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여유로운 형편은 아니었다.


네 나이 때, 공장도 가보고 일용직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괜찮은 여자들 붙잡아 사귀기랑 헤어지기를 반복하다 하나 골라 검소하게나마 결혼하고 너를 낳았다.


우리 형편이 넉넉하진 못해도 아빠는 최선을 다해 널 키워보려고 애썼다.


그런데....아들아 넌 뭐지?


군대 전역하더니 열심히 노력하며 살 것처럼 굴더니만

공부도 안 해

자격증 취득도 안 해

기타 스펙이나 취업 준비도 안 해


도대체 하는 일이 뭐지?


봄날이라 꽃도 폈으니 한 번 밖에 나가 여자라도 마주할 생각조차 없어, 온종일 방 안에서 컴퓨터. 아니면 핸드폰. 도대체 어디서 주워들은 정보인지 청년취업이 어쩌고, 한국 여자들은 돈만 보니 어쩌고, 결혼 비용이 어쩌고.


친구도 없어서 딱히 만날 사람도 없고, 독서 등 마음의 양식 쌓지도 않고, 주말에는 외출이 아니라 종일 낮잠, 인간관계는 허접을 넘어 사실상 단절




아빠는 솔직히 우리 메붕이가 지금은 너무 한심하게 보인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널 계속 믿어보려고 한다.


인생이 80년인데 20대 나이가 대수겠니? 다시 일어선다면 일어설 수 있는 시간이겠지.


하지만 아빠 나이가 조금만 있으면 환갑을 바라보니 네가 사람답게 살아가는 걸 조금이라도 일찍 보고 싶구나.


네 통장에 5만 원 넣어뒀다. 오늘은 비도 그쳤고 나가서 뭐라도 사 먹고 디저트도 주문해서 벚꽃 거리나 걷고 구경해봐라.


그러다가 참한 아가씨 하나 모셔오고 놀다가 또 아빠처럼 살면....그게 인생이지.


난 지금도 널 믿을 거고, 앞으로도 믿을 거다.


사랑한다,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