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 날, 매버릭이란 사람으로부터 귓말이 왔다.
'안녕하세요 에습의 새 대표를 맡게 된 매버릭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프랑 임시 외교대표 밀로입니다 반갑습니다.'
'어쩌구 저쩌구...'
'이러쿵 저러쿵...'
외교라는 게 그랬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한참 실없는 얘기가 오간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그 실없는 얘기 또한 외교다. 실없는 얘기를 하는 도중에도
기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진다.
실없는 얘기 속에서 누가 이기느냐가 본론의 주제마저 바꿔버릴 때도 있다.
그렇기에 실없는 얘기에도 머리를 잘 굴려서 대응하지 못해 밀리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당하는 것이 외교.
'요새 즐거운 게임을 하고 계신지...'
'새 대표라니 힘든 세계에 입문하셨군요...'
'제가 지금 죽을 맛...'
'십분 이해합니다 대표를 맡은 순간 게임이 게임이 아니게 돼...'
...
...
'이번에 잉글이 상투메를...'
'네 인벤을 보니 떠들썩...'
'베네와 혈맹인 입장에서 저희가...'
'요새 잉글과 재밌게 싸우시더라...'
'프랑분들은 요새 조용하시던데...'
'저희는 내항만 유지하면서 내실을 다져...'
'며칠 전의 툼베스 대투는...'
...
...
'프랑스 미술상 라인이 이번에...'
'에습 귀금방 자금회전력을 분석해보니...'
실없는 얘기로 시작하지만, 내용은 점점 더 구체화된다.
자꾸 실없는 얘기 가운데서도 유독 '잉글' '자금력'이란 단어가 많이 쓰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이 사람이 대잉글동맹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람과 직접 대면하는 것이 아니라, 채팅으로 하고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것은 나에게 다행이었다.
밥을 먹고 온다는 둥, 화장실에 갔다 오겠다는 둥 이리저리 핑계를 대며
혹은 아직은 실없는 얘기 중이니 다른 쓸데없는 주제를 꺼내 본론이 나올 찬스를 막아가며
당면한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머리를 굴렸다.
곧 있으면 대잉글동맹 얘기가 나올 것 같다. 저쪽은 잉글과 싸우기 전에 우리와 화평을 다지려고 하는 것 같다.
저쪽이 먼저 손을 내민 만큼, 유리한 것은 나다.
최대한 커보여야 한다. 이용할 수 있는 말은 다 해서 유리한 조건을 내걸 수 있어야 한다...

#2
대항해시대2는 자국동맹항이 아니면 관세 10%가 붙고 재고수량의 개념은 없었지만,
대항해시대4에서는 관세의 개념은 없으나 점유율이 없으면 물건도 못사게 됐었다.
대항해시대 온라인은 이 둘을 잘 섞었다. 자국동맹항이 아니면 국가점유율순위에 따라
관세가 대략 10%가 붙고, 점유율에 따라 사는 양이 조절된다.
또한 점유율10%를 단위로 하여 회계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느냐도 정해진다.

매각가가 해역마다 달라진다는 것도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아팔타멘토라는 개념도 도입되면서, '내항'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교역품을 저장하는 것은 이전 패키지게임에는 없던 요소였는데, 대항해시대 온라인이 되면서
엄청나게 중요한 요소가 됐다.
안정적으로 매각할 수 있다는 것은 이 게임에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이다.
"그냥 운좋게 지나가다가 폭락품이 있어서 그 물건을 사서, 그냥저냥 여행하다가 한 항구에 들렀는데,
마침 그 항구가 그 물건을 모든 항구중 가장 높은 가격에 사는 항구였고, 게다가 그 물건이 모자라
값이 대폭등하기 시작했고, 점유율100%의 동맹항이었다!"
물론 이런 경우가 없을 순 없겠지만, 이런 운에 기대어 무역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모험가지 상인이 아니다.

안정적 매각을 하기 위해서는 아팔타멘토가 있는 자국수도항 근처의 항구를 점유해야 한다.
또한 길드도 자국수도항에 세우는 것이 매각에 있어선 가장 바람직하다.
그런데 문제는, 수도간의 거리가 가까운 나라들이 있다.
잉글랜드-네덜란드, 포르투갈-에스파니아.

또한, 애시당초 기본적 국력의 순위가 존재한다. 이 순위는 맨 처음 국가를 고를 때의 그 순위와 같다.
따라서 국력의 차이가 나면서 수도가 인접해 있는 나라끼리는 강자와 약자간 싸움이 발생한다.
에스파니아 - 프랑스 - 베네치아.

#3
아직도 쓸데없는 얘기중이다. 나는 이미 작전을 다 짰다.
저쪽에서 베네를 돕기 위함이든 뭐든, 잉글과 싸우다 보니 점점 감정이 악화되기 시작했고,
주변국들의 힘을 빌려 잉글을 한번 끝장내보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어, 프랑에게 접근한 것이다...
적국이었던 우리에게 손을 내민다는 것은, 어느 정도 나도 세게 나가도 좋다는 말일 터.
좋다. 이쪽에서 치고 나가는 거다.
나는 2차 대공방 건, 3차 대공방 건을 들어가며, 내항 불가침과 대잉글 공투 적극협력이란 카드를 내걸었다.
또한, 잉글이 소문을 듣고 프랑에 파격적 조건을 내걸어 동맹을 요구할 시엔 어느 때고 에습과의 협상이 무산되는 것도
내걸어 개구멍을 만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매버릭은 놀라는 눈치였다. 핵심을 정확히 찌른 듯 보였다.
아니, 매버릭이 놀란 것은 핵심을 찌르는 것 때문이 아니라
나의 교묘함, 혹은 교활함에 놀란 것이었을 것이다.
매버릭은 나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기로 했다.
그는 즉시 회의를 열고 에습 내부의 반발 - 서지중해 항구 하나쯤은 얻어야 한다는 대프랑 강경파들의 그것 - 을
재빨리 무마시켰다. 그가 다시 나에게 말을 걸어 반발을 잠재웠음을 알렸을 때는 나도 적잖이 놀랐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얘기가 있은지 이틀만에 '아버지뻘'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에오스 섭게에서 국적불명의 스파이로 이름 높은 이였는데, 어떻게 나와 매버릭의 회담 내용을 알아버렸단 말인가?
그걸 캐내고 있을 새는 없었다.
그 글이 뜨자마자 귓말이 미친듯이 나에게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에.... 역시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은 힘들군요-_-;
재밌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쓰면서 제가 즐거우니까요 ㅎㅎ
앞에 소설이라고 붙인 이유는, 아무래도 사람인지라 정확히 기억해서 쓰지 못하기 때문이고,
사실을 쓰더라도 아 다르고 어 달라, 읽는 이의 자세에 따라 다르게 받아 들여지기 때문에...
대략적인 것은 그래도 맞다고 보시면 됩니다.

에오스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