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기어박스 소프트웨어 ⊙장르: FPS
⊙플랫폼: PC, PS4, XBOX ONE ⊙발매일: 2016년 5월 3일 ⊙발매가: 65,000원

명망있는 게임사에서 만든 대형 타이틀부터, 1인 개발자가 각고의 노력을 다해 선보인 인디게임까지, 게임은 그 자체로 크고 작은 '특색'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게임들 속에서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는 저마다 제각각이기에, 나 자신도 게임을 평가한다는 행동 자체에 큰 의미를 둔 적은 없다.

그럼에도 많은 유저들은 게임을 접하기 전에 다른 이들의 감상이나 소견을 먼저 찾아보곤 한다. 과연 이 게임이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기에 합당한 게임인지, 이 게임 속에서 내가 원하는 재미를 얻을 수 있는지 미리 확인하기 위해서다. 물론, 좀 더 현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돈을 지불하고 '아깝다'라는 후회의 마음을 갖지 않기 위함일 수도 있겠다.

1주일이 채 안 되는 짧은 OBT만으로 PC방 순위 상위권을 차지한 블리자드의 신작 FPS '오버워치'부터, 출시와 동시에 'GOTY'를 넘보는 '언차티드4'까지. '가정의 달'이라는 5월달을 맞아 지갑과 통장 잔고를 위협하는 다양한 게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지금, 기어박스 소프트웨어의 신작 '배틀본'을 마주한 유저들의 고민이 딱 이렇지 않을까 싶다.

이번 리뷰는 게임이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게임인지 조차 모르는 많은 유저와, 위와 같은 고민으로 '배틀본' 구매를 망설이고 있는 유저들에게 게임의 특징과 매력, 그리고 부족한 점까지 여과없이 소개하기 위해 준비했다. 결국 선택은 유저의 몫이지만,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한마디 덧붙여본다. 기어박스 특유의 재치와 약 냄새가 가득한 '배틀본', 모르고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아쉬운 게임이다.




배틀본, 그래서 어떤 게임인데?



보더랜드 시리즈로 잘 알려진 기어박스 소프트웨어의 신작 '배틀본'은 우주의 마지막 항성계 '솔러스'를 미지의 존재와 악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싸우는 25명의 영웅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 첫인상은 '캐릭터 디자인이 조금 특이할 뿐인 평범한 FPS'라는 느낌이지만, 조금만 플레이해보면 한마디로 표현하기엔 미안할 정도로 여러 장르의 시스템을 골고루 채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1인칭 슈팅의 재미에 적 처치와 아이템 루팅을 통해 경험치를 얻고, 이를 통한 레벨업으로 스킬을 강화하는 등의 RPG 요소, 여기에 상대 진영의 미니언과 주요시설을 파괴하는 디펜스 게임과 전략의 재미까지 한자리에 모은 것이 바로 '배틀본'이다.

▲ 다른 특징을 모르더라도, 기본적으로 'FPS'를 좋아한다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배틀본'에서는 솔로, 혹은 최대 5인의 멀티 플레이를 지원하는 '스토리 미션'과 세 가지 다른 방식의 재미를 선사하는 PVP 모드 '대항전'을 즐길 수 있다.

먼저 '스토리 미션'에서는 프롤로그를 제외한 총 8개의 에피소드를 플레이할 수 있고, 그중 몇 개의 미션은 다른 유저들과 함께 멀티로 플레이할 수 있다(마지막 에피소드 '헬리오파지'의 멀티플레이는 솔로 캠페인 클리어 이후에 등장한다). 하나의 에피소드는 짧게는 20분, 길게는 30분 이상 이어지는 볼륨을 갖고 있으며, 스토리 진행 중에도 점령, 호위, 건설, 고용 등 '배틀본'이 갖는 전술적인 플레이를 다양하게 체험해볼 수 있다.

또한, 똑같은 스토리 미션이라도 솔로로 즐길 땐 더 빠른 클리어와 '노데스' 클리어로 기록 경신의 재미를, 멀티플레이에서는 클래스 간의 보조를 통한 시너지 효과, 사망 시 동료 부활 기능 등으로 원활한 스토리 진행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처럼 각기 다른 게임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는 스토리 미션은 솔로 플레이를 선호하는 유저와 멀티플레이를 선호하는 유저의 니즈를 동시에 충족시켜주고, 총 플레이 시간을 배 이상 늘려줄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 스토리 미션에서는 애니메이션과 만화 형식의 스토리텔링을 볼 수 있고,

▲ 전작 '보더랜드'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장면들도 등장한다.

'대항전'이라고 부르는 PVP 모드에는 거점을 점령하여 먼저 1,000포인트를 먼저 획득하면 승리하는 '쟁탈', 상대 진영의 거미 모양 로봇 '센트리' 두 대를 파괴하면 승리하는 '침공', 계속해서 생성되는 미니언을 최대한 많이 호위하여 점수를 획득하는 '붕괴' 모드가 존재한다. 특히 '침공'은 보조 타워를 건설하거나 용병을 고용하고, 미니언을 제거하는 등 'MOBA'의 전략 요소를 가장 많이 담고 있다.

5:5 멀티플레이로 진행되는 대항전은 배틀본이 '평범한 FPS'가 아님을 증명하는 가장 큰 무기라고 할 수 있다. 유저는 대항전 모드에서 다수결을 통해 전장을 정한 후, 마음에 드는 영웅(배틀본)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때 등장하는 개성 넘치는 25종의 영웅은 그 외모에 걸맞게 저마다 다른 효과의 특별한 스킬들을 보유하고 있다.

모든 캐릭터는 일반 스킬 2종과 패시브 스킬, 궁극기를 포함한 액티브 스킬 3종까지 총 6가지의 스킬을 가지고 있고, 이는 캐릭터 하나하나의 특성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여기에 전투를 통해 얻은 경험치로 스킬을 강화하는 '헬릭스' 시스템', 전투 전에 미리 특성에 맞춰 설정할 수 있는 아이템인 '기어'가 더해져서, 캐릭터 육성과 선택의 폭은 무궁무진하게 넓어진다.

▲ 헬릭스(helix) 시스템을 통해 상황에 맞는 특화 캐릭터로 육성이 가능하다

▲ 10명의 영웅이 한자리에서 격돌!

이러한 특색있는 영웅들의 조합에, 전장 곳곳에 배치된 자원 '샤드'를 모아 타워를 건설하거나, 용병을 고용하는 등의 전략이 더해지면서, '대항전'에서는 그야말로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치열한 전투가 연출되기도 한다.

자신이 공격적인 성향이라면 최전방 전투를 통한 플레이어 킬로 전투를 유리하게 만들 수도 있고, 최전방과는 조금 벗어난 지역에서 꾸준히 자원을 모아 타워, 용병을 보충하는 등, 꾸준한 후방지원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 수도 있다. 이처럼 '배틀본'은 승리에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컨트롤 미숙 탓에 FPS 장르에 접근하지 못했던 유저들도 노력 여하에 따라 승리의 기쁨을 맛볼 수 있도록 독특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 팀의 '체력+정신건강'을 책임지는 서포터 캐릭터도 물론 존재한다.



아쉽다, 기본 튜토리얼과 수집요소의 부재


PVP, PVE 모두를 충족하는 게임 모드와 저마다의 특성을 지닌 25종의 영웅들로 인해 파면 팔수록 즐길 거리가 가득한 '배틀본'이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게되는 아쉬운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먼저 느낀 아쉬운 부분은 바로 글자 폰트와 크기다. 기대했던 게임을 한국어화를 통해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지만, 이게 잘 보이질 않으니 이만큼 애석할 수가 없다. 스토리 모드에서는 영웅들의 유머러스한 입담과 재치있는 한국어 해석이 더해져 고유의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인 게임 내의 선 굵은 카툰렌더링 그래픽과 작고 식별이 힘든 한국어 자막이 겹치니, 어느새 스토리 이해는 뒷전이고, 스테이지 클리어에만 정신이 쏠리게 됐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캠페인 플레이의 지루함으로 이어진다.

▲ 크기는 둘째치고 좀 더 식별이 쉬운 폰트였다면….

그나마 글자 크기와 폰트는 멀티 플레이를 주로 즐기는 유저에게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특별히 스토리를 읽어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멀티 플레이에서도 찾을 수 있다.

먼저, '대항전'에 대한 기본적인 튜토리얼이 부족하다. 물론 대략적인 룰에 대해 전투 시작 전 본진 내부의 스크린을 통해 설명해주지만, 단 몇 초 만의 간단한 설명으로는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을 파악하기 어렵다. 또한, 게임 시작 전 '키 설정'을 미리 살펴보지 않았다면, MOBA 전투에서의 생존율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전투 중 본진 귀환' 기능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플레이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더불어, 자신의 캐릭터에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꾸미기 요소'가 적은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다른 유저와 함께 멀티 플레이를 즐기다 보면 게임에 투자한 노력을 보상받는 수집요소, 혹은 치장 요소를 찾게 되는데, 배틀본에 존재하는 꾸미기 요소는 3종류의 도발 모션과 색깔만 바뀌는 '색칠놀이' 스킨이 전부다. 물론, 추후 DLC 등을 통해 보다 다양한 스킨이 출시될 가능성이 있으니, 조금이나마 기대는 해볼 수 있겠다.

▲ 조금 더 방어력이 높은 의상을 기대했으나, 아쉬운 마음뿐이다.




'배틀본'의 게임 특징과 아쉬운 점까지 살펴봤지만, 마지막으로 게임 구매를 결정하기 전에 따져봐야 할 점들이 몇 개 더 남았을 것이다. 바로 게임을 원활히 플레이할 수 있는지다. 싱글 플레이 중심의 게임이라면 자신의 취향만 맞다면 아무 걱정 없이 선택할 수 있지만, '배틀본'은 멀티 플레이가 중점이 되는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 매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현재 '배틀본'을 국내 서버에서 플레이하려면 충분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10명의 인원이 필요한 대항전을 차치하더라도, 5명이 필요한 스토리 미션도 다른 사람과 함께 즐기려면 한 세월을 기다려야한다. 하지만, 이는 지역설정을 미국(US)으로 설정하면 바로 해결되는 문제다. 또한, 이렇게 지역 설정을 미국으로 설정해도 핑이 튀는 일 없이 원활한 멀티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은 '배틀본'의 또 하나의 강점으로써 충분히 칭찬해줄 만하다.

곧 출시를 앞둔 '오버워치'와 '배틀본'을 비교하는 유저들도 많이 있을 텐데, 두 게임의 공통점은 다양한 영웅이 등장하는 FPS라는 점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두 게임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다르고, 저마다의 재미를 주기 위해 특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FPS, MOBA 장르와 미국 스타일의 과장된 색감과 캐릭터를 좋아하고, 빠른 진행의 단판 승부보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다양한 전략으로 승리하는 멀티플레이 전투를 선호한다면, '배틀본'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 '배틀본' 플레이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