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젤란팀 박병림 팀장 ]
게임업계의 흐름이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바뀌면서 기존 개발사들의 입지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원래 온라인 게임을 위주로 제작했던 개발사가 순식간에 모바일 업계의 중심에 서는 모습도 있었다. 또, 소규모 중소기업이 단숨에 연수익 100억을 훌쩍넘는 알짜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넥슨 역시 이러한 시장의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결과를 보면 명성에 비해 다소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자본력에서 큰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타이밍 및 기획 싸움에서 밀렸다. 모바일 쪽에서는 유독 힘을 못썼다.

하지만 100% 성과를 못냈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 소개할 '퍼즐주주'는 출시되고난 후 매출 순위 상위권에 꽤 오래 머물렀다. 이로인해 넥슨 모바일에 대한 인식을 다시잡도록 하는 도화선을 지폈다. 간단한 룰로 높은 중독성을 우려내는 '퍼즐주주'. 비록 '애니팡'과 같은 성공신화를 쓰진 못했으나 넥슨 모바일 팀의 트렌드 캐치 능력이 부족하지 않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NDC 2013 첫날, 마지막 강연 시간을 장식한 인물은 '퍼즐주주' 개발을 담당한 마젤란팀의 박병림 팀장이었다.





안녕하세요. 박병림이라고 합니다. 넥슨 내 모바일 게임 개발을 담당하는 마젤란 팀의 팀장입니다. 카카오톡 게임하기에서 서비스했던 '퍼즐주주'를 개발하며 느꼈던 다섯가지 교훈과 그 개발과정을 여러분께 말씀드릴까 해요. 아, 2010년경에 게임업계에 입문했어요. 나이는 꽤 됐는데, 개발경력은 그에 비해 좀 짧은 편이죠.

음... 우선 '퍼즐주주'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드려야 될 것 같아요. 이 게임은 '비주얼드'와 같은 매치3 방식의 퍼즐게임이에요.

정말 솔직하게 밝히자면, '퍼즐주주'가 저희 기대치만큰 성공한 것은 아니었어요. 아예 실패한 것은 아니고, 나름 높은 순위에 랭크되기도 했지만, 저희는 그 순위가 더 오래갈줄 알았기 때문이죠. 우선 '퍼즐주주'의 개발과정을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같아요.

'퍼즐주주'의 모태는 '주 인베이전'이라는 이름의 게임이었습니다. 거의 비슷해요. 대신 이 게임은 모바일 게임이 아니라 페이스북 캔버스를 이용한 앱 게임이었습니다. 지금이야 페이스북 위기니, 네이버 소셜이나 싸이월드 게임이 문 닫는다고 하지만, 그때는 페이스북 앱에 사람 엄청 많을 때였습니다. 진짜 골드러시 일어난다는 노다지로 비춰질 정도였으니까요.

어쨌든 그 게임을 2012년 5월에 페이스북에 오픈했어요. 그러고나서 약 2개월가량 라이브하는데, 실장님께서 와서 그러시는거에요.

"이거 모바일로 이식하면 어떨거 같아요?"

솔직히 그땐 제가 이쪽 시장을 잘 몰랐어요. 그냥 페이스북 앱 게임에 유저가 가장 많을 때라 '에이, 여기서도 큰 성과 안나고 있는데 왜 더 일을 벌여요'라고 답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똑같은 게임을 플랫폼만 옮기는 거라 제가 그 과정에서 뭘 배울수 있을지도 의문이었죠. 정말...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근시안으로 바라본 것 같아요.

그런데 2012년 8월 말이었나요. 그때 보니 '애니팡'이 구글 플레이 1위를 했어요. 그전까진 '룰더스카이'였는데 그걸 이긴거였어요. 실장님이 '것 봐' 하시더군요. 그때 느꼈죠. 아, 세상이 변하고 있구나.



9월초부터 바로 작업 들어갔어요. 전 마젤란 팀 소속이었는데, 푸키 팀이라고 또 있거든요. 그 팀이 '주 인베이전'을 모바일로 컨버전하는 팀이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9월 말에 추석 연휴라는 절호의 찬스가 있는거에요. 결국 포키 팀과 연합하고 5주 크런치를 했죠. 진짜 일정 빡빡하게 잡았어요. 철야가 일상이었죠.

그리고 2012년 10월에 '퍼즐주주'가 출시됐어요. 게임 나오면 솔직히 편할 줄 알았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내부에서 기대했던 것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아 약간 아쉬웠어요.

그리고 개발 과정에서 교훈도 얻었어요. 작업하는 중 카카오톡 열풍이라는 예상못한 일도 발생했고요.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해볼까 해요.

'애니팡' 신화를 바라볼때 제 마음은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개발 시간이 점점 악박해오니 심리적으로도 막 급해지더라고요. 예민해지기도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의도치 않게 상처도 많이 준 것 같습니다.

그때 배웠죠. 첫번째 교훈을요. 바로 마음을 관리하는게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마음을 관리하지 않으면 지식과 재능이 있어도 그것을 실행할 힘을 잃게 됩니다. 그리고 본인에게 부정한 기운이 있으면, 주변 사람들까지도 불안하게 만드는 점염성까지 내포하게 되죠. 이건 정말 최악이잖아요. 피터 드러커도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을 언급한게 있어요. 쉽게 포기하거나 물러서지 않고, 끝끝내 결과를 낼 줄 아는 사람이 팀에 한명이라도 있는게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죠.



두번째로 느낀 교훈은 '작은 정보라도 철저히 관리하자'였습니다.

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작은 팀에 최적화된 이슈 추적 툴을 따로 개발하는게 우선이었습니다. 또, 사업 담당자들이 쉽게 참고할 수 있는 라이브 통계 툴의 필요성도 느꼈죠.

마젤란 팀에는 '버그팡'이라는 이슈 관리 툴이 있어요. 옆의 프론티어 팀이 사용하던 이슈 추적기를 수정 보완한 프로그램이죠. 큰 팀은 더 세세한 툴이 필요하겠지만 우리같이 작은 팀에게는 그정도 성능으로 충분했어요. 또, 통계 툴도 별도로 두어 그래프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덕에 팀들간의 커뮤니케이션 효과도 상승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요.

세번째 교훈은'보랏빛 소를 도전하자'입니다.

마케팅 쪽 종사자들은 알겠지만, 아무리 매력적인 젖소라도 사람이 보기엔 결국 다 똑같은 젖소에요. 하지만 보라색 젖소가 있으면 어떤 사람의 이목이라도 끌 수 있죠. 근본적인 색이 다르잖아요?

솔직히 말해 '퍼즐주주'는 보랏빛 소는 아니었어요.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유저들은 당시 '애니팡'과 '캔디팡'이라는 즐길거리를 이미 갖고 있었어요. 그때 전 시장 추종자가 보유한 기본 전략으로는 차별화가 필수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이미 잘 되고 있는 게임을 만들때는 어쩔수없이 1등이 먹고 남은 나머지 부분을 먹는 상황이 연출되요. 이걸 인식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저도 이후 작품을 만들때는 이런 공식을 최대한 따르려 해요. 새로움에 대한 도전의식을 아예 배제하면 안된다는 것을요.

네번째 교훈은 '예방 비용을 아끼지 말라'는 겁니다.

저희는 '퍼즐주주'의 iOS 출시를 매우 서둘렀어요. 연말되기전에 어떻게든 출시해 성과를 내려고 했던 거죠. 그런데 이게 결국 문제를 낳고 말았습니다. 로그인 장애 버그가 발생한거죠. 뭐,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연말연초 특수에서 발생하는 이익손실을 보지 않으려 무리한 강행군을 지휘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작업자들이 업무에 부담을 느꼈지만, 저는 이를 무시하고 말았죠. 지금 생각해도 후회스런 부분이에요. 한번 해보고 안되는 게임에는 다시 유저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때는 너무 묵인하고 있었어요.

마지막 다섯번째 교훈입니다. '기꺼이 리더가 되자'

제가 팀장이 되고 나니 느껴지는게 있었습니다. 팀장은 게임 만드는 것 외에도 다른 영역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죠. 결정할 줄도 알아야 했고, 책임질 줄도 알아야 했습니다. 결정은 말 그대로 최종 결정이죠. 확고한 자기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책임질 줄 안다는 것은 쉽게 말해 남탓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 개인적으로 팀원때부터 팀장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시행하면 팀원은 팀장의 마음을 약간이나마 이해할 수 있어요. 조직이 살아가기 위해선 어쨌든 돈을 벌어야 하잖아요. 그 과정에서 팀원들과 트러블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바로 이부분에서 의견 조율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팀장 역시 팀원들의 심정을 다시한 번 돌아볼 수 있고요.

자. 발표를 정리할게요. 일단 마음을 관리하는게 중요합니다. 정보 역시 관리해야 하죠. 그리고 따라가는 사람의 입장은 쉽지 않다는 것도 언급했고요. 보랏빛 소에 대한 도전정신을 되도록 잃지 말자는 것도 말했습니다. 그리고 손실 기피의식을 극복해보자고도 이야기했고, 마지막은 기꺼이 스스로 리더가 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부분을 잘 곰씹어 이해하면 앞으로 개발할 작품이 이전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것을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