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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8 09:45
조회: 527
추천: 6
몽테님을 응원합니다이른 아침 창을 여니 시원하게 비가 오더군요. 어제 잠들 땐 꾸물꾸물 내렸는데 말입니다. 어쩌면 급히 더워진 날씨에 부쩍 높아진 습도가 겹쳐 그리 상쾌한 비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저절로 담배 한 개피를 물게 하는 비입니다. 그러다 문득 작년 이맘때를 떠올립니다. 작년 봄은 꽤 가물었었죠. 왜 이리 날씨가 퍽퍽하냐 투덜대며 방에 쭈그리고 앉아 대항온에 접속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쯤이 한창 재밌었죠. 전 거래랭을 하나씩 지워가며 해적의 꿈을 키우고 있었고, 딱 이 쯤이나 조금 더 늦은 5월 말 쯤 필리버스터 전직을 하고 마냥 즐거워했던 것 같네요. 그 다음은 고난의 시작이었지만 ㅎㅎ 그리고 당시 함께 즐기던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어리지만 싹싹함으로 길드원들 정 붙이게 해주던 군대간 우리 길마, 왠지 베시시 웃고 있을 것 같은 친구하고 싶던 사람, 남친 생기자 접속 안 하는 손이 이쁜 그 분, 왠지 망치를 들고 있을 것 같은 장인 포스의 형님, 낯선 항구에서 당시 유명한 해적 회장님과 만담을 나눴다며 깔깔대던 떡대 모험가 아가씨... 그러고 보니 이 시절에도 지금만큼 유해가 있었죠. 제 기억으론 당시의 검은해적단 분들은 꽤나 무시무시했지만 지금처럼 증오의 대상은 아니었던 것 같네요. 그리고 시간되면 출근하는 카나리아의 무법자 아저씨들도 아라갤을 타고 활약하셨고요. 그때나 지금이나 털고 털리는 관계에선 서로 맘 상하기 좋긴 하지만, 그래도 여느 유저들 사이엔 크리스티나가 주는 럼주를 마시고 안주거리로 삼기에도 좋은 즐거운 게임의 일부분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당시엔 걸출한 군인분들도 함께 계셔서 이런 저런 무용담을 듣기도 했지요. 실력이나 레벨, 스킬랭 따위보다 용기와 배짱으로 전투에 임하는 유저들은 해적이나 군인이나 존경과 칭송의 대상이 됨직하다고 생각하네요. 제가 기억하는 몇 분들은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근래 사람이 북적대어야 할 동아시아가 연거푸 무법해역이 되어 분위기가 그다지 좋진 않은 것 같네요. 엘 오리엔테 패치 이후 바글대던 군인들은 다 어디갔냐하는 푸념도 종종 들리고요 ㅎㅎ 이 와중에 적어도 게시판에선 몽테님을 비롯한 몇 분만 눈에 띄게 열을 올리시는 것 같아 혹 스스로 실망하진 않게 될까 괜한 걱정을 하게 됩니다. 같이 즐기는 상대에게 스스로 즐거움이 될 맘가짐으로 게임을 한다면 참 좋겠지만, 모두가 그럴 순 없을 거에요. 그건 예나 지금이나 그렇겠죠. 우린 역할놀이를 하고 있으니 그에 충실하다보면 아마 하나 둘 따라오지 않을까요? 가벼운 맘으로 너무 심각하진 않았으면 하네요. 저야 늘 입으로만 씨불씨불거리지 정작 티격대격 하는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별로 전선에 있었던 적이 없는 것 같네요. 그래도 슬슬 동아시아로 올라가볼까 합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드디어 라 르롸이얄을 만들어놨는데 그냥 타고 다니긴 뻘쭘하네요 ㅎ 그다지 접속시간이 많지도 않고 해서 별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제가 도착한 곳에 반가운 이들이 많이 있었으면 합니다. ... 게시판이 구정물같아 좀처럼 글 담을 기분이 나질 않았는데 모처럼 내린 비에 옛 생각이 나 시나브로 이만큼이나 적게 됩니다. 1년 전에도 계셨던 당신께선 그 때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시나요? 그때의 뭔가 더 말랑말랑했던 기분 다시 느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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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ryP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