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우리는 세계수의 정체가 알리샤이고
그녀가 메이플 월드의 생명의 초월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훗날에 덧붙여진
이른바 '선제작 후설정'의 산물입니다.

메이플스토리의 극초창기부터 언급되었지만
막상 그 실체는 확인할 수 없었던 세계수는
긴 시간이 지나며 설정이 추가되고 변경되는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확립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생명의 초월자 알리샤로 확립되기 전
세계수의 배경 설정은 어떠했을까요?







1. 세계수와 생명의 물



"나는 지금 세계수의 가장 밑바닥 부근에서 생명수를 채취하고 있는 마법사라오."
― 클로이

유명한 것부터 살펴볼까요.
펫 관련 NPC인 클로이는, 플레이어가
처음 펫을 사용했을 때 대뜸 말을 걸어옵니다.
그리고 세계수에 관한 짧지만 중요한 언급을 하죠.

펫을 되살리는데 필요한 생명의 물 아이템은
'세계수의 가장 밑바닥'에서 아주 조금씩만 생겨납니다.
아하! 세계수가 훗날 생명의 초월자라는 역할을
부여받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었군요.


클로이는 훗날 메이플에서 가장 음란한 변태가 되고 만다.

자, 그럼 세계수는 빅토리아 아일랜드 중앙에 있고
클로이는 아마 슬리피우드 지하로 내려가서
세계수의 뿌리라든가 발바닥이라든가 하는 곳에서
생명의 물을 채취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맞나?



출처 : https://blog.naver.com/chldntjr857/70141802135

"엘리니아 깊은 곳에서 채취한 신비한 물이다.
― 생명의 물

이게 확답할 수 없는 것이, 생명의 물은
'엘리니아 깊은 곳'에서 채취한다고 합니다.
우리의 통념과는 다르죠. 왜 슬리피우드가 아니라
엘리니아가 세계수와 관련되어 있을까?




사실상 우리가 세계수의 위치를 슬리피우드로
여기고 있었던 건, 과거 빅토리아 아일랜드 월드맵에서
던전 한가운데 자리잡은 거대한 나무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월드맵 외에 세계수의 위치와 모양을
특정할 수 있는 단서란 하나도 없어요.



이마저도 월드맵이 변경되면서, 슬리피우드에는
세계수로 여기던 나무가 사라졌고 말입니다.
하지만 엘리니아에서도 세계수에 관한
시각적 단서를 찾을 수 없는 상황...

세계수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요?







2. 커다란 마법의 나무, 세계수


웨이백머신으로 2004년 10월 3일 홈페이지 조사

"마을과 다양한 필드로 이루어진 〈빅토리아 아일랜드〉에는 섬 중심부에 커다란 마법의 나무 〈세계수(世界樹)〉가 있습니다. 이 세계수는 이 섬의 몬스터들에게 생명을 주는 나무로 여러층의 던전으로 이루어져 있고, 무서운 몬스터들이 지배하는 세계입니다."
― 2004년 메이플스토리 공식 홈페이지

정답은 과거 메이플 홈페이지에 있었습니다.
웨이백머신을 통해 접속한 2004년 홈페이지에는
각 마을에 관한 설명이 담긴 '맵 가이드'가 있는데요.

명시된 대로, 세계수는 빅토리아 아일랜드의
중심부에 있는 '커다란 마법의 나무'입니다.
나무의 줄기에는 커다란 마법진도 그려져 있고
산 꼭대기보다도 높은 크기를 자랑합니다.


참고로 2004년 10월 3일은 접속 가능한 가장 오래된 날짜

그런데 설명이 좀 이상합니다. 몬스터에게 생명을?
그렇다면 슬리피우드의 사악한 몬스터들이
대부분 세계수에게서 기원한다는 거잖아요?

던전은 '몬스터들이 지배하는 땅'이라 하니
세계수는 가장 강력한 지배자로 읽힐 여지가 있습니다.

아니;;; 세계수가 무슨 최종보스도 아니고...




아무튼, 과거 홈페이지의 정보를 종합하면
세계수는 빅토리아 아일랜드 중앙에 있었습니다.
생명의 물을 엘리니아 깊은 곳에서 채취했다는 것은
아마 세계수의 뿌리가 엘리니아까지 닿아 있어
그곳에서 생명의 물을 채취했다는 뜻이겠죠.


안타깝게도, 세계수에 관한 언급은 여기서 끝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세계수 설정이 버려졌다 생각했죠.
2008년, 엘린숲이 추가되기 전까지 말입니다.







3. 피난민들을 구한 세계수


수백 년 전 빅토리아 아일랜드의 모습인 엘린숲

클로이와 공식 홈페이지의 설명이 서비스 극초창기인
2003년 경에 추가되었다고 가정한다면
무려 5년 만에 세계수에 관한 언급이 등장한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주 짧은 언급에 불과한데요.



캐릭터의 모습이 변하는 기믹은 신기했지만, 그뿐이었다. (출처 : https://blog.naver.com/gnsdl2406/120100569093)

엘린숲은 2번의 변화를 겪었습니다.
우선 2008년에 시간의 신전과 함께 추가되었을 땐
NPC에게 퀘스트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컨텐츠는 사냥, 그리고 독안개의 숲 파퀘뿐이었죠.
(NPC들에게 말도 못 걸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출처 : https://www.inven.co.kr/board/maple/2304/4775

2011년, 보스몬스터인 차우와 에피니아가 추가되며
엘린숲은 일종의 테마던전으로 개편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엘린숲의 NPC들이 플레이어를
'카오'로 착각하는 스토리가 생겼고요.

그러다 2022년, 데스토넨과 키르스턴을 조명하는
새로운 스토리로 엘린숲은 다시 개편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펴볼 것은 엘린숲에
퀘스트 하나 없었던 시절입니다.



영웅이라는 것들이 맨날 봉인석 털리고 있다. (출처 : https://blog.naver.com/hsj3636/90187092559)

사실 엘린숲에 퀘스트가 하나도 없었던 건 아닙니다.
2009년 12월 17일, 아란이 등장했을 때
엘린숲에서 아란 전용 퀘스트가 추가됐거든요.
바로 〈과거로 가는 길〉 퀘스트입니다.

이때 비로소 엘린숲 NPC들이 말을 하게 됐고
엘린숲이 검은 마법사와 영웅들의 최후의 결전 직후,
헬레나가 이끈 피난민들이 불시착하여 만든
임시 거처라는 사실이 구체화됩니다.
그리고 헬레나는 다음 대사로 이를 확증해 주죠.



출처 : https://cafe.daum.net/maplestory/OZRC/11474

"검은 마법사를 피해 오시리아 대륙을 떠난지도 상당한 시일이 흘렀어요. 세계수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겠죠."
― 헬레나

여기서 주목할 것은 '세계수의 도움'입니다.
응? 빅토리아 아일랜드 중앙에 있던 세계수가
어떻게 미나르숲에서 출발한 피난민들의 비행선을
도와줄 수 있었다는 걸까?

그런 건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냥 도와줬대요.
다만 주목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2003년 설정만 봐도, 세계수는 자신이 있는
섬 중앙부의 몬스터들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바깥 세계에는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또는 바깥 세계로 자신의 힘을 뻗칠 수 없거나요.

하지만 헬레나의 대사를 통해, 세계수의 영향력은
빅토리아 아일랜드를 벗어난 곳에도 가 닿으며
세계수가 지성을 가진 존재임이 밝혀집니다.



출처 : https://blog.naver.com/hsj3636/90186397816

헬레나가 이끈 피난민들을 도왔다는 것은, 세계수가
검은 마법사에 반대했으며 나름의 저항을 펼쳤다는 것.
세계수는 자기 나름의 가치 판단이 가능하며
어떠한 방법으로 물리력/마법까지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커다란 나무에 불과하지 않은 거죠.

이렇게 엘린숲 퀘스트를 통해서
세계수의 설정이 약간은 바뀐, 또는 구체화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수가 도대체 누구인지
확실한 설명이나 묘사는 여전히 없어요.

자, 그럼 시간을 좀 더 건너뛰어 봅시다.
이번에는 2년 후인 2010년입니다.







4. 세계수가 사라졌다?


출처 : https://blog.naver.com/hhe0007/221470653101

"여제는 세계수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오래 전 사라져 그 행방을 알 수 없던 세계수를 찾는다면, 검은 마법사를 물리치는데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 헬레나

2010년 12월 30일에 미래의 문이 추가되었습니다.
이번에도 헬레나를 통해 세계수가 언급되는데요.
새로운 정보가 등장합니다. 바로 세계수는
'오래 전 사라져 그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다는 거죠.

뭔 소리야? 빅토리아 아일랜드 중앙에 있던 거 아냐?
눈에 딱 보일 만큼 커다란 나무였던 거 아니냐고?


세계수보다는 브로콜리에 가까운데

네. 이제 아닙니다. 생각해보세요.
이미 월드맵에서 세계수는 사라졌고
빅뱅 이후에는 여섯갈래 길로 바뀌었잖아요.
설마 여섯갈래 길의 저 나무가 세계수일까요?



예전에는 미나르숲의 저 나무가 세계수인 줄 알았지

엘린숲에서 밝혀진 대로, 세계수는 검은 마법사에 맞서
나름의 힘으로 피난민들을 구해주었습니다.
이 설정은 그대로 이어지나 봅니다. 여제 시그너스가
그 힘을 빌려 검은 마법사와 맞서려 했으니까요.

하지만 세계수의 위치는 거짓 정보이자 함정이었고
에레브는 지상으로 추락합니다. 그렇다면 세계수는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죠.




개발진도 몰랐을 겁니다.
세계수를 완전히 까먹었던 건 아닌데
어떻게 써먹을지 별 다른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대충 대사 몇 줄 써 놓고, 한창 고민하던 중인 거죠.



너무 멀리 와 버렸네요.
생명의 물이 나오는 커다란 마법의 나무였다가
대뜸 검은 마법사 서사에 휘말리더니
이제는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라...
세계수를 게임에 등장시킬 생각이 있긴 한 걸까요?

그렇습니다. 이로부터 2년 뒤인 2012년,
마침내 세계수는 메이플 '스토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생명의 초월자'라는 이름으로 말이죠.







5. 드디어 맥거핀에서 벗어나려는 그때!



2012년 7월 26일에 신직업 카이저가 추가됩니다.
카이저 전용 퀘스트에서 처음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초월자'입니다. 각각 빛, 생명, 시간을 관장하는
세 명의 초월자는 메이플 월드에도 있으며
카이저의 세계인 그란디스에도 있습니다.



출처 : https://blog.naver.com/park92sh/70143386818

카이저는 생명의 초월자인 제른 다르모어가
시간의 초월자인 크로니카의 힘을 빼앗은 일을
검은 마법사가 륀느를 유폐한 일에 연결시킵니다.
그러면서 세계수를 언급하는데요.


출처 : https://blog.naver.com/park92sh/70143386818

"륀느는 시간을 관장하는 여신이라고 하고, 세계수는 메이플 월드의 생명의 근원이 되는 존재라고 하는데... 검은 마법사도 세계수의 정체나 위치는 모르는 것 같군."
― 카이저(플레이어)

세계수는 '메이플 월드의 생명의 근원의 되는 존재'
검은 마법사마저 정체나 위치를 모르는 미지의 존재입니다.


아 좀!!! 검마도 모르면 대체 누가 아냐고!! 왜!!!!!
언제까지 맥거핀으로 둘 셈이냐 오한별!!!!!!!!!!!!!!!!!!!!!!!!









후우...






다들 아시다시피, 초월자라는 설정은
기존 메이플의 신적 존재들을 한 데 묶기 위해
덧붙인 설정입니다. 륀느, 검마, 세계수
서로 연관이 없었지만 초월자라는 카테고리로 묶였고
미네르바 같은 다른 신적 존재는 제외되었죠.

아무래도 그란디스를 기획하고 전체 스토리와 설정을
다듬는 과정에서, 빛과 생명과 시간을 중심 테마로 정하고
거기에 어울리는 인물들을 배치했던 모양입니다.
오랜 시간 버려져 있던(...) 세계수는
생명의 초월자라는 중요한 역할을 얻게 됩니다.


자! 이제 세계수를 제대로 다루고자 하는
개발진 너희의 의지를 확인하였다!
이제는 세계수의 모습을 보여다오!
발바ㄷ 아니 밑바닥이라도 보여다오!







6. 세계수라는 폐허에서 일어선 알리샤


솔직히 이 찐빵 같은 얼굴이 더 귀여움

2013년 1월 17일, 생명의 초월자이자 세계수인
알리샤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알리샤는 미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요.
커다란 마법의 나무였던 초창기 모습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돈이 잘 벌리는 모에화탈태환골입니다.

루타비스 퀘스트에 흥미로운 정보가 있습니다.
나인하트는 루타비스에서 알리샤를 만난
플레이어의 보고를 들은 뒤 다음 대사를 하는데요.





출처 : https://blog.naver.com/id9160/221214528367

"세계수가 가진 생명의 힘은 검은 마법사에 대적할 만큼 어마어마한 힘입니다. 과거 검은 마법사를 봉인한 것도 세계수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싸움으로 세계수는 급격히 시들어버렸고, 헬레나가 겨우 남은 세계수의 생명의 근원을 가지고 빅토리아 아일랜드로 넘어왔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려서 검은 마법사 일당이 훔쳐간 것은 아닌가 걱정했는데, 그런 곳에서 힘을 회복하고 있었다니......"
― 나인하트

앞서 확인한 대로, 세계수의 정체와 위치는
정말 아무도 모르고 있었으며, 플레이어에 의해
마침내 그 존재가 확인된 상황입니다.
(물론 데미안이 한발 앞서 세계수를 발견했지만요)

여기서 온갖 정보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세계수가 검은 마법사에 대적할 만큼 강하다느니,
검마 봉인도 세계수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거라느니,
헬레나가 쇠약해진 세계수의 생명의 근원을 들고
빅토리아 아일랜드로 넘어왔다느니...

...뭐라고?



나인스피릿 둥지의 나무는 옛 세계수의 육신일지도 모른다... 아님 말고.

나인하트의 말에 따르면, 세계수는 원래 나무의
모습이기는 했나 봅니다. 급격히 시들었다잖아요?
그리고 헬레나가 생명의 근원이라는 것을 들고서는
빅토리아 아일랜드로 세계수를 옮겨 왔고요.

그렇다면 세계수는, 과거 오시리아 대륙 어딘가
나무의 모습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었지만
그 근원은 소녀의 모습이었던 걸로 보입니다.
나무가 현세의 육신 또는 껍질이라면
소녀는 영혼 또는 실체인 것이죠.





어째 〈모노노케 히메〉의 사슴신처럼 두 모습을 왔다갔다 하는 느낌?

정리를 하면, 세계수가 원래 큰 나무였던 건 맞는데
검은 마법사와 싸우는 과정에서 힘을 잃고 급격히 시들어
헬레나가 세계수의 근원을 빅토리아 아일랜드로 옮겼지만
바로 실종되는 바람에, 세계수는 빅토리아 아일랜드에
있기는 하지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정도네요.

나름 세련된 설정 변경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커다란 마법의 나무라는 세계수의 근본을 존중하면서도
플레이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소녀의 모습을
내세울 이유를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거 없이 그냥 알리샤를 등장시켰다면
과거 설정을 대뜸 무시하는 꼴이잖아요?




그리고 2016년 타락한 세계수가 추가되면서
마침내 기나긴 세계수 떡밥은 마무리를 짓게 됩니다.
2003년의 설명처럼, 세계수는 빅토리아 아일랜드
중앙에 서 있는 것으로 결론을 짓습니다.

자그마치 13년이 걸렸네요.




+



메이플스토리 첫 번째 가이드북인
『메이플스토리 퍼펙트 가이드 Vol.16』을 찾습니다.
소장하고 계신 분께서는 댓글 등으로 알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구매하려는 것 아닙니다!
이 책에, 몬스터북 등장 이전의
몬스터 배경 설정 등이 적혀 있어서
그 정보를 구하려는 목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