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F6 OST 카이엔의 테마 ~


※ 아래는 FF6의 스토리 일부와 FF14 홍련의 해방자 스토리 일부를 다루고 있습니다. 
4.3시점에서 핵심적인 스토리를 다루는 부분은 없지만, 스스로 플레이하지 않은 게임정보 습득에 민감한 분은 주의해주세요.



1. 카이엔(1994년)

94년작 FF6의 여러 캐릭터 중에서 카이엔의 스토리는 가장 심각하고 무거운 편입니다. 

다만 다른 무거운 설정의 캐릭터인 쉐도우처럼 시종일관 하드보일드하지는 않고, 카이엔은 개그캐릭터의 성격도 있어서 다소 인간미가 있는 캐릭터... 입니다만. 사실 FF6에서 카이엔의 스토리는 뭔가 어물쩡하게 마무리되는 점도 있지요. 

그러면 왜 그런가 살펴봅시다.



FF6의 카이엔은 도마 성의 사무라이입니다.

도마 성은 압도적인 전력의 제국이 침공하여 전쟁 중이지만, 카이엔이 일기토로 지휘관들을 쓰러트리고 치고 빠지며, 도마 성도 끈질기게 농성전략을 발휘하여 쉽사리 함락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정당당한 무인인 제국측 총지휘관인 레오 장군이 본국으로 돌아가고 케프카 팔라초가 지휘권을 잡자

케프카는 도마 성의 식수원에 맹독을 푸는 끔찍한 작전을 망설이지 않고 실행해버립니다.
(제국측의 병사들도 그렇게까진...하면서 주저합니다)





작전은 대성공으로 도마 국왕 사망, 병사들과 주민들도, 심지어 제국군 포로까지 거의 몰살 당합니다.
(근데 FF6의 도마성은 그냥 서양 풍 왕국이군요)




카이엔은 황급히 아내와 자식이 있는 방으로 달려가지만 

이미 둘 다 숨이 끊어진 뒤였습니다…. 

제국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고 죽을 기세로 홀로 제국군에 돌진하나 주인공 일행의 가세로 살아남고 파티에 합류합니다.

카이엔의 제국에 대한 증오심은 대단해서 제국출신의 동료 캐릭터와 갈등을 빚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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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마대륙에서 삼투신의 힘을 얻은 케프카가 심판의 빛으로 세상을 대충 멸망시키고 대충 쪼갠 뒤의 2부 ~


동굴에 박혀있던 카이엔과 재합류 후...



인기척 없이 건물만 남은 도마 성에 간 주인공 일행은  

사악한 악령이 성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꿈의 세계에서 카이엔의 죽은 아내와 자식의 영혼이 나타나 

카이엔은 지금껏 자기 자신을 자책 중이라며 그를 부탁합니다.



카이엔은 홀로 살아남고 모두를 지키지 못했던 자책감으로 인해 악령의 지배 하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상태.

카이엔의 꿈에서 회상을 들여다보면 행복했던 시절의 가족의 추억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물론 현실은…




악령 알렉소울을 처치하고 아내와 자식의 영혼을 목도한 카이엔.

카이엔은 자기 혼자 살아남고 모두를 지키지 못했다고 자책하지만, 처자식의 영혼은 그를 응원해줍니다.

이윽고 아내와 자식의 영혼이 사라지고 카이엔은 힘이 풀린 듯 주저앉아버립니다. 

그래도 영혼의 목소리가 조금은 위로가 되었는지 카이엔이 더 강해지는 계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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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온갖 모험 끝에 신이 된 케프카를 소멸시키고 카이엔 복수 완료. 대망의 엔딩..




케프카를 물리치고 세계는 구원 받았습니다. 새 생명이 태어나고 꽃이 피어나고…

주인공 일행도 기쁨을 만끽합니다.

그런데… 엔딩에서 메인 급 캐릭터 중 카이엔만 비중이 없습니다. 

탈출 때 개그 씬을 하나 보여준 게 다죠.


다른 주인공들은 웃음을, 로맨스를, 형제애를, 가족의 사랑을, 하다못해 나르시즘이라도 느끼면서 

모두가 상호작용을 하고 기뻐하는 와중에 카이엔만 묻힌 듯이 말이 없습니다.

혼자 이상한 포즈만 취한 채 굳은 듯이 서있죠.


심지어 주인공 일행의 비공정이 지금껏 거쳐온 마을들을 지나가는데.

여러 마을이 무너진 폐허를 재건하고 세상이 활기로 다시 차가는데도.

모블리스 마을, 사우스피가로 성, 사마사 마을 등만을 비춰주고 도마 성은 보여주지 않습니다.

세계가 다시 살아나고 있지만 도마 성은 모두가 죽었으니 그대로 쓸쓸한 빈 성터로 남아있을지도 모르죠.


가장 비극적인 배경을 가지고 합류한 캐릭터지만, 개그 담당(기계치속성 등)을 하다보니 캐릭터성이 희석되었고,

그나마도 아내와 자식의 영혼을 떠나보낸 뒤엔 캐릭터가 텅 비어버린 듯한 느낌입니다.
(이 부분은 카이엔과 쉐도우를 대비해서 볼 수 있습니다. 쉐도우는 스토리가 슬프지만 완전히 마침표를 찍습니다.)


음 뭐. 서브캐릭터에 가까운 우마로나 모그리, 고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실 카이엔은 다른 캐릭터에 비하면 팬이 별로 없지요. 매력적인 다른 캐릭터가 너무 많기도 하구요.

FF6의 2부는 다른 주인공들의 관계와 스토리에 공을 충분히 들였기 때문에, 다른 매력적인 캐릭터에 집중한다면

엔딩에서 카이엔과 도마의 서술이 비어버려 공기화하는 사실을 알아채기는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사실 저도 FF6을 처음 했을 땐 티나와 록&세리스, 에드가 형제에 집중해서 봐서 카이엔은 그닥… ㅎㅎ


그렇게 역대 세계 RPG 2위에 꼽히는 명작 FF6의 캐릭터, 카이엔의 이야기도 아쉽게 마침표를 찍나 했는데….
 

2. 20여년 뒤, 홍련의 해방자

94년생인 파이널 판타지6이 올해로 25세가 된 현재..




카이엔이 FF14에서 언급됩니다. 과거의 캐릭터로 여기서는 도마의 군주로 나오는군요.
뛰어난 검호라는 설정은 동일합니다. FF6의 무사장 격 캐릭터성은 고우세츠가 물려받습니다.

설정상 제국에게 패했지만, 지위 만은 유지하다가 자신의 아내가 죽자 다시 반란을 일으킵니다. 
그러나 다시 패배하고, 불타는 성터에서 노약자들을 구하다 죽습니다.

그 뒤로 도마는 25년 간 제국 혹정 하에 시달리게 됩니다…. 여기까지가 대사로만 나오는 도마 편의 배경 설정입니다.


여기서 FF6의 설정과 다른 점은 카이엔의 아내가 먼저 죽은 점까진 같습니다만, 카이엔도 죽는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카이엔 부부의 자식이 살아남는다는 점이 다릅니다.

FF6의 도마는 국민이 거의 몰살 당하고 제국이 물러나도 몰락한 채로 있지만,
FF14의 도마는 국민은 몰살은 아니지만 식민지 하의 노예나 다름 없는 상태고 제국도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두 도마는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요?



FF14의 스토리를 따라가면 홍련의 해방자 4.0을 완수하신 유저분들이라면 다 아시는대로.

우여곡절 끝에 FF14의 도마는 해방됩니다.





그리고 거의 폐허가 되어버린 도마 성터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힘으로 도마는 다시금 재건되기 시작합니다.


…….

바로 이 장면 직후에 카이엔의 테마곡이 흘러나옵니다.

FF14에서 어레인지된 파판 음악이 많지만, FF6 카이엔의 음악만은 도마와 히엔이 그대로 가져와서 쓰지요.


현실시간으로 20여년 전 FF6에서 카이엔은 홀로 살아남고 자책감에 몸부림칩니다. 도마는 멸망한 상태로 잊혀집니다.

그리고 20여년이 지나고 FF14에서는 카이엔과 그 아내는 죽었지만, 그 자식과 도마는 고난 끝에 부흥에 들어섭니다.

개발팀은 이 연관관계를 FF6의 카이엔 테마를 통해서 언어적 설명 없이 한번에 엮어버립니다.



그리고 시그마 스케이프 1층을 클리어하면, 

마열차에서 FF6의 미나(카이엔의 아내)와 슌(카이엔의 아들, FF14에서는 히엔의 아명)이 나와 고맙다는 인사를 합니다.


뜬금없이 왜…? 라고 생각하신 분도 많을 겁니다.

FF14의 도마, 카이엔 등이 FF6의 이름만 따왔다고 한다면 FF14에서 저 장면을 넣을 이유가 없습니다. 

불필요한 장면이고 유저의 혼란만 일으키지요. 어떤 식이든 이름 이상의 연관이 있게 설계된 겁니다. 


그렇다면, FF6의 도마와 FF14의 도마가 각자의 평행세계에 있고

현실시간으로 20여년 전의 도마 멸망(FF6)은 막을 수 없었지만, 

다른 평행세계나마 모두가 죽어 쓸쓸한 도마가 아니라 살아남은 도마가 있다는 것에 고맙다는 것일까요.

마열차는 FF6의 설정으로는 유령을 저승으로 태워보내는 열차인데, 미나와 슌이 비로소 완전히 성불하였다는 뜻일지.

유저가 차원의 틈에서 마열차와 조우한 건, 즉 홍련 차원의 틈 레이드에서 FF6이 선정된건 그저 우연일까요?


3. 마무리



앞에서 말했지요. FF6에서 카이엔과 도마의 스토리는 아쉬운 마무리로 끝나버렸다고.

94년에 나온 FF6의 이야기 흐름과 엔딩의 서술에서 소외되었던 카이엔과 도마는 2017년(한국은 거의 2018년)에 다시금 쓰여집니다. 

FF6의 카이엔은 자신이 죽어도 도마만큼은 살아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걸로 보입니다.

20여년의 시간 뒤에 제작진은 그 생각을 다른 평행세계에서나마, 완전히 같지는 않아도 어떻게 이루어주었네요.




게임 내의 시간과 현실의 시간이 비슷하게 교차합니다….

오래도 기다렸네요. 카이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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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끝으로… 홍련의 해방자의 두 스토리 라인은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로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도마 스토리는 살펴봤듯 20여년 전의 세계관의 부족한 점을 채우는 방향으로 다시금 재서술하여 스토리를 짰다는 점에서는 멋지지요.


사실 저는 도마 스토리를 보며 두 번 감탄했습니다.

첫째는 스토리를 너무 불친절하고 대책없이 구성했다는데서 감탄했습니다.
새로 창작해서 만들어야 했던 성장한 히엔(천하인 캐릭터)과 고우세츠(대놓고 무사시보 벤케이)의 캐릭터는 헤이안·전국시대나 삼국지 등 역사물 캐릭터의 모티브, 아짐 대초원 유목민족의 협력을 이끌어낸다는 점은 과거 일본 대체역사물 중 몽골계(미나모토노 요시츠네 몽골이동설;)에 대한 선망을 따왔다는 점에서 황당진부한 일본 역사물의 차용, 패러디이고(일본역사물 좋아하는 사람이나 오리엔탈리즘에 빠진 서양인은 좋아하겠습니다만…), FF6의 도마 설정을 계승해서 다시 쓰는 건 감동적이지만, 너무 설명이 부족합니다. 처음 보는 사람은 뭐야? 왜 이렇게 전개돼? 쟤는 왜 나대? 이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알 아는 설명충 오타쿠가 개입되어야지만 완전히 이해되는 스토리는 그 자체만으로는 당연히 문제 있는 구성입니다. 뭐, 전개는 이해는 되니 그 자체로 완전히 엉망진창인건 아니지만… 나름 치밀한데도 그냥 보면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이상한 구조.

둘째는 뭐.. 20세기와 21세기의 세월을 교차해서, 소외된 한 캐릭터의 소원을 이루어주었다는 점이지요.
이러는 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그걸 주력 작품의 메인 스토리 급으로 다시 재서술 해주는 데는 더 없습니다.


참, 스퀘어(에닉스) 여러모로 대단해요.



(덤. 다른 가능성, 다시금 서술함. 이라는 주제는 도마 스토리 라인의 기억을 잃은 모 캐릭터의 이야기를 통해 뒤집힌 방식으로 교차됩니다. 한쪽은 희망으로, 한쪽은……. 이것도 이야기 서술 방식으로는 흥미로운 점이지요.
 역설적으로, 오마주나 패러디로 점철된 도마스토리 라인은 이 캐릭터에 변화를 줌으로써 그나마 독자적인 이야기성을 얻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