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어느새 끝날 기미를 보입니다. 덕분일까요? 지난 MSI 기간 동안 많은 해외팀이 한국을 찾았다고 합니다. 여행의 자유가 커지면서 오랜만에 한국으로 부트캠프를 온 팀들이 많았는데요. 한국의 솔로랭크 수준이 높고,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팀까지 스크림이 가능해서 한국으로 부트캠프를 오고 싶어 하는 팀들은 여전히 많다고 합니다.

북미 LCS 프로게임단 100 시브즈도 한국으로 부트캠프를 왔습니다. '썸데이' 김찬호, '후히' 최재현 등 우리에게 익숙한 선수들이 활동하고 있고, '래퍼드' 복한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팀입니다. 100 시브즈는 2022 LCS 결승전에서 이블 지니어스에 패배하면서 MSI에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여러 해외 팀들과 함께 이번 부트캠프에 올 수 있었습니다.

'래퍼드' 감독에게 다시 시작된 부트캠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그리고 아직 여운이 남은 2022 MSI에 대한 생각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 100 시브즈 '래퍼드' 복한규 감독

Q. 오랜만에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전한다. 근황을 전해줄 수 있을까?

지난 시즌에 아쉽게 우승을 못 해서 MSI에 참가할 수 없었다. 지금은 선수들이 각자 휴가 시간 보내고, 한국에 와서 T1 사옥에서 전지훈련을 하면서 다음 시즌 준비를 하고 있다.


Q. 어떻게 T1 사옥에서 100 시브즈의 부트캠프를 진행할 수 있었나?

미국에 본사가 있어서 전지훈련 세팅을 할 때 먼저 컨택이 됐다. 스무스하게 진행됐던 것 같다. 연이 닿아서 빨리 진행된 느낌이다.


Q.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부트캠프를 못 한 팀이 많았다. 이번 부트캠프는 계획했던 일인가?

전지 훈련을 와서 미국 팀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 유럽 팀 등과 연습을 하고 교류를 하게 된다. 각 팀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보니 가져올 점은 가져오고, 약점도 찾게 된다. 그래서 부트캠프는 선호하는 편이다.


Q. 지난 시즌 LCS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주다가 이블 지니어스에게 패배하면서 시즌을 마감했다. 무엇이 부족했을까?

우주의 기운이 EG에게 모인 것 같다(웃음). ‘대니’가 바론을 스틸하고 펜타킬을 하는 순간, EG의 우승에 우주가 도와준 것 같다.

사실 플레이오프가 쉽지는 않았다. 결승전 올라오는 과정에서 C9은 3:0으로 이기고 올라갔지만, 팀 리퀴드 경기는 풀 세트에 백도어로 이겼다. 내용만 보면 우리가 지는 게 맞는 경기이다. 5세트까지 가면서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멘탈적으로 많이 힘들어했고, 거기서 나온 실수를 우리가 잘 잡아냈다. 거기까지 간 건 실력, 그런 상황에서 이긴 건 운이다.

이블 지니어스는 결승전까지 경기력도 좋았고, 팀 합도 잘 맞았다. 반면에 우리는 챔피언도 조금씩 자리를 잡지 못했고, 잘 되던 부분도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결승은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 100 시브즈 선수들, '썸데이-후히'가 함께 활동하고 있다

Q. MSI가 끝났다. 경기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흥미로웠다. RNG의 재경기부터 시작해서 여러모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결승전에서 양 팀 미드 라이너의 경기력은 많은 선수들에게 영감을 줄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느꼈다.

‘샤오후’가 결승전에서 리산드라, 갈리오로 보여준 플레이가 좋았다. 이런 종류의 챔피언은 슈퍼 플레이가 필요한 플레이메이킹 챔피언인데, 딱히 눈에 띄는 슈퍼 플레이 없이 게임을 만들었다. 협곡의 전령 4:5 싸움을 이기게 하는 팀 합과 계산은 디테일과 수준이 정말 높았다.


Q. MSI 결승전에서 T1 밴픽이 아쉬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어떻게 생각했나?

5세트 경기는 약간 아쉬웠다. 경기가 쌓여가면서 아리 vs 리산드라, 그웬 등이 중요 픽이 됐다. T1이 마지막 세트에 수를 쓰긴 썼다. 계속 ‘빈’의 잭스를 밴하다가 마지막에 밴 카드를 바꾸면서 그웬, 잭스를 고르라는 선택지를 줬다. 그웬 픽 때문에 경기를 진 건 아니지만, 밴픽이 끝났을 때는 뭔가 걱정이 앞서는 조합이었다.

내가 T1을 대변할 순 없지만, 밴픽 구도를 바꾸기가 힘들었을 거다. 아리를 가져가면 리산드라가 있고, 레드 사이드라서 루시안을 풀 순 없었다. 아예 탑 챔피언 밴을 두 개 하고, 아리를 버리거나 밴해서 밴픽 구도 자체를 바꿨으면 어땠을지 라는 생각도 들었다. 레드 사이드가 계속 패배하는 패턴이라서 도박을 해보는 것도 고려할만했다.


Q. MSI에서 이블 지니어스의 경기력은 어떻게 봤는가?

재미있었다. G2를 상대로 다 졌지만, 분전했다고 생각한다. 이블 지니어스에는 어린 친구들이 많다. ‘인스파이어드’도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임팩트’를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 경력 다 합쳐도 8년 정도다. ‘임팩트’ 혼자서 10년이니, 많이 어린 선수들이다. 그래도 보여줄 건 보여줬고, 나름 잘 싸우고 진 것 같다.


Q. MSI에서 얻은 경험이 이블 지니어스의 젊은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까?

잘해주길 바란다. 경험을 쌓는 과정이고, 그 친구들이 성장해서 리그 수준이 높아지면 LCS의 경쟁력도 올라간다. 선수의 기량이 늘어서 다른 팀들에게 보여주고, 그걸 다른 선수들이 배운다면 서로에게 긍정적일 거다. 어린 선수들이 잘해지면, 기존의 선수들도 자극을 많이 받는다.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될 거다.


Q. 이번 부트캠프에 대한 소감을 전한다면? 팀에 무엇을 남겼을까?

최근 대규모 패치가 있었다. 이에 대한 적응과 메타 챔피언을 찾는 게 이번 부트캠프의 목적이었다. 한국의 여러 팀들과 스크림을 해보면, 그들만 쓰는 챔피언이 있다. 그런 걸 배운다는 느낌으로 스크림을 최대한 많이 했다. 시즌 초반에는 패치에 잘 적응하는 게 프로게임단에게 가장 중요하다.


Q.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전한다면?

오랜만에 인터뷰 기회를 얻어 감사하다. 한국에서 가끔 나를 응원하는 글을 본다. 아직까지 응원해주는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감독으로서 e스포츠에 공헌하는 모습 보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