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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22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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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 자작 소설] 빛의 그늘 - 9사멸의 권능을 손에 넣고 진 힐라로 거듭난 그녀가 둥지를 튼 곳은, 검은 마법사의 권능으로 재창조된곳이자 외부의 그 어떤 시선도 닿지 않는 어둠의 깊은 심연, '고통의 미궁'이었다. 메이플 연합과 대적자는 힐라가 이미 옛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더 참혹한 사멸의 여왕으로 부활했다는 사실조차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연합의 기사단이 멸망한 아스완의 폐허를 주시하며 경계를 태우고 있을 때, 진 힐라는 미궁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오직 자신만의 기괴한 과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미궁의 은밀한 제단 한복판, 진 힐라는 창백한 손가락을 천천히 튕겼다. 그녀의 피처럼 붉은 눈동자가 차가운 어둠 속을 메마르게 쓸어내렸다. 사멸의 권능이 미궁 전체로 뻗어나가자, 수백 년 전 아스완이 멸망할 때 검은 마법사에게 제물로 바쳐져 차원의 틈새에 매몰되어 있던 영혼의 궤적들이 핏빛 아지랑이처럼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찾고자 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수백 년 전, 자신의 품에서 차갑게 식어갔던 단 하나의 사랑. 대무녀라는 굴레에 갇혀 한 번도 마음껏 품에 안아보지 못했던 수호기사, 엘란의 영혼이었다. "찾았다… 나의 기사, 나의 엘란." 검은 마법사의 어둠 속, 힐라가 과거 그에게 건넸던 머리카락 매듭의 인연에 묶인 채 차원의 미궁 속에 안치되어 있던 엘란의 순수한 영혼이 힐라의 사멸 권능에 끌려 어둠의 제단 위로 올랐다. 비록 육신은 수백 년 전에 덧없이 스러졌으나, 사멸의 어둠 속에 갇혀 있던 그의 영혼은 여전히 한때 아스완을 호령하던 수호기사의 곧고 단정한 품격을 은은하게 머금고 있었다. 그러나 진 힐라의 눈에 비친 그 순수한 영혼은 완성되지 않은 불안정한 조각일 뿐이었다. 영혼을 가만히 바라보던 진 힐라의 입꼬리가 기괴하게 비틀려 올라갔다. "이대로는 안 돼. 아무리 순수한 영혼이라 한들, 흐르는 세월 앞에서는 마모되어 언젠가 내 곁을 떠나버릴 테니까……." 진 힐라는 허공을 향해 손끝을 내밀었다. 그녀의 창백한 손끝에서 솟구쳐 나온 기괴하고 핏빛 가득한 붉은 실들이 미궁의 정적을 찢으며 엘란의 영혼을 향해 사정없이 뻗어나갔다. 콰드득-! 형체 없는 영혼의 비명이 미궁 너머로 처절하게 울려 퍼졌다. 진 힐라가 하사받은 검은 마법사의 사멸 권능은 엘란의 순수한 영혼을 강제로 찌르고, 비틀고, 압착했다. 붉은 실에 온몸이 관통당한 엘란의 영혼은 미궁의 거친 어둠 주술 기운과 기괴하게 결합되어 갔다. 한때 힐라를 향했던 그의 순수한 의지와 기사로서의 고결함은 붉은 실의 오염 속에서 가차 없이 짓밟혔다. 엘란의 영혼은 자기 자신의 인격을 잃어버린 채, 오직 힐라를 수호하고 그녀의 적들을 찢어발기는 거대하고 흉측한 괴수, '욕망의 현신'으로 가공되어 갔다. 붉은 실에 온몸이 사슬처럼 옭아매인 채, 괴로움에 요동치며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뿜는 '욕망의 현신'. 그 흉측한 괴수를 바라보며 진 힐라는 뺨을 경련하듯 떨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깊은 핏빛 눈동자 속에는 수백 년 전 대무녀로서 가졌던 한 자락의 이성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오직 멸망과 영원에 사로잡힌 지독한 광기만이 서려 있었다. "아아… 아름다워라, 엘란." 진 힐라는 붉은 실로 얽혀 괴로워하는 괴수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흉측하게 비틀린 괴수의 뺨에 자신의 창백하고 매혹적인 얼굴을 살포시 비볐다. 괴수의 거대한 내면 깊은 곳에서 엘란의 영혼이 붉은 실의 통증에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고 있었지만, 광기에 사로잡힌 그녀의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이것이야말로 세월을 뛰어넘은 가장 완벽한 구원이자 사랑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제 아무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어. 신전의 가식적인 사제들도, 배은망덕한 민중들도, 흐르는 세월과 죽음조차도……." 진 힐라는 손가락을 움켜쥐며 붉은 실을 단단히 거머쥐었다. 엘란의 영혼은 이제 그녀의 손끝 하나에 통제되는 완벽한 파수꾼이자 무기로 완전히 귀속되었다. "너는 영원히 내 곁에서 나를 지키는 나의 기사이자… 나만의 완벽한 사랑이야." 사랑하는 이의 영혼을 억압하고 기괴한 소환수로 가공하여 휘두르면서도, 그것을 영원한 결합이라 믿어버리는 진 힐라의 비극적인 광기. 연합의 눈을 피해 고통의 미궁 깊은 곳에 은폐된 그 제단에는 그렇게, 붉은 실에 묶인 기사와 미쳐버린 여인의 기괴한 잔재만이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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