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가 국내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지 벌써 4년을 훌쩍 넘었고, 그 동안 무수히 많은 컨텐츠를 선보이며 유저들에게 많은 재미를 주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레이드, 즉 공격대 컨텐츠는 현재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서버마다 수십 개의 막공이 끊임 없이 열릴 정도로 또 한번의 전성기를 이어 가고 있습니다. 블리자드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레이드 컨텐츠에 대한 일반 유저들의 집중도는 전 세계 그 어느 나라와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높다고 합니다.


특히, 3.1패치로 소개된 신규 공격대 던전 울두아르는 본격적으로 도전모드(Hard Mode)를 공개하여,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왔던 각 직업 개선 작업과 맞물리면서 지금까지 쌓아왔던 레이드 컨텐츠에 대한 패러다임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고 있습니다.


이에 인벤에서는 WoW 오픈베타 시절부터, 오리지날 낙스라마스를 거쳐, 첫 번째 확장팩 불타는 성전, 그리고 그리고 두 번째 확장팩 리치왕의 분노, 울두아르까지의 레이드 컨텐츠에 대해 연재 형식으로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져,


WoW의 레이드 컨텐츠가 지금까지 어떻게 발전을 거듭해 왔는지, 그리고 울두아르를 통해 앞으로는 또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에 대해 인벤 가족분들과 함께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 3.1 패치로 최근 구현된 울두아르 레이드 컨텐츠








1부 - 대한민국이라는 불모지, WoW 레이드의 탄생



태초에 데스윙의 딸 오닉시아가 있었으니...


WoW에서 가장 처음으로 구현된 레이드 몬스터, 오닉시아. 보라빛 드래곤의 모습을 한 오닉시아는 최근 구현되는 몬스터들에게도 재활용되는 WoW 레이드 컨텐츠의 핵심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교과서적인 몬스터였다.



1페이즈에서는 메인탱커와 다른 공대원들간의 어그로 조절과 진형 관리를 요구했고, 오닉시아가 공중으로 올라 비행하는 2페이즈에서는 오닉시아의 즉사 브레스를 피하기 위해 모든 공대원들이 산개한 후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양 옆에서 생성되는 새끼용까지 광역마법으로 처리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 WoW의 첫 번째 레이드 몬스터, 오닉시아.
그림은 2페이즈에 돌입해 공중에서 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는 3페이즈에서는 주기적인 광역 공포와 지형적인 화염 대미지를 최대한 버티면서 나머지 30%의 체력을 깎아야 오닉시아가 비로소 쓰러지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호드는 진동의 토템, 얼라이언스는 그 당시 드워프 사제만 가능했던 공포의 수호물이 필수가 되었으며, 메인탱커 전사는 타이밍에 맞게 태세를 전환해 광전사의 분노로 공포를 푸는 센스가 필요했다.



"상급 화염 보호 물약 2개 꼭 확인할께요."라는 말을 지겹도록 들을 정도로, 레이드에서의 도핑의 중요성이 일반 유저들에게도 알려졌으며, 이 때문에 이글거리는 협곡의 불정령은 생성되자 마자 유저의 손에 의해 사라져 불의 원소를 뱉어내야 하는 운명에 처해야 했다.



▲ 오닉시아 3페이즈, 주기적 공포와 지형 화염 대미지는 그 시절부터 있었다.




즉시 차단되거나 와우인벤 사건사고 게시판에 올라가야 마땅하다고 여겨지는 "파템둘둘" 공대원이 99% 이상이던 (메인탱커도 마찬가지..) 시절이었으며, 길고 험난했던 오닉시아 열쇠 퀘스트, 즉 입장퀘스트 때문에 WoW를 접을 때까지 오닉시아 얼굴 조차 보지 못했던 유저들도 있었다.



티어(Tier1), 즉 공격대 1 세트 방어구 또한, 지금처럼 레이드에 특화된 옵션이 붙어 있던 게 아니었다. 탱킹 세트, 딜링 세트 구분없이 모호한 옵션으로 도배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이전 다른 외산 게임에서 레이드 경험이 없었던 유저들은 어떻게 세팅을 해야 하는 지도 전혀 모르던 때였다.



결국, 오닉시아는 오직 레벨업과 아이템이 끝인 줄 알았던 일반유저들에게 '레이드'라는 게임플레이를 크게 알린 기폭제가 되었으며, 이는 국내의 The Chosen 공격대가 전 세계 최초로 오닉시아 공략에 성공하면서 대한민국 전체에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확산되기 시작한다.



▲ The Chosen 길드가 오닉시아를 잡던 날, 어떤 북미 유저는 코리안 너프를 외쳤다.






본격적인 WoW 레이드의 시작 화산심장부


단순히 인던에 진입하면 바로 얼굴을 대면할 수 있었던 오닉시아와는 달리 화산심장부는 거대한 인던 구조 속에 총 10마리의 보스몬스터가 함께 구현된 본격적인 레이드 던전이었다.



처음에 화산심장부가 구현되었을 때 40명을 아무렇게나 모아서 공격대를 조직해서 '들이대 보자'라는 시도가 많았는데 대부분이 입구 앞 용암 거인 2마리에 몰살 당하는 경험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혹자는 아직 화산심장부는 완성된 게 아니고 테스트용으로 블리자드가 단순히 꾸며놓은 장소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고, 그 당시에는 꽤나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 지기도 했다.



그러던 중, 오닉시아를 기점으로 레이드 컨텐츠에 대한 유저의 이해도가 확산되었고, 기존에 레이드 경험이 있었던 유저들이 아닌 일반 유저들에게도 단순히 '막모집에 의한 막공격대'로는 불가능하고 뜻이 맞는 사람들로 조직된 정규 공격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이 때가 가장 최초로 정규 공격대가 활성화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 화산심장부 입구 앞 용암 거인 2마리,
그 당시 막공이 생길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여전히 미숙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힌 이후부터는 입구의 화산 거인 2마리는 어떠한 장애물도 되지 못했고, 북미의 유명 공격대 Conquest 길드가 화산심장부의 전체 지도부터 각 보스별 공략법을 공개하면서 국내 유저들의 레이드 진척도는 더욱 가속화되었다.



'저주 해제, 질병 해제!', '멘탱 힐!', '폭탄에 걸린 사람은 빠져요'라는 대사들이 자연스럽게
오가기 시작했고, 각 직업 고유 스킬들이 제 역할을 찾고 레이드에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하지만, 그 때까지도 각 직업들의 세 가지 특성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기 때문에, 퓨어 딜러를 제외한 대부분의 직업들은 오로지 한가지 역할만 수행할 수 밖에 없었고, 특히 하이브리드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힐링만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이는 유저들의 인식 문제에 앞서, 그 당시 시스템 자체가 공격대 방어구 자체가 현재처럼 특성에 맞도록 종류별로 구현된 게 아니라 단 하나의 세트만을 제공하는 등의 획일적인 구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 북미 Conquest 길드가 공개했던 화산심장부 전체 지도와 몹 배치도,
그 당시 반응은 이랬다. "이게 뭔가요? 먹는건가요. 우걱우걱"




양손무기로 보스몬스터를 신나게 딜링하다가 공격대에서 쫓겨나는 성기사들도 있었으며, 반복되는 힐링에 WoW에 대한 흥미 자체를 잃어버리게 된 드루이드들도 많았다. 어떻게 보면, 그 당시 가장 레이드에서 힘들었던 점은 이러한 인원난 속에서 매 레이드 시간 마다 40명의 레이드 인원을 가득 채우는 작업이었다.



화산심장부를 기억하면서 또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마법 저항 아이템'이 필수적인 요소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특히, 화산심장부의 최종 보스 라그나로스는 메인탱커와 서브탱커를 비롯해서 공대원 전원에게 엄청난 화염 저항 수치를 요구했다.

각 공격대는 화염저항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노동과 시간을 들여야 했고, 얼마나 빨리 화염 저항 아이템을 공격대 전원이 구비하느냐에 따라서 서버별 공략 순위가 결정되기도 했다.



어쨌거나 라그나로스는 엄청난 노동에 굴복하지 않은 유저들에 의해 결국 공략되었고, 설퍼라스라는 전설급 아이템을 비롯 그 당시에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강력한 성능을 지난 아이템들을 드랍하면서, 유저들을 앞으로 추가될 레이드 컨텐츠에 대한 부푼 꿈에 빠지게 만든다.




▲ WoW 레이드 최초의 전설급 아이템, 설퍼라스 - 라그나로스의 손
이거 못 먹어서 환장한는 분들이 많았다. 기자도 마찬가지.






반복되는 좌절 속에 한번 더 성장하고, 검은날개 둥지


검은날개 둥지의 등장은 새로운 레이드 컨텐츠에 목말랐던 수 많은 유저들에게 단비와 같았다.



하지만, 패치 첫날 검은날개 상층 진입로는 검은날개 둥지 시작퀘스트를 하기 위해 몰려든 수많은 유저들로 인해 크게 홍역을 치른다. 반복되는 필드 전쟁과 극심한 렉을 이겨내고 검은날개 둥지의 첫날을 드디어 내딛는데, 첫 몬스터 폭군 서슬송곳니는 그렇게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 지금 보면 조금은 유치하기도 한 검은날개 둥지 패치의 공홈 문구
"용과 싸우는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요?" 어?




단상 위에서 정신 지배 수정구를 사용하는 공략법은 나름 참신했지만, 끊임없이 소규모 파티 전투가 벌어지는 정신 없는 상황 속에서 공대원은 하나씩 목숨을 잃어가야 했다. 오크와 용족을 달고 양쪽 제단을 사이를 달리는 탱커와 그런 탱커를 살리기 위한 힐러, 그리고 4방향에서 끊임 없이 생성되는 몹을 최대한 쌓이지 않도록 처리해야 하는 딜러들의 사투는 검은날개 둥지의 첫 보스치고는 상당히 힘겨웠다.



슬슬, 대부분의 공격대들이 폭군 서슬송곳니 공략에 성공해나가기 시작할 즈음. 선두에 속한 공격대는 WoW 레이드 역사상 최대의 벽 중에 하나인 벨라스트라즈와 만나게 된다. 벨라스트라즈는 오닉시아와 마찬가지로 메인탱커 머리를 잡고 좌우에서 딜러들이 공격하는 기본적인 전략은 동일했다.



하지만, 밸라스트라즈는 메인탱커를 비롯한 공대원들에게 주기적으로 아드레날린 폭탄을 시전해 결국 죽게 만드는 어이없는 만행을 저질렀다. 탱커가 사망하면, 두 번째 탱커가 즉시 들어가 탱킹을 시작해야 하며, 보통 3~4, 많게는 5명의 탱커가 희생해야 쓰러트릴 수 있는 구조였다.

그것도 무한하게 차는 분노와, 떨어지지 않는 기력과 마나를 사용해 최대한 대미지 딜링을 뽑아냈을 때의 얘기였다.



▲ 가장 첫 번째로 공대파괴자 역할을 했던 밸라스트라즈




도발도 면역이기 때문에 메인탱커부터, 이후 탱커들은 미리 약속을 해서 스킬 사용등으로 칼같이 어그로 수치를 계산해서 어그로 순위가 순서대로 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한번이라도 어그로 역전이 일어나 밸라스트라즈의 머리가 돌아가면 브레스와 회전베기에 대부분의 힐러, 딜러들이 즉사하기 때문에 이는 안정적인 밸라스트라즈 공략의 핵심이었다.



단, 얼라이언스는 성기사의 구원의 축복을 이용해서 어그로의 차등을 주는 방법을 택했고, 유용하게 사용되었지만, 이 때부터 레이드 컨텐츠에서의 얼라이언스와 호드 간의 균형 문제에 대한 불만이 크게 불거져 나오기 시작한다.



그 당시 유명세를 떨쳤던, 워크래프트3 해설가로도 유명했던 장재영씨가 이끌던 아즈레이더가 세부적인 밸라스트라즈 공략법을 친절한 그림과 함께 공개하면서, 밸라스트라즈 공략에 공대 해체 위기까지 갔던 다른 공격대들의 힘이 되었고, 국내 레이드 커뮤니티도 단순 질답 형식이 아닌 체계화된 공략법이 널리 알려지고 생산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 장재영씨의 아즈레이더(추후 ReX로 개명)가 공개한 호드 진영의 밸라스트라자 파해법,
체계적인 국내 레이드 공략의 초석이 된다.




하지만, 근 몇 개월 동안 수많은 공격대를 정체시킨 밸라스트라즈 이후의 보스들도 극 저항아이템을 요구하면서도, 어그로 시스템에 기반한 '메인탱커와 힐러에 집중된 난이도'는 치를 떨게 만들었고, 유저들에게 WoW에서의 레이드가 쉽게 접하기 어려운, 즉 만만한 컨텐츠가 아님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용기대장 레쉬레이어를 넘어 화염아귀, 에본로크, 플레임고르 3비룡 형제, 그리고 영혼의 해제와 함께 강제 어그로 감소 스킬로 또 한번 탱커들의 미칠듯한 센스를 요구했었던 크로마구스까지 어느 하나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보스는 없었고, 그 때마다 새로운 개념과 레이드에 대한 이해도를 필요로 했다.



'게임을 시작하자'라는 음산한 목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네파리안은 오닉시아부터 시작된 오리지날 초반 레이드 보스들의 전략을 죄다 섞어 놓은 듯 했다. 랜덤한 속성으로 끊임 없이 등장하는 용기병들과의 전투, 1페이즈와 용족 형태로 지상에 내려온 네파리안을 상대하는 2페이즈로 구성되었는데, 대부분의 국내 공격대들을 그 난이도에 생지옥을 맛봐야 했다.



▲ 검은날개 둥지의 최종 보스 네파리안,





특히, 네파리안은 초반에 한번 트라이 하다가 실패하면, 10시간 이상이 지나야 등장하도록 설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의도한 것인지 버그인지도 밝히지 않아, 화염저항 아이템으로 공략 시간을 연장시켰던 화산심장부의 라그나로스와 함께 '일찍 잡는 게 그리 무섭냐?'라는 비난의 화살이 블리자드를 향하게 만들기도 했다.



일명, 치사한 블리자드로 통했던 시절이었다. 그런 유저들의 외침을 블리자드가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이후 보스 설계에 대한 블리자드의 방침은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소 변하게 된다.



"2부- 골드팟의 탄생과 라이트유저 논란, 줄구룹과 안퀴사원, 그리고 낙스라마스"가 곧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