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사제에서 암사로 전향하고 레이드와 인던을 다니며 느낀 신분하락... 에 대해 정리해봤습니다
구직에서는 준귀족, 일단 출발하고 나면 귀족급 케어대상인 사제에서 한순간에 딜만 높은 마나고자 어글머신으로 변신하고 나니 처지가 변한 것이 느껴지더군요 (레이드에선 안 튀던 어글이 인던에선 왜 자꾸 튈까요 으으)
아직 전향 후에 파티플레이를 많이 하지는 않아서 표본이 적지만 직접 보고 느낀 만큼만 끄적여볼랍니다

1. 나를 대하는 파티의 자세

힐러가 마나가 없으면 탱님이 먼저 "사제님 마나 차면 ㄱ할게요" 한다.

딜러가 마나가 없으면 힐러 마나 보고 그냥 출발한다. 내 결정수...ㅠㅠ

힐그로가 튀면 탱님이 내쪽으로 다가온다. 레이드프레임으로 확인하는지 육안으로 확인하는지 모르겠지만 힐그로를 보면 대부분의 탱커님들은 내 위치로 오고, 나도 달려가다가 오히려 어긋날 때도 있을 정도로 챙겨주신다. 어그로가 끌리면 모든 파티원들이 긴장하고 날 쳐다본다. 다들 챙겨주셔서 너무 고맙다.

딜그로가 튀면 내가 탱님쪽으로 간다. 레이드프레임으로 확인했는지 그냥 체력바가 아파서 확인했는지 모르겠지만 딜그로가 끌리면 나는 셀프보막과 소실을 누르고, 탱님 자리로 가지만 탱님이 신경을 안 쓰셔서 어긋날 때도 종종 있다. 어그로가 끌리면 파티원들이 나를 안 쳐다본다. 안 쳐다봐줘서 너무 고맙다.

팀 전략이 잘못된 것 같으면 힐러는 5인가구의 엄마가 된 기분이다. 최대한 좋은 말로 어찌보면 잔소리라고 보일 수도 있는 지적을 한다. 탱님이 징과 오더로 큰 방향을 정한다면 힐러는 중간중간 일어나는 해프닝들을 고쳐나간다.

팀 전략이 잘못된 것 같으면 딜러는 5인가구의 둘째가 된 기분이다. 잔소리하는 엄마와 음주운전하는 아빠 사이에 낀 둘째는 조용히 있는 게 답이다. 듬직한 큰형이나 분위기메이커 막내가 나섰으면 좋겠다.

2. 나의 시선

힐러는 80%의 시간을 파티나 공대 체력바를 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빈칸이 생기면 누구보다 빠르게 힐을 땡긴다. 힘든 전투에서 빈사상태의 탱님도 한 번에 살려내는 상치가 뙇 하고 들어갈 때 쾌감이 온다. 팀원이 한 명이라도 누우면 침울해지고 가슴이 절절히 아프다. 전투상황은 내 위치를 잡는 동안에만 신경쓰고 가끔 탭을 돌리며 몹들의 디버프와 대상을 체크한다.

딜러는 80%의 시간을 딜미터기를 쳐다보며 내 dps와 딜순위를 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힘든 전투에서 꾸준히 빡딜하는 밀리딜을 밀어버릴 수 있는 크리가 터져서 순위가 역전될 때 쾌감이 온다. 저항이 한 번이라도 뜨면 침울해지고 가슴이 절절히 아프다. 전투상황은 내 위치를 잡는 동안에만 신경쓰고 가끔 탭을 돌리며 내 도트와 어그로 미터기만 체크한다.

3. 파티를 모집할 때

힐러는 자기가 원하는 파티가 없으면 파장을 잡고 팟을 판다. 탱커 구하기가 좀 빡세지만 딜러는 금방 구한다. 원하는 템 선입해놓고 광고를 시작한다. 슬슬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보면 대략 시간이 맞는 것 같다.

딜러는 자기가 원하는 파티가 없으면 앵벌을 간다. 팟을 파면 딜러 두놈은 금방 오지만 탱힐이 안 와서 우선 아는 탱힐 한 명이랑 같이 가자고 꼬셔두고 광고를 시작한다. 원하는 템 선입해놓으면 천떼기는 천떼기를, 가죽 사슬은 가죽 사슬클 딜러를 못 구한다. 탱힐님 다 오실 때까지 시간 때울 방법을 미리 생각해두면 좋다.

4. 레이드 구직할 때

힐러는 비스템을 절반 정도 구하고 그럭저럭 쓸만한 힐증템을 들고 힐사 회드 신기를 구하는 공대에 지원한다. 신기 회드보단 못하지만 요즘 힐사제는 흑마보단 늦게 차고 신기 회드보단 빨리 차는 준귀족 정도가 맞는 것 같다. 템이 약간 안 좋아도 내가 열심히 하면 1인분은 충분하다.

딜러는 비스템을 거의 다 구하고 화심무기도 들고 암사 구하지도 않는 공대에 살포시 귓을 넣어본다. 운이 좋아 그동안 자리를 어찌어찌 구해왔지만 귓을 보내면서 불안하다. 한동안 힐러 마인드로 살았어서 물퀘도 미리 안 해둔 게 후회스럽다. 템이 좋은 편이라 그나마 평민 수준으로 자리가 구해진다. 템이 괜찮아서 1.5인분 딜은 하니 그제야 안심이 된다.

5. 피로도의 차이

힐러는 인던이 피곤하다. 힐러가 나 혼자다보니 내가 1초 멍때리면 탱님이 누울 수도 있다. 상층 드라키직 1힐러라도 하게 되면 눈꺼풀에 힘이 들어간다. 레이드에서는 해제만 열심히 하면 힐량은 사실 파이 나눠먹기다. 순치질 빡세게 하며 힐량 늘리는 건 좋지만 어쨌든 선택의 영역이다. 마나 약간 남겨뒀다가 힐러 마나 마를 때쯤 치유 상치 위주로 힐 해도 나쁘지 않다. 빡힐해서 힐량 1, 2등 찍은 것도 기쁘지만 적절한 세이브로 공대원을 얼마나 안 눕히고 깔끔하게 레이드를 마쳤는지가 더 중요하고 뿌듯하다. 인던이나 레이드 돌고 나면 살짝 지친다. 빈칸 채워넣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는 스타일이라 힐 스킬만 5~6개를 번갈아 반응하며 넣다보니 약간 피곤하다.

딜러는 레이드가 피곤하다. 인던은 딜러가 셋이고 내가 1인분만 하면 뭐 무난히 클리어 가능하니 딱 내 할 만큼만 하게 된다. 이제는 제발 졸업하고 싶은 나락, 하층 같은 만만한 데서는 그냥 몸이 기억하는대로 한다. 레이드에서는 갑자기 돌변해 물약과 도핑을 챙기고 빡딜을 시작한다. 초딱만 나와도 라그 잠수 전에 잡는다지만 빡딜도 어쨌든 선택의 영역이다. 마나는 전부 털어넣고 일마와 암룬을 마신다. 드루가 셋 이상이면 살포시 귓으로 자극을 부탁드린다. 둘 이하면 내가 쓰기 아까운 자극이라 참는다. 우리 공대가 화심 2탐컷 깔끔히 하는 것도 좋지만 내 딜미터기 탑 3가 솔직히 더 기쁘다. 끝나고 미터기와 로그를 까보며 힘이 난다. 피빕이나 연습하게 아포로 가서 깃을 꼽고 와라버지 고인물님들을 불러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