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 관리자 너프에서 문제 삼아야 할 건 단순히
“신캐가 너프됐다”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성능이 과도하면 조정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확인됐다면 빠르게 수정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게임사가 설계와 검증에 실패한 비용을 왜 전부 유저만 부담해야 하는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차원술사는 게임사가 직접 설계하고 테스트해서 정식으로 출시한 직업입니다.
유저들은 출시된 성능과 구조를 보고 캐릭터를 선택했고, 골드와 재료를 투자하고 세팅을 맞췄습니다. 성장 이벤트와 관련 상품도 함께 제공됐고, 유저에게는 캐릭터를 신중하게 선택하라고 안내했습니다.
그런데 출시 2주 만에 게임사는 차원술사가 의도한 수준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시간 관리자의 핵심 구조와 피해 증가 효과를 조정했습니다.
여기서 가장 이상한 부분은 이것입니다.
유저에게는 신중하게 선택하라고 하고,
한번 내린 선택은 쉽게 바꿀 수 없게 해놓고,
게임사는 2주 만에 그 선택의 전제를 바꿀 수 있습니다.
유저는 출시 당시의 성능이 개발사가 의도한 결과인지, 검증하지 못한 과성능인지 알 수 없습니다.
게임사가 정식으로 출시한 직업이라면 일반 유저는 당연히 어느 정도 검증이 끝난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그 판단을 믿고 캐릭터를 만들고 재화를 투자하는 것이고요.
설계와 테스트를 담당한 것도 게임사이고, 전체 실전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게임사입니다.
그런데 게임사의 예상이 틀렸을 때 게임사는 패치 한 번으로 수치와 구조를 되돌릴 수 있지만, 유저가 사용한 골드와 재료, 세팅 비용과 시간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게임사는 자기 판단을 수정할 수 있는데,
그 판단을 믿은 유저에게는 선택을 수정할 방법이 없습니다.
가격 오타와 법적으로 같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자가 가격을 잘못 입력한 경우를 생각해 보면, 판매자의 착오가 인정돼 거래가 취소되더라도 물건과 결제금은 서로 돌려주는 것이 기본입니다.
판매자가 실수를 바로잡는 대신 소비자가 돈과 물건을 모두 잃는 구조는 아닙니다.
물론 게임 밸런스 패치와 가격 오표기 사건이 법적으로 같다는 뜻은 아닙니다.
비교하고 싶은 건 책임을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게임사는 자신이 잘못 설정한 성능을 회수했습니다.
하지만 그 성능을 믿고 유저가 사용한 비용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게임사가 잘못 판단하면 성능은 회수할 수 있지만,
유저가 그 판단을 믿고 투자한 비용은 유저가 감당해야 합니다.
이게 과연 공정한 책임 분담인지 묻고 싶은 겁니다.
밸런스 패치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시간 관리자가 실제로 과도하게 강했다면 너프할 수 있습니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에서 밸런스가 영원히 유지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직업이 너프됐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결제와 성장 비용을 전액 환불해야 한다는 주장도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출시 2주 만에 핵심 구조를 변경할 정도였다면, 최소한 유저가 자신의 선택을 일부라도 되돌릴 수 있는 보완책은 함께 나왔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 성장 이벤트 지정 캐릭터 변경
* 코어와 젬 재설정 또는 변환 지원
* 미사용 전용 상품에 대한 철회 지원
전액 환불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너프를 철회하라는 것도 아닙니다.
게임사가 자신의 판단을 빠르게 수정할 수 있는 만큼, 그 판단을 믿고 투자한 유저에게도 최소한의 수정 기회를 달라는 것입니다.
결국 책임 배분의 문제입니다
지금 구조에서는 게임사가 잘못 예측해도 손해를 거의 보지 않습니다.
게임사는 수치를 낮추면 됩니다.
유저는 사용한 골드와 재료를 잃습니다.
게임사는 메커니즘을 변경하면 됩니다.
유저는 익힌 사이클과 세팅을 다시 맞춰야 합니다.
게임사는 출시 당시의 판단을 번복할 수 있습니다.
유저는 당시 내린 선택을 번복할 수 없습니다.
밸패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게임사의 설계와 검증 실패 비용을 유저에게 100% 전가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유저에게 신중하게 선택하라고 요구했다면, 게임사도 그 선택의 전제를 출시 직후 크게 바꿀 때는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합니다.
수치 조정은 패치 한 번으로 끝나지만,
그 수치를 믿고 유저가 사용한 돈과 시간까지 자동으로 복구되는 것은 아닙니다.
게임사가 자신의 실수는 언제든 되돌리면서 유저의 선택만 복구 불가능하게 만든다면, 앞으로 유저는 신규 직업이나 성장 이벤트를 믿고 투자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잃게 되는 것은 특정 직업의 성능이 아니라,
게임사의 출시와 안내를 믿어도 된다는 신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