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호평을 받고 있는 시티 빌더 게임, '시티즈: 스카이라인'의 제작사인 Colossal Order(이하 CO)는 결코 큰 회사가 아니다. 총인원 14명, 그 중 프로그래머는 고작 3명에 지나지 않는 소규모 독립 개발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작은 회사에서 제작했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시티즈: 스카이라인'의 볼륨은 방대하며, 완성도 역시 훌륭하다. 소규모 회사에서 이런 완성도로 개발하기는 쉽지 않은 일.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시티즈: 스카이라인'을 제작했을까?

그 과정에 대해서 CO의 리드 디자이너인 '캐롤리나 코르푸'(Karoliina Korppoo)가 직접 소개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그녀는 GDC 유럽 강단에서 자신들이 어떻게 '시티즈: 스카이라인'을 제작했고, 런칭까지 이어진 개발 과정에서 좋았다고 생각한 부분을 청중들에게 공유했다.

사실 계속 강연을 들어오면서 이번 GDC 유럽은 다소 인기가 떨어졌다고 실감할 수 있었다. 재작년에 비해서 강연들의 전체적인 시간도 줄어들은 데다가, 개발자들의 참여도도 다소 떨어졌고 설상가상으로 올해는 취소된 강연도 상당히 많았다. 그동안 참석했던 강연들도 자리가 만석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그러나 '시티즈: 스카이라인'(이하 스카이라인)의 엄청난 성과 때문이었을까? 오랜만에 가득찬 강연장을 만날 수 있었고, 조금만 늦었더라면 영 좋지 못한 자리에서 강연을 들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개발자들이 강연에 참석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거기에 강연이 끝난 후에도 다음 강연 시작 전까지 강연자에게 수많은 질문이 쏟아질 정도였다.

Colossal Order의 '캐롤리나 코르푸' 리드 디자이너

그녀는 먼저 자신들이 '스카이라인'를 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회사의 인원이 적기 때문에 선택을 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PC 플랫폼을 선택했을 때, 다들 어째서 모바일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은 많이 받았다고.

그녀는 "모바일 시장에도 아주 많은 시티 빌더 게임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게임들과 우리가 추구하는 바는 좀 달랐어요. 모바일 시티 빌더는 플레이 타임도 상당히 짧았고, 사실감이 넘치는 경험을 주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우리는 그걸 원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거대한 모바일 마켓의 시티 빌더 유저들이 많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 유저들이 우리가 추구하는 게임성을 그대로 바라는 유저들일까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모바일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이고, Free-to-Play 방식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고 전했다.

이어서 그녀는 '스카이라인'은 클래식한 게임 구조를 가졌고, 타겟이 명확한 게임이라는 점 역시 'Free-to-Play' 방식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들이라고 덧붙였다.



■ 심시티에서 영감을 받은 '스카이라인', 그리고 CO의 개발 철학


그녀는 '스카이라인'은 '심시티'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들은 '심시티 2000'부터 '심시티 4', '시에라 시티 빌더' 시리즈 등 많은 시티 빌더 게임을 경험하면서 시티 빌더에 대한 기초 지식과 기획적인 부분을 쌓아 올렸고, 게임의 디자인은 '심시티 2013'에서 정말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하지만 그들은 초기의 심시티 버전뿐만 아니라 '시에라 시티 빌더' 등, 도시 빌더의 역사에 깊이 파고들어 최종적인 디자인을 설계했다.

그렇게 '스카이라인'의 디자인은 쉬운 가독성과 유연성을 고려해 디자인됐고, 게임의 기본적인 지형의 풍경은 유저들에게 친숙한 일반적인 북아메리카의 도시들을 소재로 삼았다. 이를 참고하기 위해 현장 답사도 많이 다녔다고 한다.

다음으로 그들이 신경을 쓴 부분은 바로 '튜토리얼', '인 게임 가이드'이다. 어떤 게임이든 비슷한 장르나 해당 시리즈를 즐겨본 경험이 있는 유저라면 가이드 메시지를 정말 싫어한다. 하지만 경험해보지 않고 낯설어하는 유저들은 대부분 시스템적인 도움을 원하게 된다. 이들 모두를 고려해 '스카이라인'은 튜토리얼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었고, 이를 구현해서 게임 시스템으로 도입했다.


그리고 그들은 "게임 오버" 상태를 만들지 않았다. 이것은 'CO'의 개발 철학 중 하나다. 그들은 플레이어들에게 '게임 오버'라는 처벌을 주는 것보다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을 권장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개발진들이다. 그 철학을 최대한 '스카이라인'에도 녹여낸 것이다.

거기에 '스카이라인'은 현실적인 것보다는 재미를 우선시해서 디자인됐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심시티 2013'보다는 더욱 하드코어한 시티 빌더를 지향하지만, 이전에 그들이 제작했던 '시티즈 인 모션2'보다는 라이트한 형태의 시티 빌더를 제작하기로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고 한다.



■ '시티즈: 스카이라인', 최고의 마케팅 효과를 본 것은 바로 "MOD"

그들은 오랜 제작 끝에 '시티즈: 스카이라인'을 완성했다. 하지만 이제는 잘 만든 게임도 훌륭한 마케팅이 필요한 시대.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출시 마케팅을 진행했을까? 그녀의 대답은 너무 솔직해서 별로 반박하거나 의문을 가질 게 없었다. "모르니까 믿고 맡겼다."는 것이다.

"어…우리는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들이라 마케팅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그 부분은 퍼블리셔를 전적으로 믿었습니다. 우리 게임으로 방송을 하는 유저들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포럼을 운영하면서 아이디어를 얻거나 피드백을 듣기도 했죠. 그런데 이건 다른 게임들도 다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녀가 시티즈의 성공 요인으로 삼은 부분은 바로 MOD. 현재 '스카이라인'은 3만 2천여 개가 넘는 MOD가 존재하며, 이는 유저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준다. 대부분의 시티 빌더 게임들은 모두 공원이 비슷하게 생겼지만, 스카이라인은 유저들이 직접 디자인하여 새로운 디자인과 활동 룰을 정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들은 유저들의 MOD 제작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맵 에디터와 툴을 제공했고, 더불어 모딩용 API도 함께 제공했다. MOD를 제작하기 쉬운 툴과 API는 유저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유저들은 천천히 자신만의 새로운 도시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고, MOD의 규모는 더욱 커졌다. 그리고 자신이 제작한 MOD를 다른 유저들에게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금상첨화로 스팀의 MOD 마켓으로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이건 정말 우리가 봐도 놀라운 기능이었습니다. 어떤 유저는 직접 자신이 쓰레기 수거차를 만들었는데, 정말 놀라울 정도로 훌륭한 모습으로 작동했습니다. 실제로 저도 이 유저가 만든 차를 이용하고 있어요.

MOD에 대해서는 우리는 뭔가 한 게 없습니다. 단지 우리는 유저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툴과 API를 제공했을 뿐이고, 이를 토대로 유저들이 만든 MOD는 정말 좋은 효과를 봤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그녀는 유저들이 플레이하는 모습 중 재미있는 영상들을 공유했고, 자신이 생각하면 개발 철학과 '스카이라인'이 준비중인 업데이트와 DLC를 소개하며 강연을 마쳤다.

Cities Skyline - Tsunami - Massive Dam -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