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4일 8.1.5 업데이트가 적용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새롭게 추가된 '전문기술 도구'로 발생한 버그에 골머리를 앓았다.

전문기술 도구를 배우기 위한 퀘스트가 진행되지 않는 소소한 문제부터, 도구 퀘스트만 받은 상태에서 추가 자원을 얻는 효과가 적용되던 마법부여, 광물을 추출할 때 크라켄의 눈이 평소보다 약 2000%정도 더 생성되던 보석세공 등이 그 사례다. 이중 국내에서 가장 크게 대두되는 문제점은 바로 '연금술'이다.

연금술 전용 전문기술 도구 [실라스의 변환 구체]는 쿨 티라스나 잔달라 전역에 '끓는 가마솥'을 볼 수 있도록 해주며, 이를 사용하면 영약이나 전투 물약 등 연금술 관련 소모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가마솥의 재생성 시간이 매우 짧았다는 것이다. 특정 위치에 생성되는 가마솥은 사용 후 재생성 되는 시간이 10초 내외로 엄청나게 짧았고, 이를 이용한 플레이어는 순식간에 엄청난 양의 영약을 비축할 수 있던 것이다.

이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이 미친곳은 경매장이다. 국내 아즈샤라 서버를 기준으로 경매장에 올라온 영약 가격 추세를 살펴본 결과, 버그 발견 후 소문이 확산된 15~17일 사이에 4가지 영약들의 판매 수량이 많게는 5배 가까이 증가했고, 가격은 모두 절반가량 하락세를 보였다. 아래 그래프에 표기된 빨간색 선은 경매장에 올라온 아이템 수량을 의미하며, 파란색 선은 판매되는 가격(Market Price)을 뜻한다.




▲ 버그 이슈 직후 영약들의 판매 수량이 늘고, 판매 가격은 줄었다
(출처 : The Undermine Journal)


플레이어들은 해당 이슈에 대해 "영약 값이 많이 안정되서 좋다", "이는 명백한 버그로 회수조치가 필요하다", "사전에 가마솥 재생성 시간에 대한 정확한 공지가 없었으니 정당한 권리다" 라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와 비슷한 사례로 작년 12월 경 격전지의 '이부스' 루팅 버그도 언급됐다.

8.1 업데이트가 적용됐을 때 어둠해안의 필드보스 '이부스'는 전역 퀘스트가 리셋되는 버그가 있었다. 이부스를 처치해 전역 퀘스트를 완료한 후, 재접속하면 해당 전역 퀘스트가 초기화되면서 루팅 기회가 다시 주어졌다. 일부 유저는 이를 악용해 몇시간동안 로그아웃과 재접속을 반복하며 이부스 아이템을 모은 것이다.

이에 메인 디렉터 이언 해지코스타스는 당시 트위터를 통해 "버그는 자신들의 실수이기 때문에 어쩌다 이득을 취한 유저는 제재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이를 남용한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이부스 버그를 남용한 해외 유저들에겐 제재가 가해졌고, 이를 두고 국내 가마솥 남용자들은 제재 대상인지 아닌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 이부스 버그 당시 메인 디렉터 이언이 트위터를 통해 남긴 말


차원문 이슈 등 격전의 아제로스에서 여러 쓴소리를 듣고 있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쉬어가는 소규모 콘텐츠로 생각됐던 8.1.5 업데이트는 적용되자마자 좋지 못한 이슈가 또 발생했다. 게다가 해외보다 업데이트 일정이 늦는 국내에서까지 이렇게 번질 정도라면 그 심각성은 더욱 두드러진다고 볼 수 있다.

가마솥 버그 성행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이다. 주말동안 버그는 수정됐지만, 18일 현재까지 블리자드는 버그 문의에 대한 GM의 조사중이라는 답변만 일부 공개됐을 뿐, 후속 조치를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아직까지 명확한 공지가 없다. 8.1.5가 적용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가운데, 블리자드는 현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 가마솥 재생성 버그에 대한 국내 GM의 답변 (출처 : 인벤 - Aou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