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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에 스위치까지 구매해서 먼저 즐긴 사람입니다

PC판 나오고 월드하고 비교되면서 작품성의 한계에 대한 얘기가 마무리 지어지는 형국을 보이고 있습니다

PC판이 발매되면서 확실히 라이즈가 월드보다 아래라는게 거의 정론인 추세가 되는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라이즈 PC가 이런 저평가를 받게된건 필연적이라고 생각해요
 
작년부터 미리 라이즈를 해본 입장에서 담론이 왜 이렇게 굳어졌는지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1. 라이즈의 본질적인 문제는 그래픽, 아트 디자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월드시절에 비해 텍스쳐가 후지다', '일뽕이 심해서 거부감이 든다' 라는 얘기를 들어 라이즈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하시고 있습니다

스위치 기반으로 개발된 탓에 월드에 비해 그래픽적인 부분을 기대할 수 없는게 사실입니다. 아트 디자인 또한 일본의 전통, 서브컬쳐 요소들을 대량으로 들여와서 호불호가 심한것도 사실이구요

다만 처음으로 라이즈가 스위치로 발매됐을 때 이런 얘기들은 소위말해 '억까'로 규정되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이건 인벤도 그렇고 저쪽 디씨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는 라이즈 비판 여론에 맞설 수 있는 근거가 확실했고 월드보다 개선된 라이즈의 특장점까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스위치를 기반으로 발매했기 때문에 그래픽적인 부분은 타협을 볼 수 밖에 없다
-> 스위치 게임중에서는 사실상 최고의 그래픽 수준이고 프레임도 안정적으로 잡아내서 수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 스위치 기반에서 RE엔진의 잠재성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까지 볼 수 있을정도
-> '포터블 몬헌'의 전통을 생각할때 현실적으로 타협을 잘 맞추고 나온 게임이다 

일뽕이라는 것 자체가 취향의 영역이기 때문에 적절한 비판요소로 보기가 힘들다
-> 저 같은 경우는 개인적으로 아트디자인이 일뽕을 맞았든 말든 아무런 상관이 없었어요
-> 실제로 세키로, 인왕2처럼 대놓고 일뽕 디자인을 넣은 게임들 또한 아트 디자인이 비판의 합리적인 근거로 제시되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두 게임은 한국에서 아직까지도 잘 나가는 웰메이드 게임으로 평가받죠




라이즈가 월드에 비해 호평받는 부분은 몬스터들의 패턴 디자인 변경에서 드러납니다
몬스터를 잡는 게임에서 당연히 적 개체의 패턴 디자인은 게임의 퀄리티와 가장 핵심적으로 이어진 부분입니다

대표적으로 작년 5월쯤에 추가된 오나즈치, 테오, 크샬다오라의 업데이트를 통해
라이즈의 패턴 디자인이 얼마나 훌륭하게 진화되었는지 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업뎃 당시 유저분들의 평가도 극상을 찍을 정도로 굉장히 좋은 컨텐츠였어요



오나즈치 -> '투명화' 컨셉을 유지하는 동시에 구작의 답없는 육질을 개선함. 여전히 변칙적인 패턴을 가지고 있지만 플레이어의 재량에 따라 공격적이고 호쾌한 수렵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떡상

크샬다오라 -> 용풍압 기믹의 전체적인 조정. 맨날 하늘만 날아다니던 월드 시절에 비해 패턴 구사력이 합리적으로 변한 사례. 월드 뿐만 아니라 시리즈에 출전하는 크샬들과 비교해서도 가장 완성도가 높은 개체로 평가받음

테오 -> 월드 시절의 호구 명성을 벗어던지고 패턴 디자인이 재조정됨. 분진, 불의 컨셉이 확실해지고 의미없는 분진 털어내기 횟수가 줄어드는 등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긴장감 넘치는 수렵 양상을 만들어냄



이렇듯 라이즈는 그래픽, 프레임, 아트 디자인 등 꼬투리 잡힐 일이 많았지만 전부 방어근거가 있었고 장점 또한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결국 그래픽현실타협, 일뽕 디자인취향의 문제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까지는 아니라는게 사견입니다. 저 또한 스위치로 라이즈를 즐겼을 때 이런점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고 신경도 안쓰이는 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PC판까지 발매된 지금은 위와 같은 내용으로 커버쳐주는 내용들을 찾기가 힘든 편입니다
이전에 스위치로 즐겼던 분들이 몇몇 떠난것도 있고 무엇보다 1년에 가까워지는 시간동안
라이즈 자체에 회의감을 느낀 분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즉 라이즈의 문제점은 다른곳에 있었던건데... 중요한건 그 문제점이 게임의 핵심적인 요소라는 사실입니다


2. 게임 내적으로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라이즈의 본질적인 문제점은 대부분 게임 내적인 요소에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분들이 무기 밸런스의 붕괴, 한정된 장비 세팅, 밧줄벌레에 치중된 원패턴 액션, 기본적인 모션의 너프 등을 지적하고 실제로 이는 게임의 완성도를 갉아먹는 가장 큰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 좀 더 디테일한 문제 2가지를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불가피하게 월드와 비교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1) 조사퀘스트의 부재로 인한 리얼리티 감소

(이 문제는 사실 제 의견이 아니라 실제로 인벤에서 어떤분이 댓글로 설명하신 부분을 참고한겁니다! 기억이 안나는데 혹시 보고 계시면 등판해주시면 감사를 올리겠습니다 ㅠ)

월드에서는 '조사퀘스트'라는 요소가 있었고 이를 직접 선별-채택하는 과정을 통해 '헌터라이프'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리얼리티를 구현했다는 얘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이해하기 힘드시면 라이즈와 비교해보시는게 좋습니다

라이즈의 경우 
1. 히노에와 미노토를 통해 퀘스트를 일괄분배 받습니다. 퀘스트의 숫자는 한정되어있고 퀘스트의 내용들은 항상 동일합니다
2. 이 때문에 '주어진 퀘스트만을 뺑이친다'는 지루함에 빠지기 쉽습니다
3. 카무라 마을의 헌터는 그저 고정된 의뢰만을 맡는 단순한 임무셔틀의 느낌을 받습니다 

월드의 경우
1. 고정된 퀘스트들 뿐만 아니라 흔적 채취, 부위파괴 등을 통해 무작위 조건의 퀘스트를 공급받습니다
2. 특정한 타겟 보상을 위해 자신에게 필요한 조사 퀘스트를 선별하는 작업을 거치게 됩니다
3. 고정 임무 뿐만 아니라 자신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의뢰를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신대륙의 헌터는 스스로 게임을 이끌어나가는 사냥꾼의 느낌을 받습니다

월드는 '조사 퀘스트'를 통해 스스로 게임의 목표를 지정할 수 있는 자율적인 부분을 존중해주는 셈입니다
'3금 넬기', '1수레 나나' 등의 퀘스트는 존재만으로도 도전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매력적인 퀘스트가 될 수도 있죠 
조사퀘스트를 하든 하지 않든 그 기회가 열려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합니다 

이 조그만 차이가 헌터라이프의 리얼리티를 좌우하는 요소가 됩니다 
플레이어가 스스로 헌터가 되는 느낌은 실제로 게임에 몰입하는 효과로 이어지게 되니까요


(2) 보상체계의 문제

사실상 라이즈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주인 강화 개체까지 등장했음에도 최근 고난이도 퀘스트들은 대부분 '보수 없음'으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렇다할 추가 장비가 없는 시점에서 게임을 지속할 이유는 아예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한것 같습니다

적절한 보상은 내가 노력한만큼 무언가를 얻게 된다는 의식이 되고 게임을 지속해나가는 원동력이 됩니다

월드의 경우에는 역전왕과 콜라보를 통해 딱봐도 군침이 싸악 도는 장비들이 많이 들어왔고
이 때문에 비합리적인 난이도로 보이는 역전왕 컨텐츠나 베히모스까지 많은 분들이 도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신나간 가챠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맘타로트를 돌았던 이유 또한 보상과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라이즈의 컨텐츠는 실제적인 보상도 없을 뿐더러 심리적인 보상 또한 전무합니다
'내가 이 어려운걸 잡아서 도대체 뭘 하려고?' 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순간
그 컨텐츠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심리적인 보상의 강도 또한 줄어듭니다

저는 아직도 주인 장비를 왜 안만든건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알파 베타를 없앤것도 굉장히 거슬리는데 주인 장비 또한 없무새하면서 가만히 있는건
'우리는 준비 못했고 앞으로도 별로 준비할 생각이 없다'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던지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3. 떠나간 민심과 비전 상실

월드에서는 맘타로트, 나나, 역전왕 색칠놀이와 같은 호불호 심한 컨텐츠가 있었음에도
게임의 미래를 위해 사후지원을 해주는구나 라는 메시지를 충분히 받을 수 있었습니다
게임하는 유저들의 민심을 챙기고 확장팩 아이스본에 대한 비전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라이즈에서는 콜라보, 고난이도 주인퀘 등 사후지원을 해주는것 같지만
유저들을 게임에 매몰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동기부여가 일절 없기 때문에 겉치레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민심은 추락했고 그에 따라 확장팩 선브레이크는 어떻게 나올지 예상도 안되고 기대하기도 힘듭니다  

결론적으로 라이즈를 쉴드치기 힘든 이유는 '더이상 게임의 미래를 기대할수 없기 때문'이라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밧줄벌레가 좋든 어떻든 패턴 디자인이 진화했든 상관없이 게임 속에서 기대와 희망을 가지기 어려워졌다는 얘기입니다

발매 초기에 열심히 쉴드쳤던 내용들을 다시 부르짖어 봤자 달라질게 없기 때문에
그래픽이 이렇다, 일뽕 극혐이다 라는 내용들을 봐도 그저 무덤덤할 뿐이네요

앞으로 업데이트가 어떨지 선브레이크 공개 내용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라이즈의 위상이 그닥 좋지 않게 보이는것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