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티독하면 게임 잘 만드는 개발사로 유명하다. 단순히 재미있는 게임, 그래픽 좋은 게임을 만든다는 의미가 아니다. 한 편의 영화 같은 심도 있는 스토리와 화려한 연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도 게임으로서의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중에서도 지금의 너티독을 있게 한 일등공신은 단연 매력적인 캐릭터랄 수 있다. 단순히 멋있고 예쁜 캐릭터가 아닌 마치 살아숨쉬는 것 같은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들이 있었기에 게이머들은 그들의 이야기에, 게임에 빠져들었다.

너티독은 어떻게 이런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만들 수 있었을까? 소문대로 외계인을 갈아 넣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들만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걸까? 이번 지스타 2018 국제게임컨퍼런스(G-Con 2018)에서 이러한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 너티독의 이소아 아티스트가 강연에 나섰다.

▲ 너티독 이소아 아티스트

이소아 아티스트는 우선 자신이 어떻게 너티독에 입사하게 됐는지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했다. 오래도록 게임 업계에서 아티스트로 일했지만, 사실 그렇게 게임을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는 이소아 아티스트는 어느 날 '언차티드2'를 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전까지 그녀가 접한 슈팅 게임은 단순히 총을 쏘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언차티드2'는 달랐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있었기에 그들의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미드나 영화와 비교하면 스토리의 개연성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직접 조작할 수 있다는 점에선 미드나 영화로는 느낄 수 없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언차티드2'를 하면서 이소아 아티스트는 자신도 이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 너티독에 지원해 지금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너티독은 어떻게 이런 매력적인 캐릭터를, 게임을 만들 수 있었을까? 이는 아티스트들이 적극적으로 게임 속 캐릭터를 만들고 개발에 참여하기 때문이라고 이소아 아티스트는 설명했다. 단순히 게임 속 캐릭터를 하나 만든다는 게 아니다. 너티독에서도 게임 개발을 시작하면서 레벨 디자인이나 게임 스토리를 간략하게 짠다. 하지만 기획자(디자이너)에 따라 같은 스토리를 짜는데도 세세한 부분에선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 디자이너가 게임의 방향성을 정하면

▲ 컨셉 아티스트는 형태를 명확하게 만든다

이때 힘을 발휘하는 게 바로 컨셉 아티스트다. 기획자들이 각각 상상했던 걸 컨셉 아트를 통해 하나로 통일하는 거다. 그렇기에 컨셉 아티스트는 단순히 그림 실력이 뛰어난 거로 끝나선 안 된다. 기획자의 의도를 명확히 캐치하면서도 혹여 기획자가 놓친 요소를 명확히 캐치해 표현해야 한다.

컨셉 아티스트가 대략적인 게임의 형태를 그린다면 다음은 3D 아티스트가 힘을 발휘할 차례다. 알다시피 게임은 3D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컨셉 아트가 화려해도 그걸 표현하지 못해서야 아무 소용도 없다. 하지만 3D로 표현해야 할 건 한두 개가 아니다. 그렇기에 너티독에선 캐릭터, 사물, 배경으로 3D 팀을 나눠서 작업한다. 여기까지 이야기한 이소아 아티스트는 자신은 그 중 캐릭터 팀이라며 본격적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캐릭터를 만들면 아티스트는 모델링을 하고 색을 입힌다. 간단한 듯 말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길면 캐릭터 하나를 만드는 데 몇 개월이나 걸린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캐릭터는 그저 예쁘고 멋있기만 해선 안 된다. 너티독의 게임은 현실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기에 생동감이나 표정의 감정선이 완성도를 좌우한다. 최대한 사실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사실적인 캐릭터가 탄생하는 걸까? 이소아 아티스트는 여기서 중요한 게 바로 재질(텍스쳐)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좋은 재질을 써야 한다는 게 아니라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로 주름의 표현이나 음영 등을 조정해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이렇게 캐릭터가 만들어지면 다음은 캐릭터를 움직일 차례다. 리깅 아티스트가 캐릭터에 뼈와 근육을 심어 최대한 사실적인 움직임을 구현하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캐릭터는 생동감을 가진다. 이렇게 리깅 작업이 끝나면 이제 직접 캐릭터를 움직이는 작업을 한다. 이런 애니메이션 작업은 캐릭터에 영혼을 불어넣는 작업이랄 수 있는데 이 작업을 함으로써 모델러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나 문제들을 파악할 수 있다.

▲ 리깅, 애니메이션을 거치면서 캐릭터는 생동감을 가진다

캐릭터를 만들고 포즈와 모션을 만들었다. 이대로 끝일까? 아니다. 캐릭터를 살리는 가장 중요한 작업이 남았다. 바로 조명이다. 사람도 그렇지만 캐릭터도 조명이 중요하다. 조명에 따라 전체적인 분위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조명을 높은 곳에 있으면 캐릭터에 명암이 생기면서 윤곽이 드러나고 긴장감이 생긴다. 분위기가 무거워지는데 '더 라스트 오브 어스'에서는 주로 엘리에게 이런 식의 조명을 사용했다고 이소아 아티스트는 이야기했다.

▲ 조명의 위치, 빛의 강약에 따라 전체적인 분위기가 달라진다

이렇게 한 차례 캐릭터를 만들고 게임의 연출을 살리는 VFX를 추가하면 드디어 대망의 QA로 들어간다. 보통 QA는 버그를 찾아내는 거로만 인식하는데 스토리의 허점을 찾거나 미처 보지 못한 캐릭터의 특징을 잡아내는 일도 한다. 실제로 이소아 아티스트는 너티독이 보여주는 디테일의 근원으로 아티스트의 집요함 이상으로 QA의 집요함을 꼽았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끝마치며 이소아 아티스트는 지난 8년 동안 너티독에서 일하면서 그녀의 가치관을 바꾼 계기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과거에는 그녀 역시 정석적인 미형의 캐릭터들을 주로 그려왔다. 국내에선 특이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너티독에 들어가자 상황은 일변했다. 화려하고 예쁜 캐릭터만 만들어온 그녀에게 있어선 매력적인 게 아닌, 상황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드는 일은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 이소아 아티스트 역시 과거에는 미형의 캐릭터를 주로 그렸다

하지만 여러 차례 캐릭터들을 만들면서 캐릭터의 매력은 단순히 외형으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걸 그녀 역시 깨달았다. 캐릭터의 행동, 말투, 눈빛, 습관 등 모든 게 합쳐져야 진짜 매력적인 캐릭터가 만들어진다는 걸 말이다.

▲ 그저 아름다운 게 아닌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선 다양한 요소들을 녹여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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