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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15 23:48
조회: 491
추천: 2
시즌3의 로스트아크.txt 오늘도 힘들고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가볍게 씻은 후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제는 익숙해진 게임 타이틀 로딩 화면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마신다. '로스트아크' "그럼 오늘은 본캐 레이드부터 가볼까?" 하지만 랏폿뿐인 공대 목록 속에서 겨우 발견한 여유 있는 방에 신청을 넣어도, 혼자 게임을 하는 딜러인 나는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렵게 들어간 공대에서도 서폿을 기다리며 한 시간을 넘게 허비했다. 그동안 나는 채팅창만 멍하니 바라보며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볼 뿐이었다. '음… 오늘은 못 돌겠네.' 결국 내일을 기약하며,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게임을 종료했다. 이런 날이 점점 늘어가면서 게임이 주던 즐거움도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시즌 3가 시작되고, 새로운 레이드를 가기 위해 본캐 스펙업 계획을 세워봤다. 악세사리 교체에 30만 골드. 보석 세팅에 120만 골드.각인서 구매에만 무려 800만 골드.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고 보니 현실이 더욱 명확해졌다. 내가 매주 모든 레이드를 돌아 벌 수 있는 골드는 대략 30만 골드 정도. 열심히 매주 모아도 본캐에 당장 해줄 수 있는 스펙업은 전무했다.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없는 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뭐 어쩌겠어.' 이제 시즌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포기하는 건 이르다고 스스로 다독였다. 하나씩 차근차근 하다 보면 결국 언젠가는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 믿었다. 남들처럼 골드를 현금으로 사서 단번에 스펙업을 할 만한 여유도 없었고, 그런 선택지는 애초에 내게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남들보다 스펙을 올리는 속도가 느려지긴 했지만, 그건 내 상황에서 당연한 일이었고, 나는 그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조급해질 이유는 없었다. 천천히 가더라도 한 걸음씩 나아가면 되는 거니까. 그런 마음가짐으로 다시 게임을 켰다.
로스트아크에서 레이드는 게임의 핵심 재미를 이루는 콘텐츠다.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공략을 연구하며, 유저들과 협력해 도전하는 과정 자체가 로스트아크의 진짜 매력이었다. 당연히 이번 신규 레이드에도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라이트하게 스펙업을 이어오던 내게 이번 레이드는 예상외로 높은 난이도를 자랑했다. 그렇지만 단순히 어려워서 힘든 게 아니었다. 그보다 더 지치는 건, 난이도 외적인 문제들이었다. 치명적인 버그로 인해 진행이 멈추고, 패턴이 비정상적으로 동작해 억울하게 전멸하는 일도 잦았다. 파티원들은 점점 지쳐갔고, 리트가 계속될수록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여기까지만 해볼게요." 몇 번 시도도 하지 않은 채 떠나는 파티원들. 다시 공대원을 모집하며 10분 넘게 시간을 허비하는 건 이제 익숙한 일이 됐다. 공대창을 멍하니 바라보며 '과연 오늘은 클리어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만 커져갔다. 수요일부터 퇴근 후 매일같이 도전했지만, 실제로 레이드를 돈 시간은 고작 3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기다리고, 나가고, 다시 모으고, 버그로 날려버린 시간들만이 남았다. 그 이후로도 신규 레이드는 계속 나왔고,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컨텐츠가 추가될수록 기대보다는 피로감이 더 빨리 찾아왔다. 즐겁게 공략하던 시절과는 다른, 지치고 힘겨운 도전이었다. 그래도 결국엔 어떻게든 버티며 첫 주 클리어를 해냈다. 스스로에게 대견했지만, 그 성취감도 잠시였다. 정작 얻을 수 있는 보상은 기대 이하였고, 남은 건 허탈함 뿐이었다. '정말 이 고생을 하면서까지 얻은 게 고작 이거야?' 그렇게 또 한 번, 게임 앞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나는 목표가 생겼다. 6월에 카제로스 레이드의 종막이 나오기 전에 본캐 스펙업을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매주 챗바퀴를 도는 것처럼 없는 시간을 쪼개어 골드를 벌고, 거래소를 들락날락하는 생활이 반복됐다. 그리고 마침내 돌격대장 유물 각인서를 전부 읽었다. 마지막 20번째 각인서를 읽을 때에는 손끝에 전해지는 성취감도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 다음 주, 예고도 없이 라이브 방송이 열렸다. 골두꺼비 이벤트로 인해 각인서의 가격이 실시간으로 폭락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동안 쌓아온 노력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내 계획과는 상관없이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었고, 나는 또다시 뒤처진 기분이었다. 시즌 3가 시작되고,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유물 각인서도 읽어야 하고, 보석도 맞춰야 하지만, 내 형편에 둘 다 챙기면서 새 캐릭터까지 키우는 건 무리였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배럭 한 캐릭터 정도는 본캐와 같은 직업으로 키우기로 결심했다. 똑같은 직업을 또 키운다는 건 사실 지루한 일이었지만, 효율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렇게 본캐와 같은 직업으로 배럭을 키우기 시작했고, 반년 동안 꾸준히 육성한 끝에 어느 정도 쓸만한 상태가 되었다. 마치 같은 산을 두 번 오르는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목표가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이제 본캐 스펙업에 더 집중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또다시 갑작스러운 라이브 방송이 열렸다. 이번엔 곧 있을 패치로 인해 보석이 귀속된다는 소식이었다. 카제로스 레이드를 준비하기 위해 재미까지 포기하며 같은 직업을 키웠던 내게,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선택한 효율은 결국 비효율이 되었고, 배럭의 의미도 퇴색되었다. '이제 저 배럭은 어떡하지…?' 허탈한 마음으로 캐릭터 선택창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레이드를 도는 재미도 예전 같지 않다. 원래 남들은 항상 행복해 보이고 나는 불행해 보인다고들 하지만, 요즘은 그 감정이 유독 심해진 것 같다. 게임 채팅창을 보면 늘 "강습 하드에서 고대 등급 떴다!" "와 골두꺼비 상자에서 아드 원한 떴다, 본전 이득 ㅋㅋ" "오늘 편린에서 20만 골 나왔어요!" 이런 이야기들뿐이다. 남들의 자랑은 나의 박탈감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 하지만 정작 나는 3주째 강습 하드에서 영웅 등급만 먹고, 골두꺼비는 손해만 보고 있다. 남들이 강화 잘 붙일 때 나는 장기백만 보고 있다. 매번 같은 패턴의 반복, 지칠 수밖에 없었다. 슬슬 게임에 접속해 채팅창을 보는 것조차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로그인 버튼을 누르기 전부터 한숨이 나왔다.
'그만둬야 하나?' 하지만 마땅히 대체할 것도 없다. 그저 익숙함에 의지한 채 오늘도 접속을 반복할 뿐. 나는 오픈베타 때부터 호크아이를 키웠다. 항상 똥캐라 불리던 직업이었지만, 힙스터였던 내게는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남들이 외면하는 직업에서 나만의 플레이를 찾고, 스스로 만족하는 것이 즐거웠다. 기적같이 게임은 부활했고, 다시 그 게임을 한다고 무시당하지도 않았다. 사람들도 다시 몰려들었고, 떠나는 이도 줄어들었다. 커뮤니티도 활발해지고, 매번 패치를 기다리는 기대감도 되살아났다. 행복할 줄 알았다. 하지만 행복과 불행은 돌고 도는 법. 최근 다시 오랫동안 함께한 지인들이 하나둘씩 게임을 떠나기 시작했다. 현실의 바쁨, 흥미의 변화, 이유는 다양했지만, 결국 남겨진 건 나였다. 그러면서 남아 있는 나에게 묻는다. "너는 아직도 그 게임을 하고 있어?" 그 한마디가 오랫동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 말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었다. 나에게 남아 있는 이유를, 계속 이 게임을 하는 이유를 다시 묻게 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게임을 켠다. 이유는 찾지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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