후 만피가 될 상대를 생각하면 상황이
더욱 불리해짐을 깨닫고 변이를 취소, 그대로 싸우기로 결정한다.



▲ 절체절명의 상황




상대 체력 게이지도 불안한 것을 확인한 세드나는 일단 1렙 얼화로 상대를 느리게 만들어
최대한 시간을 끈 뒤, 전투깃발을 꼽아 체력을 확보한다.


다시 1렙 얼화로 상대의 이속감소와 전투상황을 유지시키고, 그 사이 리젠된 얼
마 안되는 마나로 냉정+불태우기를 날려 데미지를 가한 후 최후엔 법봉으로 마무리를 가한다.


최종적으로 남은 세드나의 마나는 달랑 9.


보통 사람이라면 마우스에서 손을 놔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자신의 남은 카드와 상대의 상황을 순식간에 파악해 완벽히 대응한 세드나의
순간적인 판단과 쿨을 아끼지 않은 과감함이 낳은 명장면이라고 하겠다.


3편을 먼저 본 사람들이라면 얼회 한번, 냉돌 한번을 위해 한파를 돌리던 세드나 3편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 작렬하는 냉정불태, pvp영상에서 이런 센스 넘치는 응용력을 보인 유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여담으로 필자는 3편의 얼회+한파+얼회 콤보 역시 도적의 소멸을 미리 예상한것이 아니라
소멸 타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반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쿨의 영향을 받지 않는
한파의 특성을 생각할때 첫얼회 후 한파를 돌린 타이밍이 너무 늦기 때문이다.



수많은 명작이 탄생했던 오리시절.

개인적으로 Otherguy 3편, 예쁜꿈 2편, Alca 1편, Clazzi 1편과 함께 세드나 2편을
오리지널 최고의 불태법사 영상으로 꼽는다.


시기적 상황과 세드나 3편이라는 그 자신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진 못했지만
2편 역시 충분히 걸작의 반열에 올려도 좋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 말퓨리온 서버 법사 예쁜꿈, 불태법사의 모든 것을 보여준 그 역시 대단한 플레이어였다.




물론 그렇다고 2편이 3편을 능가하는 작품이라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는 장점들만 열거했지만 3편에 비해 스킬이나 수류탄이 빗나가는 등의 미숙한 장면이
제법 눈에 띄고, 특히 촬영시의 렉 때문에 전투상황이 뚝뚝 끓기거나
버그성 장면이 여러차례 나오는 것은 pvp영상으로서 큰 단점이라고 할수 있다.


그럼에도 세드나 2편은 시리즈를 거치며 성장하는 세드나의 컨트롤과 냉화법사가 아닌
화비법사 세드나를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2편 역시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고 세드나는 그 후 조용히 모습을 감춘다.
같은 시기에 등장했던 다른 수많은 법사들처럼 그 역시 그렇게 사라지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반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나서 그는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2006년 1월 26일,

와우라는 게임이 존재하는 한 불멸로 기억될 영상이 세상에 공개된다.




▲ 전설이자 신화, Saer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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