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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3 19:26
조회: 736
추천: 2
[소설] 납량특집: "모르는 선원"나는 프랑스 사략해적 선장 네라다. 최근 인도에서 보석이 대량출하되었다는 소식에 언제나처럼 군침을 흘리며 인도를 향해 항해하는 중이다. 아니, 정확히는 항해하는 중이였다. 사방을 둘러봐도 생명이라고는 없는 망망대해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느닷없는 불길함에 휩싸였다. 선원들이 분주히 일하고 있는 배 위에는 무언가 한가지 위화감이 있었다. 선원? 그렇다 바로 선원이다. 갑판 한가운데에는 흰 두건을 쓰고 선원이라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창백한 색의 셔츠를 입고 있는 선원이 한명 있었다. 그는 다른사람들이 분주히 일하며 돌아다니는 시간에 그만은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인양 내쪽, 조타실을 향하여 가만히 서있었다.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나만을 똑바로 쳐다보며... 나는 이상하다는 생각에 부관을 불러 물었다. "부관, 저 흰색 셔츠를 입은 선원은 누구인가?" 조타실의 계단에 앉아 쉬고있던 부관은 안경을 고쳐쓰며 말했다. "네... 에..? 의류는 제 담당입니다만 저희는 흰색 셔츠를 보급하지 않습니다." "음? 그럴리가." 나는 부관을 손짓하여 부른뒤 나를 응시하고 있는 선원을 가르키며 말했다. "저 선원 말야. 저건 누구지?" 부관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누구를 말씀하시는건지...?" 그 순간 아랫층의 측량사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나는 조타를 부관에게 맡기고 선장실로 향했다. ...... 측량사, 부함장과의 항로회의는 해가 질때까지 계속되었다. 인도까지 가는길은 멀다. 식료품과 물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측량사와 부함장은- 마다가스카르로 돌아가서라도 보급을 하고 가야한다, 이대로 갈 수 있다 -를 서로 주장하며 싸우고 있었다. 나는 그 둘을 뒤로하고 갑판으로 나왔다. 바닷바람이 서늘하다. 갑판원들은 모두 자러 내려간지 오래다. 낮에는 볼 수 없는 한적함과 고요함. 나는 어둑어둑한 선미루를 더듬어 선장실 창문으로 향했다. 선장실에서는 부함장과 측량사가 아직도 싸우고 있다. 이제는 항로가 아니라 예전 전투에서의 전리품 분배의 얘기까지 꺼내가며 싸우고있는듯 하다. 나는 이 시간까지도 키를 담당하고 있을 부관을 위해 선장실 창틀에 놓여있는 럼주 한병을 슬쩍 집어들었다. 비릿한 바다내음이 차가운 바람과 함께 날려왔다. '헉' 찬 바닷바람에 약간의 오한을 느끼며 조타실로 향하던 나는 갑판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낮에 갑판 위에 서있던 흰 셔츠의 선원. 그는 마치 얼어붙은 송장마냥 그 자리에 낮의 모습 그대로 서있었다. 달도 나지 않아 칠흑에 가까운 갑판에 그 선원만이 이상하게 새하얀 셔츠와 흰 두건을 입고... 시끌벅적하던 낮에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 보니 그는 그 자리에 서서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반복적으로 같은 톤의 소리를, 마치 망가진 녹음기처럼. 무엇을 중얼거리는지 여기서는 들리지 않는다. '젠장 저녀석 대체 뭐가 문제지?' 오랜 항해에 저렇게 정신이 나가는 녀석도 간혹 있다. 약간 오기가 받쳐 나는 럼주병을 품속에 넣고 갑판 중앙을 향해 걸어갔다. ".... ... .... ...... ....." ".... ... .... ...... ....." 그 선원은 뭔가를 계속 중얼거리지만 잘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어둠속에서 그 선원의 눈이 보일정도의 거리에 다다랐을때 나는 경악하고 말았다. 낮에 내가 그의 얼굴의 그늘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눈 대신 그늘처럼 커다란 검은 구멍이 나있었다. 그리고 구름에 가렸던 달빛이 비추어 그 구멍에서 커다란 갯강구가 기어나오는것을 보며 나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 "선장, 선장" 나는 부관이 불러 깨우는 소리에 일어났다. 촛불의 은은한 빛이 실내를 약간 비추고 있고 여기저기 병장기가 늘어서있다. 이곳은... 선장실이다. 내가 앉아있는 의자 앞에는 측량사, 부함장, 그리고 의료복을 입은 선의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부관은 내게 냉수를 권했다. "선장, 괜찮습니까?" 부관이 걱정스러운듯 물었다. "아아... 물론... 헛것을 좀 본것 같다..." 촛불의 흔들림에 어지러움이 더했다. 선장이 이런꼴이여서야. "나가보게 다들 할일이 많을테니" "네 알겠습니다." 부관은 부함장, 측량사와 함께 방을 나가고 방에는 선의만 남았다. 나는 부관이 건낸 냉수를 들이켰다. 어라? 잠깐만... 나는 배에 선의를 둔 적이 없다. 그렇다면... 내가 투명한 물잔 너머로 본것은 내가 의료복이라 생각한 새하얀 셔츠를 입은 선원의 얼굴, 바로 갑판에서 보았던 그 썩어들어가는 얼굴이였다. 그리고 그가 내 앞에 섰을때 나는 그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새된 비명소리를 질렀다. "고객님의 결재일수가 만료되어 결재페이지로 이동합니다" |
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