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가슴앓이..(1) 

그후로 몇 주가 지났다... 

날이 지나가는 만큼.. 날씨도 꽤나 추워졌다... 

이젠.. 어느 정도 두툼한 웃옷을 걸쳐야 밖을 나다닐 정도가 되었으니까.... 

교양 수업 가는 것이 두렵다... 아니.. 조금은.. 마음이 아프다... 



어제... 서연이가 강의실 앞에서.. 한번도 본적 없던.. 웃음을 짓고 있었다... 

손에는 꽃다발을 들었고... 그 앞에는.. 알 수 없는.. 한 남자가... 

머리를 긁적이며 서있었다...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 남자는 서연이와.. 시간이 날 때마다... 

같이 걸었고... 그리고... 그 횟수도 점차적으로 늘어났다.... 

'한 두 번은.. 그럴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러번 계속되다보니.. 조금은 마음도 아프고... 서연이에게.. 말 한번 못 붙여보는... 

나로선... 답답한 날들의 연속이었으리라.... 

그 뒤로 나는... 그 강의실의 후문으로 들어간다.... 

그리곤.. 구석에 앉아.. 음악감상만 하고.. 곧바로.. 후문으로 다시 나온다... 

그렇게 하면.. 서연이랑 마주치지 않아도 되니까.... 

하지만... 나와 모든 수업이 똑같은.. 서연이다 보니.... 

한 두 번씩 마주 치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더 이상 나에게 눈길한번 주지 않는 서연이가.. 내심 야속하기도 하고.. 지금이라도.. 

오해라고... 말을 해보고 싶지만..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고... 

알다시피.. 서연이는 너무 변해있었다... 

지나가 순식간에 변했던 것처럼..... 

하지만 지나와 서연이를 비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지나는 나의 여자였고... 서연이는 내가 바라보던 여자였으니까.... 

그럴수록 예진이가 더욱 그립다.... 

예진이도 나를 원망하고 있을까?... 자신을 보낸 것에 대해.... 

한번도 연락이 없다... 나의 거짓말이... 예진이는 궁금하지 않다는 건가??.... 

아니면... 더 이상 알 필요가 없는 걸까?.... 

혼자 사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행복에 감춰진.. 외로움을 애써 알아채지 못한 것 일 것이다... 

막상 행복이란 것이... 눈앞에서 사라지니까.. 다시 찾아드는 외로움은... 

그걸 여실히 증명해 보이고 있다.... 



그리고 오늘...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던 서연이가... 핸드폰문자를 받고.... 

밖으로 나간다... 나도.. 크게... 마음을 굳히고... 화장실 가는 척... 하면서.... 

서연이 곁을 지나갔다... 

서연이는 문자에만 신경 쓰는 듯.. 나의 존재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고... 

화장실에 들어가... 서연이의 통화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여보세요??" 

"어...왠일로 문자를 보냈어??" 

"아.... 그래..." 

"오늘?? 아니 시간 있는데??" 

"정말이야??? 그때가 오빠 생일이라고??" 

"그럼 선물이라도 하나 준비해야 되나??..." 

"히유.. 글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지 뭐...." 

"응... 그래.. 아무튼 고마워... 나중에 시간 나면 밥 사줄게..(웃음)" 

"그래.. 내일 보자~~"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서연이는.. 싱글벙글 웃으며... 강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생일... 그 사람의 생일일까?.... 

기운이 쭈욱 빠졌다..... 이제 서연이에 대한 미련마저도.. 포기해야 하는데.... 

창현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창현아 수업 끝나면.. 내 가방 챙겨서 가져다 주라... 오늘 술 쏠게...] 

그리곤.. 목적 없이 행방 없이... 그냥 걸었다... 



-47-가슴앓이..(2) 

집에서 한숨 푸욱 자고 있었다.... 

시끄럽게 울리는 핸드폰소리에 놀라..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형.. 뭐 하길래.. 전화 늦게 받아요??" 

"어.. 미안 좀 잤다..." 

"에효.. 술 산다면서요... 어디 에요??" 

"어.. 집이다... 어떡할래? 내가 나갈까 아니면 니가 올래??" 

"글쎄요.. 그때 거기 가서 마실래요?? 아니면..." 

"그래.. 그럼 그리로 와... 포장 마차집.. 후후후...." 



다시 찾은 포장마차... 

부쩍.. 요즘은 술 마시는 횟수도 늘어나는 것 같다... 

이제 이 주인집 아주머니도.. 우리를 알아보신다.. 가끔은 서비스도...크크.. 

"무슨 일이에요??" 

"응?? 그냥.. 요즘 술이 땡겨서... 후후후후..." 

"서연이 때문에 그러죠???" 

"아..아냐!!임마..(당황)" 

"분명 신경 쓰일 거예요... 수업이 다 같으니 신경이 안 써지겠어요?...흐흐흐..." 

"음... 그..그래??" 

"제가 도움이 되는 말 하나 해드리자면..." 

"응??" 

"그 녀석이랑 사귀는 관계는 아니에요... 친구래요 친구..." 

"..........내가 어떻게 해야되냐???" 

"글쎄요.. 일단 사실을 이야기 해야겠죠... 찾아 온건 예진이 였으니까...." 

"그래도.. 난 예진이를 선택했는데??..." 

"그래서...일단 중요한 건 오해를 푸는 거겠죠??" 

"후우...." 

"예진이가 일본간 건.. 정말 어쩔 수 없던 일이에요... 자책감 같은 것 같지 말아요..." 

"에이 몰라~~~ 몰라 몰라 몰라..." 

"(땀)" 

"술이나 마시자... 에라~~" 


오랜만에 나의 걱정보다는.. 창현이의 여자친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여자가 누군데? 흐흐.." 

"현정이요...." 

"켁.. 현정이였어??" 

"네... 하는 짓이 너무 귀엽잖아요.. 잘 챙겨주고..." 

"하긴.. 잘 챙겨주기는 한다만.. 귀여운 건....좀....아닌데.." 

"흐흐.. 형이 몰라서 그래요..." 

"뭐.. 아무튼 잘 해봐라... 그러고 보니.. 현정이랑 나 요즘 채팅 한다..." 

"켁.. 무슨 채팅이요..." 

"있어.. 그런게.. 흐흐.. 둘만의 비밀이지..." 

"어라?? 나한테는 그런 말 없었는데.. 걔 메신져도 없고.. 이 메일도 안 쓰는 앤데.." 

"뭐?? 이 메일도 안 쓴다고??" 

"네... 안 그래도 저도 물어봤죠.. 메일 주소 좀 알려 달라고.." 

"그랬더니?" 

"자기는 메일 잘 안 쓴다고.. 그냥.. 전화 하래요.." 

"헐...그럼 대체 누구지??" 

"엥?? 무슨 말이에요??" 

"몰라 언젠가 부터... 나랑 메일친구하자면서 먼저 메일을 보내더라고..." 

"그래서요??" 

"그때는 맨날 맨날 메일 쓰다가.. 요즘은 채팅으로 바꿨거든..." 

"호오..대단한데... 형이 뭐 다른 싸이트나 그런데다가 글 같은거 남긴 건 없고요? 사진이나." 

"내가!! 애냐?? 그런 짓이나 하게...그리고 자기가 자기 입으로 내 후배래..." 

"현정이 아닐 거예요..." 

"몰라..." 

"대체 누구지???" 

"몰라 임마~ 술이나 마셔~~" 


창현이와 또다시 술을 진탕 먹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갈림길에서 여지없이.. 창현이와 헤어져야했고... 

창현이는 가기 전에.. 맘속 한구석을 베어 버리는 듯 한.. 한마디를 던졌다... 

"형.. 서연이 잡아요... 이제 곧 크리스마스 다가오는데...." 

"크..크리스마스...." 

커플 최대의 명절... 크리스마스.... 아윽... 

"그...그래... 알았다..." 

살짝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사라지는 창현이 녀석... 

'현정이를 좋아한단 말이지....' 

나도 모르게 씨익 웃음이 나왔다.. 






며칠이 지난 지금도.. 서연이와의 관계는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갈수록 서연이는.. 그 아이와.. 만나는 횟수가 잦아졌고... 

마치 나를 의식하는 듯.. 내가 있는 곳이라면.. 더욱 잘 웃는 것 같았다... 

소극적인 서연이라.. 남자들하고.. 저렇게 웃으면서 대화를 잘못하던 아인데... 

말 한마디 걸면.. 얼굴이 빨개지던.. 옛날의 서연이가 아니었다.... 

서연이도 서연이 지만.. 나도 이상하다... 

그런 서연이를 볼 때마다.. 계속.. 누군가가.. 내 심장을 바늘로 쿡쿡..쑤시는 것처럼... 

자주 따끔 따끔거린다... 

처음엔.. 그냥.. 그러려니 했지만.. 계속될수록.. 아픈 횟수는 많아졌고... 

그 강도도 점점 세졌다.... 

난 정말.. 어떻게 해야만 하는 걸까?... 어떻게 하면.. 서연이도 사실을 알게되고... 

예전처럼 지낼 수 있을까?... 

전처럼 나를 좋아해 달라고는 바라지 않겠다... 

그저 그냥.. 맨 처음 때처럼.. 말이라도 좀 하고 지냈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저 그거면 된다고.... 

하지만 사람의 욕심이 그 정도에서 분명 끝나지는 않을 법... 

나의... 불안과... 이 엇갈리는 운명은... 

결국.. 아무 것도 해결하지도 못 한채... 그렇게 점점 크리스마스는 다가 오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