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산으로 가는 아이온2, 누가 데바들을 말려 죽이는가

1. 오드를 향한 숙명, 그리고 PvP를 위한 PvE

<아이온2>의 정체성은 결국 대규모 세력전(RvR)에 있고, 그 대립의 근간은 '천족'과 '마족'의 처절한 혈투입니다. 단순히 심심해서 싸우는 것이 아닙니다. 세계관 속에서 부족한 '오드'를 차지해야만 우리 종족이 살아남을 수 있기에, 종족 전쟁은 피할 수 없는 데바의 숙명입니다.
그렇기에 이 게임에서 PvP를 위한 PvE는 성장을 위한 필수 관문이었습니다. 원작의 향수와 PvP의 손맛이 그리워 돌아온 수많은 데바들은, 오직 전장에서 더 강해지겠다는 일념 하나로 지루한 원정 뺑뺑이와 고된 '초월', '성역'을 힘들어도 꾸역꾸역 돌며 버텨왔습니다.

2. PvE 유저에겐 선택, PvP 유저에겐 강요가 된 시스템

그렇다면 PvE만 즐기는 유저들은 어떨까요? 그들은 PvP를 굳이 안 해도 스펙업에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안 하면 그만입니다.

- PvE 대표 콘텐츠: 원정, 초월 성역, 악몽, 각성전 등 (성장을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
-PvP 대표 콘텐츠: 시공, 전장, 고독의 투기장, 어비스 (PvE 유저에겐 성장에 기여도가 없어 필수가 아닌 선택)

직관적으로 봐도 게임사의 의도가 빤히 보이지 않습니까? 이건 대놓고 PvP 죽이기입니다.

3. 쇼케이스가 확인사살한 PvP의 종말

현재 <아이온2>의 정체성을 지키며 필드를 버티고 있는 PvP 유저들은 말라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쇼케이스는 게임사의 이러한 비정상적인 방향성에 쐐기를 박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시공의 균열: '온오프(On/Off) 기능' 도입으로 이미 산소호흡기를 뗀 사망 상태
-전장: 뜬금없는 '평준화'로 그동안 공들여 스펙업한 시간과 가치를 퇴색시킴
-고독의 투기장: 아무런 패치나 개선 없이 유기된 지 오래
-어비스: 끝없이 쏟아지는 PvE 숙제에 밀려, 이제는 아티팩트쟁(아티쟁) 외에는 적대 종족 구경조차 힘든 황무지로 전락

4. 껍데기만 남은 어비스 포인트(어포)와 무너진 장비 밸런스

PvP의 핵심 재화인 '어포'가 있어야 장비, 훈장, 샤드, 전념의 룬을 사서 스펙을 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챕터 1'의 장비 구조를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새롭게 등장할 '창멸룡' 방어구와 하이엔드 PvP 장비인 '군단장' 세트를 비교해 보십시오. 현재 템렙, 영각 등 모든 PvP 장비가 PvE 장비보다 하위 아이템으로 전락한 상황입니다. 지금도 '응기룡' 장비가 천부장 대신 쓰이고 있는 것처럼, 성능이나 접근성 면에서 굳이 고생해서 '군단장'으로 갈 이유가 체감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나마 무기는 '친위대장'이 나오긴 했지만, 요구하는 어포와 훈장의 개수는 일반 유저가 넘을 수 없는 벽입니다. 정작 어비스에는 적이 없어 어포를 수급할 길도 막막한 데다, 설상가상으로 '어포 리밋(수급 제한)'까지 걸려 있습니다. 이 막막한 상황에서 도대체 그 엄청난 어포를 어디서 모으라는 말입니까?
결국 PvP 유저들은 억지로 PvE 숙제만 하다가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천마전쟁이라는 위대한 세계관을 만들어 놓고, 정작 게임사는 왜 스스로 게임의 심장을 멈추려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5. 앞뒤가 맞지 않는 '서버 이전', 과연 어비스를 살릴 수 있나?

쇼케이스에서 밝힌 '서버 이전' 카드는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인던은 이미 전 서버 통합 시스템이기에, PvE 유저를 위해 서버 이전을 냈을 리는 만무합니다. 결국 PvP 활성화, 그중에서도 '어비스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저들을 뭉치게 하려는 의도일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근본적인 원인들(PvE 숙제 강요, PvP 메리트 부족)이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서버만 옮긴다고 어비스 인구 문제가 해결될까요? 오히려 특정 서버로의 쏠림 현상만 심해질 뿐, 근본적인 불씨는 꺼지지 않습니다.

6. 개발사에 제안한다: 어비스의 '전 서버 통합 스테이지화'

여기서 게임사에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제안을 하나 하고자 합니다. 어비스를 각 서버에 가둬두지 말고, 전 서버 통합 스테이지(채널) 시스템으로 전환하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전 서버 유저를 대상으로 [천족 1,000명 : 마족 1,000명] 제한의 '어비스 스테이지 1'을 만듭니다. 인원이 가득 차면 자동으로 '스테이지 2', '스테이지 3'가 차례대로 열리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두 가지 고질적인 문제가 단번에 해결됩니다.

-첫째, 도시 서버와 시골 서버 간의 극심한 어비스 유저 불균형 해소
-둘째, 특정 서버의 한쪽 종족 인구 과밀로 인한 세력 불균형 해소

혹여나 시스템 통합 시 기존 '아티팩트 점령전'의 처리가 우려될 수도 있겠으나, 이는 사실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무궁무진합니다. 예컨대 현재 시행하려는 시공전에 '성 탈환전' 같은 개념을 접목하여 대체해도 무방하니, 기술적 채택 과정에서 고려 요소로 제외해도 될 문제입니다.
이번에 출시 소식이 들리는 '아이온 버전 배틀로얄(배그 100)' 콘텐츠만 보더라도, 전 서버의 수많은 인원을 한 공간에 매칭하는 기술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고 봅니다. 결국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어비스를 해결할 의지의 문제입니다.
여기에 어비스 내에서의 모든 전투 기록과 킬 수, 기여도를 점수화하여 계급과 랭킹(월드 순위 / 서버 순위)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면, 유저들의 경쟁 심리와 명예욕은 다시 불타오를 것입니다.

마치며

게임사는 부디 PvP 유저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사냥터에서 적대 종족의 피 대신 몬스터 가죽만 벗기고 있는 데바들의 외침을 외면한다면, <아이온2>의 미래 역시 황무지가 된 어비스와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남준님 보실 수 있도록 개추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