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티님 글에 촉발해서 블로그에 쓰게 된 자아성찰... 이 아니고

스스로의 입덕에 대한 글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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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게 된 건 10대 극후반 이후라

어렸을 때는 그렇게 많이 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내 입덕작이라 말할 수 있는 두 개의 애니메이션은

 

친구 덕에 13살 때 보게 된 "카드캡터 사쿠라" 와 "디지캐럿" 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친구도 상당한 오타쿠였던 것 같다.

내가 그게 뭔데? 라고 할 시기에 이미 자작 의상으로 코스프레하고 있었으니까(...)

이 친구 덕에 애니메이션 입덕도 하고 코스프레도 입문하고... 후...

 

아무튼(...)

 

 

 

▲ 카드캡터 사쿠라. 국내 방영 제목은 카드캡터 체리였다.

 

 

이건 친구네 집에서 좀 보다가(아마 걔도 불법 다운로드였겠지)

무려 해적판 VCD를 "사서" 봤다(...)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내가 학창 시절을 보냈던 동네에는

연예인들 사진과 함께 아주 소량의 애니메이션 관련 물건들을 파는 샵이 있었다.

그 덕에 사진 않더라도 자주 구경을 다니던 가게였는데...

 

 어느 날 문득 카운터 뒤에 꽂혀있는 음반들 사이를 보니

카드캡터 사쿠라라고 일본어로 적혀있는 VCD가 있었다!!!

(이 당시에는 일본어를 당연히 몰랐기 때문에 글자 모양으로 대충 때려맞춤)

 

 잠깐 꺼내달라고 해서 표지를 확인한 후 가격을 물었는데

그 가격이 무려 12,000원!!! orzlll

 

 불법 복제 CD를 그 가격에 팔아먹고 있는 게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빡치는 일인데

그 때는 그런 개념도 없었고 그냥 마냥 갖고 싶었다.

...그 당시 차비를 포함한 내 일주일 용돈이 4천원이었는데(...)

 

 당연히 바로 살 수는 없었고...

가게 주인한테 지금 있는 돈은 이것뿐이지만, 모아서 살 테니까

일단 이 돈 받으시고 (...............) 다른 사람한테 팔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 으하 으하하ㅏㅋㅋㅋㅋ아하하핳ㅎ하ㅏ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아... 쪽팔려...

 

뭐 불쌍해보였는지 이상해보였는지 여튼 가게 주인은 정말로

내가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 용돈을 갖다바치는 걸 기다려 주었고...

그렇게 나는 무사히 그 불법 복제 CD를 살 수 있었다.

 

그 CD에 들어 있던 건 플라워 카드를 잡는 편과 썬더 카드를 잡는 편이었는데...

당연히 너무너무 갖고싶었던 걸 손에 넣었으니...

정말 마르고 닳도록(...) 돌려봤다.

 

아쉽게도 이 애지중지하던 CD의 최후 행방은 기억 안 나지만.

 

 

 

 

 

 

▲ 디지캐럿. 게이머즈의 마스코트에서 애니메이션화까지!

 

 그리고 카드캡터 사쿠라를 보여 준 친구가 이것도 재미있다며 보여준 게...

바로 디지캐럿이었다.

 

 카드캡터 사쿠라와는 다르게 엄청나게 빠르면서도 이상한(...) 전개와

엄청나게 짧은 러닝타임! (약 3~4분 정도)

그리고 굉장히 좋아했던 오프닝곡인 'Only one, No.1'

(사족이지만 이 노래를 부른 가수가 속해있는 그룹 팬질은 지금도 하고 있다.)

...그리고 완전 성격 이상한 캐릭터들과 그들의 말꼬리(...)

 

 지금 생각해 보면 아직 서브컬쳐에 입문하는 사람에게는

별로 재미있을 만한 내용이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 엄청나게 좋아했다.

용량이 작다 보니 그냥 인터넷에 업로드되어있는 경우도 많아서 접하기도 쉬웠고.

 

 

ㅡ어쨌든 나중엔 이 작품 둘 다 자작 코스튬으로 코스프레까지 했고(...)

기억에도 선명히 남아있는 훌륭한 입덕작들이다.

 

 

 이 글을 쓰면서 가만히 고찰해봤는데,

나는 서브컬쳐가 아니더라도... 다른 방면의 오타쿠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어렸을 때부터 마음에 드는 것에는 과도하게 집착했었던 것 같으니까.

 

용돈 모아 VCD 사기, 일본노래 가사 외우려고 프린트해서 매일 가지고 다니기,

마음에 드는 소설 밤새 읽기, 혼을 팔아서 게임하기 등등(...)

 

우연히 서브컬쳐를 접해서 그 탓에 오타쿠가 되었다기보단...

서브컬쳐를 접한 건 우연이지만 오타쿠가 된 건 필연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