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도시 아리안트에 번지기 시작한 비극은 아주 작은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자신을 '떠돌이 집시'라 소개한 아름다운 여인이 퍼뜨린 소문— 고대 지하도시 아스완 어딘가에 군단장 힐라가 남긴 '젊음의 비약'이 숨겨져 있다는 이야기였다. 소문을 좇아 아스완으로 향한 대적자는 단단히 막힌 정문 대신 도굴꾼들이 몰래 뚫어놓은 지하 통로로 침입했고, 그곳에서 발견한 비약이 젊음이 아닌 '사람의 집착과 광기를 끌어내는 힐라의 잔혹한 주술'임을 알아챘다.

그러나 이미 늦은 후였다. 집시로 위장한 힐라가 아레다 왕비에게 직접 비약을 바쳤고, 비약에 중독된 아레다는 미쳐버린 탐욕 속에서 아리안트 주민들의 생명력을 강탈해 자신의 젊음을 유지하는 지옥을 만들어냈다.

마을 사람들의 비명과 생명력이 도륙되는 아리안트의 참상을 목도한 메이플 연합은, 이 끔찍한 오염의 근원이자 모든 음모를 조종한 군단장 힐라를 뿌리 뽑기 위해 아스완 총공격을 결의했다.

그리하여 연합의 기사단과 영웅들, 그리고 대적자가 마침내 아스완의 어두운 결계를 부수고 폐허가 된 성소로 난입했을 때, 그들을 맞이한 것은 보좌 위에 앉은 힐라의 압도적인 재앙이었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발을 디디느냐, 불쌍한 벌레들아."

높은 보좌 위, 힐라가 서늘하게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성소 바닥에서 수백 년 동안 사육되어 온 아스완 주민들의 유해와 사체들이 붉은 실에 얽힌 채 기이하게 일어서 연합군을 습격했다.

힐라의 전투는 잔혹함 그 자체였다. 손끝에서 피어나는 힘으로 연합군 기사들의 영혼을 산 채로 뽑아내어 자신의 육신을 가꾸는 동력으로 삼았고, 대지를 갈라 붉은 주술의 폭풍을 일으켰다. 연합군이 아무리 칼을 휘둘러도, 아스완 전체의 생명력을 흡수하는 '대무녀의 구슬'이 보좌 위에서 불멸의 빛을 내뿜고 있는 한 힐라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그 완벽한 승기 속에서, 힐라의 유일한 약점은 그녀 자신의 '집착'이었다.

전장이 피와 비명으로 물들어가던 그때, 연합의 선봉에 선 대적자가 힐라의 본체가 아닌, 보좌 뒤편에서 불길하게 빛나던 '대무녀의 구슬'을 향해 전력을 다한 일격을 날렸다.

"멈춰라-!"

자신에게 쏟아지는 칼날에는 눈 하나 짝하지 않던 힐라가, 구슬을 향해 날아가는 검을 보고는 핏기를 잃은 채 몸을 날렸다. 그녀에게 그 구슬은 단순한 힘의 원천이 아니라, 엘란에게 보여줄 '영원한 미(美)'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콰아아앙-!

대적자의 사멸을 찢는 일격이 대무녀의 구슬에 정확히 꽂혔다. 수백 년간 아스완을 억눌러 온 구슬이 처참하게 산산조각 났다.

"안 돼…! 내 구슬이… 내 영원이…!"

구슬이 파괴됨과 동시에, 수백 년간 억눌려 있던 세월의 궤적이 한꺼번에 힐라의 육체를 덮쳤다. 찬란하게 빛나던 붉은 머리칼은 윤기를 잃고 잿빛으로 바스러졌으며, 비단 같던 피부는 쭈글쭈글하게 비틀리고 풍화되어 노인의 형상으로 부식되어 갔다.

자신이 그토록 공포스러워했던 '늙음'과 '쇠락'이 육신을 갉아먹자, 힐라는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육신이 허물어지고 영혼만이 남겨져 차원의 틈새로 추락하는 그 순간까지, 그녀의 머릿속을 채운 것은 승패가 아닌 오직 노화로 인한 공포 단 하나뿐이었다.

육신을 완전히 잃고 영혼의 형상만 남은 힐라가 추락하여 도달한 곳은 차원의 깊은 틈새, 검은 마법사의 순수한 어둠만이 웅크리고 있는 깊은 미궁 속이었다.

형태를 잃고 허공을 떠도는 그녀의 영혼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극심한 공포와 발악으로 요동치고 있었다.

"내 피부가… 내 머리칼이…! 시들어 버렸다니…!"

실체 없는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려 애쓰며, 힐라는 차디찬 어둠 속에서 피를 토하듯 오열했다.

"아니야… 이대로 소멸할 순 없어! 이런 추한 모습으로는… 엘란이 나를 알아보지 못한단 말이다!"

그 순간, 미궁의 칠흑 속에서 검은 마법사의 거룩하고도 기괴한 의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영원한 젊음에 집착하는 여인이여. 육신의 미(美)를 넘어, 존재 그 자체를 사멸시키고 영혼을 다스리는 진정한 권능을 받아들이겠는가.]

"주소서… 무엇이든! 그의 영혼을 내 손으로 거둬 영원히 함께하고, 내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재창조할 수만 있다면… 내게 그 권능을 주소서!"

검은 마법사의 손길이 닿는 순간, 미궁 전체를 채우고 있던 어둠이 무수한 핏빛 붉은 실로 변하여 힐라의 영혼을 사정없이 옭아매고 찢어발겼다. 영혼이 재창조되는 지독한 통증 속에서 힐라는 기괴한 환희의 미소를 지었다.

순백의 피부는 생사를 초월한 창백하고 매혹적인 빛을 되찾았고, 붉은 머리카락은 사멸의 잿빛을 머금었으며, 손끝에는 타인의 영혼과 생명력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잔혹한 붉은 실이 피어올랐다. 그녀의 목에 걸린 붉은 보석 목걸이는 점차 사령의 힘에 의해 녹빛으로 변했으며, 고통의 근원이 되었다.

검은 마법사의 전령이자, 영혼을 사육하는 잔혹한 여왕. '진 힐라'가 고통의 미궁 속에서 마침내 거듭난 순간이었다.

훗날, 미궁의 칠흑을 헤매며 들어선 대적자 앞에 힐라는 기괴한 환영을 피워 올릴 것이다.

자신의 '젊음의 비약'에 홀려 타인의 생명력을 강탈하며 타락해 간 아레다 왕비와 무너져 내린 아리안트의 참상. 파괴된 헤네시스와 절망하는 연합의 수장들.

그것이 플레이어를 꺾기 위한 거짓 환상이든, 혹은 자신이 저지른 진짜 비극의 잔재이든 간에— 핏빛 실을 손가락에 감은 진 힐라는 어둠 속에서 차갑게 웃을 것이다. 자신을 망가뜨리고 영혼을 팔아치우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오직 단 하나의 기억, 엘란과의 영원한 재회를 향해 눈을 빛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