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LEC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던 2019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플레이-인 스테이지가 마무리됐다. 이변 없이 많은 이가 예측했던 팀들이 본선 격인 그룹 스테이지에 합류했다. 이제 '진짜배기'들이 싸움을 앞두고 있다.

그리핀과 SKT T1은 각각 죽음의 조라 불리는 A조와 C조에서 경기를 기다리고 있다. 상대들이 상대인 지라 긴장하고 있는 팬들도 많다. 담원 게이밍도 격차를 보여주며 그룹 스테이지에 합류했는데 같은 조에 북미의 맹주인 팀 리퀴드와 디펜딩 챔피언 IG가 포진했다. 세 팀 모두 만만치 않은 조를 뚫어야 한다.

이들의 경기를 보기에 앞서 이번 롤드컵과 관련된 주제로 누군가와 의견을 교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대화 상대는 '앰비션'이라는 닉네임으로 세계를 호령했던 강찬용이었다. 그와 함께 지나간 플레이-인 스테이지, 다가올 그룹 스테이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Q. 플레이-인 스테이지가 끝났다. 전반적으로 지켜본 소감이 궁금하다.

LCK가 플레이-인에 처음으로 간 거였다. 확실히 거기에 갈 실력은 아닌 것 같았고 돋보였다. 예전에는 플레이인과 본선에 바로 가는 팀들의 실력차가 예전에는 많이 났는데 이번엔 플레이-인 팀들도 저력이 있다는 걸 느꼈다.


Q. 반면, 너무 이변이 없어 밋밋했다는 평가도 있다. 팬들 사이에선 과거처럼 와일드카드전을 따로 분리하자는 의견도 보이던데?

모든 지역에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 간 실력차가 경기 중에 났던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플레이-인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적은 없었다. 모두 롤드컵에 출전할 만한 자격을 갖춘 팀들이었다. LCK만 봐도 얼마 전까지 챌린저스 코리아와 LCK 간 격차가 많이 났는데 어느 순간 순식간에 줄었다. 다른 지역 팀들도 더 나은 조건을 갖추고 그런 가운데 스타 플레이어들도 더 자주 등장하다 보면 흐름이 또 언제 어떻게 바뀔 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Q. 첫 롤드컵 출전이었던 담원 게이밍이 플레이-인 스테이지부터 여정을 시작했는데 이게 독이 될까, 혹은 약이 될까?

담원 게이밍이 탈락한 게 아니라서 이에 대해 말하긴 좀 이르다. 단점과 장점이 있다. 단점은 해외로 다른 팀들보다 2주 정도 일찍 간 거라 아무래도 불편함이 있을 거다. 한국에서 일상을 보내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생활을 하고 있을 테니까. 그래도 경기 감각을 먼저 끌어 올리고 대회 메타를 먼저 맛볼 수 있다는 건 장점이다. 앞으로 담원 게이밍이 어디까지 올라가는지에 따라 그 결과가 판가름되지 않을까.



Q. 현역 시절, 해외 대회 나갔을 때 본인은 어땠나?

제일 다르다고 느꼈던 건 환경이었다. 롤드컵을 하게 되면 한국에 있으면서 연습실과 대회장을 오가고 익숙한 곳에서 지내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 호텔과 연습실만 왔다 갔다 하게 되는데 먹는 게 안 맞는 경우도 있고, 주변에 있던 것들도 없고, 시차 적응도 힘들고... 대회에 따라 다르긴 했지만, 국제대회 연습실이 완전하게 세팅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그런 경우엔 피로감을 느끼기도 했다.


Q. 담원 게이밍의 가렌-유미는 어땠나?

'우리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고 생각한다. 대회 버전 이전부터 유미가 치명적인 너프를 많이 당했다. 사실 유미 자체도 못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룹 스테이지에 유미가 또 계속 나올 거라고는 아직도 생각 안하고 있다. 그럼 가렌은 더더욱 못 나올 것 같다.


Q. '뉴클리어'가 아쉽다는 평가를 받는 담원 게이밍에게 바텀 가렌이 잘 어울린다는 평가도 있다.

사실 그런 건 너무 단면적인 부분만 보고 이야기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담원 게이밍이 플레이-인 넉아웃 스테이지 네 경기를 치를 때 '뉴클리어'가 원딜일 때와 비원딜일 때 경기를 끝내는 과정이 완전 달랐다. 아무래도 원딜이 있으면 유리한 걸 굳히고 끝내기 훨씬 편하다. 원딜이 후반 보험 역할로 항상 있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Q. 이젠 그룹 스테이지 이야기를 해보자. A조와 C조의 향방에 관심이 많다. 어떻게 보나?

C조 같은 경우는 어떻게 이렇게 됐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강팀들이 몰린 것 같다. 그만큼 이목도 많이 쏠리고 있다. 사실 조별 리그가 힘들다면, 거기만 잘 뚫으면 그 이후가 다른 팀들에 비해 편하다. 개인적으로 적당한 죽음의 조는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C조는 너무 죽음의 조다.

A조도 강팀들이 몰렸다. 그 쪽은 사실 그리핀과 G2가 다른 두 팀보단 좀 더 우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C조가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Q. G2의 경기력이나 메타 소화 능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팀 자체가 워낙 개방적인 것 같다. 어떤 픽을 대회 경기에서 했을 때 그 챔피언들에 대한 선수들의 전문성이 없거나 하지 않다 보니 그렇다. 준비를 소위 막하는 것 같지만 철저하게 준비된 픽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핀 입장에서는 당황하지 않고 평소 하던대로 하면 좋을 거다. 결국 정석이라는 것들이 괜히 정석이 아니다. 조합 자체가 완벽하게 했을 때 질 수가 없어서 정석인 거다.

그리핀은 자신과의 싸움일 것 같다. 얼마나 상대에게 말려들지 않으면서 플레이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것들이 많았는데 크고 중요한 경기에 약했다. 그래도 자기 실력만 보여준다면 큰 걱정은 안된다.


Q. G2 '퍽즈'는 원딜과 비원딜을 고루 잘 다룬다. '바이퍼'도 비원딜을 워낙 잘하는데 어떨까?

'바이퍼'가 비원딜을 잘하는 경향은 사실 그 선수 자체가 워낙 다재다능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어떤 걸 해도 안정감이 있다. 솔직히 LCK 경향상 많은 픽을 만나보지 못한 게 사실이긴 하다. 그래서 그리핀 입장에서는 변수 가득한 챔피언들이 나오는 것 보다는 강하지만 뻔한 챔피언들이 나오면 조금 더 편할 것 같다.


Q. T1은 항상 그룹 스테이지에서 만족스럽지 않다가도 다전제로 가면 곧장 우승권 팀이 됐다. 이번엔 그러기엔 조 편성이 너무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내 생각에 실력 있는 팀이 조별 리그에서 조기 탈락한 적은 전혀 없었다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결국 올라갈 팀들이 올라가고 잘하는 팀들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 만약 그렇지 않은 팀이 조별 리그를 뚫더라도 결국 떨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걱정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억울한 일을 당하진 않을 거다.



Q. 비원딜 메타와 T1의 궁합에 대한 생각은?

사실 비원딜 메타라는 게 원딜 챔피언의 힘이 너무 부족할 때 튀어나왔다. 사실 지금 보면 카이사와 자야, 루시안이 너무 강력하다 보니 이 챔피언들이 있으면 T1이 비원딜을 안할 것 같다. '테디'에게는 바루스라는 큰 무기도 있다. 사실 T1이 굳이 비원딜을 연습하는 것보다 자기들이 가장 잘하는 걸 하는게 더 무서울 거 같다. 알아도 못 막는 팀이다 보니.


Q. RNG와 IG는 지역 리그에서도 기복이 심했다.

작년부터 변수를 많이 두는 메타가 유행 중이다. 그 선두주자가 유럽과 중국이다. 고점과 저점의 차이가 큰 팀들이 피드백을 상황마다 최선의 플레이를 하자는 쪽으로 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LCK는 저점을 높이고 다른 지역은 고점을 높이는 쪽이었다. 어느 한 쪽이 나쁘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변수가 터지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실 상황이 이렇고 팀들 간 실력차도 줄었다 보니 보는 맛은 더 높아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누가 이길지 모르니까. 몇년 전만 해도 LCK가 이기겠지 하면서 편하게 보던 게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초조해졌다. 그래서 오히려 응원하는 맛도 더 생기는 것 같다.


Q. B조는 펀플러스가 무난한 1위일 거라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 2위는 누가 될 것 같나?

스플라이스가 좀 더 유리하지 않을까. 다른 지역 팀들 보다는 자국 리그에서 강한 팀들을 많이 상대했던, 산전수전 겪은 팀이 더 우위라고 생각한다. 경기를 많이 보진 못해서 느낌으로만 말하긴 했다.


Q. '리바이'가 복귀한 기가바이트 마린즈는 어떨 것 같나?

롤드컵에 진출한 팀들 중에 저력이 없는 팀은 한 팀도 없다.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베트남이 해를 거듭할수록 엄청난 성장을 보이고 있다. 1, 2년 뒤엔 거의 메이저 지역과 맞먹을 정도인 것 같다. 이번에도 복병 노릇을 제대로 하지 않을까.


Q. 담원 게이밍이 팀 리퀴드와 IG 사이에서 어떤 경기력을 보일까?

MSI 때 IG가 리퀴드한테 졌다. IG는 고점과 저점에 큰 차이가 있는 팀이다. 이번에도 리퀴드가 IG를 잡을 확률이 있는 것 같다. D조는 신가하게 서로 스타일이 물고 물린다. IG는 팀 리퀴드가 무섭고, 팀 리퀴드는 담원 게이밍이 싫고, 담원 게이밍은 IG가 가장 경계될 것 같다.


Q. 개인적으로 기대되는 매치업이나 포인트가 있다면?

IG와 담원 게이밍의 대결이 궁금하다. '너구리' 하면 딱 떠오르는 플레이가 또 먹힐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상대가 '더샤이'라 더 그렇다.

LCK 팀들은 하나씩 증명할 게 있다고 생각한다. 담원 게이밍은 미드-탑, 소위 '쇼구리'의 플레이스타일이 롤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도 잘 통할까? T1은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강력할까? 그리핀은 큰 무대에 대한 아쉬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 이 세 가지가 각 팀에게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