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이다. 입맛이 떨어지기 좋은 계절. 그야말로 국수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다. 여름에 어울리는 국수는 상당히 많다. 냉면, 열무김치 국수, 잔치국수 , 막국수 등...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국수가 있다면, 콩국수가 아닐까 싶다.


 콩국수는 참 간단한 음식이다. 콩물에, 국수를 말면 끝이다.하지만 그 만큼, 어려운 음식이기도 하다. 콩물과 면, 둘 다 완벽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콩물이 맛이 좋아야 한다. 시중에서 파는 묽고, 옅은 콩국물로는 안된다. 콩국물은 진해야 한다. 삼삼하고 걸쭉해서 약간은 뻑뻑하다 싶을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 맛있고, 진하고, 삼삼한 콩국물은 어떤 콩국물인가.


 난 그 콩국물을 나의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시는 콩국물에서 답을 찾는다. 서리태, 흔히 검은콩으로 알고 있는 콩을 깨끗히 씻어서 약간 불려둔다. 그리고 끓인다. 적당한 시간은 끓기 시작하고 10분. 너무 적게 삶으면 비린내가 나고, 많이 삶으면 메주냄새가 난다.


 삶아진 콩은 건져내서 껍질 채로 갈아준다. 물은 최소한으로만 넣어야 한다. 곱게 갈아도 되지만, 약간 거칠게 갈아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서리태의 특징상, 초록빛이 돌면서도 검은 껍질이 섞여있는 콩물이 만들어진다. 색을 제외하면 완벽한 콩물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 콩물은 물통에 담아서 냉동실에 넣어두자. 약간 살얼음이 낄정도면 충분하다.


  냉동실에서 콩물이 차가워질 동안, 국수를 삶자. 일반적으로는 소면을 쓰지만, 메밀국수를 써도 나쁘지 않다. 국수를 삶는 정도는 알 단테, 약간 덜익힌 정도면 충분하다. (끓이는 틈틈히 면을 젓가락으로 건져 올려 공기를 쐬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적당히 삶아진 면을 건져 체에서 찬물로 헹궈준다. 이때 얼음이 있으면 얼음을 좀 넣어서 면을 차갑게 해주는 것도 좋다.


 자. 이제 식사의 시간이다. 적당한 크기의 사발에 주먹만큼 국수를 뭉쳐 담자. 그리고 살짝 얼려둔 콩물을 충분히 흔들어서 부어주자. 거기에 여유가 된다면 채썬 오이나, 채썬 무를 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거기에 간수를 충분히 뺀 천일염을 약간. 정말 약간 뿌려주자. 짠맛은 나지 않고 콩국물의 진한 맛을 살려줄 만큼만.


  콩국수의 완성이다. 먹을 시간이다. 하지만, 콩국수는 면부터 먹는 음식이 아니다. 사발을 들어 콩국물을 한모금, 두모금 들이키자. 진하고, 차갑고, 고소한 맛이 입에 퍼진다. 까끌까끌한 콩의 입자가 기분이 좋다. 그 후, 채썬 오이를 집어 아작거리며 씹어주자. 기분좋은 식감이 입맛을 돌게 한다. 그 식감을 즐기고 난 뒤에야 면의 차례가 온다.


 국물을 마시고, 오이를 씹는 동안 충분히 콩국물이 스며든 면을 한 젓가락 들어 입에 넣어보자. 시원하면서도 매끄러운 면의 식감 사이로 콩국물의 진한 고소함과 까끌까끌한 콩의 입자가 입안에 맴돈다. 씹으면 씹을수록 콩국물의 풍미와 국수의 매끄러움이 잘 어우러진다.


 국수 한 입, 채썬 오이 한 입, 국수 한 입, 채썬 오이 한 입. 순식간에 사발은 콩국물만 남게 된다. 이제 대망의 클라이막스다. 더운 날씨에 바깥에 놓여 적당히 마시기 좋을 정도로 시원해진 콩국물을 사발째로 벌컥벌컥 들이키자. 투박하지만 농후한 맛. 그러면서도 깔끔하게 뒤끝이 남지 않는 맛. 그 어떤 조미료도 필요 없이 약간의 소금만으로 간을해서인지, 깔끔하기 짝이 없는 마무리다.  아아. 여름. 콩국수의 계절이다. 여름 별미 콩국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