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로아에 거금을 쓰지도 않았고, 남들보다 빠르게 스펙을 올리며 미친 듯이 달리는 유저가 아닙니다.
그저 제 속도대로 소소하게 내 캐릭터 키우는 맛에, 그리고 사람 냄새 나는 분위기가 좋아서 천천히 즐기던 보통 유저였습니다.

예전 로아는 참 낭만이 있었습니다.

수없이 죽으면서도 "괜찮아요, 다시 해봐요!" 하고 서로 격려하며 웃던 트라이팟의 분위기.
마을에서 귀여운 모코코를 보면 데려가서 공략 알려주고 뭐라도 챙겨주려던 사람들의 여유.
속도는 늦어도 내 노력으로 차근차근 캐릭터가 강해지는 게 느껴지던 그 정직한 재미.

과금을 거창하게 하지 않아도 참 마음이 따뜻해지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게임이 참 차갑고 각박해졌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는 사다리는 사라지고,  과금 절벽만 남아있더군요.

이제는 게임을 즐기기 위해 들어오는 게 아니라, 파티창에서 서류 탈락 당하지 않으려고 눈치 보고 검열받는 피곤한 노동 현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사회생활도 계급과 스펙에 치여 서러운데, 퇴근하고 잠시 머리 식히러 들어온 사이버 세상에서조차 유저들끼리 영수증을 뜯어보며 줄을 세워야 하나요.

뉴비를 반기던 따뜻함은 사라지고, 트라이팟의 낭만도 사라지고, 천천히 즐길 권리마저 빼앗긴 채 서로를 경계하는 차가운 세상만 남았습니다.

제가 로아를 사랑했던 건 눈 튀어나오는 레이드 딜량이나 과금 자랑이 아니라, 그 시절 함께 웃고 즐기던 '사람들의 온기'와 '성장의 재미'였는데 말입니다.

요즘 황량해진 파티 창을 보고 있으면 그냥 마음 한구석이 참 쓸쓸해집니다.다시 그 시절처럼, 조금 늦어도 웃으면서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로아로 돌아갈 순 없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