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영주에게 물었다.

"계략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루이스가 웃으며 말했다.

"폴은 유능합니다. 하지만 인간이라 완벽할 순 없죠."

"그렇습니까."

"그래서 사람을 고용해 알아보았습니다."

어느덧 둘은 성의 안쪽에 들어가 있었고 루이스는 폴을 자신이 낮에 주로 생활하는 방. 서재로 이끌었다. 폴은 아무 말 없이 그를 따라가며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했다.

"대 영지를 지니고 있던 크리스토 가와 에페루즈 가가 망했다는 소문을 들으셨나요?"

"물론입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시스티나의 건축을 명령받았다고 합니다. 그것도 거의 동시에. 또 게다가 저희와 같은 옥타 시스티나를 말이죠."

폴의 표정이 굳어졌다. 시스티나는 시스티나 모노라고 불리우는 본 시스티나, 디 시스티나, 트리 시스티나 순으로 순서를 정하여 늘어날 수는 있지만 같은 이름의 시스티나는 공존할 수 없다. 동일한 시스티나가 공존할 수 없는 만큼 같은 이름의 시스티나를 비슷한 타이밍에 공통 건축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이번은 거의 동시에 명령을 받았다고 하지 않는가?

폴과 루이스는 아무말 없이 걸었다. 둘은 금세 서재의 앞에 다달았다. 폴이 정신을 차리고는 문을 열어 루이스를 안으로 모셨다. 루이스는 자리에 앉아 하녀에게 홍차를 내오라고 명한 뒤 말했다.

"그래서 전 이번 달동안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어떤..."

"'왕의 측근 세력이 영주들을 지배하려 한다'라고 말이죠."

폴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 입니까. 하하...

"..."

"흐음"

왕은 자신의 권력을 믿고있고 아직까지 그를 범할 수 있는 실력자가 없기 때문에 권력을 노리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자신이 영지들을 먹어나가면 요즘 반란이 많아지고 있는 터라 오히려 머리만 아파질테지. 또한 일부 영주들은 자신의 통치권을 반납하고는 가짜 영주 행세를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영주들은 누군가 왕에게 권력으로 도전하면 막아줄 버팀목이 되어주기도 하고 말이다. 폴은 이러한 생각을 하며 그렇기 때문에 루이스가 왕이 이런 일을 벌인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폴은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 교황이 재물을 위하여 각국의 권력이 강한 영주들과 왕들을 통해 엄청난 량의 뇌물을 거두어들이고 로비를 치룬다는 소리가 있기는 해도 왕과 교황은 엄연히 다른 존재이며, 서로 권력을 탐하여 으르렁 대는 사이이다. 이러한 상황은 적국도 마찬가지이고. 그렇다면 왕이 교황과 합작을 해 이런 일을 벌였을 확률은 극히, 극히 적다. 그렇다고 아무도 명을 하지 않았는데 교황청이 이런 식으로 장난을 쳤을 리 또한 없다. 영주가 파문을 당해 영지를 소유할 수 없게 되면 그 영지는 왕의 측근이나 본국의 귀족이 가 새 영주가 되게 된다. 그런식으로 권력을 확장해 나가면 왕이 권력이 세지기는 하지 않는가? 왕과 교황이 으르렁 대는 사이인데 이런 식으로 왕을 도울 리 없다. 그렇다면 정말로 영주님의 말 대로 왕의 측근이 교황청과 로비를 통해..? 생각 해 보니 에페루즈 영주와 크리스토 영주의 권력은 엄청났다.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서인가? 그러면 왕이 얻은 엄청난 권력을 남에게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만 하지.  그렇다면 왕이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 외엔 그런 후한 대접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만약 영주님의 추측이 맞다면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은 따악 한명 뿐이다.'

"그렇다면 영주님.."

"폴과 제 생각이 같다면 그 사람은 단 한 분 뿐이시지요.. 오드리 미셸 이사도라(audrey michel Isadora)."

그 때 즈음 하녀가 홍차를 들고 서재 안으로 들어왔다. 루이스는 홍차를 받아들고는 흡족한 표정으로 하녀를 방에서 내보냈다. 차를 한모금 마시며 말했다.

"그래서 저는 폴에게 묻고싶습니다."

"무엇을 말입니까?"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폴은 멍한 표정으로 차를 한잔 들이키고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루이스는 쓸쓸히 웃으며 말했다.

"역시 방법을 알 만한 사람이 없나보군요. 그렇다면 이제 방법은 단 하나 같습니다."

"양다리를 걸치시겠다는 말씀이시군요?"

"말하자면... 세다리랄까요?" 

 

-

 

'하녀장을 따라가는 내 발걸음이 가볍지 않다. 심장이 자꾸 쿵덕쿵덕 뛰어 진정이 되지를 않는다. 내 손으로. 내가 가진 이 두 손으로 사람을 죽인건가? 그것도 죄 없는 사람을!'

디에고는 자신의 왼쪽 가슴을 움켜쥐며 하녀장을 따라갔다. 하녀장은 어떤 문이 큰 방으로 디에고를 데려가더니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여기입니다."

디에고는 머리에서 식은 땀이 흐르고 있었지만 가슴을 움켜쥐던 손으로 땀을 살짝 훔치며 하녀장에게 고맙다며 웃어보였다.. 그리고 말없이 방 안에 들어가 근처를 둘러본 뒤 침대로 걸어가 털썩 엎드려버렸다. 침대가 점점 젖어가는 듯 한 감촉이 디에고의 얼굴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내가 왜 이런 일을 맡아야 하지? 그 여자는 왜 나에게! 난 왕의 신하이지 그녀의 신하가 아니다! 난 온건하고 평화를 지향하시던 폐하의 모습을 보고 온몸을 바쳐 충성하기로 마음먹었거늘 그 마녀같은 여자가.. 젠장!'

디에고는 아직 날이 어두워지기도 전인 아주 이른 시간이었지만 눈물로 이불과 침대를 적시며 그대로 잠에 들었다.

 

-

 

'줄리 드 블랑샤르(Julie de Blanchard).. 가소롭구나. 여성의 이미지를 벗겨내? 웃기는군.'

오드리 미셸 이사도라가 방 안에서 쓸쓸히 와인을 들이킨다.

'여성의 나약한 이미지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현명함도 한정되어 있다는 한계조차 극복하지 못했지. 난 그것을 바꿔보일 것이다. 내 남자의 나라를 내 손으로 만들어주고야 말겠노라.'

오드리는 혼자 소리높혀 웃었다. 그녀의 방 근처는 그녀의 명령을 받지 않은 자는 올 수 조차 없는 곳이기에 그녀의 웃음소리를 들은 자는 그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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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이 쪼오오오끔 (많이) 짧아졌네요 ㄷㄷ

보는 사람도 없으니 상관 없으려나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