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영욱 개발자 (현 NOVN 이사)

영화나 TV프로그램, 게임 등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제작자들은 콘텐츠 내에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없다.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방법은 엔딩 크레딧을 통해 참여자들의 리스트를 확인하는 것이다.

크레딧은 영화나 텔레비전 프로그램 제작 등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을 말한다. 흔히 엔딩 크레딧은 스텝롤이라고도 일컬어 진다. 영화의 경우 엔딩 크레딧이 정말 잘 구현되어 있다. 하지만 게임은 다른 문화 콘텐츠에 비해 크레딧이 포함되는 비중이 낮다.

2006년부터 게임 프로그래머로 활동해오고 있는 오영욱 개발자는 현재 한국 게임의 역사와 관련해 자료를 수집해오고 있다. 나아가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의 크레딧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정립시키기 위해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L.A 느와르 사건 아시나요? 게임 하나가 완성됐는데 개발자 100명 정도가 크레딧에 올라가지 않았죠. 그래서 그들이 별도로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크레딧을 올렸어요. 그러면서 IGDA 크레딧 표준도 만들어졌습니다. 이 사건이 이슈가 되면서 가이드가 만들어졌죠."


한국의 패키지 게임에서는 크레딧이 있는 편이다. 다만 엔딩을 봐야 볼 수 있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어떨까? 리니지에서는 크레딧이 있었고 던전앤파이터에서는 특이하게 아트북에 기재되어 있었다. 마비노기의 경우 크레딧이 상당히 잘 구현되어 있는 사례 중 하나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에는 누락되어 있는 상태다.

모바일 게임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게임에 크레딧이 존재하지 않는다. iOS 스토어 상위 30권 중 국내 제작사 관련 게임이 18개인데, 그 중 6개만이 크레딧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는 약 33% 밖에 되지 않는 수치이다. 넥슨이 서비스하는 게임이 4개로 가장 많았으며, 넷마블이나 게임빌의 모바일 게임에는 크레딧이 없었다.


게임이 만들어지기까지 작게는 5명에서 많게는 100여명의 개발인원이 투입되는데, 게임이 출시될 경우 극히 몇 명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대부분 어떤 사람이 게임에 참여했는지는 본인이 작성하는 이력서 외에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게임 연구자들에게는 어떤 게임을 어떤 사람이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지게 된다. 개발자와 그들이 작업하는 게임의 관계를 알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는 셈이다.

그래서 오영욱 개발자는 2008년부터 게임 크레딧을 정리 작업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는 IGDA에서 작성한 게임 크레딧 표준안을 번역하고 있으며, 연내 공개될 예정이다. 한국 실정에 맞게 모바일이나 온라인 게임처럼 계속 서비스가 되는 게임 환경에는 어떤 방식으로 크레딧을 남겨야할지 의견을 수집해 제안할 계획이라고.

콘솔, 패키지 게임부터 시작해서 온라인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에도 순차적으로 게임 크레딧이 도입될 수 있도록 힘쓸 계획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전하며 강연을 마쳤다.

"게임 크레딧을 제외하는건 개발자들이 게임 제작에 참여했다는 것을 숨기는 것이며, 그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개발자를 빼갈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공개를 안한다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앞으로는 많은 개발사에서 게임크레딧을 잘 챙겨서 넣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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