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거슬러 '리치왕의 분노' 초기…

"죽징사다. 쟤네 분명 날 물 거야. 우린 징기 물자. 처음에 투명화하고 가서 힐러 양하고, 공수 있으면 훔쳐. 일단 징기 하나 붙으면 버티는데…일단 나랑 술사가 같이 벗길게. 첫 심망에 날개 안 피면 걍 버티고, 끝나면 도트 바름. 저쪽 둘 다 나한테 붙어서 둘 다 쿨기 쓰면 바로 분산 쓴다? 분산 동안 상황 봐서 징기 떼주고 안되면 나 살려줘야돼. 급장은 상황 봐서 쓰고, 난 죽기 본다? 일단 오른쪽 기둥 가자. 그리고…"


무슨 대화인지 좀 느낌이 오시나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투기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화입니다. 파트너들과 팀을 꾸려서 적의 팀과 맞서 싸우는 PvP 아레나. 정해진 택틱에 맞춰서 공대원들이 차근차근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는 레이드와는 달리, 변수가 워낙에 많고 적의 조합과 대응법에 따라 아군의 대응 방식도 크게 변화하는 콘텐츠였죠.

상성 조합을 만나 어려운 운영을 보이다 적의 실수를 빌미로 일발 역전의 짜릿한 승리를 맛보기도 하고, 반대로 시종일관 승기를 잡다 어이없이 지는 경우도 많고요. 꾸준히 즐기면서 팀과 자신의 평점을 올리며 더 멋진 실력을 갖춘 적들을 만나 자웅을 겨루기도 하죠. 예로부터 유저들에게 높은 PvP 점수와 그 특유의 멋진(?) 장비는 선망의 대상이나 하나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리고 블리즈컨에서는 이런 WoW의 PvP 대회가 열려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참여해 자웅을 겨루기도 했고, 수많은 WoW 플레이어들도 열광하는 빛나는 콘텐츠였죠. PvP로서 정말 좋은 콘텐츠는 맞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어뷰징이라던가, 소위 '버스'라고 불리는 대리 플레이에 많은 유저들이 아쉬워하는 콘텐츠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WoW에서 '투기장'은 반드시 거론돼야 할 만큼 큰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아직도 MMORPG에서는 PvP 콘텐츠의 최고봉으로 꼽히고 있을 만큼 탄탄한 PvP 콘텐츠이기 때문이죠. 인벤에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역사에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투기장의 역사와 특징을 다시 한 번 짚어봤습니다.




■ PvP의 판도를 바꾼 투기장, 첫 등장과 변화에 대하여…


◈ 첫 확장팩 '불타는 성전', 새로운 PvP '투기장'의 발족

첫 확장팩인 '불타는 성전'에서 투기장이 처음으로 등장했죠. '투기장'의 등장으로 전장과 필드 전쟁이 위주였던 PvP의 판도가 크게 바뀌었습니다. 2vs2, 3vs3, 5vs5로 이뤄지는 소규모의 전투. 그리고 아이템의 사용과 쿨타임이 있는 기술이 제한이 있는 룰. 그리고 새로운 PvP 전투 척도인 '탄력도'가 등장하면서 이전까지의 전투 판도를 크게 바꿔버렸습니다.

PvE에서 얻을 수 있는 레이드 아이템의 강력한 능력치가 곧 강력한 PvP 캐릭터를 의미했던 오리지널과 달리, 불타는 성전에서는 이 탄력도가 아주 크게 작용했습니다. 치명타 대미지 감소와 치명타에 적중 당할 확률의 감소 시키는 능력치라서 PvP에서는 필수적인 부분이었죠.

그리고 이제는 다대다의 전투가 아닌, 소규모로 전투가 이뤄지면서 한번에 딜을 몰아쳐 순식간에 적을 무력화시키는 순삭, 간혹 '끔살'이라고도 표현하는 살해행위(?)를 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그리고 '운영'과 군중제어(CC), 일명 '메즈'('Mesmerize'의 줄임말. 군중제어기로 많이 표현합니다.)에 대한 중요성이 강화됐고요. 각종 메즈들에 대한 점감을 체크하고 쿨타임이 있는 기술(쿨기)들을 때에 맞춰 사용하느냐가 핵심이었죠.

이제 막 투기장에 입문하는 유저들은 당시 '룰방'(특정 룰을 정해놓고 서로 점수를 파밍하는 행위)이 성행하던 알터렉 계곡 전장을 통해 이전 시즌의 아이템을 맞춰 입고 투기장에 오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들을 '알투사'(알방+검투사), '무자비한 알투사', '복수심에 불타는 알투사'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1시즌은 이제 첫 시즌이었고, 개념도 잘 잡히지 않아서 독특한 조합도 많았습니다. 2시즌부터 4시즌까지는 유행하는 조합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죠. 이 시기에 가장 강력했던 힐러로는 회복 드루이드를 꼽았죠. 전사 혹은 흑마법사와 파트너를 짠 2vs2 조합에서는 드루이드가 정말 어려운 상대여서 오죽하면 '더러운 회드'라고 까지 할 정도였으니까요. 전드 조합의 확정 카운터로는 도적+법사의 도법이 있었지만, 이들은 흑드 조합에 또 카운터 맞고, 전드는 흑드를 잡아먹고. 나름 이 셋이서 서로 돌아가면서 먹고 먹히는 관계가 이뤄졌습니다.

3vs3에서는 가장 안정적이면서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많아 어느 조합에도 대응할 수 있었던 '도적+법사+사제'의 조합인 '도법사'와 전사, 혹은 흑마 왕자팀이라고 불리는 전사or흑마+2힐러의 조합 상당히 인기를 끌었습니다. 법흑술이나 흑암술 등 2캐스터+힐러의 조합도 인기가 많았고요. 생각보다 좀 정신이 없는 5vs5에서는 2힐 3딜 조합이나 3힐 2딜 조합이 많은 인기를 끌었고, 그 중 전정(정기술사)법사신이나 도법흑사드의 조합들이 많이 등장했고요. 일일이 나열하자면 정말 끝이 없네요.

이제 막 열린 투기장은 신기한 공간이자 놀이터로 차근차근 자리 잡았습니다. 막 진입하는 유저들은 특수 효과가 있는 장갑부터 시작해 하나 둘 씩 차근차근 장비를 맞추는 재미가 있었고, 가볍게 '지자팟'을 통해 매주 투기장 점수만 먹으려던 유저들도 많아서 아주 활발한 편이었습니다. 2vs2, 3vs3 전장은 새벽에도 쉽게 대전이 잡힐 만큼 많은 유저들이 투기장에 참여했던 때가 바로 '불타는 성전' 시기입니다.

검투사 전용 탈것은 많은 부러움을 샀죠.(이미지 출처 : MMO Champion)



◈ 리치왕의 분노, 그 중심에는 '죽음의 기사'와 마법사...가 있었다?

리치왕의 분노에서 새로운 영웅 클래스인 '죽음의 기사'가 등장했습니다. 리치왕의 분노에서 이뤄진 변화는 사실 죽음의 기사가 그 중심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투기장 역시 큰 변화를 맞이했죠.

죽음의 기사는 정말 '영웅' 클래스라고 불릴 만큼 아주 강력했습니다. 판금 클래스임에도 마법 대미지가 많아서 밀리 클래스를 상대로도 우월했고, '대마법 보호막'과 '죽음의 손아귀', '죽음의 고리'와 '리치의 혼' 등 엄청난 생존기와 메즈를 가지고 있어서 각종 마법 클래스를 상대로도 강력했습니다. 죽음의 기사를 단신으로 상대할 수 있었던 건 당시 완전체 중 하나로 평가받던 징벌 성기사와 극 상성 관계에 있었던 마법사뿐이었죠.


실질적으로 리치왕의 분노의 첫 시즌과 두 번째 시즌인 5, 6시즌은 죽음의 기사로 시작해 죽음의 기사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거기에 '피의 문장'으로 강력한 한방딜과 생존력, CC까지 모두 갖춘 징벌 성기사가 날아올랐죠! 7시즌에 이르러 죽음의 기사가 주춤했고, 피의 문장이 사라지면서 징벌 기사도 크게 입지가 좁아졌습니다. 대신 탱킹 특성을 탄 방특전사나 보호+징벌 트리는 탄 보징기사들이 많이 보였죠.

5~7시즌까지 밀리 클래스가 정말 강력했지만, 이윽고 마지막 시즌인 8시즌에서는 두 명의 캐스터와 한 명의 힐러를 낀 조합, 'Wizard cleave'가 강력해졌습니다. 더불어 최종 던전인 얼음왕관 성채의 등장과 대격변 확장팩 적용까지의 시간이 조금 있었던 탓에, 상대적으로 제작난이도가 쉬웠던 전설 양손 도끼, '어둠한'이 비교적 다른 전설 아이템에 비해 많이 보급됐습니다. 그래서 8시즌 후반에 들어서는 이 어둠한을 든 전사와 죽음의 기사들도 꽤 많아서 투기장만 즐기는 유저들에게는 큰 충격과 공포를 안겨줬죠.

불타는 성전에 이어서 리치왕의 분노에서도 투기장 전용 아이템들에도 변화가 좀 있었습니다. 먼저 '탄력도'가 3.3 패치로 지속 대미지 감소 효과 대신 '플레이어에게 받는 모든 대미지 감소'로 바뀌어 평타 대미지까지 줄었어요. 그리고 무조건적인 탄력도보다는 적당한 탄력을 유지하면서 급장(계급장)을 제외한 장신구나 목걸이, 반지 등에 PvE 아이템을 착용해 DPS를 올리는 메타가 자리 잡았습니다. 그래서 상위 레이드 던전에서 나오는 좋은 장신구들은 투기장에서도 많이 사랑받았죠. 대표적으로 이물질이라던가, 위안 같은 명품 장신구들요.

리치왕의 분노 아이템 창고, '아카본 석실'의 네임드들

또 다른 독특한 것은 바로 '아카본 석실'이라고 하는 신규 레이드 던전이었습니다. 난이도도 정말 쉬웠고, 이곳에서는 투기장이나 레이드의 아이템 부위가 드랍되어 많은 유저들이 찾은 곳이고요. 다만 이 곳은 '겨울 손아귀 호수' 필드 전장을 점령해야지만 갈 수 있었기 때문에, 이곳을 점령하려는 얼라이언스와 호드의 분쟁도 꽤 활발했습니다. 역으로 아카본 석실로 인해 투기장 인구가 꽤 감소하기도 했어요. 아이템은 저기서 먹어도 되니까…물론 뭐, 나와야 말이죠.

아쉬웠던 부분은, 투기장에 대한 진입 장벽이랄까요. 전 시즌의 아이템들은 명예 점수로 구입이 가능했지만, 현 시즌의 아이템들은 대부분 일정 이상의 '평점'을 요구하는 부분은 그대로였습니다. 그래서 현 시즌 투기장에 전 시즌 아이템을 입고 뛰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고, 후발 주자나 초보 유저들은 현 시즌의 아이템을 구매하는데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불타는 성전 중심에 '알투사'가 있다면, 리치왕의 분노에는 '죽음을 부르는 겨투사(겨울손아귀+검투사)'들이 있었거든요.


여담이지만, 리치왕의 분노는 공포 앞에서 한없이 무력했던 야성 드루이드가 PvP에서 제대로 부활한 시즌이기도 합니다. 어느 분께서 남긴 명언이 있죠? "언젠가 야드가 영고생착의 똥꼬를 찢는 날이 올 것이다."는 꿈이 이뤄진 거죠. 특히 이 당시 완전체라고 불리던 마법사를 단독으로 '그나마' 저지할 수 있었던 건 개활지의 사냥꾼이나, 짐승(야드)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였죠.

그리고 버그투성이로 결국 투기장에서 퇴출당한 '용맹의 투기장'이 처음으로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엘레베이터 타고 올라가는데 한점에 몰린 토템이라던가…엘레베이터에 끼어서 펫을 분실(?)한 클래스들이 많았던 곳이죠. '용맹의 투기장'은 판다리아 이후로 '싸울가르 투기장'이라는 콘텐츠로 재활용되고 있습니다.



◈ 모든 것이 변화한 대격변…투기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모든 것이 변화한 대격변. 투기장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유일하게 시즌이 3번만 진행된 확장팩이기도 하죠. 언제나처럼 대격변에서도 탄력도가 변화를 맞았습니다. 치명타에 적중 당할 확률이나 치명타 대미지 감소 등 탄력의 부가적인 모든 기능이 사라지고 오로지 '플레이어에게 받는 대미지 감소'만 남았죠. 이와 더불어 많은 힐러들을 괴롭혔던 흑마법사의 '마나 흡수' 기술도 삭제됐고요.

그리고 방어구 및 주문 관통력이나 전투력 증가 등 보조 능력치가 주 능력치에 통합되었고, 여기에 '재연마'가 등장하면서 가속이나 특화 등 남은 보조 능력치들을 세팅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대격변은 앞서 언급한 '탄력도'가 정말 중요한 능력치로 자리 잡은 시즌이기도 하죠. '문양'들도 많이 바뀌어서 기본적인 세팅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특성 시스템도 크게 변화해 전문화 선택이 필수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아제로스도 바뀌고, 사람도 바뀌고...데스윙은 참 많은걸 바꿔놨다.

종족별로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추가돼 처음으로 트롤 드루이드와 블러드 엘프 전사, 꼬꼬마 노움 사제들이 등장하기도 했죠. 신규 종족으로는 고블린과 늑대인간이 참여했고요. 더불어 사냥꾼이 '집중'이라는 자원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흑마법사의 조각 시스템도 변화를 맞이하면서 메커니즘의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기력과 집중, 룬 재생속도가 가속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 역시 아이템 세팅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또한 모든 힐러 클래스가 '마법'을 해제할 수 있게 되면서, 전체적으로 메타가 크게 변화했습니다. 유일하게 적과 아군을 모두 해제할 수 있었던 암흑 사제가 초기에 큰 호응을 받았지만, 금방 너프를 맞게 됩니다.

블리자드 : "이제 대무로 해제하렴!"

대격변에서 처음으로 마법사와 사냥꾼이 주술사의 '피의 욕망'과 비슷한 효과를 가진 '고대의 분노'와 '시간 도약'을 사용할 수 있어서 자주 활용됐습니다. 초창기에는 사용할 수 있어서 이를 이용해 3딜 혹은 5딜 조합으로 화끈하게 치고 박는 싸움을 하는 유저들도 많았죠. 그러나 이 역시도 투기장에서 사용할 수 없는 기술로 분류되어 이후부터는 블러드가 없는 투기장을 만나게 됩니다.

9시즌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죠. 수양사제들은 오죽하면 수양 트리를 버리고 신성 트리를 타고 투기장에 들어왔고, 전사를 상대로는 거인의 강타+분노의 강타를 통한 폭탄, 핵꿀밤(?) 콤보를 맞고 의문사(?)하는 경우도 흔했어요. 죽음의 기사는 '구울'의 소환수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할 정도로 구울이 강력했습니다. 마법사들은 '서리 고리'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엄청난 메즈 능력을 갖게 됐고요.

역대급 광역 메즈기, 서리 고리.(이미지출처 : reddit)

10시즌은 발은 잘렸(?)지만 여전히 무시무시한 딜과 메즈능력, 생존력을 가진 야드와 더불어 흑마법사, 마법사 등 캐스터들이 주류를 이뤘고, 11시즌에 이르러서는 좋은 레이드 장신구와 전설 단검 1차 아이템을 쉽게 제작할 수 있던 도적이 큰 영향력을 끼쳤습니다.

치유량 감소 효과(ex 죽음의 일격, 상처 감염 독)의 상향과 성기사의 '힘의 축복'이 상향되면서 징벌 성기사와 전사 역시 다시 투기장에 많이 보이던 시즌이었습니다. 힐러들은 전체적으로 고른…분포를 나타내긴 했으나, 복원술사가 정말 좋은 평가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세계수'라고 말할 정도로 투기장에서 좋은 평가받던 회복 드루이드가 이제 좀 평범한 힐러 정도로 입지가 내려온 때이기도 합니다. 뭐…백 년 묵은 산삼 급에서 인삼 정도로 격하된 느낌?

대격변에 이르러 PvP의 정점 콘텐츠에 서 있던 투기장에 강력한 경쟁 콘텐츠가 등장하게 됩니다. 바로 '평점제 전장'인데요, 투기장보다도 많은 정복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점과 지속적인 패치로 블리자드에서 권장하는 모습이 보일 정도였죠. 더불어 그동안 구입 평점 때문에 아쉬워했던 시즌 전용 PvP 아이템 역시 무기를 제외하고는 구입 평점이 전부 사라졌고, 고 평점 유저들에게는 '정예' 칭호가 달린 아이템들이 제공되는 것으로 변경돼 후발주자들도 예전보단 불이익을 덜 받고 투기장에 입성할 수 있게 됐던 시기가 대격변입니다.

그리고 회드의 상징 인삼(?)은 이렇게...



◈ 판다리아의 안개, 투기장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두드러지다.

확장팩마다 변화를 겪은 PvP 능력치 탄력. 판다리아의 안개에 들어서 탄력은 천천히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탄력 장비가 아닌, 일반 장비를 착용해도 항상 대인전에서 일정 수치의 방어력을 가지게 된 것이죠. 이와 더불어 탄력도는 'PvP 탄력'이라는 능력치로 바뀌었고, 'PvP 위력'이 추가돼서 대인전에서의 공격력과 치유력을 높이는 능력치가 됐습니다. 이후 패치를 통해서 'PvP 전투 장신구'와 '급장'의 세트 효과가 추가됐고요.

판다리아에서 크게 의미를 둘 만한 부분은 바로 다소 PvP 콘텐츠의 진입 장벽 해소를 위해서 노력한 부분이 많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구입 제한 평점인 PvP 무기의 구입 평점, 흔히 '무평'이라고 불리는 점수 제한도 사라졌죠. 이로써 투기장 후발 주자들이 투기장으로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는 기틀을 본격적으로 마련합니다.

더불어 투기장 및 평점제 전장의 평점으로만 최대치가 늘어났던 정복 점수의 획득 상한선 제한도 어느 정도 풀어지죠. 여러 가지 실험을 거쳐 뒤늦게 최대 레벨을 달성한 유저들이 시즌의 진행도에 따라서 더 많은 정복 점수를 얻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면서 빠르게 장비를 맞출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습니다. 정작 그렇게 쌓여 있는 정복 점수를 빠른 시간 내로 얻는 건 상당히 고된 일이기도 했지만요.

고 랭킹의 점수를 가진 유저들에게는 따로 '정예'에 대한 보상이 없어서 많은 원성을 사기도 했으나, 이후 능력치는 같으나 모습이 다른 아이템들을 마련하면서 이들의 불만도 잠재우려고 노력했죠.

전 수도사를 보면 맨날 데굴데굴 구르는거 밖에 생각이 안나요...음...이제는 재활?

새로 등장한 직업인 '수도사' 역시 많은 이슈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하지만 뭔가…죽음의 기사 때와는 다른, 좀 이상한 느낌이었죠. 딜링 특성인 '풍운 수도사'는 딜링 능력에서는 다소 아쉬운 모습이 좀 있지만…생존력 하나만큼은 정말 끝내줬고, 힐러인 '운무 수도사'는 기동성이 좋고 힐링 능력도 괜찮아서 꽤 좋은 평가를 받았죠. 2vs2에서 근접 밀리 클래스들은 정말 운무 수도를 만나기 싫었을 겁니다. 물려고만 하면 이리저리 데굴데굴(구르기), 호이호이(마비), 빙글빙글(팽이차기), 휘리릭(해탈)하고 도망가는데 보는 제가 다 안쓰럽더군요. 하지만 수도사들은 대부분 메즈에 너무 취약한 경향이 있어서…3vs3에서 자주 찾지는 않았죠.

그리고 이 시기에 투기장 경기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서 처음으로 '감쇠'라는 개념이 도입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투기장에서 받는 치유량이 감소하는 디버프였죠. 이 '감쇠' 효과로 인해 투기장 전투 시간이 예전보다는 많이 줄어든 경향이 눈에 띌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그래도 더러운 조합을 만나면 오래걸렸어요! 혈혈 조합이라던가...)

더불어 항상 전통의 강자였던 마법사, 고통 흑마의 약체화로 암흑 사제가 이와 비슷하게 어깨를 견주는 때도 있었지만…공허 전환과 대무, 형상의 너프로 많이 약화됐고요. 오랜만에 전사가 정말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정기술사는 버프를 받은 이후 시즌 8과 견줄 정도로 강력해졌습니다. 그리고 사냥꾼은 판다리아에서 사냥꾼이 아니었죠. 그들은 렉사르였습니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그동안 매번 '밸런스 논외'로 언급했던 대부분의 전설 아이템들이 투기장에서 효과가 발동되지 않도록 바뀌었다는 점도 있었겠네요.

▲ 와우도 그렇고, 옆동네(?)에서도 사냥꾼은 참 강했다.(이미지 출처 : Reddit)




◈ 그리고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많은 기대를 받았던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길었던 투기장의 시즌이 마무리되고, 이번 확장팩부터는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1시즌'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시작합니다. 판다리아 시절부터 자취를 감춰온 '탄력도'는 이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대신 PvP 아이템은 해당 아이템의 레벨이 전장, 혹은 투기장 등 PvP 지역에서 아이템 레벨이 상승하도록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초반에 영던보다 PvP 아이템 레벨이 높아서 이를 구입해 영던이나 레이드에서 활용하는 유저들도 많았죠.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부분은 바로 군중 제어기(CC), 메즈였습니다. 변이, 공포, 뿌리묶기, 회오리바람, 실명 등 전체적으로 클래스들의 CC에 변화가 생기면서 서로 점감을 공유하게 됐습니다. 도적의 실명과 사제의 공포, 혹은 회오리바람이 같은 계열 '방향 감각 상실'로 통합되면서 점감을 공유했고 이 외에도 많은 CC가 서로 점감을 공유해서 적응을 어려워했던 유저들도 많았죠.


[공식 홈페이지]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에서의 점감 효과 안내

그리고 레이드와 PvP에서 비타민과 같은 역할을 차지했던 '적중' 능력치도 사라지고, 새로운 능력치들이 등장했죠. 유연성과 연속타격, 추가 방어도와 생기 흡수, 그리고 광역 회피 등등. 이 중 꽤 독특한 능력치이자 탄력을 계승하는 비슷한 느낌은 '유연성'이었는데…얘가 좀 애매하긴 합니다. 몇몇 클래스들은 효율이 좋다고 하더군요.

직업군마다 생긴 변화와 메즈 점감이 달라지면서 각 클래스들의 시너지를 다시 고민해야 하는 시기였습니다. 초기에는 사냥꾼의 딜링과 메즈 능력, 그리고 생존력도 충분히 좋은 편이라 사냥꾼과 함께 드루이드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빙결의 덫'과 '회오리바람'이 서로 점감되지 않는다는 점 역시 아주 좋았죠. 그리고 수양 사제는 홀로 침묵을 가진 힐러가 되어 '완전체 힐러'라고 평가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곧 너프의 철퇴를 맞고…

전체적으로 치유 주문의 컨셉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후 전체적으로 모든 직업이 상향과 하향을 거치면서 마법사와 복원술사, 흑마법사 등등 전통적으로 투기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유독 드군에서 힘을 받지 못했던 직업들도 숨통이 트였습니다. 도적과 야성 드루이드 역시 무한 질주와 높은 생존력으로 주목받는 편이었고요. 암흑사제와 조화드루, 정기술사도 나중에는 나름의 상향을 받아서 모습을 드러냈죠.

회복 드루이드는 야탈(야수 탈주)로 기동력과 생존력 모두를 확보해서 또다시 No.1 힐러로 우뚝 섰었습니다. 그러나 곧 블리자드의 너프 철퇴를 맞고 조금 약해졌지만 다른 힐러들에 비해 메즈 능력이 워낙에 뛰어나서 자주 기용됐습니다. 지금도 신성 성기사와 함께 힐러로 투기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받고 있죠.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의 새 PvP 지역, '아쉬란'

그리고 '아쉬란'이라는 새로운 PvP 지역이 도입됐는데…너무나 아쉬운 곳이었습니다. 각종 이벤트와 NPC들이 즐비한 필드 전장. 오히려 이곳에서는 특정 룰을 정하고 서로 점수를 파밍하는 형태가 강했죠. 블리자드가 바라던 치열한 전장은 없었습니다. 그곳에는 각종 버그들과 매미, 엉망이 된 전장 밸런스 밖에 없었죠.

캐릭터를 세워두고 점수만 먹는 '매미'라고 불리는 비매너 플레이가 많아져 한쪽으로 치우진 전장 밸런스를 다잡기도 어려웠고요. 쉽게 아이템을 파밍해 투기장이나 전장을 더욱 활발하게 만들 가능성으로 제기됐지만, 오히려 많은 보상으로 참여가 강제되는 수준이다 보니 유저들의 외면을 받아버리는 곳이 돼버렸습니다.

거기에 투기장 아이템 마저 '전쟁벼림'으로 인한 레벨 상승이 있고 '보석 홈'이 랜덤으로 붙어 나오는 점이 지속적인 파밍을 참여를 유도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유저들에게 큰 거부감을 샀죠.

드레노어 2시즌의 밸런스나 대세 조합에 대해서는 딱히 평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패치 한 번으로 단숨에 메타가 바뀌는 것도 있고요, 아직 시즌이 진행 중이라 발굴되지 않은 조합들이 다시 나와서 대세를 잡을수도 있으니까요. 몇 가지 직업군을 꼽자면…. 일단 메즈가 다재다능하면서도 딜링 능력이 좋은 냥꾼과 더불어 드루, 신성 기사. 그리고 초창기에는 블리자드가 버렸다고 평가할 정도로 부진했지만, 다시 일어선 마법사와 생존, 딜링 뭐하나 부족하지 않은 전투 도적, 예전의 위용을 찾을만한 고통 흑마 등을 꼽을 수 있겠네요.



■ 전 세계가 열광했던 투기장 대회, 그리고 유명 플레이어, '네임드'


불타는 성전부터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투기장 룰을 적용한 PvP 대회가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블리즈컨을 비롯해 MLG, IEM 등 각종 e스포츠 대회에서 아레나 토너먼트가 진행됐죠. 그리고 국제 게임 대회 월드 사이버 게임즈, 'WCG'에서는 2011년 '대격변' 확장팩이 종목으로 채택되어 대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블리즈컨이나 블리자드의 행사인 월드 와이드 인비테이셔널(WWI)의 대회 지역 대표 선발전이 꾸준히 개최됐죠.

굳이 국제 아레나 대회가 아니더라도, 국내에서도 꾸준히 개인, 혹은 비공식적으로도 대회가 많이 열렸어요. 인벤에서도 네임드 PvP 대회를 개최한 적이 있죠.

WoW의 아레나 토너먼트는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많은 기대를 하게 합니다. 실력이 출중한 유명 플레이어들이 한 자리에서 자웅을 겨루며 수많은 명장면이 나오기도 하니까요. 거기에 그들의 플레이는 일반 플레이어라면 투기장의 높은 점수대까지 올라가지 않는 이상은 영상이나 개인 방송으로만 볼 수 있어서 이렇게 공식적인 대회는 많은 플레이어들이 기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플레이어들의 표정 변화를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유명 플레이어도 참 많았습니다. 북미에서는 암흑사제 'Talbada', 도적 'Reckful'과 'Neilyo', 흑마법사 'Snutz'는 정말 잘 알려졌죠. 유럽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투기장은 거의 하지 않았지만 오리지널 시절부터 많은 마법사들에게 영감을 준 전설적인 플레이어인 'Vurtne'. 그리고 유럽을 대표하는 마법사 'Alca', 'Sarotti'와 더불어 'Saerdna'도 있었고요. 전세계 모든 흑마법사들의 우상이자 아이돌, 'Drakedog'도 빼놓을 순 없겠죠?

국내에도 해외 플레이어들이 주목할만큼 많은 네임드들이 있었습니다. 전사로는 '최민소'와 'Laintime', 국내에서 3대 마법사 구도를 이뤘던 'Clazzi', 'Minegi', 그리고 이들 못지 않게 훌륭한 평가를 받았던 '허밍이'도 있었습니다. 국내에는 유독 흑마법사 유명 플레이어가 많았는데, 아마 'Drakedog'의 영향이 크지 않았나 싶네요. 'Agapr', 'Adouken', 'Ruler', 'Viscus'도 있었고, 파괴 흑마하면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Fromside'도 있었죠. 암흑 사제로는 'Jjickshot' 플레이어가 유명했고, 도적으로는 '이륙' 선수가 잘 알려졌습니다. 야성 드루이드로는 어…일단 명언을 남긴 '리히터'도 있었고요. '적아류' 선수도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대부분의 유명 네임드들은 플레이 영상으로 유명해진 편이죠. 오히려 '투기장'만 즐기는 플레이어들 대부분은 은둔(?)형 고수들이 많아서 유명 플레이어들을 꼽기가 애매합니다. 그리고 네임드 중에서는 오리지널부터 영감을 줘서 아버지라고 불리는 플레이어도 있기도 하고, 거기에 투기장을 잘 하지 않고 필드 PvP나 전장에서의 영상으로 알려진 경우도 많아서요. 제가 분명 언급하지 않은 플레이어들도 많고, 숨겨진 고수들도 훨씬 많을 겁니다.

그러나 와우를 좀 해봤다, 아니면 투기장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전설의 플레이어가 한 명 있죠. 통칭 오마멀, 마법사 '오렌지마멀레이드'입니다. 그가 2009년 대회에서 보여준 2vs1 싸움의 승리는 그 누구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기 않을 최고의 슈퍼 플레이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일단 영상으로 한 번 보시죠.

[ 아직도 전설로 회자되는 그 경기...오마멀하면 이 경기가 빠지지 않는다. ]

이 경기는 많은 파장을 불러일으켰죠. 당시에는 해설진들조차 이 엄청난 슈퍼 플레이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이후 플레이 영상을 다시 살펴보고, 그리고 또 분석까지 이어지면서 오마멀 선수의 플레이가 치밀하게 상대방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유도한, 계획된 플레이로 결론이 났죠. 모르고 봐도 대단한데 알고보면 더욱 대단한, 전설적인 플레이였습니다.

이 경기를 두고 훗날 상금 액수를 빗대 '3천만원짜리 법봉질이 나왔다'고 농담삼아 회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경기를 직접 보고, 선수들을 봐 온 분들이라면 아실 겁니다. 상대 팀 관아 선수와 효가 선수는 절대로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오마멀 선수가 짜놓은 계획이 정말 치밀하고 대단했던 거죠.

이처럼 와우의 투기장 토너먼트 대회는 많은 와우저들이 열광하는 e스포츠 중 하나였습니다. 매 회 대회가 열릴 때마다 독특한 유행어나 유명 플레이어가 남기도 했죠. 오리지널 시절 모든 전사들에게 희망을 준 '레인타임'은 니트로 추진기의 부작용(?)으로 더 유명해졌고, 나쁜 남자지만 실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미내기' 선수는 'You dai' 드립이 일종의 상징이 됐죠.

굳이 직접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더라도, 선수들이 서로 도발하는 모습이나 쇼맨십을 보고 즐거워하며 추억이 되곤 했던 토너먼트 대회 지금은 입지가 많이 줄고 규모도 축소돼 조금은 아쉽습니다.


[ 추억의 레인타임 대포동(니트로 부작용) 사건 ]



■ 최상위 PvP 콘텐츠로 자리잡아온 투기장. 그 빛과 어둠…

'불타는 성전'부터 '드레노어의 전쟁군주'까지. 투기장은 오랜 시간동안 많은 유저들에게 놀이터로 자리 잡았습니다. 더불어 투기장은 '평점제 전장'과 함께 PvP 콘텐츠 중 최상위 콘텐츠로 자리잡았고, PvP 전용 장비와 칭호는 많은 유저들에게 선망이었고, 빛이었습니다.

자신이나 팀원의 슈퍼 플레이에 기쁨을 맛보고, 팀원들과 호흡을 맞춰 판세를 아군의 페이스로 가져오면서 상대팀과 자웅을 겨루는 재미는 으뜸입니다. 애초에 만들어져 있는 콘텐츠가 아니라, 매 판이 유저들이 만들어가는 콘텐츠였으니까요. 아직까지도 이 재미는 MMORPG중에서도 대체할 만한 게임이 별로 없을 정도죠. 매 시즌 최고의 플레이어들에게 주어지는 '검투사'와 시즌 전용 검투사 칭호, 그리고 탈 것 보상은 한 시대를 풍미한 유저들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명예였습니다.

정예 투기장 아이템, 그리고 칭호는 언제나 선망의 대상이자 명예였다.
그런데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PvP 아이템은 룩이...(...)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안타깝게도 와우의 투기장은 다소 어두운 역사도 함께 했습니다.

투기장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건 바로 지금도 블리자드에서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어뷰징', '대리 플레이'와 같은 부정행위였습니다. 보통 투기장을 하게되면 누구나 1차적으로 꿈꾸는 목표가 바로 평점 2200점, 흔히 '무기 평점'이라고 하는 점수였습니다. 일종의 자격 증명과도 같은거죠. "나, 투기장 열심히 하고 어느 정도 실력도 있어요!"라고 할 수 있는 공인 자격증이요.

그런데 이 구간에서는 대가를 받고 대신 플레이해주는 상위 플레이어들이 많았습니다. 대리 플레이, 버스라고 불렀죠. 이 때문에 이 점수대에는 거의 프로게이머 수준의 플레이어들이 많아졌고요. 그로 인해 피로감이 더욱 커지고, 유저들은 좌절감을 맛보고 하나 둘 씩 투기장이나 와우를 떠나기도 했죠. 이는 투기장 인구수 감소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목됩니다.

불타는 성전부터 계속...어뷰징과 대리플레이는 언제나 뜨거운 이슈였다.

투기장 인구수가 줄어들고, 상위로 올라오는 새로운 팀이 사라짐에 따라서 최상위권 플레이어들은 서로 어뷰징을 통해서 점수를 올려 '검투사'의 칭호를 노리는 행위도 있었죠. 그래서 '검투사'는 최고의 명예였지만, 때로는 정말 명예롭지 못한 양면적인 칭호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 어디에서든지 일어났던 문제였죠. 그리고 꼭 WoW만의 문제도 아니고요.

블리자드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골머리를 앓고, 꾸준히 패치나 제재를 통해서 이를 해소해보려고 합니다. 판다리아에 들어서는 아이템 구입 제한 평점 삭제로 진입장벽을 없애면서 인구가 늘어나나 싶었는데, 당시는 이미 '평점제 전장'으로 옮겨간 플레이어도 있고, 전체 게이머수가 예전보다 줄어든 상태라 여전히 투기장의 인구는 좀처럼 늘어나질 않았죠. 오죽하면 '그들만의 리그'라는 안타까운 명칭으로 지칭될 정도였으니까요.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시즌에 이르러서는 '아쉬란'이 PvP 아이템을 파밍하기 위해서는 거의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필드 전장이 되어버리면서 피로감을 이기지 못해 더욱 투기장을 즐기는 유저들은 줄어들었죠. '드군 1시즌'의 투기장은 영던 파밍의 대체, 혹은 레이드에 가기전에 먼저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하나의 아이템 파밍 수단으로 평가되기도 했으니까요.



■ 지난 8년간 PvP의 중심에 서 온 투기장을 돌아보며…


개인적으로는 재미있는 경험도 많았고, 아쉬운 부분도 많았던 콘텐츠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와우를 즐기면서 가장 열심히 즐긴 콘텐츠는 투기장입니다. 레이드와는 다른 재미, 매번 변수가 있고 그 변수에 대응하고 승리를 쟁취하는 재미. 조금씩 올라가는 점수와 또 수많은 파트너들을 만나 생긴 인연까지…

여담이지만 ,PvP 플레이어들의 특성일까요? 플레이어들은 빠른 의사소통을 위해 기술들의 이름을 줄여 부르는 경우가 많죠. 레이드에서도 자주 보이는 거구요. 그런데 이게 투기장에서는 전혀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 경우도 꽤(?) 많았습니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볼까요? 사냥꾼의 '야수의 격노'와 '내면의 야수', 야드의 '광폭화'는 붉고 커지고 강해지는 것을 빗대어…그대로 썼다간 법원에 출두해야 할지도 모르니 '생리현상'이라고만 하죠. 그리고 마법사의 차단기인 '마법 차단'은 오리지널 번역 오류인 '마법 반사'(Couterspell)로 줄여 마반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종종있고, 비슷한 침묵기들을 대부부 '깡마'(깡마반)라고 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캐스팅을 성공적으로 차단한 건 '짤'이라고 표현했고요.

처음에는 저도 다른 캐릭터들의 기술을 모르니 잘 몰라서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PC방에서 친구들과 함께 투기장하면서 사냥꾼과 야성 드루이드의 그 기술을 지칭하는 생리현상 단어를 고래고래 소리쳤던 걸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다 화끈거리네요.

(농담)암사라서 이랬던 경험도...

지금도 친구들을 만나 술 한잔 걸치다 와우 이야기가 나옵니다. 투기장에서 같은 길드원끼리 만나 치열하게 싸우고 "투기장에서 길마 패지마세요ㅡㅡ"라고 하시던 형님이나…만신창이 힘겹게 올라온 무기 평점에서 시드가 좋지 않아 좌절하며 미친듯이 택틱을 연구하던 때. 그리고 2vs1 상황에서 '오마멀' 선수 처럼은 아니지만, 회심의 영절 한 방으로 기적같이 승리했던 때도 곱씹곤 하죠.

물론 레이드의 추억을 곱 씹어볼 때도 있지만, 저는 레이드보다는 투기장에 대한 일화를 안주거리로 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말 그렇게 열심히 해본 때가 손에 꼽을 정도였어요. 접었다 폈다 접었다 폈다, 연어처럼 플레이를 해도 결국은 레이드보다는 투기장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더군요. 아직도 그 재미를 잊지 못한 것 같습니다.

와우의 투기장은, MMORPG의 PvP 시스템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만들어냈습니다. 다른 게임에서는 이런 재미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고, 대부분의 MMORPG들이 와우의 PvP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도입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죠. 그리고 세월이 많이 지났음에도 MMORPG에서 PvP 시스템 중에는 으뜸으로 와우의 투기장을 많이 꼽을 정도니까요.

지금도 가끔, PvP에 관련된 영상이나 유명 플레이어들이 제작한 와우의 PvP 영상을 보면 몸이 달아오르곤 합니다. 아, 나도 저런 멋진 플레이를 할 수 있었는데…하곤 말이죠. 간간히 지인들의 소식을 들었을 때도 "다시 투기장이나 할까…?"는 마음도 들고요. 투기장을 정말 재미있게 즐겨보신 분들이라면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은 많이 쇠퇴했지만, 아직도 그 재미를 추억하는 유저들이 정말 많습니다. 리치왕과 불타는 성전 시절만큼 수많은 유저들이 투기장으로 다시 돌아올 수도 있겠죠. 이번에 열리는 아레나 챔피언십을 토대로 다시 한 번 예전처럼 활발한 투기장과 대회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나 요즘 전자오락 하기 힘드네 ㅡㅡ"하면서도,
꾹 참고 기다리며 투기장을 즐겼던 때가 있었습니다...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암사(나) : "…일단 난 중앙가는 척 하면서 반대 기둥으로 징기 끌어들인다? 혹시 모르니 마흡 깔아줘. 그리고 바로 기둥 뒤로 갈거야. 딜이랑 메즈 시야 잘 보고. 술사도 힐 시야 잘 보고 조심해. 넌 지금 템 구려서 죽박한테 머리끄댕이 잡히면 삭제된다."
술사 : "엉. 난 사제 주시봄. 너 힐시야 잘 봐라 막 돌지말고"
법사 : "오케이. 나도 사제 봄. 투명화했고 간다? 쟤네 말타고 오니까 조심."

5초 뒤…

법사 : "힐러 풀양, 죽기는 바로 대마보 켜서…어?"
암사 : "야, 나 날개보고 바로 분산썼는데 삭제됨;"
법사&술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