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소설은 카툰으로 올리고 싶었던 스토리지만..

스스로의 그림실력의 한계를 느끼며 일단 글로 올려봅니다~

 

 

 


"아버지!"

니나는 외마디 비명소리와 함께 잠에서 깼다.

 

'..또 그때 꿈인가."
식은땀이 비오듯 흘렀다.

니나는 한숨을 쉬며 겉옷을 주워들었다.


"야옹~"
고양이 미핏이 니나의 무릎 위로 올라왔다.
"아, 미안. 깨워버렸구나."
니나는 미핏을 쓰다듬어주고 선실 밖으로 나왔다.
허리춤에 찬 도끼는 손잡이는 다소 낡았는데도 날만은 번뜩였다.


아직 예정의 새벽이 되진 않았지만, 다시 잠들기엔 애매한 시간이었다.
결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지금, 괜히 인기척을 내 부하들을 깨우고 싶지 않았다.
땀을 식히러, 밤바람을 맞으며 조용히 갑판으로 걸어나왔다.


아버지가 입버릇처럼 주워섬기던 말이 생각났다.
"'진정한 해적은 나라에 얽매이지 않아' 인가.."
조국 에스파니아의 함선, 아니 에스파니아의 '소속'으로 되어 있는 함선의 공격을 앞둔
지금 이 말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것은 필연일까.
니나는 눈가의 흉터에 잠시 손을 대었다.

 

 

 

 

"진정한 해적은 나라에 얽매이지 않아!"
니나의 아버지가 곁에 있는 니나를 바라보며 외쳤다.

 

"알겠니, 니나? 국가의 사주를 받는 사략들은 자신들이 마치 대단한 일이나 하는 양 굴면서 우리를

벌레보듯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지. 따지고 보면 놈들도 뱃사람의 목숨을 파리잡듯 하는 놈들이란 말야.
거기에 말이다, 들키지만 않으면, 겨우 먹고사는 자국의 어선도 거리낌없이 치는 녀석들이다."

 

잠시 굳어졌던 아버지의 수염 덥수룩한 입술이 곧 펴지며 웃음을 지었다.


"난 달라! 자유롭게,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 또한 약한 녀석은 괴롭히지 않는다 이거야!"

우하하핫 하는 웃음이 아버지와 주변의 부하들에게서 터져나왔다.


"그치만, 사람을 죽이는 것은 이 아버지로 충분해요. 나야 워낙에 배운게 해적질이라 말이지.
하지만 너는 보다 다른 인생을 살수 있단다.  웬만큼 먹고 살만하다 싶으면 이걸 접고 너와.."

 

순간 콰광 하고 괴음이 터지고, 니나는 순간 왼쪽 눈이 심하게 아파왔다.
"꺄악!"
"앗! 니나! 니나앗!"

 


모든 것이 너무나 갑작스럽게 벌어졌다.
그 다음 일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제대로 기억나는 것은 엘리자벳 그놈이.. 란 아버지의 절규와, 던져지듯 바다속으로 빠져버린 것.


배에 남았으면 살아날 수 없었다. 니나가 바다에 빠진 직후 폭발하여 산산조각이 나버렸기 때문이다.
바닷속은 차가웠으나, 황망한 와중에도 니나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몸으로 느꼈다.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살아야 한다는, 살아서 해야 할 일이 있단 일념 하에 그저 정신없이 헤엄쳤다.


엘리자벳은 아버지와 가깝게 지내던 해적으로, 니나도 한두번 본 기억이 있었다.

그 당시엔 아무것도 몰랐으나, 나중에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겨우 목숨을 건져 에스파니아 거리를 헤매던 중, 엘리자벳이 해적을 토벌한 공로로 에스파니아 산하의
사략함대 지휘관으로 들어온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 후 세비야의 저잣거리에서 아버지가 쓰던 물건과 보물들이 거래되었다.
어린 니나는 아버지가 쓰던 도끼가 시장에 진열되어 있는 것을 바라보며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벌써 몇 년 전의 이야기이다.

 

 

 

  

두건을 쓰고, 왼쪽 눈에 흉터를 지닌 한 여성이 나타났다. 
  
"음? 이 도끼를 사고 싶다고?"

"네. 꼭 그 도끼를 사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 도끼, 제법 비싸게 산 건데.. 그리고 그 판매자 말이지.."

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사람은 그 여자가 내놓은 돈의 액수에 입을 딱 벌렸다.

그러나 다음 순간, 더욱 입이 벌어질 수 밖에 없었다.

 

 

두건이 풀어지면서, 감춰져 있던 붉은 머리카락이 석양에 물결치며 더욱 붉게 물들었다.

"아앗! 혹시 너는..! 그 악명높은.."

 

여자는 마치 어린아이와 같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자, 이 정도면 그 액수만큼은 되겠습니까? 아니면 상어밥이 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