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 알레르기 주의. 그런데 운영을 배울 생각이라면 양심적으로 글 길단 소리는 하지 맙시다.

이틀 전의 담젠전 5세트 대역전승으로 역전이 왜 가능했던 건지, 담원의 아쉬운 점이 무엇이었는지 말들이 많았어요. 국밥조합을 상대하는 비원딜 포킹조합의 한계다, 누구누구가 던졌다, 현상금 시스템이 젠지에게 큰 도움을 줬다, 아이템 빌드가 효율적이지 않았다 등등… 많은 합당한 의견들이 나왔지만, 의외로 사람들은 무엇보다 중요한 포인트를 잘 짚어주지 않았습니다. 바로 바론 운영에서의 웨이브 조절과 인원 분배, 그에 따른 포지셔닝인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담원이 바론을 먹은 시점에서의 승리 확률이 90%를 넘어갔다고 생각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만약 담원의 선수들이 그 시점으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선수 본인들은 90%도 아니고 100%를 장담할 수 있었을 만큼 대단한 격차였습니다. 그 격차가 어떻게 벌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이 글의 주제가 아니니 넘어가도록 하고요, 제가 짚고 싶은 건 어째서 바론 획득이 곧 승리 확률 90% 이상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졌냐 하는 부분입니다.

최근에 저는 마스터 하위권 부계정의 랭크 게임을 돌리면서, 팀원들이 바론을 성공적으로 먹었지만 이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른 채 이미 억제기를 밀어놓은 미드로 집결하던 모습을 보았는데요. 문제는 그게 한두 게임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나름 상위 0.1%에 속하는, 롤을 잘하는 사람들이 롤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오브젝트의 활용법에 대해 무지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마스터씩이나 되는 플레이어들의 바론 운영법조차 미숙하다면 일반적인 티어의 유저들은 어떨까 고민했고, 이렇게 바론 운영의 기초 가이드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이틀 전의 경기를 예시 삼아 말이에요.

참고로 본문에서 설명할 기초란 말 그대로 기초입니다. 생각해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요. 예를 들어…

'완전한 평지보다 미니언 뒤에 몸을 숨기는 게 훨씬 더 안전한 포지셔닝이다.'

이 문장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걸 누가 모르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요. 그런데 담원 기아는 저 하나의 수칙을 지키지 못해서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을 90%에서 40~60%로 확 낮춰버렸습니다. 기본기란 그만큼 중요합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걸 어겨버리면 그만큼 말도 안 되는 대가가 따라올 수 있으니까요.

그럼, 담원 기아가 대체 어떤 실수를 했길래 포탑 방패를 15개 모두 다 뜯어내고 글로벌 골드의 격차를 1만 이상으로 벌리고 바론까지 먹는데 성공한 게임에서 역전을 허용하게 된 걸까요? 우선은 바론 버프에 대한 정보, 바론 운영의 여러 가지 기본 수칙들을 설명한 뒤 어제 경기의 각 장면에 수칙을 대입하며 알아보겠습니다.



가. 바론의 처치 보상

1. 팀원 5명 개개인에게 골드를 300씩, 처치자에게는 추가로 25골드를, 합 1525골드.
2. 팀원 5명 개개인에게 경험치를 600씩, 바론에서 약 2000범위 내의 팀원들에게 나눠지는 경험치가 800, 합 3800.

골드만큼이나 경험치도 중요한 보상입니다. 대략 10개의 대포 웨이브에 대항하는 경험치입니다. 1525골드는 모아봤자 BF 하나지만 5명 전원의 레벨이 1씩 올라가는 건 생각보다 엄청난 수치겠죠?



나. 바론 버프

1. 게임 시간 20~40분에서 공격력 12~48, 주문력 20~80 증가.(특이사항으로 공격력과 주문력이 둘 다 증가하기에 카이사와 이즈리얼 등의 하이브리드 챔피언에게 특히 효율적인 버프)
2. 귀환의 정신 집중 시간을 4초로 단축함.
3. 가장 핵심적인 버프로, 미니언 강화 오라 획득.


(위키 펌)

이동속도 증가나 공격력 소폭 증가 등의 효과는 크게 중요하지는 않고, 챔피언에게 받는 피해 감소 효과가 메인입니다. 오로지 저 효과가 있기 때문에 바론을 처치한 팀의 공성 전략에 힘이 생기는 거예요. 즉 반대로 말하면 미니언이 다 지워진 타이밍의 공성 능력은 바론 버프가 없을 때와 별다를 것이 없습니다.

또 한 가지 특이사항으로, 롤의 타워에는 기본적으로 주변에 적 미니언이 없으면 받는 대미지가 2/3 감소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바론 버프를 받은 대포 미니언은 그 타워의 주변이라고 인식되는 범위 밖에서 타워를 공격하기 때문에, 앞서간 일반 미니언들이 모두 죽은 후 대포 미니언만 살아있다면 타워의 방어력을 감소시키지 못한 채 대포 미니언 한 마리만의 공격력으로 천천히 타워를 깎아내는 형국이 됩니다. 꽤 자주 발생하는 경우로, 대포 미니언이 바론 버프의 사거리 증가 효과를 받지 못하고 타워의 사거리 안에 들어가 타워의 방어력을 깎아준다면 성공적으로 타워를 밀 수 있지만 바론 버프를 받은 대포 미니언이 타워 안으로 들어가주질 않아서 공성에 실패하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이번 스프링 경기 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대포 미니언 한 마리를 데리고는 타워의 방어력을 감소시키지 못해 넥서스를 미는 데 실패한 게임이 있었습니다. 바론 버프가 없었으면 오히려 게임을 이겼을 텐데 말이죠.



다. 바론 운영의 기본 수칙

1. 바론을 처치한 팀의 최우선 과제는 공성, 또 공성, 그리고 파밍입니다.

바론 버프의 효과는 챔피언들 간의 직접적인 전투에 커다란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게임 시간이 길어져 공격력/주문력 버프 수치가 높아지면 상당한 도움이 되긴 하지만, 첫 바론을 40분이 다 되어서야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하겠죠. 만약 바론을 먹고서도 아무런 타워를 밀지 못했다면 바론 값의 반도 못 뽑은 셈입니다. 

파밍은 성공적인 공성으로 억제기를 민 후에도 스노우볼을 멈추게 하지 않기 위한 조건입니다. 억제기를 밀면 아군 슈퍼 미니언이 적 미니언을 모두 죽이며 전진하고, 적 진영 쪽에 가까워진 라인을 챙겨 먹는 건 짤릴 위험만 커지는 일이고, 그렇게 해서 라인을 또다시 밀어봤자 이미 억제기가 밀린 라인이라 더 부술 것이 없습니다. 카밀이나 잭스 트린 등, 이미 억제기를 밀어놓은 라인이라도 쌍둥이를 부수며 백도어각을 볼 수 있는 특수한 예도 있겠네요.(저 중 카밀과 트린은 공통적으로 도주가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슈퍼 미니언은 적 미니언의 골드와 경험치를 모두 허공으로 날려보내는 존재이기 때문에, 적을 불러오거나 압박하는 행위 없이 파밍을 지속하게 둔다면 양 팀 간의 격차가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생각보다 자주 나오는 예시로는, 바론이 나오지 않은 20분 전에 억제기를 밀어버려 라인 하나의 돈과 경험치를 모두 잃게 됐는데 곧바로 바론을 처치하거나 4:5로 다이브를 성공시킬 만한 격차를 벌려놓은 것은 아니라 아군은 굶기고 적은 배불리게 되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천상계에선 엄청난 격차를 벌려놓지 않은 이상 이른 시기에 우연한 기회가 왔다고 해도 억제기를 부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불리한 상황일 때 적이 이른 시기에 억제기 하나만을 부숴준다면 적에게 고마워하죠.

파밍에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정글입니다. 바론 버프를 둘렀거나 억제기를 밀었다면 라인을 밀게 되고, 적은 적 정글에서 밀려나 기지 안으로 숨게 됩니다. 골드와 경험치 차이를 벌리는 데 중요한 요소죠. 남는 시간이 있다면 카정을 잊지 마세요. 또 반대로, 바론을 먹힌 입장이라면 적들이 라인을 밀며 전진하기 전에 아군 정글의 몬스터를 미리 다 정리해놓으세요. 역전의 기회를 노리며 숨죽이는 입장에선 100골드도 소중합니다.



2. 바론 운영은 곧 드래곤과 억제기 운영입니다.

바론 하나만 먹었다고 게임을 끝낼 수는 없습니다. 20~30분 정도의 시간이라면 한 번의 리스폰으로 넥서스를 밀만큼의 시간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게임을 당장 끝낼 수 없다면 이후의 운영을 위한 포석을 둬야겠지요. 그게 억제기와 드래곤입니다. 드래곤이야 효과가 명확하고 직관적이라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아마 억제기는 그런 명확함과 직관성과 반대되는 쪽에 가깝겠죠. 왜냐면 억제기를 밀면 타임 어택 해야 하는 건 밀린 쪽이 아니라 민 쪽이거든요. 슈퍼 미니언은 적 미니언이 가진 골드와 경험치를 모두 허공으로 날려보내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적 정글을 꾸준히 털고, 억제기를 밀어놓은 반대쪽의 라인에 몰려가 타워를 압박하고, 옵젝싸움에 적을 호출하는 등의 행위를 꾸준히 해야지만 적이 슈퍼 미니언으로 성장하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억제기를 밀린 쪽에서 부담을 느끼는 건 크게 두 가지 경우가 있겠습니다.

하나, 옵젝싸움에 4:5로 호출됨. 만약 라인을 버리고 5:5를 하려 한다면 적이 옵젝을 바로 치지 않고 사이드에 요원을 보내 쌍둥이 또는 반대편 억제기를 밀어버릴 거라고 협박하는 등의 가불기에 당할 수 있음. 또는 5:5를 하더라도 상황을 질질 끌어 라인 피해를 강화시킴.
둘, 다음 억제기에 대한 압박. 적이 공성이 좋은 조합이라면 5:5로도 간신히 버티는데, 그게 슈퍼 미니언 때문에 4:5가 된다면 2억제기까지 뚫릴 수 있음.

위의 예시는 억제기가 하나만 밀린 상황을 가정한 것이며, 2억제기부터는 한타를 이기지 못하는 이상 어지간한 플랜은 먹혀들지 않고 그대로 게임오버가 될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집니다. 3억제기는 사실상 패배와 동일하고요.

그럼 억제기 하나를 밀어낸 스노우볼을 2억제기로 이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드래곤 혹은 바론입니다. 사이드, 특히 봇의 억제기가 밀려있는 상태에서 바론이 살아있다는 건 가뜩이나 슈퍼 미니언까지 막아야 하는 입장에선 굉장한 스트레스입니다. 왜냐면 시야를 못 따거든요. 한 번 어떻게 밀어내고 시야를 가져온 듯 보여도, 슈퍼 미니언을 막기 위해 한 명이 빠지고 나면 곧바로 어둠으로 뒤덮일 시야입니다. 그렇게 시야를 따고 나면 바론을 치는지 안치는지 확인하러 오는 애들을 잡아먹거나, 아님 망원구를 빼고 바론을 버스트 해버려도 되죠. 물론 바론 딜을 잘 버티지 못하거나 딜이 모자라거나 잘라먹기가 확실히 되는 것도 아닌 애매한 조합이라면 시간이 질질 끌려서 비벼질 수도 있습니다. 프로씬에서도 종종 나오는 바론 애무라고 하죠?



3. 타워링 순서

유리한 상황에서 바론까지 얻은 경우는 선택의 폭이 워낙 넓으니 나중에 따지고, 불리하거나 반반일 때를 기준으로 중요 순서를 따져봅시다.

1번, 미드 1차가 남아있다면 바론 버프로 그거부터 무조건 밀어야 함.
2번, 사이드 1차는 바론까지 먹힌 시점에서 막으려는 시도가 크게 의미 없으니 거의 공짜. 한둘만 배치해서 간 보게 하고 다른 곳에 인원 투입해도 괜찮음.
3번, 사이드 2차. 사이드 2차에는 4~5명이 몰려다니는 게 안정적. 미드에 텔포 들고 있는 애 라클+오라 셔틀로 박아두고 합류 대기시키기. 미드 2차는 밀면 좋은데 밀기 힘드니 어지간하면 무리하지 말기.
4번, 2차 다 깎은 상태면 바로 사이드 3차 가서 대포 미니언으로 천천히 깎아내기. 여기도 기본 4~5인.

사이드 2차는 맵을 밝히고 운영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미드 2차보다 중요한 타워는 아닙니다. 하지만 사이드 3차는 미드 3차보다 중요하기도 하고, 이전에 사이드 2차의 파괴 보상이 250+250골드에서 550+250골드로 늘어났기 때문에 돈을 당겨 받기 위해 미드보다 사이드를 먼저 뚫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타워 하나를 변수 없이 확정적으로 밀 수 있는 상황이라면 미드 2차를 미는 게 더 좋습니다. 미드 2차는 적이 미드에서 웨이브를 안전하게 지우고 사이드 2, 3차를 지키러 갈 수 있는 전진 기지의 역할도 하기 때문인데요. 미드 2차가 없다면 적 정글은 더 이상 적의 땅이 아니게 됩니다. 정글의 시야를 편하게 밝힐 수 있으면 사이드를 밀 때 기습 이니시 등의 변수가 적어집니다.

사이드 3차가 미드 3차보다 중요한 이유는 사이드 억제기를 부수는 게 미드 억제기를 부수는 것보다 좋기 때문입니다. 미드는 본대, 즉 챔피언과 오브젝트에 가장 높은 딜을 넣을 수 있는 원딜이 가장 편하게 파밍할 수 있는 라인인데요. 미드 억제기를 부수면 선푸쉬가 쉬워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이드 억제기를 부쉈을 때처럼 반대쪽 오브젝트를 쉽게 차지할 수는 없습니다.



4. 미니언 활용과 인원 배치

바론 버프를 받은 대포 미니언 한 웨이브는 그 자체로 1인분입니다. 5:5가 아닌 6:5의 싸움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5명 쪽에서 쉽사리 싸움을 걸 수 없는 이유가 되죠. 그렇기 때문에 바론을 획득한 팀은 드래곤 전투를 제외하고는 미니언이 없는 곳에서의 싸움을 해줄 필요가 없습니다. 6:5를 할 수 있는데 정직한 5:5를 왜 해줘야 하나요?

그렇다면 131으로 대포 미니언 세 웨이브에 바론 버프를 묻힌다면 7:5, 8:5가 되는 거 아닌가 싶을 수 있습니다. 이론상으론 그렇긴 하고, 트페와 라이즈 정도면 131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만 구태여 그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왜냐면 바론 버프의 의의 자체가 6:5로 변수 없는 공성을 성공해낼 수 있다는 것인데, 인원을 분산해서 각개격파의 변수를 만들어 줄 필요가 없으니까요.

131은 어디 한 군데가 뚫릴 가능성이 워낙에 커서 잘 쓰이지 않지만, 41은 이니시를 무난하게 넘길 수 있는 가능성이 높습니다. 1명 쪽에 적이 배치돼있다면 본대도 미니언을 활용해 5:4를 하면 그만이고, 1명 쪽에 적이 아무도 가지 않는다면 본대를 노린단 뜻이니 이니시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만 빠지면 되죠. 물론 이니시를 저지함에 있어 가장 확실한 건 5명이 모두 뭉쳐 미니언과 함께 6:5를 하는 거지만, 보통은 한 라인만 밀면 바론을 먹은 만큼의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아 41로 두 라인을 미는 편입니다.

아니면 41을 하면서도 본대가 라인 두 개를 모두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대회에서나 나오는 활용법이고 솔랭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만, 미드와 사이드에 도착하는 라인의 속도를 동일하게 맞추는 겁니다. 그러면 적은 미드의 미니언과 본대의 공세를 받아내는 동시에 사이드의 미니언까지 감당해야 하죠. 방법은 간단한데, 포탑 밖에서 만나 싸우고 있는 사이드의 미니언을 곧바로 처리하지 않고 15초가량 멈춰두면 됩니다. 그러면 미드의 미니언은 사이드의 미니언보다 적 포탑에 도달하는 시간이 더 빠르기 때문에 미드의 3번째 웨이브가 사이드의 2번째 웨이브와 동일한 시간에 적 포탑에 도달하게 되죠.

그리고 미니언 활용에 가장 중요한 건 대포 미니언이 언제 나오는지를 아는 겁니다. 일반 웨이브의 탱킹만으로 타워를 밀 수 있다면 좋겠지만 모든 조합을 상대로 그럴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예를 들어, 세릴다까지 3코어가 나온 자야를 상대로는 아무리 바론 버프가 있다고 해도 일반 미니언 웨이브만을 데리고는 챔피언들이 직접 타워를 공격할 수 있는 거리까지 나가기가 부담되겠죠?

대포 미니언은 15분까진 3웨이브에 한 번, 15분부터 25분까진 2웨이브에 한 번, 25분부턴 매 웨이브에 나옵니다. 바론은 20분 이후에 나오니 대포 미니언이 2웨이브에 한 번 나오는지, 매 웨이브에 나오는 지로만 나뉩니다. 만약 바론을 22분에 먹었다면 바론 버프의 지속 시간은 3분이니 활용할 수 있는 대포 웨이브는 3개뿐이겠네요. 반면 25분 이후에 먹었다면 활용할 수 있는 대포 웨이브가 6개로 크게 늘어납니다. 25분 전이라고 해서 먹을 수 있는 바론을 포기하려는 사람은 없겠지만 어쨌든 알아두면 좋겠죠.



5. 정리

1. 바론을 먹은 팀의 최우선 과제는 공성, 또 공성. 미니언이 없으면 바론 버프가 없는 것과 다름없으니 주의.

2. 넥서스를 밀기 전까지 파밍은 언제나 중요하다. 특히 파밍은 상대적인 개념으로, 슈퍼 미니언이 적 라인을 태우는 것과 정글을 터는 걸 항상 신경 써야 한다.

3. 바론을 먹은 이후엔 용과 억제기로 스노우볼을 굴려 격차를 만든다. 밀어놓은 억제기는 다음 오브젝트와 다음 억제기로 연결 지을 수 있다.

4. 타워링 순서는 미드 1차 - 사이드 1차 2차 - 미드 2차 - 사이드 3차+억제기 - 미드 3차+억제기. 단 타워 하나를 확실하게 밀 수 있다면 사이드 2차보다 미드 2차를 우선한다.

5. 바론 버프를 받은 대포 웨이브는 챔피언 하나에 가까운 위력이 있으니 절대로 미니언을 배제하고 싸우지 않는다.

6. 불리한 상황이라 짤리는 게 불안하거나 꽝한타가 강한 조합이라면 5명이 뭉쳐 다녀도 괜찮지만, 어지간하면 41로 두 라인을 미는 게 효율적이다.

기초는 이렇지만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요소가 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한 팀이 3용이라면 탑 억제기의 가치가 올라갈 것이고, 포킹 조합이 바론 버프를 획득하고 물리지 않을 거리를 잘 유지한다면 다른 조합에 비해 더 많은 타워를 쉽게 밀 수 있을 겁니다.





여기까지 바론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바론 버프를 얻은 팀의 목적성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당연한 내용들이고, 비밀처럼 숨겨진 꿀정보 같은 것은 없어서 실망한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저는 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런 기본적인 지식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른다면 알아야 하고, 알면 활용해야 하죠. 날빌로 점수를 올릴 수도 있겠지만 기본이 받쳐주지 않으면 그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점수가 됩니다.

그럼 이제 이 정보들을 바탕으로 매우 유리한 상황에서 바론 버프까지 얻은 담원이 운영을 어떻게 해야 했을지 생각해 봅시다.




바론을 먹은 직후의 상황입니다. 담원은 상황이 매우 유리하긴 했으나 아직 젠지에게 결정타를 먹인 건 아니었고, 이제 바론 버프를 통해 게임을 끝낼 만한 이득을 봐야 했죠. 포킹 조합과 바론 버프의 시너지를 이용해 억제기를 차례차례 부수면서요. 바론 버프는 26:40에 끝나고 그동안 3차 두 개, 억제기 두 개 정도는 충분히 밀 수 있는 화력입니다. 그렇게 바론 버프가 끝난 채로 다시 집을 가서 정비한 뒤 2억제기의 미니언들과 함께 3억제기를 부수면 게임이 끝나요. 복잡한 운영이랄 것도 없이 가진 격차가 워낙에 커서 억제기만 부수면 담원이 게임을 승리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이미 이 상황에서 담원의 승리를 짐작했습니다. 왜냐면 미니언과 함께 밀고 들어가는 포킹을 견뎌낼 수가 없었으니까요. 챔피언들이 포킹을 피하거나 힐을 받거나 하면서 치명적인 피해를 입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와 동시에 바론 버프를 받은 대포 미니언을 제거할 수 있을 만큼의 포지션을 잡을 수는 없었거든요. 억제기가 밀리는 게 대포 미니언이 죽는 것보다 더 빨랐을 겁니다.

그렇다면 젠지는 이니시를 열어야 합니다. 일단 억제기가 하나라도 밀리고 나면 4:5로는 다음 억제기가 깨지는 걸 절대로 막을 수 없고, 다다음 억제기까지 내주면 이미 패배가 확정된 거나 다름없거든요. 젠지도 그걸 알고 있어요.

그럼, 어느 타이밍에 이니시를 열어야 최적의 이니시가 될까요?




24:05에 나온 대포 웨이브를 3차까지 끌고 가 자야에게 제이스의 eq를 적중시킨 상황입니다. 이미 피가 어느 정도 깎여있었던 3차 타워는 미니언의 딜과 직스의 w에 쉽게 파괴됐지만, 곧바로 젠지 쪽의 미니언도 같이 나와서 담원의 저 대포 미니언은 바로 정리됐죠.

41운영으로 레넥톤은 미드를 밀고 있습니다. 여기서 담원이 중요한 건 한타각을 주지 않는 건데요. 왜냐하면 한타라는 변수 덩어리로 인해 직스와 제이스가 죽고 레오나와 레넥톤만 살아남아 억제기를 밀지 못하는 상황 등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담원이 아무리 잘 싸운다고 해도 적 딜러진의 성장은 충분했고 헤카림과 오른에겐 최상급 cc기가 있었으니까요. 담원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처는 아예 싸워주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요. 탑에 도착한 건 24:35에 젠된 이 게임의 마지막 일반 웨이브라서 이니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여유 있게 탑 억제기를 깰만한 상황이 아니었단 겁니다.

레넥톤은 25:05에 나온 미드의 대포 웨이브와 함께 미드에 철거를 터트리고 있습니다. 사실 레넥톤의 이 위치는 젠지에게 '지금만이 이니시를 열 기회다!'라고 소리쳐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철거로 인해 미드 3차의 체력도 반으로 줄고 웨이브를 더 이상 방치해둘 수 없는 상황이 됐어요. 3차가 깨지면 억제기도 프리패스니 패배 직행이죠. 젠지가 이 타이밍에 이니시를 연다면 교전의 변수를 노리는 것뿐만 아니라 탑과 미드의 억제기를 지키는 목적도 있는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레넥톤이 한타에 합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은 또 아니었어요. 봇이 아니라 미드를 밀고 있었으니까요. 애초에 텔도 들고 있었고. 하지만 레넥톤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이 담원의 본대를 방심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리가 이니시를 연 장면인데요, 일단 저 이니시로 인한 한타는 생각하지 않고 오직 미니언의 위치, 그리고 그에 따라 담원이 내려야 했을 판단에 대해서만 설명하겠습니다.

25:05에 젠된 담원의 대포 웨이브가 작골 쪽에 있는 게 보이시죠? 저 미니언들은 대강 25:55 정도에 도착해 탑 억제기를 쳤을 겁니다. 그리고 그중 대포 미니언은 제가 스크린샷에서 빨갛게 칠해놓은 곳에 위치해 담원이 대포 미니언을 지키기만 해도 억제기를 부술 수 있게 만들었겠죠.

만약 담원이 일반 웨이브가 다 죽어버려 순간적으로 완전한 평지가 되어버린 저 장소에서 몸을 뺐다면, 다음 웨이브를 기다렸다면 스크린샷에서의 상황과 얼마나 다른 진형이 갖춰졌을까요? 일렬로 오는 미니언들이 방패가 되어줬을 겁니다. 젠지는 억제기에 도달한 미니언들을 정리해야 해요. 왜냐면 미니언을 무시하고 미니언에 스킬을 날리지 않고 곧바로 담원의 본대를 향하는 움직임은 곧 이니시 각을 보는 행위로 간주돼서 담원이 발을 빼게 만들어, 만약 똑같이 한타가 열렸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스크린샷의 저 장면보다는 젠지 쪽의 본대에서 더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 열렸을 거거든요.

젠지는 반드시 이니시를 엽니다. 100%의 확률이고 걸지 않을 가능성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어요. 왜? 억제기가 하나라도 밀리면 게임이 끝이니까. 지금도 포킹 버티기 힘든데 슈퍼 미니언까지 막으면서 4:5로 포킹을 버티는 건 완전히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렇게 억제기를 세 개 다 밀리면 게임 패배니까.

그런 젠지의 생각을 가지고 게임 시간 25:25~25~40까지의 장면을 본다면, 위화감이 듭니다. 왜 안 빼? 이거 이니시각 아니야?

젠지는 무조건 걸어요. 그런데 담원은 거기에 응수해 줄 필요가 없습니다. 담원의 목적은 한타가 아니라 억제기를 미는 거거든요. 일단 미니언부터 앞으로 보내서 몸을 세우고, 젠지가 미니언에 스킬을 쓰나 안 쓰나를 멀리서 천천히 지켜보면서 여유롭게 판단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다음 웨이브가 탑 억제기에 도착하기 전까지 아직 15초가량 남은 시점에서 담원 쪽의 미니언이 다 죽었는데도 담원은 발을 빼질 않는 거죠.

방심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다 이긴 것 같으니까. 15초 뒤에 미니언이 와서 억제기를 밀고 나면 진짜로 이긴 거니까. 근데 아직 그 15초가 오지 않았거든요. 15초를 기다리지 않아서 담원에게 가장 위협적인 방식으로 이니시가 열렸고, 미니언들을 방패 삼고 있었다면 젠지에게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었을 직스의 점멸이 한타가 시작하자마자 바로 빠져버렸고, 레오나가 cc 연계를 맞고 죽어버렸고, 레오나가 죽어서 헤카림의 진입각이 열렸죠. 담원은 이런 한타의 변수를 감수할 필요가 전혀 없었어요. 유리한 팀의 당연한 권리, 바론 버프를 지닌 팀의 당연한 권리, 미니언. 미니언을 이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담원에게 가장 불리한 결과를 낳은 한타가 일어났습니다.

담원이 탑 억제기를 미는데 성공했고 한타는 그다음에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담원의 승리 확률은 여전히 90%를 넘었을 겁니다. 어차피 3차는 다 부숴놨으니 다음 억제기만 차례차례 부수면 게임을 이기니까요. 저 게임의 마지막 일반 웨이브, 24:35에 젠된 웨이브가 담원의 방패가 되어주지 못하고 죽은 순간, 이니시각이 열렸어요. 순간적으로 탑 3차 주변의 공간이 완전히 평지가 되어버린 셈이었거든요.

이제 글 서두에 적어둔, 너무나도 당연하고 기초적인 지식을 담은 문장을 하나 볼까요?

'완전한 평지보다 미니언 뒤에 몸을 숨기는 게 훨씬 더 안전한 포지셔닝이다.'

바론 버프까지 두르고는 6:5가 아닌 5:5싸움을 해줄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담원은 저 하나의 수칙을 지키지 못해서 진 거예요. 저 간단하고 당연한 문장 하나의 차이로 담원의 승리 확률은 90%에서 50%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젠지가 잘했죠. 젠지가 잘 걸었어요. 잘 걸고 한타도 잘 했습니다. 근데 1만 골드 이상의 격차는 유리한 팀의 실수 없이는 뒤집을 수 없어요. 애초에 담원의 플레이가 완벽했다면 역전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운영이란 건 생각보다 간단한 논리로 이루어집니다. 운영뿐만 아니라 롤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이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이에요. 정글 위치가 확인되지 않았는데 라인을 왜 밀었나. 이 챔피언 상대로는 무슨 룬 무슨 아이템의 효율이 좋나. 조합에 따른 정글 동선은 어떻게 짜야 하나. 지금 전령 싸움을 할만한 근거가 있나. 등등등등. 식힌 뇌로 차분히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이유와 당연한 결론이 나오는 답들입니다. 롤이란 게임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 즉 기본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기본은 이 게임의 실력을 올리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해요.

그 담원 기아도 하나의 기본 수칙을 지키지 못해 플옵 5경기에서 패배했는데, 롤에 존재하는 기본기를 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겐 기본이 더더욱 중요하지 않겠나요? 그래서 이 글을 작성하게 됐습니다. 당연한 내용들만을 적었지만, 혹시라도 관련 지식이 없거나 불완전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런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었으면 좋겠네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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