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섬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리며 설레던 소년이 어느덧 세월의 풍파를 아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주머니 속 지폐몇 장을 쥐고 달려갔던 그 시절의 PC방.. 모니터 너머로 흐르던 웅장한 음악은 제 어린 시절의 가장 아름다운 배경음악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때 참 뜨거웠습니다. 말 한마디에 피를 나누는 혈맹원이 되었고, 누군가 괴롭힘을 당하면 내 일처럼 달려가 칼을 맞댔습니다. 밤을 새워도 피곤한 줄 몰랐던 그 시절의 리니지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우리가 숨 쉬던 또 하나의 사회였고 낭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제가 알던 그 대륙의 모습이 점차 희미해져 감을 느낍니다.
​사람의 온기로 가득해야 할 사냥터에는 영혼 없는 매크로 캐릭터들이 기계적인 칼질만을 반복하고 있고, 함께 땀 흘려 얻던 성취의 기쁨보다는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변해버린 게임의 모습에 이제는 낯선 소외감을 느낍니다. 우리가 지키고자 했던 가치들이 숫자의 논리에 밀려나는 것을 보며, 이제는 제 기억 속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 세계를 간직하고 떠나려 합니다.
​비록 저는 여기서 멈추지만, 아직 이곳에 남은 여러분의 칼날은 언제나 날카롭고 용맹하기를 바랍니다. 현실이라는 더 큰 전장에서도 여러분 모두가 각자의 성주가 되어 승리하시길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부족한 형과 함께 웃고 울어주어서 고마웠습니다.
아름다웠던 우리들의 청춘, 그 한 페이지를 여기서 덮습니다.
​모두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