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말하기로는 아빠가 애들을 싫어해서 남의 집 자식은 조카라고 해도 단 한번도 안아준 적이 없다는데 우리는 그렇게 좋다고 안고 자주 같이 놀아주고 놀러다녔었음. 나 아주 어렸을 땐 업고 다니면 혹시라도 다리가 팔자로 휠까봐 앞쪽으로 안고 키웠다고 하고...

무뚝뚝하고 감정표현 잘 안 하는 전형적인 경상도 집안에서 자랐는데 어쩜 엄마랑 우리한테는 그렇게 사랑한다고 자주 말해주는지 모르겠다
이런 게 부성애구나 하고 느낄 때가 많음

당연한 거긴 하지만 아빠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단 한번이라도 폭력을 휘두른 적이 없다. 훈계할 때도 절대 감정을 담고 대하지 않고 차분한 상태에서 이유를 말해준다는 것도 좋아. 애들 싫어한다면서 어째 육아스킬 만렙인 느낌이야

아는 것도 많아서 내가 모르는 거 물어보면 척척박사처럼 다 재밌게 설명해 준다. 특히 수학,역사,경제 파트를 잘 알려줌

그냥 사람만 놓고 봐도 성실하고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아빠로서의 모습도 좋다.. 만약 내가 부모가 된다면 아빠처럼 자식을 대하고 싶다

어딘가 허술하기도 하고 단점도 여럿 있지만 그보다 장점이 더 커서 괜찮음. 옛날옛적에 술 먹고 와서 온가족을 집 밖으로 내쫓은 전적도 있긴 한데 십몇 년째 그 사건으로 아빠 잘 우려먹고 있으니까 ㄱㅊ

그치만 이 집안에 만약 아들이 태어났었다면 좀 달랐겠지... 내가 딸이라 가만 두고 키웠던 거지 아들이었으면 다리몽둥이를 분질러가며 키웠을 거랬던 거랑...... 위계질서상 아들을 우선시하고 아들에게 집안 대소사 결정권을 주고 무거운 책임도 몰아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등등...... 아들이 있었으면 걔나 나나 다 망했을 것 같은 느낌도 있지만 뭐.. 없으니까 됐지 뭐!
이렇게 가부장적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가정에 충실하고 책임감이 강해서 다행

어쨌든 난 아빠가 정말 좋다! 누가 아빠가 좋냐고 물어보면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음

갑자기 생각나서 주절주절대봤음ㅎㅎ 아빠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