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페놀 모험가 사무소

 

   

 

  1607, 10월의 어느 날, 에르난디노 페놀은 세비야의 상쾌한 가을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다.

  낙엽냄새가 배어있는 차가운 공기가 그의 콧속으로 들어왔다. 페놀은 그 어느 때보다도 흥분과 감격에 휩싸여 있었다.

  오로지 모험이라는 외길만을 달려온 그가 어렵게 모은 명성과 재산으로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내건 모험 사무소를 개업한 것이다. 그가 이 돈을 모으려고 얼마나 열심히 생활을 해야 했던가...의뢰비 외에도 모험을 통해 얻어진 물건을 교역소 주인에게 팔아넘기고, 간간히 소무역을 하면서 투잡을 뛰어야 했다. 게다가 지난 세월은 얼마나 아끼고 살았던가....남들이 지독한 짠돌이라고 손가락질 해대도, 페놀은 절약이 최고의 재테크라는 그의 신조에 따라 물건을 거의 사지 않고, 도시들을 방문할 때마다 남들이 버린 칼로네이드포압연철판’‘풀 리그드 돛’ 등 그밖에 값 나가지도 않는(?ㅋㅋ) 선박물품이나 장비품들을 주워다가 상점에 팔며 돈을 벌었다. 그는 주운 소비품도 버리지 않고 자기가 다 썼으며, 교역품도 차곡차곡 모아서 사용했다.

 

  어느 날은 고물을 주워오다가 지인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삐까 번쩍하니 인도 왕족같은 옷을 입은 지인이 그가 수년째 내구 닳은 교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불쌍하다며 돈과 옷을 같이 준 적도 있었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가난한 모험가였던 그는 돈을 모아야 했기에 기쁜 척하며 받았다. 그 옷은 한 번도 빛을 보지 못한 채 아직도 그의 은행창고에 고이 박혀 있다.

 

  페놀은 지난 어려웠던 시절의 고생을 떠올리자니 지금 이 순간 누리는 감격에 코가 시큰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부푼 기대감에 찬 시선으로, 두 손을 맞잡은 채 자신의 사무소를 바라보았다. 사무소에 첫 발을 내딛기 위해 오랜만에 새 옷까지 빼입었다. 그는 지금 자신의 생애에서 최고의 성취감을 느꼈으며, 그 어느 때보다 가슴 속에는 새 출발에 대한 자신감이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감개무량이군.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야.”-----------

 

 

 

  페놀 모험가 사무소의 위치는 세비야의 엘그레코 거리에서도, 전경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근처에 왕립도서관이 5분 거리에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오고가지만, 조용하고 질서정연하며 학구적인 분위기가 잘 조성되어있었다. 모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에도 그야말로 좋은 위치에 있는 것이다.

  사무소의 실내내부는 화려하지 않고, 조광이 약간 어두운 분위기로,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실내장식은 그의 검소한 성품을 닮아 장식을 최소화했으며, 그나마 있는 장식도 튀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와 어울리도록 인테리어에 신경 썼다. 가구도 필요 이상 두지 않았다. 은밀히 개인적인 의뢰를 맡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장소였다. 보증금3000/월세 100만두캇이라는 다소 비싼 가격이 흠이지만, 앞서 다른 조건들이 너무나도 맘에 들었기 때문에 그는 기꺼이 이 사무소를 찜한 것이다.

 

 

 

 

  사무소를 들어서니, 그의 자랑이기도 한 특별한 여성인재가 그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오셨어요?"

 

 

 

  레오니아는 책장을 정리하고 있다가, 눈가가 촉촉히 젖은채 들어오는 페놀을 보고, 흠짓 놀라서 평소보다 더 높은 목소리로 인사하였다. 그 목소리에는 약간 걱정스럽다는 뉘앙스가 어려 있었다.

  레오니아 이플은 페놀의 비서이자 수행요원으로, 두뇌의 박식함과 민첩성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그녀는 과거 남다른 가족사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녀의 아버지는 악명 높은 도둑 유르스 이플(?), 그를 잡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보다 어려웠다고 한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세계를 돌며, 언어와 변장술, 자따 기술을 아버지로부터 훈련받았고, 13세부터는 부잣집의 하녀로 위장 취업하여 아버지에게 귀족세계의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원 역할을 하였다. 때로는 상단에 잠입하여, 상단의 고가품 종류와 수량 목록을 조사하여 넘겨주기도 했다. 페놀이 그녀의 신상에 대해 꽤 자세히 알고 있는 까닭은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 유르스 이플과 구면이 있기 때문이며, 밀접한 인연의 결과에 의해서이다.

 레오니아 이플을 처음 만나게 된 건, 어떤 비극적인 사건이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