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면봉헌터(DEZ)입니다.
저번에 예고드렸던 대로 
이번이 마지막 몬벤산 게임 개발 근황입니다.

그 이유는
...
드디어 몬벤산 게임 개발이 완료되었기 때문입니다.
그간 몬벤산 게임 개발이 너무 오래 걸려서
매번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말씀드리는게 너무 죄송했습니다.

사실 그와 같은 맥락에서 
이번에 몬벤산 게임 개발 글을 올리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게임 개발이 완료 된 거지, 게임이 출시된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개발이 완료 되었기에
앞으로 1주일간의 테스트 기간 + 어플리케이션 등록 승인기간 이후에
바로 출시하는 것이 확정사항이나 다름없기에
최대한 빨리 이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아래는 제가 지난 약 1년간 몬벤산 게임을 만들면서 들었던 생각
그리고 이러 저런 잡담일 예정이기에 심히 노잼일 수 있습니다.
전 경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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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네요.
몬벤산 게임. 저스트 헌트.
이걸 제가 개발하게 된 계기는 이미 몇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당시는 작년 겨울이었습니다.
츠지형이 절 울린지 몇 달 되지 않았을 시점이었죠.



(제 게임 인생에 잊지 못할 순간 중 하나입니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ㅎㅎ)

당시 저는 대학에 다니고 있었습니다.(지금도 졸업은 못했지만...)
그냥 학교 다니면서, 집오면 몬헌하다, 
유튜브를 보다가 플스 아본을 하는 사람을 보며, 
플스 팔지 말걸!!!을 외치는 삶을 살고 있었죠.

그러다
(플스를 다시 삿다가는 어머니께 등짝 스매쉬를 맞을게 뻔하니)
코찔찔이 시절 2G 포터블 때부터 맛 봐온 몬헌다움에 중독된 헌터답게
직접 만들어 볼까?라는 뒤틀린 발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PC아본이 나올때까지만 즐길 정도면 ok인 거고,
그 정도로 간단하게 만드는 거라면 한 두달이면 뚝딱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당연히 그럴리가 없죠.
(지금 제가 한마디 해줄 수 있다면 "멈춰...X시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가진거라고 노빠구 헛바람 밖에 없는 대학생이었던 저는
(지금와선 정말 미안하지만) 모바일 짭몬헌을 만들자고 친구를 꼬셨습니다.

그렇게 몬벤산 게임 개발이 시작되었죠.
처음 만들 때는 나름 널널했습니다.
심지어는 학교도 꼬박꼬박 다니면서 틈틈히 그려나가고, 만들어 나갔죠.
지하철에서 아이패드로 캐릭터 그리고,
수업중엔 노트북으로 코딩하고 거기까지는 정말 좋았어요.

문제는 제가 심각한 랜스성애자란 거였죠.
처음 만들었을 때는 제일 만들기 쉬운 보우건(석궁)만 만들 생각이었습니다.

v그 때의 결과물

근데 막상 만들고 나니, 랜스가 땡기더라구요.
일이 커지기 시작했죠....

 
무기가 늘어나 버린 겁니다...
엄청 단순한 조작에서, 무기별 재미요소를 차별화하는 건 정말 어렵더라구요.
아니....뭘 하고 싶은데, 넣을 수 있는게 없으니까... 조작이 지극히 제한적이니까
.....
일이 더 커지기 시작했죠... 
원래는 무기별로 공격 속도, 공격 범위만 다르게 하려고 했는데,
공격 속도를 보여주는 게이지를 아예 다른 자원인 "액션 게이지"로 분리하고...
.....

정상적인 사람이 일이 너무나 커져버렸다는 걸 느낀다면,
어디선가 멈춰야한다는 걸 깨달았을 겁니다.
바보같은 대학생 2명이 아니라면 말이죠.

당시 저희는 일이 엄청나게 커졌다는 걸 깨닫고
X발! 청춘인데 함 질러보자! 판 더 키워!!
이러면서 캐릭터를 바꾸고, 몬스터 소재별 무기와 방어구를 추가하기 시작했습니다.



판을 키운답시고 학교도 휴학하고, 알바도 때려친 건 덤입니다.
하하! 잘 만들어서 알바는 매꿔버리면 된다구우!라는 멘탈이었습니다.
(바로 전에 만들었던 게임이 간신히 100만원 벌고 침몰한건 이미 기억속에 없었죠.)
그렇게 감당할 수 없는 규모로 착실하게 전진해나가고 있었죠.

풀타임 몬창생활의 시작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몬벤산 게임 만들다가
저녁쯤 들어와서는 몬헌을 키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되게 행복했어요. 나름 꿈꾸던 이상적인 삶이었습니다.

현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말이죠.
올해 5월달 즈음부터 엄청나게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게임은 언제 개발이 끝날지도 모르고,
몬벤에는 게임 만든다고 호언장담을 해놨는데, 완성이 가능할지도 모르겠고
학교 안다니고, 이렇게 사는게 부모님께 죄송하기도 하고,
이게 앞으로의 제 미래에 괜찮은 건지 싶고
교수님들도 걱정해주시고

게임 자체 내에서도 문제가 터져나오기 시작했죠.
밸런스라던지, 판정, 오류, 예외, 애니메이션, 서로 충돌하는 변수,
2D인 만큼 몬스터의 행동과 패턴도 몬헌과 달라야 했고, 
UI가 작동하는 원리, 전혀 생각하지 않은 수익 창출, 어마무시하게 많은 그릴 것들.....
내가 정말 잘못된 선택을 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괜찮다 말해주신 어머니께는 정말 이루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합니다.)

그 뒤로는 정말 조금씩 꾸역꾸역 완성해나가는 성취감
그리고 몬벤분들의 칭찬을 진통제삼아 어떻게든 만들어 나갔습니다.
나중에도 다시 말하겠지만, 정말 고맙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그렇게 근근히 개발을 해가다가 얼추 베타가 슬슬 완성되어 갈 즈음
한 친구 녀석이 제게 공모전
(GIGDC 글로벌 인디게임 개발 경진대회, BIC 부산 인디 커넥트)에 
나가 보는 건 어떠냐고 조언해 줬습니다.
출품해서 손해 볼 일은 없다고 생각해서, 넣어보기로 했죠.
마음 속으로는 전혀 기대 안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약 한달 전즈음 베타를 공개하고 나서였습니다.
한 달간 그 어떤 몬벤산 게임 개발 관련 글을 적지 않았던 것이요.
베타를 공개하고 나서 격주 간격으로 두 공모전에서 결과가 왔습니다.

내용은 대강 이런 거였어요.
"아이디어는 참신하나, 너무 어렵다. 죄송하다."
전 이 결과가 부당하다거나,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엄청 맞는 말이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지난 일년간 뭘 하고 있었던 거지?라는 생각이 
와 진짜.....
나 뭐하고 있냐 지금...이런 생각이 너무 쎄게 들더라구요.
그렇게 지난 한달은 개발 아닌 개발
끝내기 위한, 억지로 하는 개발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며칠 전....
아이스본 개발자 다이어리 Final Stand 예고가 나왔죠.
조각난 제 멘탈을 멧돌에 넣고 풀스핀 때리는 일이었습니다.
그 땐 진짜 거의 다 완성했음에도, 
몬벤산 게임 개발 접을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질 않았습니다.
실제로도 아이스본 개발자 다이어리 Final Stand 예고 뜨고 나서는
개발에서 손 놨었습니다.

아이스본을 못 기다려서 만들게 된 게임이
아이스본 마지막 업데이트 전에도 완성이 안됐다니
참 웃기는 일이다.

매일 같이 몬헌하고, 몬벤산 게임 개발 생각을 안하니 너무 개운했습니다.
최고였어요. 히키코모리가 혼자 집에서 파티하는 느낌이었지만 정말 좋았어요.
그렇게 컴터 앞에 술이나 잔뜩 사놓고
아이스본 개발자 다이어리 Final Stand를 기다렸습니다.



밀라보레아스 공개를 보며, 이야 결국 나오는 구만!!!!
5252 믿었다구우! 하면서 
오우 밀라보레아스가 이번에는 무페토랑 엄청 닮아졌잖아?! 하면서
행복회로를 불태우며 축제같은 장례식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몬헌 시리즈의 아트 총괄 디렉터 후지오카 카나메
(주무기 랜스 *매우 중요) 
처음 카나메 선생님의 주무기가 랜스인 걸 알고 정말 좋아했었던게 생각나네요.

그러다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개발진인 
후지오카 카나메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작년에 15주년을 할 때 밀라보레아스를 추가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제와서 안 내겠다고 할 수는 없어서"
뒷통수 쎄게 얻어맞는 느낌 이라는 말을 이럴때 쓰는거구나 싶었습니다.

아무리 규모가 있는 개발사라곤 해도, 맵과 대형몹 하나를 개발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물론 만드는 게 더 이득이고 흑자니까 만들었겠지만서도)

제가 몬벤산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가
딱 몬헌 15주년 행사기간이었던게 생각이 나더라구요.
제가 몬벤산 게임을 만드는 동안
캠콤 개발진들이 급하게 밀라보레아스를 만들고 있었다는 걸 깨달으니
이제와서 몬벤산 게임을 못 내겠다고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오늘까지 잠을 줄여가며 결국은 완성했습니다.

아직 1주간의 테스트, QA, 스토어 승인이 남았지만.
너무 개운하네요.
앞으로는 함부로 게임 만들겠다고 말 안할게요.
이후로 당분간은 게임 못 만들 것 같아요.
함부로 똥망겜 버그갓겜 인디겜이라고 욕도 못하겠습니다 ㅋㅋ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몬벤분들 응원이 없었다면 완성은 꿈도 못 꿨을 거에요.

큰 문제가 없다면 다음주에 출시소식과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약속드린대로 ios도 같이 출시합니다.
감사합니다.

면봉헌터(DE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