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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22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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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 자작 소설] 빛의 그늘 - 에필로그욕망의 제단을 가득 메우고 있던 비릿한 사멸의 기운이 거짓말처럼 걷혀갔다. 진 힐라가 차디찬 잿더미로 스러지고 엘란의 영혼마저 성불한 자리에는, 오직 미궁의 잔해를 가르고 내리쬐는 희미한 빛만이 조용히 감돌고 있었다. 대적자는 무기를 거두며 잿더미 위, 엘란의 영혼이 사라진 그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수년 동안 사멸의 실에 매여 괴수로 살아왔으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했던 여인의 광기를 멈추기 위해 자신의 궤적을 비틀었던 고결한 기사. 그의 아련했던 눈빛과 마지막 경례가 여운처럼 가슴에 깊게 남았다. 어둠 속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오르카가 무심하게 팔짱을 끼며 돌아섰다. "추하네..." "..." "추악하기 짝이 없는 결말이야." 오르카는 힐라가 남긴 잿더미를 쏘아보며 차갑게 읊조렸다. 하지만 그 목소리 끝에는 스우를 잃고 복수만을 위해 살아온 자신에 대한 씁쓸함과, 비틀린 집착의 끝을 목도한 이의 쓸쓸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착각하지 마. 널 도우려고 한 게 아니니까. 난 단지… 스우를 이용한 저 여자가 마음에 안 들었을 뿐이야. 이제부터는 방해하면 너라도 베어버리겠어." 오르카는 대적자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은 채, 미궁 너머 검은 마법사가 기다리는 테네브리스의 최심부를 향해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홀로 남겨진 대적자는 미궁 바닥에 떨어진 자그마한 붉은 실타래의 잔해를 주워들었다. 사멸의 권능이 꺼져 바스러져가는 실타래였지만, 그 안에는 아스완의 소멸 속에서도 서로를 향했던 두 사람의 슬픈 기원이 아주 옅게 남아있는 듯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서로를 옥죄었던 광기… 하지만 그 깊은 어둠 속에서도 기사는 끝내 고결함을 잃지 않았다." 대적자는 손을 거두어 에르다의 바람에 실타래 잔해를 날려 보냈다. 핏빛 실타래는 빛의 입자가 되어 미궁의 하늘로 조용히 산화해 갔다. 자책감과 절망으로 가득했던 고통의 미궁은 마침내 그 소명을 다하고 허물어져 가고 있었다. 사라진 줄 알았던 연합의 동료들은 여전히 테네브리스의 어둠 속에서 싸우고 있었고, 검은 마법사와의 최종 결전은 바로 눈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대적자는 마음을 다잡으며, 엘란과 진 힐라가 남긴 비극의 잿더미를 뒤로하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더 이상 비틀린 집착에 사로잡히는 이가 없도록. 그리고 수백 년을 이어온 이 잔혹한 사슬을 내 손으로 완전히 끊어내기 위해. 대적자의 발걸음은 검은 마법사가 기다리는 '리멘'의 어둠을 향해 흔들림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 오르카가 리멘의 어둠 속으로 떠나가고, 대적자마저 발걸음을 옮긴 뒤. 아무도 남지 않은 욕망의 제단 폐허 위로, 차디찬 핏빛 잿더미와 바스러진 붉은 실의 잔해만이 흩날리고 있었다. 웅-…… 그 순간, 시공간마저 정지한 듯 제단의 모든 에르다가 일제히 흐름을 멈추었다. 허공을 찢고 내려온 것은 초월적인 존재감. 테네브리스의 가장 깊은 곳, '최후의 대적'을 기다리고 있던 검은 마법사의 시선이 욕망의 제단을 굽어보았다. 그에게 힐라와 엘란의 비극은 자비나 동정의 대상이 아니었다. 정해진 운명 속에서 몸부림치다 스스로 마모되어 간 필멸자들의 서사, 그 거대한 신세계 창조 과정에서 마침내 소명을 다하고 종막에 다다른 두 영혼의 정해진 수순일 뿐이었다. 하지만 사멸의 권능을 내어주고 아스완의 비극을 방관했던 초월자는, 수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서로를 향해 궤적을 비틀었던 두 영혼의 마지막 순간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스스스- 검은 마법사의 차분한 칠흑빛 권능이 제단 바닥에 흩뿌려진 진 힐라의 잿더미와, 허공에 흩어진 엘란의 영혼 잔재를 조용히 감싸 안았다. 그것은 군단장에 대한 치하도, 실패한 하수인에 대한 단죄도 아니었다. 운명의 굴레를 끊어내는 절대자가, 자신의 과업 아래 스러져간 영혼들에게 부여하는 지독하도록 냉정하지만 완벽한 마지막 자비였다. 칠흑빛 권능이 제단을 메우자, 핏물처럼 일렁이던 사멸의 주술과 잔혹하게 얽혀 있던 붉은 실들이 거룩한 빛의 입자로 바스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빛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 수백 년 동안 서로를 고통스럽게 옭아맸던 두 개의 영혼이 천천히 형상을 갖춰나갔다. 창백하게 마모되었던 노인의 형상도, 사멸 권능의 기괴한 진 힐라의 모습도 아니었다. 영혼의 빛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사멸의 주술에 삼켜지기 전 찬란하고 오만하리만치 아름다웠던 '아스완의 대무녀, 힐라' 그 자체였다. 그녀의 눈앞에는 온몸이 실로 관통당했던 흉측한 괴수 '욕망의 현신'이 아닌, 붉은 실의 사슬을 벗어던지고 단정하고 고결한 기사의 면모를 되찾은 '엘란'이 서 있었다. "……엘란." 힐라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그토록 공포스러워했던 늙음과 마모의 궤적은 온데간데없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그녀의 영혼을 흔든 것은 손 끝에 느껴지는 체온, 그리고 수백 년 만에 사멸의 주술 없이 온전히 바라보는 엘란의 눈빛이었다. "내가… 너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영원이라는 허상에 매여, 너의 영혼마저 찢어발기고 붉은 실로 옭아매어 괴수로 만들었어." 힐라의 눈에서 마침내 사멸의 핏물이 아닌, 투명하고 진실된 눈물이 흘러내렸다. 오만했던 여왕의 가식도, 아름다움에 대한 미쳐버린 집착도 모두 바스러진 채, 그저 사랑하는 이를 비극으로 몰아넣었다는 깊은 죄책감과 슬픔만이 그녀의 영혼을 채우고 있었다. 엘란은 조용히 다가가, 수백 년 전 아스완의 햇살 아래서 그랬던 것처럼 힐라의 떨리는 작은 몸을 감싸 안았다. 그의 손길은 더 이상 차디찬 주술의 실이 아닌, 따뜻하고 고결한 기사의 맹세였다. "네가 붉은 실로 나를 묶었을 때도, 내가 괴수가 되어 너의의 명령에 따라 무기를 휘두를 때도… 단 한 번도 널 원망한 적이 없어." 엘란은 눈물을 흘리는 힐라의 눈가를 부드럽게 닦아주며 슬프도록 아련한 미소를 지었다. "나를 잃을까 두려워 붉은 실을 쥐었던 너의 고통을 알아. 뒤틀린 형태였을지라도… 나를 향했던 당신의 마음을 단 한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어." "엘란… 아아, 엘란……!" 힐라는 엘란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열했다. 수백 년 동안 검은 마법사에게 바쳤던 영혼, 수많은 생명을 사멸시키며 쌓아 올린 가짜 영원… 그 모든 추악한 죄업 속에서도, 기사는 끝내 그녀를 버리지 않고 그 비극의 끝에서 기다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그만 붉은 실을 놓아주자, 힐라. 아름다움도, 늙음도, 영원에 대한 집착도 없는 곳으로… 나와 함께 가자." "응… 영원히, 너와 함께……." 엘란이 나지막이 물으며 손을 건네자, 힐라는 마침내 미련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가락에 남아있던 마지막 핏빛 실의 잔재가 허공으로 바스러지며, 두 사람의 손이 완전히 겹쳐졌다. 검은 마법사의 초월적 권능이 두 사람을 감싸 안자, 수백 년간 아스완을 짓누르던 비극의 사슬이 완벽하게 산산조각 났다. 순백의 빛으로 정화된 힐라와 엘란의 영혼은, 서로의 손을 꼭 쥔 채 제단의 어둠을 뚫고 아득한 에르다의 근원을 향해 조용히 올라갔다. 수백 년의 비틀린 집착과 고통 끝에, 두 사람은 비로소 검은 마법사가 마련해 준 정화의 공간 속에서 온전한 안식과 구원을 맞이한 것이었다. 제단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지독했던 사멸의 기운도, 비틀린 집착의 붉은 실도. 오직 두 영혼이 마침내 안식으로 떠난 자리 위로, 차분하고 고요한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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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따꿍] 아니 정규패치도아니고 마이너패치팅패치실화?거기다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